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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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 [할매가 돌아왔다] 출간된지 7년이 흘렀고 개정판으로 출간 되었다. 폭력에 희생된 이 땅의 많은 제니 할머니에게 작은 위로라도 드리고 싶어 이 소설을 썼다.

 

광복을 코앞에 두고 염병에 걸려 죽었다던 할머니가 돌아왔다. 죽은 사람이 살아왔으니 반가울줄 알았는데 할머니를 내보내려고 한다. 일본에서 택시 회사를 운영하여  많은 돈을 벌었다. 정리하여 한국 돈으로 60억의 유산을 상속한다는 말에 비싼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해준다. 푸짐한 밥상을 차리는 등 할머니 비위를 맞추기에 바쁘다. 고모는 결혼하여 많은 재산을 이루었고, 이혼 때 받은 3층 건물, 대학교 동양사학과 전임강사에 칼럼을 연재중인 사학자 여동생 최동주, 진보 시대의 일꾼이자 노동자로 농민의 친구이며 보궐 선거만을 노리는 아버지 최달수, 그 돈을 어떻게 쓸지 혈안이 되어 있다. 할아버지가 일군 슈퍼에서 일 하는 엄마만 힘들게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할머니 미국 이름은 금발의 제니다. 깃털 달린 기괴한 밤색 벙거지 모자를 쓰고 동전만 한 은빛 반짝이가 잔뜩 달린 원피스 정장을 입고 다닌다. ‘내가 네 시어미다. 절을 받아야겠다.’ 할 정도로 위풍당당하다. 가장인 아버지까지 대청소를 하게 하고 어머니는 슈퍼 일 한다고 살림도 엉망이고 음식 솜씨도 없어 돼지 밥 같다고 잔소리를 늘어 놓는다.

 

만주로 탈출해 독립운동을 하고 교편을 잡은 백파(白波) 최종태 할아버지는 입에 담을수 없는 욕을 한다. 이유는 고향 부여에서 할아버지가 정끝순 할머니를 한눈에 반해 결혼을 했고 쌍둥이 남매를 낳았다. 할아버지와 함께 독립운동을 하던 동지들을 밀고한 민족의 배신자라는 것이다. 할머니는 아니라고 해명도 못하고 일본 현병을 따라 쫒기듯 고향을 떠났다. 동석은 할머니와 종이공예를 하면서 과거 이야기를 듣고 수수께끼가 풀린다. 부여를 찾아가 이홍갑을 만나 할머니가 밀고자가 아니라는 누명도 벗어준다.

 

김상우. 사립 최고 명문, Y대 경영학과 차석, ROTC 장교 복무, S전자 입사까지 모범 답안 인생의 길을 걷고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 삼류 대학 국문과, 88연속 낙방의 대기록을 달성했으며 피시방을 전전하며 밥벌레라 지칭하는 서른 다섯의 백수 최동석은 10년 동안 사귀던 연인 현애가 5년 전 떠나고 상우와 결혼을 하였다. 옛 연인의 남편이자 친구인 상우에게 술을 얻어 먹는 동석을 동주는 이해하지 못한다. 마음속에 복수심이 남아 있는거 같다.

 

할아버지는 학병에 끌려갈까바 예민한 상태에서 할머니를 때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두 번째 선거에서 떨어지고 밤늦게 밥을 차려주다가 한마디 했다고 밥상을 엎고 엄마의 빰을 때렸다. 상우는 동석을 만나고 온 날은 현애를 구타하였다. 조선 남자들은 이상하지 겁이 나거나 불안해지면 자기 여자를, 아무 힘도 없는 여자를 두들겨 팰까

 

할머니 말이 진실일까? 믿기 어려웠다. 할머니의 지난 20여 일을 돌아보면 할머니 말은 60억 빼곤 쉽게 믿어줄 말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두려워했던 부여행도 마다하지 않고 나서서 이홍갑 노인 앞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오는 건 정말 진실이 아니라면 대단히 무모한 도박이 아닐수 없었다. 난 할머니를 믿고 싶었다.P169

 

할아버지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회복을 못하고 돌아가시면서 끝순아 종태야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화해를 하였다. 할머니의 누명을 벗었는데도 할아버지 영구차가 고향 황산 다리를 못 건너게 막아 선다. 병자호란 때도 끌려갔다 살아 돌아온 부녀자들을 환향녀라며 받아주지 않은거와 다를바 없는 일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빵빵 터지고 때로는 진지하고 누명으로 살아온 시간이 속상한 86세 할머니 이야기 감동적이다. 연극, 뮤지컬 제작중이며, 영화도 나온다고 하니 궁금하다.

 

그런데 할머니, 60억은 정말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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