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대왕
김설아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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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의 탈주 김설아 하이브리드 사운드

 

 

2004[현대문학]에서 무지갯빛 비누 거품으로 등단한 김설아의 첫 번째 소설집 고양이 대왕이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여느 소설과 다른 SF, 판타지, 패러디를 한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는 표현이 맞을 거 같다. 8편의 단편소설인데 읽어 내려가다 보니 재미가 있다.

 

[외계에서 온 병아리]

한 노인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불쌍한 할아버지라는 말이 들린다. 환청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노인은 물체 하나를 발견한다. 병아리였다. 우리 친구해요 할아버지를 위로하려고 왔다고 한다. 길가던 청년, 처녀 등 많은 사람들이 길가에 모로 누워서 병아리의 말을 듣느라 모로 누워서 일어나지 않았다. 종로 일대가 교통이 마비 되고 TV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대신 병아리형 외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병아리들이 하나 둘 죽어가기 시작하면서 모든 소동과 혼란은 끝났다.

 

[모든 것은 빛난다]

승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춘삼월이면 신부가 되는 소라는 1캐럿 다이아를 해달라고 한다. 결혼식에 끼고 갈만큼 다이아 반지를 좋아했다. 바로 아이가 생기고 만삭일 때 유산이 되었다.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혼잣말을 하고 상대는 켈리인 반지였다. 남편과의 오해, 대화의 부재, 무관심으로 버티다 오 년 후 이혼을 하였다. 어느 날 목욕탕에서 켈리를 잃어버렸다. 모든게 끝인줄 알았는데 세상의 모든 것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고양이 대왕]

40대인 아버지가 이상해진 것은 석 달 전 주말 회장님 댁에 초대를 받아 다녀온 날 뒤부터였다. 엄마는 회사에 갱생 프로그램을 받고 변했다는 직원들 얘기를 들었다고 하니, 천 명에 한 명 꼴이지 않느냐고 걱정 말라고 달랬다. 아버지는 고양이가 되었다. 매우 정신 사납고 이해가 안되는 동작도 하고 한밤중에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방안을 달려간다던가, 다리를 모으고 데굴데굴 구르는 동작도 한다. 고양이 아버지 때문에 학교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는데 주리의 아버지는 비둘기로 변했다는 것을 듣게 된다. 나의 아버지도 새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잠시 아쉬워한다.

 

[우리 반 좀비]

우리 반에 좀비가 등교한다는 소문이 돌고, 놈이 등교하기 시작하자 점점 결석자가 늘어나 과반수가 장기 결석을 하고 있다. 3주 전 봄 소풍날 화장실에서 피범벅이 되어 진구는 쓰러져 있었다. 소풍 떠난 아들이 시신으로 돌아오자 진구의 부모는 오열했다. 사흘 뒤 진구가 돌아왔다. 창고에서는 남녀 할 것 없이 포르노를 찍고 있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죽었다 살아나면 좀비가 되는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청년 방호식의 기름진 반생]

방호식을 만나면 환자마저 식욕이 돌아오고, 배고픈자, 지나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은 너만 만나면 입맛이 돌아하며 그와 사귀었던 사람들은 살이 찌고 헤어지거나 만날 일이 없으면 살이 빠지곤 한다. 방호식은 잘생긴 것도 호남형도 아닌 펑퍼짐한 몸매이지만 결코 돼지 같거나 혐오스럽지는 않다. 그는 구두쇠였다. 자연스레 돈을 쓰는 것 같지만 결국 계산해보면 당신도 똑같은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방호식은 똑똑하였지만 먹는 것에 대해서는 이성을 잃었다. 먹는 것은 그의 삶에 있어 유일한 낙이었고 존재 이유였기 때문이다. 무조건 싸고 양 많고 맛있는 것이면 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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