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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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과 죽음에 대하여

 

 

이 소설은 남자 요한네스의 탄생을 시작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읽어 가면서 느끼겠지만 함축적인 단어들이 많이 쓰였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막막하고 두려울거 같다. 이 책속에 죽음은 한 사람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사랑하고, 죽어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늙은 산파 안나가 더운물을 달라고 한다. 아내인 마르타가 아이를 출산하려고 한다고 올라이는 생각한다. 마르타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고, 딸 마그다를 얻고 신이 자식을 하나 더 보내줄 것임이 자명하다. 틀림없이 사내아이가 태어날 것이다. 이 아이는 할아버지처럼 요한네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리라.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이곳에서 요한네스는 어부가 될 것이다. 그의 아비처럼 요한네스는 그리 될 것이다 고요가 이어진다 이 모두 올라이의 바램이다.

 

요한네스가 잠에서 깨어나지만 몸이 찌뿌드하다. 아내 에르나가 죽은 후 모든 온기가 떠나버린 듯 집안이 썰렁해진다. 히터를 올려도 연금을 받아도 집안은 따뜻해지지 않았다. 요한네스는 부엌에서 커피 주전자를 올려놓고 먹을걸 만든다. 산책이나 가볼까 별일 없는지 둘러보기 날씨가 궂지 않으면 배를 타고 가까운 바다로 나가볼 수도 낚시를 해볼수도 있을 것이다. 아침에 매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아침이면 담배 생각이 너무도 간절하였다. 오늘은 전혀 다르다. 부엌에 가도 춥지도 덥지도 않다. 담배연기를 한 모금 빨아들이면 언제나 팔다리가 노곤해지면서 고요함 이런게 찾아오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아무 느낌이 없다.

 

요한네스는 장성한 자식들이 있고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막내 싱네의 가족들을 생각한다. 오랜 친구 페테르 친구가 세상을 떠난 것은 슬픈 일이다. 만으로 내려가는 길에 페테르가 보인다. 에르나는 오래전에 죽었는데, 무작정 집으로 가면 에르나가 있다니, 집에 가면 커피를 끓이겠다던 에르나의 손이 차갑게 느껴진다.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요한네스가 페테르 집으로 가고 있다. 막내 싱네가 다가오고 있는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스쳐간다. 왜 아버지인 나를 몰라볼까 생각한다. 그는 죽은 것이다.

 

요한네스, 아버지, 일어나세요, 싱네가 말한다

아버지는 대답이 없고, 꼼짝하지 않는다

안 돼요 아버지, 아버지, 일어나세요, 그녀가 말한다

요한네스, 아버지,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싱네가 말한다(P120)

 

오늘 아침 일찍 숨을 거뒀어, 이제 자네도 죽었다네 요한네스, 우리가 가는 곳엔 몸이란 게 없다 그러니 아플 것도 없지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고,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이 나지, 파도 소리도 들리지 않고, 한기도 들지 않을 거야, 자네가 사랑하는 건 거기 다 있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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