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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 늘 남에게 맞추느라 속마음 감추기 급급했던 당신에게
유수진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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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진 작가는 위태로운 생각을 마음속에만 가두는 것은 위험한 일이며 그 마음을 꺼내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글쓰기라고 믿는다. 부제목이기도 한 늘 남에게 맞추느라 속마음 감추기 급급했던 당신,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막내로 자라서 내 의견을 한번이라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사회생활에도 연관이 되어 도대체 ‘내 것’이라는 것이 있을까. 서른이 되기 싫지만 별거 아니라는 선배의 말처럼 나이는 먹어가는 것이다. 내일 매를 맞더라도 하기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여자라면 머리카락 자를 때 망설임은 누구나 있다.
바다를 보면 속이 뻥 뚫릴 줄 알았는데 효과는 30분. 왜냐면 바다를 보면 술도 술술 잘 넘어가서 잔뜩 마시는 이유란다. 마음을 종잡을수 없을 때 책은 위로가 된다. 나역시 몸이 힘들지만 억지로라도 읽으려고 한다. 그냥 쉬면 좋을텐데... 책을 읽다가 힘들면 쉬고 몇 번 반복을 하니 기운이 조금 나는 듯하다.
‘혼자 여행 가기’는 쉽지 않지만 일단, 제주에 몸을 던져보면 알게 된다. 돌아다니다 귀찮으면 집으로 돌아가겠지. 나도 혼자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해본다. 예능 프로그램<꽃보다 할배>를 시청하면서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고 할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아쉽게도 나에겐 그런 할아버지는 없다. 대신, 내가 그런 할아버지가 될 수 있다. 삶의 지혜와 영감을 나눠줄 수 있을 만큼 치열한 삶을 살고 싶고, 사랑하는 이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내게 고민을 내려놓을 수있을 만큼 나잇값을 제대로 지불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내가 꿈꾸는 나이 듦의 형태다.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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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 같은 말이라도 그날의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항상 우산을 챙겨주는 엄마 덕분에 비를 맞고 돌아다닌 적이 없었서 비가 오면 걱정이다. 저자와 세대가 다르지만 공감이 간다. 나도 비 맞는 것이 싫다.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 92년생 아래 사람들하고 말이 잘 안 통해 라며 우스개 소리를 하는 꼰대? 언니. 퇴사도 내 맘대로 안되는 사회생활의 어려움, 면접을 볼 때 이력서의 공백기를 두고 경력이 좀 비는데 뭘 하셨냐는 물음에 기회 있을때마다 면접 보고 프리랜서 일하고 가끔 여행도 갔으니 결코 ‘빈 시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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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좋은 습관을 발견했다. 열여덟 살 때부터 꾸준히 등산을 즐기고 있다. 공부를 하다가 머리를 식힐 때, 흥청망청 술을 마신 죄책감을 씻어내려, 취준생때 시간이 남아서 산을 오른다. 부지런한 엄마의 아침 밥 짓는 소리 처럼 글도 그렇게 써졌으면 좋겠다는 절실한 마음이 느껴진다.
불안이 오면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 때문에 손톱이 못생겨졌고 누군가 손을 보려고 하면 손을 뒤로 감추었다. 지금은 불안이 올 것 같으면 노트북을 꺼내 글을 쓴다. 마지막 말이 참 좋다. 강인하지 않은 나에게도 붙잡을 손잡이가 필요하다. 손잡이는 바로 글이다. 당신도 흔들릴 땐 손잡이를 꼭 잡아라. 글이라는 손잡이를 잡게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말을 아무에게나 쓰니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저자의 소박하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아껴가며 읽으려 했는데 단숨에 읽어 버렸다.
유수진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편집자를 거쳐 홍보 담당자 및 디지털마케팅 교육 프로그램 기획 운영자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