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24
김유철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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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는 멍하니 서서 함박눈이 내리는 저수지를 바라봤다. 저수지의 표면은 거울처럼 매끄러웠다. 하늘에서 떨어진 눈송이는 저수지 경계면에 부딪치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해나는 한 발자국 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춥지 않을 거야.”

해나는 습관처럼 주먹을 꼭 쥐었다.

춥지 않을 거야. 용기 내, 해나야.” p10~11

 

나의 큰 딸이 휴학을 하고 처음 들어간 직장이 콜 센터였다. 집안 사정 때문에 일을 하지만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회사를 나왔는데도 딸은 전화를 받을 때 사랑합니다 고객님멘트를 날려서 웃던 기억이 난다. 이 소설은 학생들을 안전장치 없는 현실의 사각지대로 내몰은 학교와 기업, 그리고 모든 것을 알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해온 한국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주는 사회 추리소설이다.

 

김 은(김변호사) 후배인 조 변호사를 만났다. 4년 후배인 조 변호사는 같은 해 고시에 합격하여 연수원 동기가 되었고 검사 생활 2년 만에 인권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사건 하나를 맡아 달라고 찾아온 거였다. 유방암이고 수술을 앞두고 있지만 본인이 책임지고 싶다면서 파일을 넘겨주었다.

 

추운 겨울날 회동저수지에서 익사로 발견된 피해자는 마이스터고 3학년 김해나. 해나가 죽기 전 하루밤을 같이 지낸 공익 근무 중인 선배인 재석을 변호해야 한다. 김 변은 재석과 해나의 관계를 알게 되고, 사건이 나던 저수지의 근처 모텔, 식당을 조사하기 시작 한다.

 

결코 우연이 아니다,

비극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KC콜센터 해지방어팀 팀장 서모씨가 인근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읽어 보게 된다. KC콜센터는 해나가 소속된 부서였고 해나가 죽기 두 달 전에 그 부서의 팀장도 자살을 했다.

 

청소부로 일하는 어머니의 수입만으로 중2, 5 두 동생을 뒷바라지 할 수 없어 해나는 대학을 포기하고 실습을 나오게 되었다. 조 변호사는 KC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해나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내부고발자가 되는 거였다. 서 팀장과 해나가 인권 조 변호사를 만나는 것을 알게 되어 회사에 눈치를 본다.

 

해나가 근무했던 KC콜센터 해지방어팀에서만 지난 2년간 70여 명에 가까운 직원이 퇴사를 했고, 그중 서른두 명이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해나와 같이 실습을 나갔던 두 명의 학생들은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모두 학교로 돌아갔지만 해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김 변에게 해나처럼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3년 가까이 일을 하다 늦깎이 대학생이 되는 희선이라는 여자가 진술을 받는다. 희선은 해나에게 업무와 필요한 몇 가지 요령을 귀뜸해주며 동생처럼 잘 해주었다. 서 팀장이 죽고 난 후 둘 사이가 불륜 관계인거 아닌가 하며 지저분한 소문들이 나돌고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3팀장 부서로 옮겨졌다. 가슴에 ‘A’라는 낙인이 찍혔다.

 

서 팀장은 현장실습생 위주로 해지방어팀을 꾸린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콜 수를 채울 때까지 퇴근시키지 않는다. 직업교육법과 노동관계법에서 이중으로 보호를 받아야 할 현장실습생들을 대기업 관련 회사에서 착취를 하고 있었다.

 

재판에서 해나를 2년 반 동안 맡은 담임 선생은 거짓 진술을 하고 있었다. 김 변은 진로상담 남 선생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해나가 갑자기 학교를 찾아와서 실습을 그만 두겠다고 하여 담임을 불렀다. “너 때문에, 내년엔 KC에서 취업 의뢰가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어 후배들에겐 피해가 가는 일이니 계속 다니라며 빰을 때렸다. 해나는 힘들어도 말할 상대가 없었다.

 

물속에서 건진 해나의 휴대폰에는 언제나 내 편이었던 사람은 재석 선배뿐이었던 것 같다고 어머니와 동생들을 부탁한다는 메시지였다. 재석은 무죄가 확정 되었지만 방위산업체에서는 해고를 당한 뒤여서 현역이나 공익요원으로 재복무를 해야 한다.

 

이처럼 24는 현장실습생 제도가 가지고 있는 여러 폐단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IMF가 터지고 그동안 누렸던 경제 호황이 거품처럼 사라지면서, 경제위기의 두려움 속에서 현장실습생 제도는 임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매스컴에서는 고졸 신화’ ‘학력 파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작 학생들은 아무런 사회적 보호망조차 마련되지 않는 현장으로 내몰려야 했다. 24에서 느끼게 되는 불안함은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으며, 미래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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