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를 찾아서 - 인간의 기억에 대한 모든 것
윌바 외스트뷔.힐데 외스트뷔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바다에 사는 생물과 우리 뇌 사이의 거리는 멀지만, 바다의 해마와 뇌의 해마 사이에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새끼들이 바다에서 헤엄치는 데 위험이 없고 그들이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을 때까지 배에 알을 품는 해마 수컷처럼, 뇌의 해마 역시 무언가를 품는다. 그건 우리의 기억이다. 이 책은 뇌과학이다.인간의 뇌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읽어 보길 바랍니다.

 

기억은 괴물이다. 당신은 잊어버리지만 기억은 잊지 않는다. 모든 것을 저장해 둔다. 당신을 위해 보관하고 감추어 놓는다. 그랬다가 당신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다시 꺼내 놓는다. 당신은 당신이 기억을 소유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기억이 당신을 소유하는 것이다.

 

1953년 무렵 외과 의사인 윌리엄 비처 스코빌은 헨리 몰레이슨을 만났다. 헨리는 뇌전증(간질)으로 한 시간에도 여러번씩 발작을 겪었다. 뇌전증 치료하기 위해 해마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는데 부작용이 생겼다. 헨리는 수술이 끝나고 2~3년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고, 짧은 순간 바로 기억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무엇도 회상할 수 없었다. 헨리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슬픔도 다음 날에는 잊혔다.

 

헨리를 연구해서 얻은 중요한 결과는 그런식으로 수술을 받지 않고 뇌전증, 정신분열증 환자의 해마 둘을 다 제거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때때로 어떤 것은 나중에 쓰기 위해 저장해 놓고 뇌의 공간을 정리한다. 다행한 일이다. 우리 생애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해야 한다면, 우리는 종일 앉아서 회상하는 일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테르예 뢰모의 실험에 의해 기억은 뇌 안의 뉴런들 사이의 회로이다. 무언가가 기억으로 저장된다는 것은 켜지거나 꺼지는, 뇌에서 신호를 점화하거나 안 하는 뉴런들의 새로운 연결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수명이 긴 동물은 기억을 더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코끼리가 그러한데, 정말로 코끼리처럼 기억을 한다. 23년 전에 함께 서커스단에 있었는데 두 마리 코끼리가 서로 알던 것처럼 행동했다. 신기한 일이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1908년에 4000페이지에 달하는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집필을 시작했을 때, 출발점은 마찬가지로 기억의 본질 자체였다. 프루스트의 자발적 기억에, 사라진 시간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의존하여 자라났다. 전통적인 이야기처럼 쓴 게 아니라 점차로 기억이 떠오르면서 불어났다. 기억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매 순간 경험을 다시 기억시키는 그 과정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뜻이다. p99

 

노르웨이 사람 대부분은 2011722일 관련된 기억이 있다. 검색을 해보니 영화 ‘722도 나오고 연쇄살인범 테러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었다. 트라우마는 자꾸만 떠오르는, 의지와는 상관없는 기억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허위 기억의 상당수는 아주 어린 시절에 생긴 것이다. 방을 날아다닌 기억은 어린아이들의 부족한 현실 이해의 결과로 그나마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허위 기억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훔치게될 수도 있다. 참전했던 사람들이 집단 치료에서 서로 남의 이야기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그럼 우리는 자신의 기억도 믿을 수 없는 것일까 생각한다.

 

무언가를 지독하게 공부하면, 기억력도 지독해진다. 나아가 뇌가 가시적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배우나 성악가들은 외우는게 많은데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노래하는 내용 단어 하나하나까지 이해해야된다.

 

 

 

우리가 얼굴을 잊어버리는 건 얼굴이 복잡하며 묘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뇌피질에는 표정을 해석하고 기억하는 데 특화된 작은 영역이 있어서 우리가 얼굴을 우리에게 중요한 사회적인 맥락에 연결 지을 수 있다. 하지만 뇌가 맡는 다른 역할들과 마찬가지로 이 어플도 완벽하지는 않다. 그리고 우리가 얼굴을 재인한다고 해도, 그것이 누구의 얼굴인지를 기억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느 맥락에서 누구를 만났는지를 잊어버린다. 처음에 그 사람을 배치시켰던 기억 망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p253

 

 

망각은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에 마주하는 망각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유아 기억상실증이라고 한다. 어느 소설을 읽어보니 세 살 때 기억이라고 하는데 내 기억은 일곱 살부터 기억이 나는 거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경계는 서너 살 때인데 두 살 때까지도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일곱 살이 되었을 때까지도 기억나는게 거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에서 알츠하이머를 충분하게 다룰 수 없지만 피부의 주름, 검버섯, 보행기, 휘는 허리와 사라져 가는 근육, 이 모든 것은 그래도 견딜 만하다. 하지만 기억을 상실하고 따라서 일상생활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진다. 점차로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게 되고, 해마가 제일 먼저 손상되고 새로운 기억의 저장이 힘들어진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어린 시절과 젊었을 때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할 수 있지만, 지난주에 당신이 방문한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

 

두 저자, 신경심리학자 윌바 외스트뷔와 언론인이자 작가 힐데 외스트뷔 자매는 기억이라는 존재가 발견된 때부터 MRI를 이용하는 오늘날의 독심술에 이르기까지 기억에 관한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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