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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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고고학 하면 사람들은 영화 [인디아나 존슨]나 유적을 떠올리겠지만 흥미로운 모험과 보물이 가득한 알 수 없는 연대기만 나열된 고고학 개론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 고고학자가 흙 먼지 뒤집어 쓰고 유물을 발굴하는 과정에 체험한 그를 통해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가 녹아 있다고 하였다.

 

고고학은 유물을 연구해서 과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지식, 문화 등을 밝히는 것이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과거를 생각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인류의 진화하는 숙명이다. 고고학자들은 붓질로 인골 주변의 흙을 털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계속하다 보면 감정이 전이 되곤 한다.

 

록스타 프레디 머큐리의 집안은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시신을 잘게 해체해서 독수리가 쪼아 먹은 후에 남은 뼈를 항아리에 담는 방식)를 믿었다. 발굴을 하다 보면 과거에 불을 피웠던 자리를 만나게 되고 요리를 한 듯한 동물뼈들도 발견된다. 남은 것은 불을 태운 흔적과 재뿐이지만 거기에서 생기는 수많은 의식, 요리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불과 재는 둘 다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다. 재 속을 헤집듯 자기 안을 천천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

 

 

 

죽음 이후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고학자들은 대부분 흙을 퍼내면서 보내는데 화려한 유물을 평생 한 번이라도 발견하는 학자는 많지 않다. 황금 대신에 일과를 끝나고 마시는 맥주 한잔의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옛 유물을 발굴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리는 대목이다.

 

쌀국수 먹을 때 들어가는 고수풀 처음에 이런 맛이 있나 하고 꺼렸었다. 저자는 시베리아에서 작업을 할 때 음식도, 고된 일도 아닌 모기가 힘들었다. 동료들은 모기약은 몸에 안 좋으니 자기들처럼 고수풀을 많이 먹어보라고 권하였다. 기분 탓인지 모기가 적어졌다. 향이 진하니 모기도 접근을 못하였나보다. 우리는 술을 언제부터 마셨나 유래, 고대인들도 먹었던 보약 한국을 대표하는 인삼, 옛날에는 마약이 감기약으로도 쓰였다는 이야기들은 신기하다.

 

시베리아 평온에 잡초들 속에서 역한 냄새가 나는 대마의 일종인 코노플리였다. 헤로도토스는 직접 사방을 다니면서 자료를 모았다. 대마초를 피우기 위한 증기욕 세트가 발견되었다. 물이 귀하고 추운 지역에 증기욕은 최고의 사치였다. 환각이 강하지 않아서 일반 사람들 사이에도 확산 되었다. 오늘날 찜질방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것처럼 말이다.

 

 

 

음식물쓰레기 중에서 조개는 세월이 흘러도 썩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고대 바닷가 지역에서 조개껍데기만 수북이 쌓여 있는 흔적들이 나오는 것이다. 패총 발굴은 고고학자들에게 힘든 과제이다. 조개껍데기와 생선뼈들을 분석해야 하는 긴 시간이 이어지기도 한다. 저자가 패총 발굴을 경험한 곳은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 근처였다. 조개마다 번식하는 수온이 다르기에 당시의 기후를 알 수 있다. 젓갈의 역사, 발굴을 통해 수천년전의 식중독도 알 수 있는 것은 대단한 발견이다.

 

발굴에서도 위조가 있다. 아마추어 고고학자 찰스 도슨, 구석기 유물 위조 사건 일본인 후지무라 신이치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에서 그런 일을 벌였을까. 우리 국보 274호가 영구 결번된 이유도 그렇다.

 

고고학자들은 발굴을 수술 자국이 작을수록 좋은 외과수술에 비유하기도 한다.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든다는 속담이 있다. 고고학도 그러하다. 과거의 유적이 파괴되어 우리에게 그 속살을 보여 줄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인들의 모습을 알게 된다.

 

고고학자에게 명성은 마치 헤엄치는 고래와 같다. 고래는 오랜 기간 물속에 잠겨 있다가 때가 되면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분출한다. 가끔 수면 위에서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는 건 좋지만 고래가 살아야 할 곳은 물속이듯, 고고학자의 가장 큰 즐거움은 혼자 외롭게 유물을 바라보는 중에 피어나야 한다. 이 글귀가 마음에 든다. 역사, 고고학이어서 어려울줄 알았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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