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최유리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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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하고 쇼핑으로 결핍을 채우려했던 쇼핑중독자였던 저자는 명문대, 박사학위를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단골 쇼핑몰 사장님 어깨에 맨 샤넬백을 사면 삶이 멋져질 줄 알았는데 공허함만 더해가고 이것은 누군가가 찍어준 정답을 받아들인 셈이었다. 어느 날 사진 한 장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어느 사진 전시회에서 배우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마릴린 먼로 사진은 상처 가득한 내면을 들킬까 봐 두려워했던 그녀는 점프한 순간에도 관능이란 가면을 꼭 붙잡고 있어 진짜 사랑을 만날 수 없었고, 불행하게 삶을 마쳤다. 오드리헵번. 사진을 본 순간, 우아한 여배우의 모습은 없었고, 샤넬백도 고급 차도 없는 사진이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오드리 헵번은 평생 자기 자신으로 살았다.

 

나는 나로 커밍아웃하기로 했다. 샤넬백은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입는 사람, 트렌드와 상관없이 내 옷을 입는 사람, 그래서 무슨 옷을 입든 빛나는 사람, 난 그런 사람이 되기로 했다.p40

 

저자는 5년간 사립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일했다. 5년간 전임 교사로 임용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실패하고 3년간 휴학 중이던 박사 과정에 복학했다. 박사 과정 학생으로 돌아와 시간강사 일을 병행할 때, 학생들에게 교사로 임용되었을 때 옷 입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튀는 옷을 입은 풋내기 교사가 색다른 수업을 시도하는 걸 학교에서는 곱게 보지 않았다. 최 선생한테 교사는 안 어울려 너무 튀잖아란 말이 돌아왔다. 서울대 출신인데 기간제 교사라는 서울대 루저가 되어 있기도 하였다. 논문쓰기를 중단하고 대학원 연구실에서 에세이를 쓰기 시작 했다.

 

옷 잘 입는 사람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나 오늘 어때? 는 남이 아닌 나에게 물어보라. 옷 못 입는 사람은 이 질문을 남에게 하지만, 옷 잘 입는 사람은 자신에게 한다. 옷 못 입는 사람은 타인의 시선에는 신경 쓰지만, 타인과의 소통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소울메이트를 만날 수 있는 순간은 가장 나다울 때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룩이 아니라 나를 제대로 표현하는 룩이 데이트룩의 정답이 아닐까. 저자를 직접 만나지 않았지만 독특한 헤어스타일인가보다. 저자는 그러나 헤어스타일이 그리 특별한 건 아니다 요란한 이름이 붙은 열 펌이 아닌 그냥 저렴한 웨이브 펌일 뿐 단지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삐뚤어진 가르마 때문이다.

 

 

 

 

명품을 좋아하지도 않고 소장하지도 않은 나여서 제목에는 공감이 가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며 변화하는 저자의 글에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에서는 수다보다 글 쓰기라고 하였다. 의도치 않게 남의 수다를 엿듣다 보니 그 사람의 얼굴은 근심, 욕심, 분노로 짓눌려져 있다. 듣는이가 공감해주지 않는다면 상처는 깊어질 뿐이어서 내면은 반드시 얼굴에 흔적을 남긴다. 그런 점에서 수다 보다는 글쓰기를 권한다. 글쓰기는 표정까지 바꾼다. 관계에서는 어린 사람들과 편한 친구로 지내고, 화날 땐 버럭 말고 소곤소곤하라 사과할 땐 사과만 해야지 미안한데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까 이해해줘. 너도 내 나이가 돼보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온 마음을 다해 사과해도 그런데 이해까지 바라는 건 안하느니만 못한 사과다. 잔소리보다는 경청과 공감을 하자. 나를 고갈시키는 말로 나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차단한다. 나이 들수록 꼭 필요한 대인 기술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진정한 나로 살기에 적합한거 같다.

 

논문을 포기하고 글이 차곡차곡 쌓일수록 자신이 보였다. 저자는 다른 세상을 엿보게 해준 샤넬백은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누군가의 사진 속 샤넬백을 동경하지 않는다. 지금은 책과 서류, 노트북 컴퓨터를 넣는 크로스백만 있으면 된다. 건강한 자존감과 진실한 소통에서 진짜 멋있는 삶을 꿈꾸는 최유리 작가님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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