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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국인의 삶
서영해 지음, 김성혜 옮김, 장석흥 / 역사공간 / 2019년 2월
평점 :
이 책은 한국역사소설『Autour d'une vie coreenne』을 90년 만에 한국어로 옮겨진 것이다. 서영해는 『어느 한국인의 삶』을 출간해 프랑스 문단에서 각광을 받는 작가가 되었고, 프랑스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발행 1년 만에 5판을 인쇄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 책은 스페인까지 알려지며 국제적인 작가의 발판이 되었다. 이 책을 쓸 때 <한일관계사료집>을 역사교재로 삼았다. 서영해가 프랑스에서 활약했던 자료들이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다. 소설에 나오는 박선초를 가상의 인물로 내세워 서영해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쓴 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서영해가 누구인지 몰랐다. 진정한 독립운동가 서영해 선생님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감사하다. 누구나 이 책을 읽고 독립운동의 소중함을 새겨 보아야 한다.
서영해의 이력을 요약하면 1902년 부산 초량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한약방을 운영하여 경제적으로 부유하였다. 3.1운동이 일어나자 만세운동에 참가한 뒤 1919년 18세의 나이로 상하이로 망명했다. 상하이에서 1년 반 정도 지내다 서영해는 처음부터 독립운동을 목표로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은 곧 독립운동을 위한 준비 과정인 셈이었다.
서영해가 파리에 온 것은 1920년, 19세였다. 프랑스어를 하나도 모르던 소년은 파리위원부의 주선으로 파리 근교의 보배에 있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11년 초·중·고 과정을 6년 만에 마치고 파리에 올라와 소르본대학과 언론학교를 다녔다. 고려통신사를 설립하고 첫 사업으로 이 책을 간행했다. 프랑스에 온지 9년만의 일이었다. 학업을 마치고 20여 년간 기자, 작가, 국제정세전문가, 인권평화운동가, 임시정부 특파원으로 자취를 남겼다. 그의 직업은 영원한 독립운동가였던 것이다.
박선초는 1880년, 부산에서 부잣집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그 당시 신분제에 바탕을 둔 조세제도의 모순이 심하였다. 불쌍한 ‘상놈’에게 양반이 부담해야 할 몫까지 세금을 떠 넘기며 상인들을 괴롭혔다. 1894년 청일전쟁이 발발하고 탐관오리의 부정부패에 시달린 민중들이 항거하였다. 박선초의 집은 이름난 거상이었지만 세금폭탄에 시달렸다. 그의 아버지는 교육만이 상인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날 길이라고 생각했다. 박선초를 위해 개인 수업을 받도록 하였다. 유럽과 미국 등지를 여행하던 박선초는 한국에도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에게 혁명이란 일본의 침략 야욕에 위협받는 조국을 구하는 일이었다. 한국의 혁명은 일본군의 소행으로 무참히 스러지고 말았고, 혁명의 지도자로, 한국의 정신을 상징하는 박선초를 체포하는 데 혈안이 되었다. 4개월을 걷고 걸어서 베이징에 도착했다. 베이징으로 가는 동안 그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위험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박선초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독립당 당원으로 활동을 전개해 나가다 상하이의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참가했다. 자신에 주어진 임무와 역할을 찾아 국내에 들어와 제2의 3.1운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불행히도 1921년 말 일본 경찰에 붙잡혔다. 일본 경찰의 불법적 탄압으로 법정에 서지도 못한 채 총살당하고 말았다. 바로 한국 독립운동의 비극적 운명이었다. 박선초는 죽은 것이 아니다. 비록 몸은 없을지라도, 한국인의 가슴 속에 그는 영원히 살아 있다.
이 책의 내용 중 소설은 짧게 끝났다. 박선초 어린 시절과 독립이야기, 서영해 생애와 사진 자료들 해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