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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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조사관은 경찰도 탐정도 아닌,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인권기구로는 2001년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다. 가상의 조직을 설정하여 인물과 사건은 모두 허구임을 밝힌다.

 

, 죄송합니다만

여기는 유죄냐 무죄냐를 밝히는 곳은 아닌데요

 

한윤서. 경찰사건을 조사한 지는 겨우 1년 남짓 되었다. 성희롱 사건 전문 조사관으로 평판이 꽤 좋았다. 권력을 이용한 성희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것을 이튿날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직을 사퇴하게 만드는 비범한 능력이 있는거 같다. 한윤서는 가슴 부위에 돋은 아토피 발진이 화끈 거려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배홍태. 인권증진위원회에 들어온지 6개월, 일은 충분히 익혔다고 생각하는데도 베테랑 조사관을 보고 배우라고 한다. 강단도 배짱도 없는 소심쟁이, 우유부단한 윤서에 질려버렸다.

 

이달숙. 신입이지만 열혈 조사관으로 일을 하고 있다. 경사가 피해자 사진을 보여주자 바닥에 쓰러진다. 헤마토포비아. 피 공포증이다. 조사국 사람들은 다 알았다. 달숙은 시위현장 등에서 사망사건을 조사해야 하는데 팀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말을 했다.

 

부지훈 사무관. 변호사 특채 사무관으로 인권증진위원회에 임용되었다. 로스쿨도 아니고 사법시험 출신으로 뜻한 바가 있어 국가 인권기구에서 일하는 사명을 누리고 싶었다. 왜소한 체구에 웬만한 여자보다도 어깨가 좁아 그 사이 자리 잡은 큰 머리 때문에 친한 사람들 사이 면봉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사실 인권위 조사관이라는 역할이 윤서는 늘 두려웠다. 빨리 다른 일을 찾고 싶었다. 이 일은 지금 옆에 있는 배홍태 같은 사람이 더 잘 맞았다. 국가가 너무나 많은 권력을 가지고 남용해왔던 시절부터 쌓인 힘과 관행 때문에 인권침해가 발생하는거라면, 이것을 고치기 위해서는 반대쪽으로 기울어진 힘의 의지가 필요한 것 아닐까. 이왕이면 약자의 편, 국민의 편을 들어주는 독단과 배짱이 인권위에 필요한 균형 감각이 아닐까. 중립을 표방하는 소심한 논리는 기울어진 미끄럼틀의 가운데에 안전하게 머물겠다는 비겁한 태도가 아닐까. 자신에 대한 의심과 함께 끊임없이 돋아나는 아토피 발진이 수년간 윤서를 괴롭혔다.(P179)

 

진정인 박기수는 사우나에서 나오는 길에 특수강도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다. 줄줄이 달린 전과 때문인데 궁지에 몰린 박기수가 구민용 경사 얼굴을 받아버려 이가 두 대나 부러져 공무집행방해로 잡혔다가 5시간 만에 석방되었다. 이에 인권침해라며 진정을 넣은 것이다. 지훈에게 사법연수원 동기인 오태문 변호사가 자신의 의뢰인을 꼭 만나보라고 한다. 가정주부가 시체로 발견된 사건은 부부 싸움을 하고 나간 뒤 아내가 살해되었다.

 

 

자백을 하고 유죄가 확정된 김학종이 징역 15년이 선고된 지 8일만에 친구 순구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유서를 써놓고 자살을 한 일이 발생한다. 학종의 무죄를 입증하는 강력한 알리바이가 나오고 순구의 항소심을 앞두고 피의자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진정을 신청한다. 변호사, 사무관, 조사관이 배당되었다. 그 중에 김학종과 지순구는 지능지수가 80 언저리에 있는 경계선 지능인데 경찰을 동석시키지 않고 강압적으로 조사하여 허위자백을 이끌었다는 진정요지를 설명했다. 권력을 가진 국가기구를 호랑이나 사자에 비유한다면 국가인권기구는 승냥이에 비유 되는 조사관 의 역할에 대한 갈등이 엿보인다. 범인을 잡거나 사건을 해결하는 일이 아닌 오로지 조사만을 해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국 장르문학의 기대주로 주목 받는 송시우 작가의 [달리는 조사관]2015년 출간 되어 올해 3쇄가 발행되었다. OCN에서 918(11) 수목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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