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다 - 나민애가 만난 토요일의 시
나민애 지음, 김수진 그림 / 밥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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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로 온 시너에게 보낸다

 

 

어떤 시인의 시집이 나오면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시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읽고 지나가는데, 이 책은 다르다. 시 한편에 해설이 담겨 있다. 나도 좋아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딸인 나민애 작가의 해설집이다. 나의 타이틀과 연관이 있는 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다. 제목이 마음에 든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감상평이다. 읽을 때 약간의 눈물이 흐를지도 모른다.

 

태어나 보니 사람이었고 자라다 보니 시인이 아버지였다. 고기가 먹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월급을 털어 에나멜 구두를 사 오셨다. 시가 안 된다며 술을 마시고 펑펑 울던 아버지 모습에 시를 미워했다. 돈도 못 되는 것이 사람을 울린다고 원망했다. 이해 못 할 것을 이해해야 살겠어서 시를 공부했다. 20년을 공부했는데 끝은 단순하다. 시는 나를 울어주고'정성껏' 슬퍼해 준다. 저자의 말이다. 내가 읽어보고 선물을 해도 좋은 시집을 추천한다.

 

 

내마음을 아실 이- 김영랑(1903~1950)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용에 밑줄을 그었다. 특히 혼자 몸이 아플 때, 마음이 아플 때, 처지가 아플 때, 혼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겠구나 느낀다. 몸이 아플 때 옆에서 걱정은 해주겠지만 아픈 건 나 혼자 몫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센 것도 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것이 마음이라지만, 세상에서 가장 센 것도 마음이라는 생각, 그렇게 생각한다. 마음이 단단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을 테니까

 

거미줄/손택수(1970~ )

이 시에서 시인은 한국에서 멀리, 지구 반대편에 와 있다. 반대편이니까 시인이 있는 곳이 밤이면 한국은 낮일 것이다. 시도 시지만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라는 해설에 감동을 받는다. 나의 엄마는 객지에 있던 딸이 결혼하니 두 다리 뻗고 잠을 잤다고 하시더니 내 딸이 크니 그 마음을 알겠더라

 

 

 

둥근 것들은 눈물이 많다.

칼로 수박을 쪼개다 수박의 눈물을 만난다. 사과 배 포도알까지 둥근 것들은 모두 눈물왕국 하나씩 가지고 있다나

한 여름 수박과 선풍기가 없다면 여름을 무슨 힘으로 버틸까. 지구도 동그니까 눈물이 많다는 뜻일까 우리는 지구를 수박 파먹듯이 열심히 파먹는다.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시인데 웬지 끌린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나태주]

자신의 아버님을 소개하는데 나는 이 시인을 아주 잘 알고 있는데라고 한다. 시를 읽으며 눈물 짓다가 여기에 이르러 웃음이 나온다.

    

 

 

이 삽화는 아픈 손끼리(허영자) 시의 삽화다. 이 시대의 위로는, 아픈 사람에게서 아픈 사람에게로 흐른다. 손이 시릴 때는 주머니에 푹 담기라도 하지, 마음이 시릴 때는 대책이 없단다. 마음은 시리다. 어디 누군가가 따뜻한 기운을 나눠준다면 좋겠다. “아픈 손이 아픈 손끼리 마주 잡는다고 말한다. 병원에 가보면 아픈 것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 공감이 되는 그래서일까 그림이 마음에 든다.

 

봉숭아꽃(민영1934~ )

민영 시인은 남자인가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봉숭아를 따서 아들 손톱 위에 매어 주었다. 오십 세까지만 봉숭아물을 들였기 때문에 슬프고 속상하다고 한다. 어머니가 이 세상에 안 계시다는 말이다. 봉숭아물에 당신도 한 토막 기억을 떠올려보면 좋겠다.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읽기만 해도 감동적인 함석헌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이다.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겠지만 나에게 그 사람이 있는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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