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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2월
평점 :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책 표지에 통지서 내용이 있다. 귀하는 정부의 저출생대책으로 시행되는 추첨맞선결혼법의 적용 대상자로 선정되었으니. 동봉해드리는 초대장을 참조하여 국가 주도 맞선에 응할 것을 통지합니다. 한국, 일본 할 것 없이 저출산으로 골머리가 아프고 심지어 결혼을 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이런 소설도 나오나 보다. 입영통지서, 취학통지서도 아닌 맞선 통지서라니 제목부터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고 궁금하여 읽어 보았다.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재미가 있다. 가키야 미우님 책은 처음이지만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추첨맞선결혼법]
정부는 저출생대책으로 내년 4월 1일부터 추첨맞선결혼법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25세에서 35세까지 이혼 전적과 자녀와 전과가 없는 미혼 남녀로, 본인의 나이에서 플러스마이너스 5세 범위에서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맞선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2회까지는 거절할 수 있고, 3회까지 모두 거절할 경우 테러대책 활동 후방지원대(통칭테러박멸대)에서 2년간 복무해야 한다.어길시는 책으로 확인하세요. 이 법안이 통과하기 전에 결혼을 하면 대상자에서 자동으로 떨어진다.
[요시미]
알코올의존증이던 아버지는 술을 마셨고 취하면 엄마를 때린다. 딸을 위해 이혼도 하지 못하던 엄마를 둔 간호사이다. 시골에서 혼기를 놓친 노처녀 취급을 받으면서 결혼은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주시다니 이번에 도쿄로 가서 결혼도 하고 엄마에게도 벗어나고 싶다.
[후유무라 나나]
서른 살이고 라디오국에서 일한지는 칠 년이 되어간다. 세 살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음대에 들어갔지만 취업은 방송국으로 하였다. 추첨맞선결혼법이 생기면서 오래 사귄 란보가 청혼을 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는데 돌연 이별 통보를 받는다.
[미야사카 다쓰히코]
사립대학을 졸업하고 시나가와에 있는 컴퓨터 소프트 회사에 취직하여 시스템 엔지니어라는 직종이 적성에 맞았다. 여자와 데이트라고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27세 청년이다. 애인 없는 26세 기타카제 유스케와 다스히코와 동갑인 구지라이 세 명은 가게에 모여서 정부대책 추첨맞선결혼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여성을 보는 관점도 변한 것 같다. 외모보다 내면이 중요하다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예쁜 사람이 좋으니까. 그런 주제에 남성을 외모로만 판단하는 여자는 용서할 수 없다고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점도 역시……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떤 여성이든지 씩씩하게 산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모두 죽을힘을 다해 살고 있다. 쇼핑이니 패션이니 요가니 디톡스니…… 이런 것에만 정신이 팔린 여자는 알고 보니 없었다. 매스컴에서 우스꽝스럽게 다루는 경박한 사람을 현실에서는 본 적이 없다. 각자 정서적인 안정을 찾으려고, 또 사회의 풍파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매일 열심히 살았다. 이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p266~267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연애와 결혼은 누가 정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금도 중매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맞선을 보고 결혼을 하기도 한다. 옛날처럼 사진 한 장으로 결혼을 성사시키는 일은 거의 없지만 감정이 있는 동물이니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결혼 상대로 외모와 경제도 중요하겠지만 내면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견해는 다 다르겠지만 나이 먹은 입장에서는 마음을 더 보는 거 같다. 마음이 단박에 보일까마는 그래서 결혼은 영혼한 숙제임에 틀림 없다. 가상으로 만들어진 주제이지만 공감도 가고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이다.
요즘은 ‘설마 이런 법은 없겠지’ 싶은 법이 자꾸자꾸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소설도 현실이 될 날이 올지도 몰라요. ‘젊은 사람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좀 더 강제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이 소설을 읽으세요. 자유로워진 사람은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개인이 자유를 잃으면 선진국이라는 간판을 그만 내려야 합니다. ’추첨맞선결혼법‘의 결말이 어떻게 됐는지 마지막까지 읽으면 이해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