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나의 집
금희 지음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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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흔적 없이 사라질 나 자신이 세상에 대하여 실체가 아닌 것처럼, 내 위에 덧입힌 가족, 직업, 민족, 국적 같은 것들도 결국 그 자체만으로 나에 대하여 실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 나는 영혼의 자유로운 탈출을 마련해보려는 요량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작은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나 두 언어를 사용하며 자라온 작가 자신이 생을 다해 고민했을 정체성의 문제는 결국 진정한 나는 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와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을 쓰게 했을 것이다.

 

<저자 금희> 1979년에 태어나 중국 지린성(吉林省) 주타이(九台市) 조선족동네에서 자랐다. 옌볜자치주 옌지시에서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징로 신문학원 13기 중청년 고급연수반을 수료했다. 2007년 단편소설 개불로 윤동주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작품집으로는 중단편소설집 슈뢰딩거의 상자가 있다. 현재 중국 지린성 창춘시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7편의 소설이 실렸는데 몇 편만 소개하기로 한다.

소설들의 인물들은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계인, 더 잘살기 위해 집을 떠나 바깥을 떠도는 생활인들의 이야기여서 세상에 지친 존재를 환대해주고 평안하게 누여줄 을 소망한다.[세상에 없는 나의 집]는 자신을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사람으로 느끼며 온전한 나 자신을 꿈꾼다. ‘가 남편과 공동명의로 마련한 나의 집우리들이름으로 서류를 작성한 최초의 우리 집이다.

 

봄이 거의 다가올 무렵, 나와 남편은 우리들 이름으로 서류를 작성한 최초의 우리 집으로 가보았다. 삐꺽하고 둔중한 철제문이 눈앞에서 열리는 순간, 나는 중국이 우리에게 마련해준 우리의 집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아직 차가운 겨울의 공기가 텅빈 집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세상에 없는 나의 집 p21

 

[봉인된 노래]에서 집안의 모든 기대를 받고 자란 외삼촌은 결국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다 가산을 탕진한다. 외삼촌, 1976년생 용띠, 어머니가 여섯살 되던 해 그는 외가의 둘도 없는 소중한 막내아들로 태어났고 외삼촌이 태어나던 해 모택동이 작고한 해이다. 그런 뜻으로 이념(李念)이라는 이름을 가진다.

 

[옥화]에는 조국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다시 한국으로떠나오고 떠나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국으로 향하는 탈북자들은 조선족 사람, 남한 사람, 북한 사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으로 차별과 배제를 체험한다. 이동의 과정속에서 성적 침탈과 노동 착취를 동시에 겪는다.

 

[월광무]는 중추절임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사업 자금을 빌리기 위해 며칠을 꼬박 기차를 타며 가고 있다. 중추절인데 저녁 먹었냐며 아빠가 뭐 때문에 다니는줄 안다며 몸 조심하라는 아이의 문자를 받으며, 유의 할아버지 세대가 떠났던 것이 새로운 희망을 찾아서였다는 것 유의 아버지가 떠났던 것은 자유를 위해서라는 것? 아니면 유가 떠났던 것이 어떤 꿈 때문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생각한다.

 

금희 소설에서 고향과 자연에 대한 기억들은 금희 소설이 품고 있는 자기정체성에 대한 열망과 연결되어 있다. 중화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요구받는 중국 소수민족들의 현실에서 조선족 문학이 강조하는 민족혼은 문화 정체성을 보존하는 중요한 대응방식일 수 있다.(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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