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시고기 책이 나온지 20년이 되어 개정 보증판이 나왔다. 후반으로 갈수록 눈물이 흘러서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리뷰를 쓰면서 울면 어쩌지 걱정은 되지만...부모의 사랑은 주로 어머니의 사랑이 대부분이지만 가시고기는 어머니 사랑 못지 않은 부성애 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다. 아들을 살릴수만 있다면 내 한몸 내어주어도 좋은 가시고기아빠의 사랑,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엄마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버린다.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아빠가시고기가 혼자 남아 돌본다.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다. 새끼들이 무사히 알에서 깨어나면 아빠가시고기는 그만 죽고 만다.

 

백혈병에 걸린 다움이는 열 살이다. 완치되었다가 재발 되어 병동을 지킨지 2년이 되었다. 엄마는 자기꿈을 찾아 멀리 떠나버리고 아빠 혼자 다움이를 간호한다. 집도 날리고 회사도 다니지 못하고 번역일로 근근히 살아간다. 아들 정다움과 아빠 정호연의 시점에서 소설은 이어진다. 아빠는 시인인데 아들이 아프고 나서 시를 쓰지 않는다.

 

 

 

선생님 얼마나 더 아파야 죽게 돼요?”모로 누워 다람쥐 꼴을 한 채 골수를 채취 당하던 날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아이는 아빠의 귓불을 쥐어야 잠이 들었다. 버림받을까봐 두려운 탓이리라.

 

아빠의 아버지는 광부였을 때 사고로 다리를 잃었다. 방황하다가 엄마도 집을 떠나고, 아버지가 맛있는 외식을 하고 나서 소화제라며 쥐약을 건넨다. 죽기 싫다는 아들을 파출소 앞에서 애비로선 어쩔 수가 없으니 네 힘으로 살아가거라 말을 남긴채 떠났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도 아빠가 되었고, 아픈 아들을 살리고 싶었다. 두 번의 재발로 골수 이식만이 희망이었다. 형제가 있으면 골수가 잘 맞을테지만 친인척도 없다. 집 전세를 빼서 무작정 여행을 하기로 한다. 자신이 살던 고향쪽으로 가다가 시락골이라는 산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피노인을 만나 약초와 뱀탕으로 다움이가 회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프랑스로 떠난 엄마가 돌아왔다. 화가가 되어 전시회를 열러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다움이를 만날 생각을 안하다 산속에 들어가 있는 동안 팔방으로 찾았다고 한다. 일본 사람인 미도리라는 사람의 골수가 일치하여 이식을 하게 된다. 아빠는 이식하는 비용을 만들기 위해 장기를 팔기로 마음 먹고 검사를 하는데 간암이었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아들과 며칠 떨어질 수 없어 망설였다.

 

시집을 내면 계약금을 얼마를 받는다고 했는데 홍사장은 차일피일 미룬다. 수술 비용을 마련하는데 막막하다. 군대 후배인 원무과 직원인 송계장이 아빠는 간암이라 판정이 나서 장기는 팔수 없지만 새로운 제안을 한다. 함암제를 개발한 제약회사의 신약을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큰 돈을 준다는 것이다. 사흘동안 입원해서 시험에 들어갔는데 눈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두 번째 투약 이후 복통으로 바뀌고 격렬한 통증이 왔다.

 

그 지경으로 어떻게 아이를 돌봤는지, 도무지 짐작조차 못하겠군요. 고통이 극심하시죠?”그는 웃고 말았다. 고통이 엄습할 때마다 이를 악문 탓에 양쪽 어금니가 주저앉았다. 내부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었는지 배설할 때마다 온통 핏빛이었다.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아이가 했던 말이 떨칠 수 없는 유혹처럼 다가왔다. 버텨야 했다. 어쨌든 아이가 아내를 따라 프랑스로 가는 그 순간까지는 견뎌내야 할 몸뚱이였다.p328

 

 

 

아빠와 아이의 정을 떼기 위한 시간이 2주일이 지났다. 수술도 성공적이라서 퇴원하면 프랑스로 떠날 것이다. 아이와 떨어져 있는 동안 정리한 노트에 한자 한자 적으며 참 많이 울었다. 아이의 성격, 행동, 장점과 단점, 취미, 버릇,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들 이 노트는 아내에게 줄 참이다. 시집은 아들에게 주면 된다. 마지막 아들을 만나는 날 모르핀을 맞고 버티기로 한다. 부둥켜안고 싶지만 등을 보인채로 아들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 그리고 아빠는 널 잊을 거다. 너도 아빠를 잊어버려라. 아예 아빠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