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의 윤무곡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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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리 작품에 매료 되어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인 은수의 레퀴엠을 읽어 보았다. 미코시바 변호사 이야기가 재미 있어 4권을 기다리고 있는데 악덕의 윤무곡이 출판 되고 블루홀식스 서평단에 당첨이 되었다. 휴가지에서 재미있게 읽었다.

 

[은수의 레퀴엠]은 미코시바가 의료소년원에 있을 때 아버지처럼 의지한 이나미 교도관이 요양시설에서 살인을 저질러 변호에 나섰다면 [악덕의 윤무곡]은 자신이 죄를 저질러 풍비박산을 만들었던 가족, 재혼한 남편을 자살로 위장해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친어머니를 변호하는 최악의 악덕이다.

 

이 소설 첫 장은 이쿠미가 재혼 남편 나루사와 다쿠마를 밧줄에 묶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읽고 있지만 끔찍한 장면이다. 남편감으로 부족할 것 없고, 온화한 성품, 말씨가 정중하고 아내 앞에서 화를 내거나 모멸적인 말을 입에 담은 적도 없고, 손찌검을 한 적도 없다. 미워서 죽이는 건 아니다. 그럼 왜 죽여? 어디까지나 돈 때문이다. 돈이 뭐길래 살인을 한단 말인가

 

미코시바는 소노베 신이치로의 이름으로 일본 전역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한 시체 배달부사건의 장본인이다. 이웃에 사는 다섯 살 여자아이의 몸을 토막내 각 부위를 우편함과 새전함에 배달하고 다녔다. 의료 소년원에 와서 이나미 교도관에 의해 새 사람이 되고 공부를 하여 변호사가 되었다.

 

신이치로가 살인을 저지른 후 30년 동안 인연이 끊겼던 어머니와 여동생 아즈사가 의뢰인으로 나타났다. 예전 이름 소노베 이쿠미. ‘시체 배달부소노베 신이치로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고 나면 변호하기를 꺼려 하여 미코시바를 찾아온 것이다.

 

미코시바가 사건을 일으키고 1년 뒤 남편 소노베 겐조가 자살하자 이쿠미는 손에 들어온 남편의 사망 보험금으로 손해 배상금 일부를 지불하였다. 남편의 자살 후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견디지 못해 아즈사와 집을 떠났다. 아즈사는 독립을 하고 이쿠미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구혼 파티에서 나루사와 다쿠마를 만났다. 먼저 청혼을 해온 사람도 다쿠마였고 둘다 재혼이었다.

 

미코시바는 새삼 인간 인식의 얄팍함을 떠올렸다. ‘악덕의 관을 고매한 변호사에게 씌우면 교활이 되고, 범죄자에게 씌우면 흉악이 된다. 빈곤한 상상력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 방해가 되는 줄도 모르고 희희낙락 떠는 모습은 우스꽝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다.(p109)

 

친어머니를 변호하기 위해 나루사와 다쿠마의 전부인 사키코가 살았을 때, 이쿠미가 살았을 때 이웃들의 평가를 들어보려 한다. 생물학적으로 자신을 낳아주었다고는 하지만 이쿠미라는 인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게 아닐까 14년 동안 부모 자식으로 살았지만, 그뿐이었다. 그녀가 무죄인지도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시체 배달부 사건은 검사 마키노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이지만 중대 사건으로 서류와 사법 연수원 강의에서 수없이 보고 들었다. 변호사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미코시바가 친 어머니 변호를 맡는다면 자신이 이길 수 있을지 다방면으로 조사를 한다.

 

정말일까. 살인자의 기질은 유전된다는 편견이 현실과 인터넷 양쪽 세계에 떠돌고 있는 것이다. 가설이어도 우생학적 사고를 견지하는 인간은 늘 어느 정도 존재하고 또 인간들은 대부분 편견을 좋아한다. 집안 계보로 사이코패스나 연쇄 살인범을 특정할 수 있다고 하면 군침을 흘리며 조사를 찬성할 것이 분명하겠다. 살인자의 기질이 유전된다는 선입견을 지니면 시체 배달부를 아들로 둔 이쿠미 역시 살인자 기질을 지녔다고 결론 내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변호 측에 매우 불리해진다.

 

마지막 공판에서 가장 걸리는 일은 미코시바가 잊고 있던 과거 사건이다. 아버지인 소노베 겐조의 죽음의 진실을 29년전 수사를 했던 현경 도모하라가 마키노에게 보고 해주는 것이다.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마치 같은 선율을 반복하는 윤무곡처럼.’ 과연 어머니 이쿠미는 살인자 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괴물 미코시바의 모습이 애달프게 여겨질 것이다. 다음 작품 [복수의 협주곡]도 기대가 된다. 빠른 시일내에 속죄의 소나타, 추억의 야상곡을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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