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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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20대 후반의 시인이지만 글들은 매우 성숙하다. 그 나이때 꿈꿀 수 있는 이야기, 일기를 묶어서 책을 펴냈다. 첫 시집 상금으로 친구와 피자를 사먹었다는 요즘 젊은이답다. 때로는 아픈 연애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 내려간 글들은 상큼하게 읽힌다.

 

저자는 시인, 힙합 댄스를 추고, 1인 문예지 발행인이고, 브이로그를 하는 시인이다. 일기들은 스무살이 갓 넘어서 쓴 글이라고 하니 일기를 남에게 보여주는 건 쉽지 않은데 이렇게 책으로 읽어도 멋진거 같다.

 

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기에 대답을 구하다가, 시는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꼭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시를 쓸 수 있는 거냐고 다시 묻기에 지나치게 사랑한 사람이 있었다는 뜻이었다고 풀어 설명하고 좀 후회했다.P22

    

 

 

시인은 친구들 이름을 별명으로 불렀다. 마지막 베트남 여행을 갔던 인력거 친구, 물메기 친구, 흡연구역 친구,전 남친 인디언주름 등등, 무슨 뜻으로 불리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호칭이다.

 

제주도를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만약 비행기가 추락해서 누구 사망이라는 기사가 뜰 것이다는 망상을 하다보니 제주도에 도착을 했다. 이것도 시인의 감성인가 생각이 너무 많으면 창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반갑지 않은 손님(우울증)이 찾아온다.

 

떠난 애인을 잡는 데나 소용되는 게 눈물인데 나는 성격상 그게 안 된다. 눈물을 제대로 써먹어본 적이 없는 셈이다. 나는 울 때 제일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 우는 모습을 아껴두었다가 필살기로 써야겠다고 매번 다짐하지만 애인들은 내가 우는 걸 구경도 못 하고 떠났다. 울지도 않았는데 사랑해준다고요?

 

연애 상대에게 선물을 받은 적이 있는데 부자 애인은 잘못을 하고 빌 때 선물을 안겨 주는데 선물을 던져 버렸다. 시인은 선물로 학용품을 받고 싶었다. 만회하기 위해 물질을 이용하는게 괘씸하기도 하고 정작 받고 싶은 선물을 못 받아서 분했다. 그래도 선물을 주는 게 어딘가

 

서른 전에 이혼할거 같은 예감이 든다.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하고 없으면 안하고 여자친구들과 숲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꿈을 꾼다. 혼인 여부를 속이고 시인과 사귀다가 헤어진 전 남친의 SNS에 아이 사진이 있는 것을 보고 배신을 느꼈을 것이다.

 

불면증이 있어 정신과를 찾았고, 약을 처방 받았지만 불면증은 낫지 않았다. 다음 정신과 방문 목적은 트라우마와 불안장애 치료로 갔는데 약을 먹고 증상이 조금 호전되었다. 병원을 다시 갔을 때 약국에서 약을 잘못 준 바람에 맞는 약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문보영 시인의 첫 산문집인 이 책은 작가가 블로그에 올렸다가 비공개로 돌린 20대 이후의 일기들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일기는 어딘가 수상하다. 문보영 시인에게 일기는 사실을 기록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기라는 이름을 빌려 예측할 수 없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펼쳐나간다. 이렇게 쓰인 일기들은 나중에 시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20대라는 시간을 건너는 동안 시인이 겪은 아픔과 슬픔을 용기 있게, 재기발랄하게 써내려간 성장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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