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ㅣ 스토리콜렉터 75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마이클 로보텀 신작이 서평단에 당첨이 되었다. 첫 장부터 기대하며 읽었다. 이 소설은 한 여자의 완벽한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심리 스릴러이다.
애거사는 슈퍼마켓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만삭의 몸으로 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메건의 일거수일투족 지켜보는 걸 일로 삼는다. 완벽한 두 아이를 가졌고 잘 생긴 남편과 멋있게 차려 입은 메건을 동경한다. 메건은 셋째를 임신 중에 있다. 애거사 역시 출산을 앞두고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메건의 블로그를 방문하여 글을 읽기도 한다.
그때가 5월 초였다. 나는 그때부터 메그의 임신을 짐작했다. 한 보름쯤 지났나, 메그가 의약품 통로에서 임신진단기를 집어 들자 내 짐작은 사실이 되었다. 이제는 우리 둘 다 출산을 겨우 6주 앞뒀고, 메그는 내 역할모델이 되었다. 메그를 보면 결혼생활과 엄마 노릇이 그렇게 쉬워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메그는 죽여주게 매력적이다. 마음만 먹으면 모델이 되고도 남았을 거다. 캣워크에서는 거식증 환자들 말고, 건강하고 섹시한 옆집 여자 타입 말이다. 왜, 세탁 세제나 주택 보험 광고에서 늘 꽃 핀 초원이나 해변을 래브라도종 개와 함께 달려가는 그런 여자들 있잖은가.(p13~14)
애거사와 메건은 안면을 텄고 대화를 했다. 메건의 집을 한번 방문해보고 친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을까. 애기 아빠는 아홉 살이 어린 왕립해군 소속 통신 기술자인 헤이든이다. 애거사는 그의 직장에 임신 사실을 알리고 부모님 집에 들려 그녀를 떠난 헤이든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 본다.
애거사가 완벽한 가정이라고 동경하는 메건의 가정은 순탄하지 않다. 남편은 셋째를 원하지 않았다. 메건은 남편 잭과 절친인 사이먼과 과거에 사귀었고 부부 싸움을 하던 날 사이먼과 하룻밤을 자는 실수를 범한다. 사이먼은 자신의 아기가 아니냐며 친자확인을 요구하며 메건을 괴롭힌다.
애거사의 친아버지는 자신을 낳으려는 엄마를 병원에 데려다놓고 자기 물건과 엄마의 은행계좌까지 깨끗이 비우고 사라졌다. 엄마는 여호와의 증인이 되어 교회의 장로와 결혼했다. 새아버지에게서 동생이 태어났고 어느 날 손을 놓쳐 사고로 죽게 된다. 자신이 동생을 죽였다고 자책을 하며 트라우마가 생긴다. 열세 살 때 여호와의 증인 세례를 받았다. 딸이 넷 딸린 담임이던 보울러 장로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을 하게 된다. 열다섯 살에 출산을 하고 엄마는 애거사에게 아이를 빼앗아 입양 시켰다. 보울러는 어린시절을 빼앗았고, 엄마와 새아버지는 나의 미래를 훔쳐갔다며 집에서 도망쳤다. 위탁 가정들을 전전하다 어른이 되었다.
애거사는 전 남편 니키와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을 했다. 불임 클리닉과 대안 치료사를 찾았고, 호르몬 투여, 비타민제, 약물, 침, 최면,시험관 시술까지 네 번만에 모아놓은 돈을 다 써버렸고 실패는 아픔으로 희망의 결혼이 절망으로 변했다. 기적의 아기가 생긴줄 알았는데 사산이 되었다. 5년의 결혼생활이 끝났다.
내 안에는 아기가 없다. 나는 생각을 잉태하고 있다. 나는 꿈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훔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몇 가지만 꼽아보라면 생각, 순간, 입맞춤과 심장 등등. 나는 아기를 훔칠 것이다, 내가 마땅히 가져야 할 것을 가질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넘칠 만큼 가졌기 때문이다. 내가 원래 살았어야 할 삶을 살 것이다. 남편 하나, 아이 하나와 함께.(p173)
소설 중반으로 가면 애거사의 범행이 드러난다. 굵은 고딕체가 그녀 내면의 소리를 대신한다. 당신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인데 왜 나는 어느 것도 가질 수 없을까? 그래서 난 당신 같은 삶을 살기로 결심했어 이렇게 말하는 애거사의 마음을 알 것도 같지만 타인의 삶이 행복해 보인다고 내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소설 속 심리학자 사이러스 헤이븐은 그녀도 피해자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