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아주 오랜만에 마음을 울리는 글을 만났다. 작가님의 솔직한 마음이 담긴 글을 읽고 나도 이럴 때가 있었는데 공감하며 읽었다. 이 책의 글들이 느낌이 참 좋다.

 

감수성이 풍만할 사춘기 소녀일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어디에 말도 못하고 마음이 갇혀 살았다. 얼마나 사무쳤으면 눈을 감았다 뜨면 한 10년의 시간이 지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을까. 그래도 견디는 방법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웃는 얼굴로 공부 잘하고 웃는 아이 인척

 

엄마가 휴대폰을 바꾸면서 문자 메시지 500개 저장된 걸 다 지웠어. 문자는 옮길 수가 없다는 거야. 그래서 지금 휴대폰에 메시지가 하나도 없어. 네 문자도 지워진 거 있지. 다 저장해놨었는데. 그러니까 지금 메시지 하나만 보내줘. ‘사랑해라고.” “부탁이 겨우 그거야?”

-엄마 사랑해!♡♡ p25

 

부모님이 헤어지고 우연히 백일장에 상을 받고 낭독을 하게 되면서 솔직하게 적은 글이 부끄러운지 몰랐다 그동안 상처 받은 마음에 솔직한 글을 쓰지 못했다.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증 서류 작성을 도와주며 집까지 태워주던 아저씨 다리를 잃은 사고의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저자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며 국어를 좋아한다는 말에 작가 하면 되겠구나 힘내서 살아라는 격려의 말까지 십년이 지난 시간에도 잊지 못한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갔다.

 

우리는 그렇게 웅크리고 그렇게 걷고 그렇게 살고 있다고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삶은 우리 등 뒤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어릴 때 통째로 삼키던 자두 맛 사탕, 외할아버지의 초코파이 기억을 떠오를때면 행복해진다. 페지 줍는 할머니, 친구에게 바람 맞은 날, 화단 옆에 살아서 이름 지어진 고양이 화단, 비를 맞으며 들어가 잔치 국수를 먹던 날, 엄마와 남매의 보금자리에 커텐 대용으로 한지에 시를 적었다는 글은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일어난다.

 

백일장이 싫은 이유는 이웃학교 지도교사로 아빠가 오면 일부러 거짓말을 늘어 놓아 상도 받지 못했다. 아빠와 관련된 모든 게 싫었는데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때가 있었다. 공부하는 도구는 깨끗해야 한다며 연필을 깍아 주시던 아빠, 미워서 미워서 아빠처럼 살기 싫어서 절대로 글 쓰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빠와 헤어지고 나서 제대로 글을 썼다. 살아가는 동안 부끄러운 글은 쓰지 말자 다짐하니 이렇게 좋은 글이 나왔다.

 

다른 사람을 지독히 미워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했고 그런 마음은 좋은 글을 쓸 수가 없어서 돌아보면 안타깝고 가여운 시간이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말 그런거 같다. 미운 사람이 있으면 글이 그 사람에 대한 원망 밖에 생각이 나질 않아 좋은 글이 나올수가 없다.

 

 

 

불행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닌 다행이다. 누구나 고유한 이야기들이 있다. 나의 이야기를 꾸준히 쓰다 보면 제 삶에 너그러운 사람이 된다. 우리 삶은 운이 좋은 날보다 행복하지 않은 날들이 더 많지만 오늘이 얼마나 평온한 날인지, 이만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매일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처럼 그렇게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이 책은 이봐요, 당신 삶이 아름다워요라는 말을 전하고자 한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연인, 나란히 걷는 노부부, 수화로 대화하는 두 사람, 계단에 구부정히 앉은 아저씨,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 유모차에 늙은 개를 태우고 가는 할머니길거리를 걷는 낯모르는 사람들 모두에게서 숨겨진 행복과 삶의 애잔함을 발견하는 데 탁월한 고수리 작가는 정작 당신은 모르는 뒷모습에 담긴 이야기를 대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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