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미여인의 키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거미 여인의 키스

좁은 감방 안에서 두 남자가 감옥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영화 이야기로 시작되는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우리는 어둠 속에서 외롭게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영화의 마술과 로맨스이다. 이 소설은 한 번 읽어보고 이해할 수는 없다. 성 억압, 동성애자 이런 이야기여서 그런지 풀어 내기가 조금 힘들다는 점이다. 해설을 참고하여 읽어보면 좋을거 같다.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들어오게 된 몰리나는 게이다.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검거 수감된 정치범 발렌틴.
피고인 3018호. 루이스 알베르토 몰리나.
1974년 7월 20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시 형사법원의 후스토 호세 달피에레 판사 판결문.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8년 선고. 1974년 7월 28일 B동 34호 방에 비도덕적 혐의로 이미구속된 베니토 하라미요, 마리오 카를로스 비안치, 다빗, 마르굴리에스와 함께 수감. 1975년 4월 4일 D동 7호 방으로 이감되어 정치범 발렌틴 아레기 파스와 함께 수감. 모범수.
피구류자 16115호, 발렌틴 아레기 파스.
1972년 10월 16일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있던 두 자동차 공장에서 소요를선동하던 급진 행동파 그룹을 연방경찰이 급습한 후 조금 뒤, 바랑카스 부근 5번 국도에서 검거됨. 이 두공장은 모두 5번 구도에 위치하고 있음. 국가 행정권에 의해 임시 구속되어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음. 1974년 11월 4일 A동 10호 방에 정치범 레르나르도 히아신티와 함께 수감됨. 경찰 심문중에 죽은 정치범 환 비센테 아라리시오의 사망에 항의하여 단식농성에 가담. 1975년 3월 25일부터 열흘 간 독방에 감금됨. 1975년 4월 4일 D동 7호 방으로 이감되어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법인 루이스 알베르토 몰리나와 함께 수감됨. 행동이 반항적이며 위에 언급한 단식투쟁 및 각 동의 위생 상태 개선과 사신 검열에 대한 항의 소동의 주모자로 지목 됨.
고양이 얼굴을 한 여주인공 이레나는 남자가 키스를 하면 표범으로 변한다. 정신과 의사는 이레나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레나 이야기는 몰리나가 변형을 하였는데 발렌틴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다. 몇 편의 영화를 이야기하다 어느날 번갈아 가며 복통으로 고생을 한다. 발렌틴은 자신이 아플 때 정성스럽게 간호를 하는 몰리나를 보며 애정을 느끼다 둘은 사랑을 하게 된다. 가끔 미친년인가. 내 친구들은 나같은 게이였어 하는 몰리나의 말투에서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엿보인다. 표범 여인의 종말은 바로 몰리나의 죽음을 예시한다.
독일군 장교와 프랑스 여가수 레니의 사랑 이야기는 장교의 정보를 알아내야 하는 임무를 띤 레니는 장교를 사랑하게 된다. 조국을 배반할 것인가 괴로워 하다 운전사의 총에 맞아 쓰러진 레니를 장교는 키스를 했지만 그녀는 이미 죽어 있었다. 몰리나와 레니가 동일시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사실 몰리나는 발렌틴의 조직의 비밀을 알아내는 조건으로 가석방을 해준다는 교도관소장의 건의를 받아 들이지 않고 다른 방으로 이감 될 거라는 생각에 이별의 키스를 해주라고 한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 나한테 키스하는 것, 아주 싫어?
음…네가 처음에 말해 준 영화의 여주인공처럼 네가 표범으로 변하지나 않을까 두려워서 그래
난 표범여인이 아니야
그래 맞아, 넌 표범여인이 아니야
표범여인이 된다는 건 아주 슬픈 일이야. 아무도 그녀에게 키스를 할 수가 없으니까. 아무도
넌 거미여인이야. 네 거미줄에 남자를 옭아매는 …
아주 멋진 말인데! 그 말, 정말 맘에 들어
[…]
발렌틴, 너와 우리 엄마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야 P343~344
몰리나는 한 남성과 평생을 살면서 그를 주인으로 받아들이고, 그가 껴안으면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허울만 남성인 여자이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부르주아적 이성애 모델을 답습한 것으로, 동성애자 역시 착취적인 남/여 모델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 게다가 도덕적으로 금기시되는 동성애에 대한 죄의식이 이중의 굴레를 씌운다. 발렌틴은 <여성이 된다는 것은 순교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남성이 된다는 것은 특별한 권리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더군다나 <성적 취향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마르쿠제가 동성애자를 사회의 억압적 요소를 상기시켜주는 비판적 철학자에 비유하듯 우리는 몰리나를 통해 애처로운 환상을 그러나 아름다운 관계의 가능성을 본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1976년에 스페인에서 출판되지만, 정치범과 동성연애를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아르헨티나 내에서는 판매 금지를 당한다. 그러나 해외에서 이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푸익이 지닌 소설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독자들이 그가 선택한 소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증명해 준 것이었다. [p375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