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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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는 술마시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길 수 있는 일들 술 때문에 알콜중독이 될 수도 있고, 기억을 하지 못해 일어나지 않을 일을 겪는다. 인생에서 술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다.

 

카메라

문정은 직장동료 관희와 술자리에서 관희의 동생 관주를 처음 알게 된다. 둘은 관희에게 비밀로 한 채 연애를 시작한다. 사소하게 다투고 헤어진 후 연락이 오지 않았다. 2년후 문정은 관희를 만나고 나서 알게 된다. 문정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고 관주는 카메라를 사 준다고 하였다. 문정에게 줄 카메라를 산 관주가 연습으로 촬영을 하다가 불법체류 중이었던 외국인과 시비가 붙어서 쓰러졌는데 돌길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죽었던 것이다. 비극적인 죽음이지만 인간은 대비할 수도 없다.

 

실내화 한컬레

경안, 선미, 혜련은 여고 동창생이다. 경안이 작가가 되면서 TV에 출연하면서 14년만에 만나게 된다. 선미는 쌍둥이를 키우고 있고 혜련은 아직 아이가 없다. 셋이 친하게 된 계기도 경안이 수학을 잘해서 같이 문제를 풀다가 친해진거였다. 국문과를 간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셋은 술을 마시다가 클럽에 가자고 하였다. 클럽에서 나오자마자 술을 더 마시자고 하였다. 까페 아는 언니가 합류하고 두패로 나뉘어 얘기를 했다. 언니의 애인이라는 사람도 어느 사이 와 있었다. 경안의 원룸으로 가서 남아 있는 소주를 마셨다. 선미는 언니 애인이 지독한 성병에 걸렸다고 경안에게 말을 한다. 언니가 병이 옮았다고 하였다. 경안은 그런 이야기를 왜 이제야 하냐며 집안 구석구석 닦고 있었다. 혜란이가 가고 나서 선미는 새벽에 무슨 소리 못 들었니 하였다. 헤련이 술에 취했는데 언니 애인이 덮친 것 같다고 말을 한다. 둘은 혜련이 걱정은 하지만 나중에도 만난 적이 없다. 선미의 이중적인 성격을 알 수가 있다.

 

이모

내가 무엇보다 깜짝 놀란 건 그녀의 생활비였다. 언뜻 보기에도 검소한 살람이라고 느꼈지만, 그녀는 한달에 65만원만 쓴다고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중 30만원은 월세로 나간다는 것이었다. 용돈도 아니고 한달 생활비로 어떻게 35만원만 쓸 수 있는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태우와 결혼해서 한달을 살고 생활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따져보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p85

 

시어머니는 단호히 거절하고 우리가 그토록 사양하는데도 우리 부부의 통장에 이모의 유산을 입금했다. 통장에 입금된 여덟자리 숫자를 보고 나는 몹시 마음이 아팠다. 한달에 35만원씩만 쓰던 그녀가 95개월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오래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 숫자들은 그녀와 세상 사이를, 세상과 나 사이를, 마침내는 이 모든 슬픔과 그리움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나 사이를 가르고 있는, 아득하고 불가촉한 거리처럼도 여겨졌다.p107

 

 

이 단편에서 가장 인상이 남는 제목이다.이모주인공은 결혼한지 얼마 안 되었다. 시댁 친가 쪽은 알지만 외가는 친척이 없는 줄 알았는데 시삼촌, 시이모가 계시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평생 결혼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2년간 잠적하며 혼자 살았고, 췌장암에 걸려 석달간 투병하다 죽었다. 그녀의 이름은 윤경호이다. 대기업에 입사해서 5년동안 생활비와 동생들의 학비를 댔다. 남동생이 사업을 하다 부도인지 도박을 하여 빚 청산에 온 신경을 쏟았다. 시어머니가 몰래 서류를 꾸며 이모는 신용불량자가 되고 그때부터 돈을 내놓지 않았다. 시 외삼촌이 또 도박 빚에 몰릴 때 따로 나와 살았다. 모은 15천만원 중 1억은 아파트 보증금으로 남은 5천만원은 돈이 떨어질 때까지 아무일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살아볼 생각이었다. 이모가 스물여섯 쯤 되었을 때 공부하는 남자를 5년 사귀다가 헤어지게 되었다.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 옆에는 어리고 날씬한 여자애가 서 있었다. 이모는 그때 벌어논 돈도 빚을 갚느라 결혼도 못했나보다. 나중에 들으니 그 남자는 결혼을 했다는 거였다. 세월이 흘러 지인의 싸이월드에 그 남자와 아내가 교통사고가 나서 남자는 죽고 아내는 다쳤다는 글을 봤다.

 

벌어 논 돈을 다 쓰지도 못하고 조카에게 유산으로 남기다니 그것도 암에 걸려 죽은 이모의 인생이 안됬고 짠한 생각이 든다. 작가가 연배가 비슷해서 그런지 공감이 가는 글이 많다. 나는 딸래미들이 싸이월드 할 때 아이디 만들고 파도타기 글과 사진을 올리기도 하였다. 그 다음에 다음사이트 카페로 옮겼는데 소설 속에 이모는 싸이월드가 시들해지고 블로그는 하다가 말고 페이스북으로 옮겨 갔다고 한다. 이모가 살았다면 인스타그램도 하겠구나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났다.

 

한작가당 서평단 앞으로 권여선 작가님이 쓴 편지가 메일로 보내왔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울컥하네요. 일부만 공개합니다.

 

제목 : 사랑보다 어려운

사람이 평범하게 태어나, 평화롭게 살다, 평온하게 죽을 수 없다는 걸,

그게 당연하다는 걸 아는데,

저는 그게 가장 두렵고,

두렵지만, 두려워도

삶의 실상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삶의 반대는 평()인 것인가,

그래서 나는 평하지 못한 삶의 두려움을 쓰고 있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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