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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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류시화

 

 

오래전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시집을 구입하여 읽어 보았다. 시집에 나오는 글들이 좋았다. 이 책은 2002년 나오고 올해 개정판으로 나왔다. 시를 쓰고 명상에 관한 책들을 번역하며 해마다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는 류시화는 길 위의 시인이다. [지구별 여행자]는 저자가 15년 동안 매해 인도를 여행하며 얻은 사람의 교훈과 깨달음의 기록이다. 지구별 여행자 책과 함께 메모지도 있어서 잘 쓰고 있다.

 

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 세상이 곧 책이었다. 기차 안이 소설책이고, 버스 지붕과 들판과 외딴 마을은 시집이었다. 그 책을 나는 읽었다. 책장을 넘기면 언제나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p5

 

책을 읽으면 여행길에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인도를 홀로 여행은 못 가니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성자와 걸인, 사막의 유목인, 여인숙 주인, 새점 치는 남자 등과의 만남은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여행을 왔으며 인생 수업을 받는 학생이라는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신은 어디에 있는가에서 무임승차한 사두는 기차 안에서도 신을 발견할 수가 있소한 마디로 검표원의 태도를 바꾸게 만들었다. 인도에서는 무엇인가를 마셔야 한다. 망고 주스를 사러 간 가게의 주인과의 대화에 웃음이 나온다. 대화가 안 통하는 것도 있지만 노인의 느긋함을 우리는 배워야겠다. 친구 여동생 결혼식 가는 길에 강도를 만났다. 그 강도가 다른 날강도를 조심하라고 충고를 하였다.

 

올드 시타람 여인숙을 들어서다가 올드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했다. 방이 더러워서 깍자고 하니 주인의 말은 명언 같다. ‘숙박비를 깎는다고 해서 방이 새것이 되는 건 아니잖소커다란 쥐 한 마리가 먼저 방을 점검하고 나오는 중이었다.

 

인도의 모든 신은 고유의 동물을 타고 다닌다. 시바 신은 소를 타고 다니고, 코끼리 신 가네샤는 쥐를 타고 다닌다. 코끼리가 어떻게 쥐를 타고 다닐까 의아해하겠지만, 인도의 쥐가 얼마나 큰지 알면 금방 의문이 풀린다.p42

 

명언을 좋아하는 식당 주인의 입담이 재미있다. 그는 음식을 낼 때마다 영혼을 위한 음식이라 한다. 고독한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명언 하나를 선물했다. “어디를 가든 당신은 그곳에 있을 것이다

 

음식에 소금을 집어 넣으면 간이 맞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소금에 음식을 넣으면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소. 인간의 욕망도 마찬가지요. 삶 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 속에 삶을 집어 넣으면 안되는 법이요

 

나환자인 거지 여인의 손을 잡고 작별 인사를 해주었다. 다음날 떠나지 못하고 다시 만난 여인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떠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저자가 여자의 손을 잡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누가 문둥병에 걸린 여자의 손을 잡겠소? 그래서 그 여자는 행복에 넘쳐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콧등이 시큰해지면서 인간은 서로 만져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 신발을 사서 배낭에 메고 식당에 들어갔는데 한 무리가 나타났다. 그런데 신발을 신고 달아나는 것이다. 배낭에서 훔친건가 달려가서 신발을 뺏어 신고 동네 사람들이 경찰서에 가야 한다고 한다. 신발도둑은 신경질적으로 웃어 대며 돌아갔다. 저자는 숙소에서 배낭을 열어보고 얌전히 있는 자신의 신발을 보고 멍해졌다. 애맨 사람 신고 있는 신발을 뺏고 도둑으로 몰았으니 다음 생에 반드시 그 남자에게 신발 한 켤레를 갚아야 할 것이다.

 

저자가 만난 인도인들은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마음을 울리는 명언들이 스며 있다. 인도는 무엇보다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했다. 세상을, 사람들을, 태양과 열기에 들뜬 날씨를, 신발에 쌓이는 먼지와 거리에 널린 신성한 소똥들을, 때로는 견디기 힘든 더위와, 숙소를 구하지 못해 적막한 기차역에서 잠들어야 하는 어두운 밤까지도 받아들여야함을 배웠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라 마음 치료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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