-
-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 웨이보 인싸 @하오선생의 마음치유 트윗 32
안정병원 하오선생 지음, 김소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중국 안정병원의 정신과 의사이자 SNS 웨이보 인싸인 하오선생이 환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정신병원에서 근무한 10년간 경험한 것과 5년간 정리한 것을 3년에 걸쳐 글로 탄생시켰다. ‘하하’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많다.
이 책의 원제는 『당신도 버섯인가요?』이다. 제목을 정하는데 고민하다가 지금 제목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책이 한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서문에 썼다.
붕대에 감긴 머리는 헝클어진 채 여성이 웃고 있다. 동쩐이라는 여성인데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마음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혼잣말을 하고 환청 환각과 같은 증세를 보이기도 하는 혼란형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입원한 뒤로 자주 하는 질문이 “행복하세요?”였다. 누가 자기의 머리에 usb 포트를 연결하여 기억을 훔쳐간다고 동쩐은 남편과의 추억은 가져갈 수 없다고 한다. 실습을 시작한 인턴 의사 샤오양이 남편 역할을 대신하였다. 인턴은 병을 치료하러 온 거지 남편 연기나 하러 온 배우가 아니라고 하니 “남편 연기로 병을 치료해주고 있잖아”“치료는 약으로만 하는 게 아니야, 마음을 써야지”라고 말한다.
하오선생과 십여 년을 함께했던 개 빵더가 있었다. 선생이 하는 말을 알아들으면 ‘멍’은 ‘Yes’ ‘우~’는 ‘No’다 알았지? 동물이 사람 말을 다 알아듣고 표현할 수 있을까마는 이웃에서 얻어온 고기도 나눠 먹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저자는 연애를 당한 것이고 이 말은 소개를 받고 한 두 번 만나보고 끝났다는 뜻이다. 빵더는 자유연애를 하였다.

시를 지어 매일 읊어주는 205호 환자에게 시 친구가 되어준다. 여군도 있다고 꼬셔 억지로 군대에 간 조카 샤우저우의 하소연을 들어주기 한다. 대학 동창 펑위의 죽음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면서도 친구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떠나보낸건 아닌지 마음이 복잡하다.
별자리를 사랑하는 이 간호사와 주방장이 사귀는데 둘의 별자리가 안 맞다는 것이다. 하오선생이 나서서 해결해주었다. 별자리를 믿는 사람들은 바넘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에 별자리는 심심풀이 정도로 봐야 한다. 여덟 가지 항목 중 일치하는 항목이 여섯 개 이상이라면, 안정자리 입원을 권한다.
그들은 저마다 현실에 대한 괴로움으로 심리적 억압과 우울, 절망을 겪고 있으며 자신을 믿지 못하고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해 어두운 구석에 혼자 고립되어 있곤 했다. 이런 ‘영혼의 감기’는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하고 심지어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p162
무조건 열심히 써야 한다. 곧 있으면 나는 포르쉐를 몰고 커다란 고급 빌라에서 황 부인을 아내로 맞이하며 인생의 정점에 오르게 될 테니까. 상상만 해도 짜릿하잖아.(p204) 하오선생은 책을 쓰겠다고 첫째 날 둘째 날도 컴퓨터에 앉지만 다른 일이 생기고 친구나 동료가 연락을 해온다. 이 구절을 반복해서 쓰면서 미루기 병의 최후를 맞는다.

광장 춤의 리더인 황부인은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다. 다른 사람의 얼굴에 대한 인식 능력이 없다보니 사람마다 시비가 붙는다. 하오 선생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이름에 특징을 붙여 상대방에 대한 인상을 새겨 놓는다. 예를 들면 대머리 천 선생, 칼자국 류 씨, 허난성 장 씨, 별명을 붙여 각인을 시켜준다. 하오선생은 ‘탈모 꽃미남’으로 기억한다. 따뜻한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은 자페증이 있는 아이가 편안하게 탈 수 있도록 버스의 자리를 미리 맡아서 앉게 해준다.
우리는 어쩌면 크고 작은 정신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완벽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을 테니까. 얼마 전 본 영화 [82년생 김지영]처럼 아프면 정신과 다녀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오선생 말대로 ‘아는 것’이 치료의 기초이자 시작이다. 정신 질환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면 환자들을 좀 더 바르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