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 생리하는데요? - 어느 페미니스트의 생리 일기
오윤주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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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생리라고 대놓고 말을 하지 못한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조심한다. 생리는 귀찮고 불편한 것이고 나를 괴롭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만 했지 생리에 대한 책을 읽을 줄은 몰랐다. 제목도 그렇고 읽을 때 과한 표현들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 책은 단순히 생리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월경 터부’ ‘성폭력’ ‘가정폭력’ ‘낙태죄’ ‘독박 육아’ ‘유리 천장’ ‘성별 임금 격차’ ‘성적 대상화’ ‘불법 촬영’ ‘남성 중심 포르노’ ‘리벤지 포르노’ ‘여성 대상 강력범죄등 모두 여성 혐오라는 거대한 구조로 엮여 있다.

 

저자는 이 글을 쓰면서 친구들의 초경 경험을 인터뷰 하였다. 아랫배가 아프고 팬티에 혈이 묻어나고 당혹스러웠는데 가족이 알고 나서 축하를 해주었다. 외국에 사는친구들은 초경을 축하받거나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간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축하받지 못하거나 축하받더라도 부끄러워 했다는 것이다.

 

월경을 시작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나는 더 이상 생리 축하합니다라는 노래에 얼굴을 붉히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꿈꾼다.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생리 축하의 관행이 자리 잡길 바란다.(p32)

 

일회용 생리대에 환경호르몬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사용을 안 할 수가 없어서 수십년을 쓰고 있다. 저자는 어릴 때는 없었던 지독한 PMS와 생리통을 겪고 유해물질이 가득한 생리대와 무관한 일일까 그럼에도 감수하고 생리대를 써야 하는 여성만의 경험인 월경을 국가에서 책임져주지 않는다. 아 맞다 생리대 가격도 싼 편은 아니기에 국민 청원에 글을 올려야 하나.ㅋㅋ

 

오늘 예상치 못하게 생리가 터진 후 내가 쓴 돈은 과연 얼마일까. 생리대, 진통제, 커피값. 다 필요없는 지출이었는데 미리 준비하지 못해 써버린 돈이다. 또 오늘 하나도 듣지 못한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 듣는 수업이라 필기를 보여줄 친구도 없는데. 이따 있을 저녁 약속은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어제까지만 해도 미친 듯이 기승을 부렸던 식욕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고 입맛이 뚝 떨어졌다.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고 그저 집에 가서 기절한 듯 잠에 들고만 싶었다.(P121-생리일기)

 

우리는 모두 다른 경험을 한다. 각자의 삶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만큼이나 우리의 월경 역시 다르다. 그리고 모두의 다양한 경험은 그대로 존중받아야만 한다.(P142)

 

대비할 수 없는 생리에 대해 완전 공감 한다. 밖에서 갑자기 생리가 터지거나 생리혈이 새는 것만큼 당황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거의 준비를 하고 다니지만 양이 많을때는 수시로 갈아야 하는데 일이 바빠서 두 시간 뒤에 갔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여성이라면 생리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성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리할 권리가 있고, 원한다면 생리 안 할 권리도 있다? 순리대로 따르지 않고 몸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은 된다. 생리를 통해 나의 몸을 다달이 점검하고 재정비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생리가 생활습관과 몸의 변화에 바로바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귀찮고 불편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가장 먼저 나서서 내게 신호를 주고 내 몸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의 변화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내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 책을 쓰기로 하였다는 저자의 말이다. 또한 이 사회 어디선가, 자신의 몸을 혐오하며 아까운 삶을 손가락 사이로 흘러보내고 있을 무수히 많은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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