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노트 움직씨 퀴어 문학선 1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19년 5월
평점 :
일시품절


 

"사람이 받는 가장 큰 고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잘못된 대우에서 오는 것이다." [구묘진]

 

대만의 전설적인 천재 소설가 그가 대담하게 써 내려간 젠더 바이너리 레즈비언 감수성의 문장은 대만 퀴어 문학과 LGBTQ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구묘진의 첫 소설인 [악어노트]는 아시아 최초의 동성혼 법제화 국가인 대만의 혼인평권운동을 촉발한 소설이자 미래적인 모던 클래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된 일인지 나의 내면 깊이에 자리한 원형도 여성에 관한 것이었다.p18

 

수령, 온주가, 프랑스식 빵집 문 옆의 하얀색 긴 벤치, 74번 버스, 연합고사, 문학개론.소설이라고 하지만 규모진의 대학시절 4년 동안의 일기다. 읽어 나가면서 그녀가 레즈비언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나는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다. 그녀는 라즈로 불리기도 한다. 라즈(拉子 랍자) 소설 속 화자의 유일한 호칭이다. 탄탄이 앞잡이, 선동하는 사람, 리더 정도의 뜻으로 선배를 놀리듯 별명을 붙여 준 것이다. 라즈는 대만에서 여성 동성애자인 레즈비언을 뜻하는 은어로 쓰이게 될 정도로 중국어 문화권에 영향을 주었다.

 

라즈는 자신을 악어라고 표현한다. 소설에도 악어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왜 악어라고 하는지 궁금했다. 알에서 부화할 때 물의 온도에 따라 성별이 바뀌는 악어의 특성을 성 소수자의 정체성을 말한다. 그런 이유로 자신이 쓰는 일기를 악어 노트라고 썼을까. 전 국민이 모두 어디서나 내게 이렇게 말하겠지. 헤이, 친애하는 악어야, 안녕?

 

라즈는 수령에게 보내는 일기를 썼다. 스무살 생일 홀로 보내면서 죽으려고 했지만 죽질 못했어. 자신을 던져 버릴 수가 없었거든 유일한 한 사람, 네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달았지 내게는 오직 너하나뿐이었던 거야.

 

이렇게 생겨 먹은 것이 나란 사람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는 한 여자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 비친 한 사람의 환영이며, 이 환영은 그들의 범주에 든다. 하지만 나만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면 그리스 신화 속의 반인반마 괴물이다. 놀랍게도 다른 한 여자가 이런 괴물 같은 나를 여전히 사랑하길 원하고 있다.p181

 

소설 형식의 일기는 소령, 몽생, 초광, 탄탄, 지유, 소범의 이야기로 채워간다. 몽생과 초광처럼 남자들의 커플도 있다. 라즈는 바다를 닮은 그의 눈에 빠져들어 잠들기를 원할 정도로 수령을 좋아했다. 수령이 말하길, 수령의 생일에 그 다른 이가 준 반지를 받았고, 그와 함께 살기로 했으며 함께 유학을 간 것이다. 다섯 살 연상의 소범은 가장 늦게 라즈의 삶으로 들어왔다. 소범은 구국단의 직원이었고, 밤에는 약혼자와 몇 몇 친구들과 만나고 매주 당직 시간마다 라즈는 그와의 만남을 기대했다. 소범은 유일하게 잠자리를 한 여자다. 이성애자와의 만남은 라즈가 상처를 받았을거 같다. 라즈가 사랑한 여인은 수령 한 사람 뿐이었다. 규모진은 유작인[몽마르트 유서]를 남기고 26세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니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동성애 혐오와 성별 이분법, 가부장제, 자본주의를 솔직하게 다룬 문학으로 평가 받았고, 1995년 대만 중국시보 문학상을 받은 작품 악어노트를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