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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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까지의 기억, 나와 엄니와 아부지, 세 사람의 가족이 한 집에서 함께 살았던 때의 기억을 하는 릴리 프랭키의 이야기이다. 본명은 나카가와 마사야 엄니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라고 해도 틀린말은 아니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던 어머니가 암에 걸려 세상을 뜨기 직전에 쓴 자전적 소설이다.

 

이 소설은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지하철 안에서 읽는 건 위험하다라는 입소문만으로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중간쯤 읽어 가면 이 말의 뜻을 알 수가 있다.

 

가족관계란 몹시 신경질적인 것이다. 무신경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일수록 실은 세심한 신경이 필요하다. 금이 간 거실 벽, 가령 이미 눈에 익어버려서 그것을 웃음거리로 바꿀 수 있다 해도 거기서 확실하게 바람은 들이닥친다. 웃고 있어도 바람은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p37

 

폐광이 멀지 않은 치쿠호에서 나는 엄니와 단둘이 살았다. 가난하지만 정다운 이웃들 친구들과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 채 언제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런 인물이었다. 풍족한 생활은 아니지만 갖고 싶은 것은 항상 사주는 편이라 궁핍한지 모르고 지냈다.

 

오이타현에 미술학교를 진학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아직 불안도 외로움도 알지 못했지만 특별한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작은 자립을 이루었다는 기쁨인지 폐광촌에 매몰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서 벗어난 데 대한 안도감이 일었다. 그렇게 엄니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왔다. 생각보다 학교 생활에 충실하지 못하였지만 담임 선생님과 엄니 뒷바라지 덕분에 졸업은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시험을 치러보기로 했다. 시험운이 좋은지 아빠 말대로 어릴 때부터 운이 좋았다니께 그래서 그랬는지 도쿄 서부의 무사시노 미술대학에 합격을 하였다. 그 당시 청년들에게 동경의대상이던 도쿄에서 빈둥거리다 졸업도 하지 못하고 빚만 쌓여 간다. 그 모습도 닮고 싶지 않았던 책임감 없던 아버지와 닮아 있었다.

 

어느 날 엄니는 갑상선 암이라고 하였다. 수술을 마치고 병실에 온 엄니는 창문으로 보이는 도쿄 타워를 손끝으로 바라보며 참말로 아름답다야라며 미소를 지었다. 회복 단계에서 이모들과 마지막 여행을 하게 되고 다행히 몸이 좋아졌다. 엄니의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자 도쿄에서 같이 살게 된다. 통원 치료 하기도 좋아서였다. 윗층이 볼링장이어서 소음이 있을지라도 식당 구석방, 폐원한 병동, 친척집 다양한 곳을 전전하며 살았고 늘 눈치를 보았지만 이곳이 우리집이라고 편안하게 살게 되었다

    

5월에 어느 사람은 말했다.

도쿄에서 살다 보면 그런 뻔히 다 알만한 일을 이따금 알 수 없게 된다고 그 사람은 말했다.p105

 

 

엄니가 도쿄에 나온 뒤 7년이 흘렀다.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아가니 스키루스 암으로 위암이라고 한다. 암이 완전히 퍼져 있어 수술 할 수도 없다는 엄니는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보라며 상자를 내밀고 부조회 서류도 보여준다. 한 달에 3천 엔씩, 수십 개월 적립되어 있었다. 앞으로 2, 3개월이라고 하였다. 따스한 봄날 이모들과 숙소에서 하룻밤 묵으려던 그날 응급실로 돌아왔고 상태가 악화 되었다. 엄니와 도쿄 타워 전망대에 가보자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칠순을 한달 남겨 두고 엄니는 돌아갔다. 마사야는 엄니의 장례를 마치고 아버지에게 왜 별거를 했냐고 물어본다. 여자 때문에? 네 할머니여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던 내용인데 고부간의 갈등이 있었구나 엄니는 자기와 같은 갈등을 겪지 않으려고 아들의 여자 친구에게 잘해주고 사이가 좋았던 거였다.

 

이제껏 고생만 시키고 그저 받기만 하고 내내 걱정만 끼쳤던 것, 그 모든 것을 언젠가는 갚을 거라고 생각하며 미뤄두었다. 결국 은혜를 갚기는커녕 고맙다는 감사의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엄니를 보내고 말았다.p455

 

상을 받고 책이 많이 팔린 것보다 한참이나 목소리도 듣지 못했던 부모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다거나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자고 불러냈다는 독자들의 반응이 더 기쁘다는 릴리 프랭키의 수상 소감이다. 도쿄타워2006년 서점 대상 수상작이고, 영화화 되었고 12년만에 개정판으로 나왔다. 릴리 프랭키의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한 각박한 세상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느껴 보실 분은 읽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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