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 제인 오스틴부터 프로이트까지 책으로 위로받는 사람들
안드레아 게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펼치는 순간 새로운 형태의 책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글쓰기, 독서법이 아닌 마음을 치유해 주는 책이다. 저자는 독서광으로 문화평론가, 저자,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도서관에는 독서치료 코너가 마련되어 쉽게 책을 볼 수 있다.

 

철학자 폴 발레리는 자신의 일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큰소리로 암송하면 통증을 완화시키거나 잘 참아냈다고 한다. 저자는 <초조한 마음>을 적어도 세 번이나 읽었지만 기억에 남은 건 희미한 몇 조각뿐이다. 책에 푹 빠져있을 때의 강점은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나도 같은 경험을 하였다. 도서관 옆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10권씩 대출해 읽었다. 그때 읽은 책 제목과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십년도 넘은 도서관 대출 목록을 살펴보고 내가 언제 이런 책을 읽었었나 의아해 했다.

 

독서가 광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한번쯤 경험했을 테다. 저자는 여태껏 이걸 못 보고 지나쳤을까 감동적인 글귀를 계속해서 발견하고 놓쳤던 것을 따라잡기 위해 독서에 심취, 책들을 연달아 집어삼키고 동시에 관련 서평, 인터뷰, 전기 등을 분석하고 발견한 것들을 되새김질한다.

 

 

 

살기 위해 책을 읽어라

쿠스타브 플로베르

 

몽테뉴는 37세 나이에 모든 정치적 자리에서 물러나 사색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대저택에 도서관을 지었다. 그는 책에 포위되어 고대의 시인과 사상가, 죽은 친구, 자기 자신과 대화했다. 몽테뉴는 독서 치료를 시작하여 10년이 걸렸다. 몽테뉴 팬들이 인터넷에서 열광한다.

 

독서 치료는 어원적으로 그리스어 ‘biblion()therapia(돌봄,치유)의 합성어로, 책을 처방전처럼 대한다는 뜻에 가깝다. 독서 치료는 불면증처럼 비교적 다루기 쉬운 문제에서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다. 불안장애, 부모의 이혼, 수술 전 심리치료, 호스피스에서도 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임종 연구의 개척자로 통하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아이와 죽음에 관하여>에서 어린이 환자들은 이야기나 그림 혹은 시를 통해 자신이 곧 죽을 걸 알고 있음을 표현한다고 적었다.

 

문학은 지식만 늘리는 게 아니라 감정도 풍부하게 한다. 독일 작가 에른스트빌헬름 핸들러는 소설을 인지 도구로 설명하며 소설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감정 또한 소설을 조직한다.”라고 주장한다.

 

 

 

독서가 인격을 형성하고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열성적인 교육자나 독서중독자의 아름다운 환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사실이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여러 방면에서 자신을 뛰어넘는다! 책이 한없는 대안을 열어주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적으로 제한된 방식을 뛰어넘어 살 수 있다.

 

갇힌 것 같은 상황에서도 독서가 좋은 탈출구를 열어준다. 책은 단순하고 손에 들어도 눈에 띄지 않고, 아무리 빠져 살더라도 감정적 흥분을 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책 한 권에 불과할 뿐, 새로운 남자와의 밀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금세 마음이 안정되고, 독한 욕이나 심한 언쟁도 문장의 멜로디를 통해 부드럽게 흡수된다.p209

 

마니아라는 개념은 책을 아주 사랑했던 프랑스 의사 기 파탱이 1654년에 만들어냈다. 한참 뒤에 소위 책 정신병의 원인으로 바실루스 리브로룸이라는 바이러스 이름이 거론되었다. 옛날 수도원에서는 매일 첫 세 시간을 거룩한 독서에 할애했다. 일과 중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수녀들은 지금도 여전히 아침 찬송 뒤에 명상과 거룩한 독서로 하루를 시작한다.

 

문학이 주는 위로는 소망을 이뤄주는 게 아니라 소망을 계속해서 일깨워준다. 책은 위로를 주고 용기를 주며 자아를 마주하게 한다. 책은 재미와 감동을 준다. 이 책은 상황별로 읽으면 좋은 독서 처방 책, 저자가 감명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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