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드디어 여행의 이유를 읽게 되었다. 김영하라는 작가를 잘 알지 못할 때 오직 두사람을 읽었다. 소설이 좋아서 다른 책들도 읽어 보았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영화화 되었다. 좋아하는 배우가 주연이지만 무서울 거 같아 영화는 안보고 책을 다시 읽어야지 했는데 아직 까지 재독을 못하고 있다.

 

2005, 집필을 위해 중국 체류 계획을 하고 중국으로 떠났는데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흔치 않은 경험을 당한 작가는 집에 와서 무사히 소설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경험이 지금의 글을 쓰지 않았나 좋은쪽으로 생각을 한다. 여행기란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저자의 첫 해외여행은 대학 4학년 때 중국여행이었다. 처음 여행이어서 패치형 멀미약 키미테를 붙이고 간 이야기, 안형사라는 노형사와 친분을 쌓아 도피자였을 때 무사히 넘긴 이야기는 지금의 작가로 거듭날 수 있었겠구나 긴장하며 읽었다.

 

작가들은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많이 할거라 생각하는데, 저자는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기억이 거의 없다. 지금까지 낸 스무 권의 책들 중에서 두 권만 모국어의 영토 밖에서 쓰였고, 여행기도 집으로 돌아와 썼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든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은 현재 안에 머물게 된다.(오직 현재)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앉은 자리에서 모든 정보에 접속 가능한 현대에 이르러서도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여행 인구는 멈출 기색 없이 증가하고 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은 즐겨 보았던 예능이다. 저자는 매년, 여행을 떠나온 게 이십 년이 넘었는데 여행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 앞에 언제나 깊이 생각하게 되고 미적지근한 대답을 내놓게 된다. 나는 취미란에 항상 여행을 써넣었다.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 독서로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한다. 멀리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집 밖을 떠나 내가 사는 도시의 유원지를 가는 것도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개 여행지에서는 누구나 아무것도 아닌 자’(nobody)가 된다. 사람들은 지루하고 평화로운 일상에 침입한 낯선 이를 눈여겨 본다. 친절을 베풀 수도 적대적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여행자들은 현지인처럼 보이고 싶어하기도 한다. 마치 휴일을 맞아 산책을 나온 현지인처럼? 매력적인 도시에서는 습격을 감행하는 여행자가 되어 노바디가 되어 가급적 눈에 띄지 않으려 한다.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도 있겠다.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집에 가만히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보면 돈도 안 들고 안전할텐데 말이다.

 

배를 타면 뱃멀미를 하게 되는데 흔들림에 익숙해지면 멀미가 잦아든다. 흔들림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찾아오는 낯선 단단함을 땅 멀미라 한다. [여행으로 돌아가다]에는 작가가 자신을 여행자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겼다.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p207

 

여행의 이유를 캐다보니 삶과 글쓰기, 타자에 대한 생각들로 이어졌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여행에서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사람도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굴러간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을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 그것이 이 지구에 잠깐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이 서로에게 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일이다.[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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