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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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박물관에서 죽은 새를 도둑질한 에드윈 리스트 이야기를 듣고 범죄의 진실을 찾기 위해 5년의 시간을 쏟아 부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어떤 결말을 초래하는지 담담하게 다가 온다. 저자의 생생한 논픽션,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반드시 소유하려 한다.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는 모든 생물의 이름을 파악하기 위해 목록을 만들고 식물을 채집해 표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식물에서 곤충으로 이어지며 찰스 다윈의 책을 읽고, 탐험가의 꿈을 키웠다. 곤충학자 헨리 베이츠와 친분을 맺고 원정 계획을 세우고 파라에서 아마존강으로 들어가서 표본을 수집한다. 새로운 종을 발견하기 위해 경쟁하는 입장이었다. 몇 달간 황열에 시달리기도 하여 탐험을 끝냈다. 배에서 불이 나서 윌리스가 목숨을 걸고 수집한 수만점의 가죽, , 물고기 표본들이 다 타버리기도 하였다.

 

월리스가 싱가포르에 도착하여 1000마리에 달하는 700여 종의 딱정벌레를 표본으로 만든 것을 영국 박물관은 모두 사들였다. 윌리스는 5년 동안 말레이제도의 열대 섬을 돌며 수개월씩 집중적으로 탐험을 하고 동물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표본을 만들고 이름표를 붙여서 종들 간의 미세한 차이도 연구했다. 8년이 넘는 기간 동안, 포유류 310, 파충류 100, 조개류 7500점 나방과 나비 13100, 딱정벌레 83200, 기타 곤충 13400점의 조류 표본이었다. 박물학자 월리스의 업적이 나온다.

 

 

 흐름출판에서 카드를 별도로 제작하여 보내주었다.

 

학문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에드윈은 홈스쿨링이라는 자유로운 교육 방식 덕분으로 플루트 연주자로서 집중력을 보인다. 어느 날 아버지가 글을 쓰기 위해 가져온 낚시에 대한 비디오를 보는 순간 플라이 매력에 빠진다. 곤충 전문가이고 낚시 애호가인 조지 후퍼에게 플라이 기술을 배우게 된다. 에드윈 형제는 대회에 나가게 되고 [플라이 타이어] 표지에 실리면서 인정을 받는다. 플라이 잡지나 책에서 본 플라이들과 똑같이 만들기 위해 연습을 하지만 자신이 만든 것은 모조품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고민을 하다 진짜 깃털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타이어들이 우상하는 깃털은 집까마귀, 푸른채터리, 케찰이었다.

 

채터리라는 플라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최소 150~120개의 푸른채터리 깃털이 필요하다. 쿠튀리라는 고수에게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메일을 주고 받는 것은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답장을 받은 것처럼 기뻤다. 에드윈이 열여섯 살이 되어 미국 자연사박물관 파충류관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면서 관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2007년 에드윈은 영국 왕립음악원에 합격을 한다. 쿠튀리에한테 영국에 가면 트링 자연사박물관에 꼭 가보라는 메일을 받는다. 조류 표본은 트링에 있는 박물관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가기도 한다. 플라이타이어에게 희귀 깃털이 로망이듯, 플루티스트들도 좋은 플루트로 연주하고 싶어한다. 에드윈은 새 플루트를 사기 위해 박물관 새를 훔치기로 마음을 먹는다.

 

 

  흐름출판 서평단 서포터즈로 첫 책을 받았다. 책을 사랑하는 당신께 너무 기분 좋은 글귀다.

 

런던 트링역. 에드윈 리스트는 바퀴 달린 여행가방에 라텍스 장갑, LED 손전등, 철사 절단기, 다이아몬드 날이 달린 유리 커터를 담았다. 에드윈이 훔친 새는 모두 299마리였다. 인터넷이나 이베이 사이트에 글을 올려 판매를 하였다. 박물관은 도난 사건 한달 후 새의 표본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지만 단서도 찾지 못하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에드윈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집을 방문했을때 299마리 중에 온전한 상태는 174마리였고, 그중 이름표가 붙어 있는 것은 102마리였다.

 

최종 선고 법정에서 에드윈은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박물관의 새를 가져가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인줄 몰랐다거나 자신이 잡힐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일종의 자폐증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려 집행유예 12개월을 받았다.

 

저자 존슨은 죽은 새를 훔친 도둑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 자료를 모으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에드윈에게 인터뷰에 응해달라고 요청한지 3년만에 답장이 왔다. 질문지 284개 중에 단 두 가지만 질문을 하게 되었다. 감옥에 가지 않게 해준 아스퍼커증후군이 있는지? 사라진 새들은 롱이 가져 갔는지? 에드윈은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수집한 새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다뤘다고 했다. 자기가 한 짓이 범죄라는 것을 알지만 도둑이 아니라는 말이 놀라웠다.

 

 

이 책은 2009년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쓴 범죄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에서 봤던 여성들의 옷과 모자를 장식하는 깃털, 연어 낚시에 사용되던 플라이 타잉의 이야기도 처음 알게 되었다. 패딩 한 벌에 들어가는 깃털만 수십 마리의 오리나 거위가 희생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인간의 안녕과 아름다움을 위해 동물이 치르는 희생이 가혹하다. 수백개의 새 가죽을 훔치고 죄책감 없이 법망을 빠져나간 에드윈과 빅토리아 시대 연어 플라이타잉을 만들며 예술을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과 욕망에 빠진 그들의 모습이 꼭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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