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스토리콜렉터 73
헤더 모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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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문신가였던 랄레 소콜로프와 4년간의 인터뷰를 통해 탄생한 아름답고 감동적인 희망과 용기에 관한 이야기!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 희망을 움켜잡는 용감하고 잊을 수 없는 아우슈비츠 문신가의 사랑 이야기이다.

 

19424월 랄레 소콜로프는 가축을 실어 나르는 화차의 트럭에 몸을 실었다. 모든 유대인 가정은 18세 이상의 자녀 한 명을 독일 정부에 내놓아 일하게 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인 슬로바키아 크롬파치에 왔다. 형이 간다는 것을 랄레가 가게 되었다. 아우슈비츠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말을 한다. 살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

 

수용소에 오면 등록절차를 하고 왼쪽 팔뚝에 숫자를 새긴다. 랄레의 숫자는 32407이다. 수용자들이 한꺼번에 죽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발진티푸스에 걸려 며칠을 앓아 누웠지만 동료에 의해 살아난다.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덕분에 테토비러(문신기술자)가 된다. 그의 민족이기도 한 희생자들의 팔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잉크로 유대인 대학살의 상징인 수용번호를 남기는 일이었다. 오직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겁에 질린 채 몸을 떨며 문신을 새기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는 어린 소녀가 있었다. 랄레는 그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다. 그리고 자신만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 소녀의 목숨도 책임지겠다고 결심한다. 그녀의 이름은 기타 푸르만이다.

 

나는 그녀의 팔에 숫자를 새겼고, 그녀는 내 심장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수용자들에게 문신을 새기는 건 힘들지만 살아야 하기에 그 일을 꿎꿎이 해낸다. 가방을 가지고 다니면서 폴리티셰 압타일룽(정치부라는 말 게슈타포)라고 하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 처음 트럭에 같이 실려 온 아론, 테토비러를 알려준 페판, 조수로 일하게 된 레온, 초콜릿과 소시지를 물물교환 해주던 빅터와 유리 부자, 둥치가 큰 야쿠프, 같은 수용소에 살게 된 루마니아 출신 집시들, 늘 감시하는 장교 바레츠키, 사랑하는 기타 친구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죽음의 수용소에서 그는 살아 남았다.

 

유대인 한 명을 죽여 다른 유대인 열 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에요.’ 수용소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다른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이 감동적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에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랄레와 기타는 194510월에 결혼해 브라티슬라바에 터를 잡았다. 동업을 하다 불법으로 재산상 이득을 얻었다는 이유로 체포 되어 일라바 교도소에서 2년 동안 복역을 선고 받는다. 기타가 뇌물로 관리들을 매수해 랄레를 빼낸다.

 

노인(랄레)은 저자 헤더 모리스와 마주한다. 얼마나 빨리 쓸 수 있는지 그의 인생담을 듣고 생각할 요령이었다. 랄레가 서두르는 건 기타가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랄레와 기타가 나치의 협력자로 보일지도 모르는 두려움을 털어 놓으면서 6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눈시울을 적시고 머뭇거리는 목소리었다. 랄레는 이런 신조를 갖고 살았다. '아침에 깨어나면 그것만으로도 그날은 좋은 날이다.' 기타는 2003103일에 세상을 떠났고, 랄레는 20061031일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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