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참던 나날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당신이 인생을 제대로 조져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바친다고 썼다. ‘조져본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강한 메시지가 있을거라 상상을 했다. 저자는 살면서 겪은 고통을 글로 승화시켰다. 소설 인줄 알았는데 에세이인 것이 조금 아쉬웠다.

 

이 책은 물 안에서 숨 쉬던 사람, 생을 혐오할 조건을 타고났으나, 이제 자신의 힘으로 동족을 만나 부족을 이루고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 삶을 통해 삶을 이겨낸 사람으로 소개 되는 리디아 유크나비치의 회고록이다. 숨을 참던 나날은 펜 센터 USA상 크리에이티브 논픽션 부문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고, PNBA상과 오리건 도서상의 리더스 초이스 부문에서 수상했다.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직접 감독을 맡아 영화화 작업 중이다.

 

딸 아이를 사산하였다. 시간이 흘러 2년이 흐른 뒤에도 아는 사람이 딸의 소식을 물으면 굉장한 아이에요. 제 삶의 빛이죠. 거짓말을 하고 다녔다. 영혼까지 털린 기분이었을거 같다. 어머니는 한쪽 다리가 다른 쪽보다 15센티미터 짧았기에 자매를 재왕절개로 낳았다.

 

집에서 언니의 벌거벗은 엉덩이에 가죽이 닿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내 목구멍에서 목소리를 앗아가 몇 년 동안 돌려주지 않았다. 먼저 태어난 언니 몸에서 나는 철썩 소리, 동생이 태어나기 전 모든걸 참아낸 언니, 언니의 살갗을 때리는 벨트 소리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때로는 박자를 맞추며 머리를 벽에 찧기도 했다. p32

 

 

 

리디아와 언니는 여덟살 차이다. 저자가 열 살이었을 때 언니는 학대에 못 이겨 집을 나갔다. 어머니는 방관자였다. 훗날 어머니를 원망하였다. 어릴때부터 수영을 배웠다. 어머니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건물을 팔았다.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소녀는 노트에 시도 쓰고 집에 홀로 지냈다.

 

아버지라는 인간이 딸에게 남자는 아버지뿐이라고 했다. 읽는데도 화가 나고 마음이 미어진다. 짐승만도 못한 애비네 휴 한숨이 나온다. 열여덟 살에 집을 벗어나 텍사스주에 있는 러벅으로 갔다. 제임스 테일러를 닮은 필립을 만나 몇 년을 함께 했다. 리디아는 열일곱 살에 10대를 위한 마약 중독센터에 등록을 했다. 그후로 알콜과 마약에 중독이 되었다. 대학에서 몇 번이나 쫒겨난 퇴학생이 되었다.

 

결혼 생활이 파탄 나면, 새로운 자신을 창조하라. 성장기를 보낸 가족이 별로였다면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라. 세상에 얼마나 사람이 많은가. 거기서 고르면 된다. 지금 같이 사는 가족이 상처를 준다면, 짐을 챙겨 떠나라. 지금 당장.

내 말은, ‘관계결혼이니 가족같은 단어들을 깨부수고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혼해서 살다 보니 사랑에 빠졌다는 미친 사람들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라. 그러면 총을 꺼낼 것이다. 맙소사. 어쨌든. 중요한 점은, 뭐든 만들라는 것이다. 살아낼 수 있는 이야기를 발견할 때까지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라. 나는 그것을 글쓰기를 통해 배웠다. 글쓰기는 그런 것도 할 수 있다. 글쓰기로, 단어의 끝부분에 섬세한 꿈을 불어넣을 수 있고, 거기에 입 맞출수 있고, 그 위에 뺨을 올려놓을 수 있다. 글쓰기로, 입을 벌려 몸에 몸을 불어넣고 자아를 소생시킬 수 있다. (p408~409)

 

화목한 가족처럼 해변으로 놀러갔던 날 아버지는 물에 빠졌다. 아버지의 입에 숨을 불어 넣었고 응급으로 살아나기는 했지만 물속에서 숨이 막혀 저산소혈증이 생겼고 저산소혈증으로 기억을 잃었다. 이제 성적 학대는 끝난 거로군. 외조부모님이 이혼한 이유는 외할아버지가 이모들을 추행했기 때문이다. 다리와 골반 수술을 받던 시기의 소녀 시절 어머니의 사진을 보며 리디아는 어머니의 내면에 슬픔이 보일 것만 같다.

 

 

 

오리건주립대학교 대학원의 소설 창작 워크숍에서 작가 이창래가 저자의 글을 두고 진부하다라고 하여 문학 박사 학위를 따는 계기가 되었다. 리디아는 대학원 다닐 때 해나를 만났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첫 소설집은 박사 논문보다 먼저 발표되었다. 두 번째 남편은 수억 명의 여자들과 외도를 하여 이혼하게 되었다. 그 후로는 책을 읽고 싶었고, 글을 쓰고 싶었다. 또 한권의 완전한 책을.

 

석사과정, 강사직에 합격하고 지원금 3000달러를 받게 되었다. 같은 달에 일어난 일이었다. 문예창작과 입학 대신 일자리를 선택했다. 문예창작과 학생 하나가 배우처럼 리디아 삶으로 걸어 들어왔다. 오 멋진 표현이다. 10살 연하인 앤디 밍고는 세 번째 남편이 되었다. 앤디는 결혼한 상태였는데 문학창작과를 졸업하고 이혼 서류를 접수했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 결혼하고 아들 마일스가 태어났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저자의 묵직한 삶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