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그 섬에서
다이애나 마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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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시작되는 열 번 째 섬, 아조레스

 

 

이 책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취재기자이면서 퓰리처상 수상자 다이애나 마컴의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는 아조레스 제도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동료 사진기자가 책상에 올려놓은 한 장의 사진 속 남자를 보고 두 주 지난 뒤 인터뷰를 위해 남자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모라이스는 아만테와 브릴리안테라는 이름의 수소를 키우고 있는데 트랙터로 45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면적을 소 두 마리를 데리고 세 시간을 들여 작업을 하고 시원한 맥주 한 병을 홀짝이며 휴식을 취한다. 모라이스는 아조레스 고향에 대해 어찌나 애착이 강한지 여름이 끝나고 섬을 떠날 때가 되면 발걸음이 무거워진다고 했다. 아조레스 이민자들이 고향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사우다지라고 하는데 포르투갈 언어이고 다른 나라의 언어로는 온전히 옮길수 없다.

 

아조레스 제도는 화산섬으로 자연재해를 겪어왔다. 아조레스 제도는 1300년대에 지도에 표기되었으나 정확하게 표기가 된 건 아니었다. 용과 바다 괴물이 출몰하는 신화 속 등장하는 섬이었는지도 모른다. 수백 년이 흐르고 포르투갈에서 아조레스 제도를 발견하면서 대항해시대의 첫 번째 행선지가 되었다. 투우를 개최하는 마을에 초대장이 없는 손님은 허락을 구하는게섬의 관습이 될 정도로 투우 관람도 중요시 한다.

 

 

나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방파제 끝까지 걸어가서 항구의 바위에 올라가 자리 잡고 앉아 어둠 속에서 부드럽게 반짝이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누군가 걸어가는 발소리가 들려도 걱정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는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를테면 자동차로 걸어갈 때마다 나쁜 사람이 나타나면 눈알을 도려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열쇠를 주머니 밖으로 꺼내 손에 들고 다녔다. 그것은 그저 일상적인 행동일 뿐이었다.p65

 

알베르트는 아조레스제도를 열 번째섬이라고 한다. 모든 게 떨어져 나간 뒤에도 남아 있는 우리들 같은 사람들은 열 번째 섬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우리 섬을 떠난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민자 도표 공부를 하고 화산학이나 아조레스 사회구조와 관련된 책을 읽었다. 언젠가 책을 쓰리라는 계획이 있었고 책을 쓰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할 것 같아서다.

 

오디는 아르메니아 남자들은 과잉보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자에게 아름답다는 말을 통 할 줄 몰라. 여자들은 말랑말항하고 달콤한 말은 듣고 싶어 하잖아. 지구상의 여자들은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그런데 남자들은 보통 나 좋아하니 물으면 그걸 말로 해야 아남 이렇게 말을 하지 않는가?” 아르메니아 남자들의 장점을 물어보니 여름에 나오는 어떤 멜론처럼 특정한 멜론이 먹고 싶다고 하면 아르메니아 남자들은 한밤중이라도 가서 구해 올 거야 가정에 아주 충실하기도 하다.

    

 

저자가 포르투갈계 미국인 교사 부부의 집에 얹혀 지내는데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책을 볼까 샤워를 해볼까 싶다가도 손님이 왔다는 신호인 -소리가 들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우리나라 헛기침 정도로 이해하면 될거 같다. 프롤로그에도 나오는 머피는 저자와 같이 사는 개 이름이다. 머피와 함께 하는 인생은 사냥감을 찾아 헤매는 곰과 한방을 쓰는 것 같다. 보이는 대로 먹어치우는 개다. 루이스는 미국에서 실력 있는 뮤지션으로 인정 받았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떠나지 않았다. 단짝 친구의 죽음 이후 아조레스로 돌아온 매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상실감을 잊기 위해 투우사가 된 도널드, 미국에서의 삶이 더 익숙해졌지만 자기 안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 로마나 여사 등 사람들의 이야기는 웃음과 애잔함을 자아낸다.

 

아조레스 사람들은 저자가 가족도 남편도 아무도 없다는 얘기까지 하니 혼자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저자는 아조레스에서 낯선 문화와 사람들 속에서 머물며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아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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