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요리에 대한 에세이. 어려서 요리를 배울 기회가 없었던 저자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 부엌에 들어가서 요리를 책으로 배우며 조금 까칠하고 투덜되는 위트 있는 에세이다.

 

보통 어릴 때 요리를 배우지 않는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밥을 지었다. 연탄불에 밥을 해봤고 시골로 이사 가서는 불을 때면서 연기를 마셔가며 밥을 했다. 처음 몇 번은 삼층밥을 지어 식구들 밥이 모자랐던 적이 있다. 요리 학원 두 달 다닌 적이 있었는데 레시피대로 만들어서 맛을 보니 개량컵 없이 만들 때 보다 맛이 없어 책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싸준 눅눅하고 비트 물까지 들인 샌드위치 도시락의 얽힌 어색했던 기억도 떠올린다. 나이가 들어 그때 그 샌드위치 그래도 나름 독창적이고 맛있었다라고 말한다.

반스는 다양한 저자들의 요리책을 읽고, 레시피들이 언제나 명확한 것이 아니다는 것을 알기에 요리책을 보다가 저자에게 전화를 걸기도 한다. 현학자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의 친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중간 크기의 양파 두 개에서 레시피 저자들이 볼 때 양파의 크기는 딱 셋으로 나뉜다. 작은 양파, 중간 크기의 양파, 큰 양파, 양파들의 크기가 다양한데 저자는 딱 맞는 것을 찾으려고 현학적으로 양파 소쿠리를 한참 들척이게 되었다에 빵 터졌다. 줄리언 반스는 스스로를 부엌의 현학자라고 부르며 레시피 재현 실험을 하고 계량 컵이나 음식재료의 수치를 재는 등 웃음을 선사한다.

   

 

 

여러분은 요리책을 몇 권 가지고 있습니까? 양념하는 요리책인데 처음에 몇 번 응용해보고 아직 꺼내보지도 않는다. 신혼때는 요리 백과를 사서 장을 보고 레시피대로 따라 해봤다. 지금은 인터넷에 제목만 치면 다양한 레시피들을 선 보이기에 출력해서 요리를 하기도 한다.

 

요리책 장서가의 길을 떠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 화보를 보고 책을 사지 말 것. 화보를 가리키며 나도 이걸 만들어야지라고 하지 말 것. 못 만든다. 지면 배치가 복잡하고 화려한 요리책은 절대로 사지 말 것. 범위가 너무 넓은 책은 피할 것. [세계의 일품요리] 이런 제목. 집에 주스기가 없으면 주스 책을 사지 말 것.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요리 비결을 알려주는 책은 사지 말 것. 나만의 요리 파일을 모아두는 데 적어도 두 번은 만들어보고 오래도록 쓸 가능성이 있으면 레시피 파일에 포함시키는 게 좋다.

 

저자는 지인들을 저녁 초대를 한다. 여섯 사람 자리가 마련된 식탁을 보고 한 부인이 참 용감하세요. 전 더 이상 디너파티 같은 건 안 해요.”이에 대한 응답은 이건 디너파티가 아닌데요.” 하였다. ’친구들이 저녁을 먹으러 온다는 완곡한 표현이 아니라 다른 표현이지 디너파티라는 말은 없다고 한다. 디너파티라면 왠지 세 코스 식사를 <애피타이저, 메인코스, 디저트>를 준비해야만 할 것 같아서라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저녁을 준비해야 한다면 여덟 명을 넘어서면 안된다. 요리는 맛있는 것 하나만 만들어야 한다. 메인코스에 집중을 하고 애피타이저나 디저트 등은 케이터링 서비스나 제과점에서 사다 쓰면 된다고 하였다.

 

 

 

[리버카페 요리책]에 토마토와 육두구(그리고 바질, 마늘, 페코리노치즈)가 들어가는 기막힌 펜네 요리 레시피가 나오는데 잘 익은 방울토마토 2.5킬로그램, 이등분해서 씨를 뺀다."에서 조그만 녀석들이 몇 개나 모여야 1파운드가 될까? 한 개라도 빠뜨릴까 봐 마음을 졸이며 칼로 하나하나 씨를 톡톡 빼내다 보면 사방이 온통 토마토 주스로 범벅이 된다.

 

저자가 아내를 지칭할 때 현학자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라고 하는 글이 자주 나오는데 유머와 재치가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많은 책을 (지출이 많았을 듯) 사서 읽고 따라 해보기도 하고 그가 겪은 시행착오의 큰 소득이 된 것처럼 공 들여 쓴 책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레시피대로하면 맛있는 음식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요리를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실패한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작가의 이미지와는 안 어울릴거 같지만 아내를 위해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작가가 인간적이다. 나는 그저, 먹고 죽지 않을 요리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를 말하는 요리 에세이를 만나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