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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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여가 시간이 생겨도 어떻게 쓸줄을 모른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차를 타고 어디를 다녀 올 수도 있고, 서점 또는 도서관에서 책을 볼 수도 있다.

 

여가란, 결코 물질적 이익을 바라지 않고 순전히 그 즐거움을 위해서 자유로이 선택한 것, 빈둥거리고, 깃들이고, 단장하고, 취미 활동을 하는 등 광범위한 영역을 두루 아우를 때 쓰는 단어다. 여가를 누릴 때에는 가치보다는 기교가 훨씬 중요하다. 현명하게 선택한 여가는 아무리 짧은 삶에도 깊이를 준다._들어가는 말

 

저자는 쉰을 넘긴 나이에 그랜드 호텔인 인도 다르질링의 메이페어 호텔에 묵고 있다. 며칠째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란 말의 의미를 콕 집어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것은 바쁜 것을 접고 쉬면서 방금 바쁘게 하던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부터 모든 것을 의미하는 듯하다. 무슨 이유에선지, 대부분의 사람은 늦잠 자는 일에 죄책감을 느낀다. 늦잠 자기는 언제나 빈둥거릴 수 있다는 권리 주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지금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점은 톰 호지킨슨이[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에서 짚어내지 않았던 내용이다. 과거 젠트리 계충의 저택에서 그랬듯이, 다른 누군가 습관적으로 일찍 일어날 때에만 당신은 습관적으로 늦잠을 잘 수 있다.p62

 

요즘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대체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다. 꼼짝도 하지 않은 채로 모험을 하기 위해서.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되어보기 위해서라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아마도 더 많은 측면에서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더 과감하고, 더 다채롭고, 더 솔직하고, 더 교활하고, 더 깊고 더 다면적인 나 자신 말이다.p75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무언가 한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것은 걷기다. 걸을 때 어렴풋이 무한을 명상하는 행위에서 확실하게 멀어지게 된다. 저자의 고향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해변에서 편안히 쉬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 햇볕 아래 누워 몸을 태우고 있으면 정신 나갔다고 오해 받기 십상이다. 해변은 서핑을 위한 곳이고, 서핑은 여가활동이니 빈둥거리기가 아니다. 그것은 스포츠다.

 

우리는 집을 지어야 한다. 그다음엔 집에 깃들어야 한다.

 

깃들이기는 버리는 것부터 해야 한다. 잡동사니, 헌옷 버리기부터 하려고 한다. 저자는 깃들이기에서 정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을 한다. 목욕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무언가 하는 완벽한 방법이다. 편안하게, 집의 가장 안쪽에 있는 방에서 거품에 감싸여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어떤 종류의 여가를 즐기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이 자신의 취미 목록을 내놓곤 한다. 쇼핑은 취미가 아니다. 운동이나 텔레비전 시청, 백화점 쇼핑에는 그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 그럼 뭐가 취미이고 놀이는 무엇인지 단정짓기가 어렵다.

 

저자는 여행은 나머지 모든 형태의 여가를 훌쩍 능가한다. 관광이란 우리가 집 떠나서 보내는 시간을 한 업체에 넘겨주고 돈을 지불할테니 대신 관리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덧붙이고 싶은 건, 집을 잘 떠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떠나고 있는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경고의 말도 있다. 우리의 정신 함양을 위해서 여행해서는 안 된다.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거나 이런저런 강좌를 들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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