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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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메리 올리버

 

   

시와 산문을 겸한 에세이 책이다. 메리 올리버도 소로우처럼 자연을 좋아하는 거 같다. 책을 통해 시인 워즈워스를 알게 해주었다. 워즈워스는 영국 낭만파 시인이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읽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지며 힐링이 될 거 같다. 

 

 

 

저자 메리 올리버Mary Oliver

 

시인. 1935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났다. 14살 때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63년에 첫 시집 항해는 없다 외(No Voyage and Other Poems)를 발표했다. 1984미국의 원시(American Primitive)로 퓰리처상을, 1992새 시선집(New and Selected Poems)으로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서문

 

시인들도 읽고 공부해야 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몸을 기울여 속삭이고, 소리치고, 춤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니면, 옛날 책들을 그대로 베끼는 게 낫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 우리의 오래된 세상에는 늘 독보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새로운 자아가 헤엄쳐 다니니까. 중요한 건 그것이다. 촉촉하고 풍성한 세상이 우리 모두에게 새롭고 진지한 반응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세상은 아침마다 우리에게 거창한 질문을 던진다. “너는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 책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완벽한 날들은 프로빈스타운 주변의 자연과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동반자였던 몰리 멀론 쿡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과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 평소 하던 생각과 그 안에서 깨달은 것들이 담긴 음악과도 같은 산문을 통해 우리는 시인의 삶을, 의식을 어렴풋이 느낀다. 그 가운데 시 몇 편이 담겨 있는데 올리버는 이를 작은 할렐루야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그 시들은 그저 책갈피에 앉아 숨만 쉰다라고 말한다.

    

 

 

균형 잡힌 삶을 사는데는 습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앙심 깊은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습관을 옷처럼 입고 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요한 일보다는 사소한 일에 습관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 더 심각하고 흥미로운 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더 복잡한 일은 하루 더 기다리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한 문제들은 바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습관을 통해, 그 현명한 도움을 통해 스스로를 아주 훌륭하게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습관은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우리를 지배한다고 볼 수 있다.

 

- 상상할 수 있니?

 

예를 들어, 나무들이 무얼 하는지

번개 폭풍이 휘몰아칠 때나

여름밤 물기를 머금은 어둠 속에서나

 

겨울의 흰 그물아래서만이 아니라

지금, 그리고 지금, 그리고 지금 - 언제든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을 때,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나무들은 그저 거기 서서

우리가 보고 있을 때 보이는 모습으로 있다는 걸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나무들은, 조금만 여행하기를 소망하며,

뿌리부터 온 몸으로,

춤추지 않는다는 걸,

갑갑해하며 더 나은 경치, 더 많은 햇살,

아니면 더 많은 그늘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나무들은 그저

 

거기 서서 매 순간을, 새들이나 비어 있음을,

천천히 소리 없이 늘어가는 검은 나이테를,

마음에 바람이 불지 않는 한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음을

사랑한다는 걸,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인내, 그리고 행복, 그런걸.

 

 

지금 나는 시인 워즈워스를, 어느 날 밤 그가 겪은 이상한 일을 생각한다. 그가 여름과 밤을 사랑하는 어린 소년이었을 때의 일이다. 그는 호수에 가서 작은 배를 '빌려' 노를 저어 물 위를 나갔다. 처음엔 달빛과 고요한 물을 가르는 노 소리가 주는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그러다 갑자기 가까이 있는 친근한 산봉우리가 그의 마음과 눈에 섬뜩한 유연성을 보였다. 우뚝 솟은 험하고 육중한 바위 봉우리가 그를 인식하고 물을 향해 기울어져 그를 뒤쫓는 듯했다. 그는 겁에 질려 정신없이 노를 저어 도망쳤다. 그러나 그 체험을 통해 하나의 조화이자 생각의 친절한 매개인 미에 대한 단순한 심취에서 자연의 더 심오하고 불가해한 위대성에 대한 깨달음을 나아갈 수 있었다.

 

   

너새니얼 호손 '주홍글씨' 소설이 1850년대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주홍글씨는 간음한 헤스터에게 가슴에 붉은 낙인 A를 새겼다.

 

 

호손보다 더 섬세한 표현력을 지닌 작가는 없다. 그의 기교에는 지성의 가벼운 요소에 속하는 사려 깊음이라는 매력이 들어 있다. 또한 그는 도덕적 목적의 엄숙함도 지니고 있다. 우리는 그의 확고함에서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의 오언 워랜드를 발견한다. 미의 수수께끼를 푸는 게 아니라 미의 정신적 요건에 헌신하는 처절한 노력을 기울일 때만 살아 있음을 느끼는 예술가.

 

- 아침 산책

 

감사를 뜻하는 말들은 많다.

그저 속삭일 수밖에 없는 말들

아니면 노래할 수밖에 없는 말들

딱새는 울음으로 감사를 전한다.

뱀은 뱅글뱅글 돌고

비버는 연못 위에서

꼬리를 친다.

 

솔 숲의 사슴은 발을 구른다.

황금방울새는 눈부시게 빛나며 날아오른다

사람은, 가끔, 말러의 곡을 흥얼거린다.

아니면 떡갈나무 고목을 끌어안는다.

아니면 예쁜 연필과 노트를 꺼내

감동의 말들, 키스의 말들을 적는다.

 

 

나는 먼 내륙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건 상관없다. 나는 1960년대에 처음 프로빈스타운을 보고 이곳의 주민이 되기로 결심하며 여기 아무리 오래 살아도 날마다 푸른 망망대해를 바라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도시에 온 지 벌써 43년이 되었다. 올해는 모든 도시들에게 힘겹고 고통스러운 해였다. 그래도 여전히 사과는 아삭아삭하고 단단하다. 내가 매일 아침 걷는 솔숲에는 버섯이 풍년이고 그 버섯들은 반짝이는 바늘 같은 소나무들 사이에 독창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나는 버섯을 따서 저장한다. 겨우내 우리의 식량이 될 것이다. 야생 크랜베리도 구불구불한 늪들에 지천으로 열려 반짝거린다. 케이프코드 위쪽은 들판들이 길고 넓고 새빨갛다.

 

산문시 - 어느 겨울날

 

오늘 부빙들이 왔어. 밀물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다가왔지. 서두름 없이, 그러나 예정된 것처럼. 물이 빠지자 부빙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구름처럼 해변에 남았어. 사내아이들이 부빙에 기어 올라갔어. 부빙이 흰 배라도 되어 바다로 실어다 줄 수 있기라도 하듯. 갈매기들과 솜털오리들도 부빙이 즐거움을 주기 위해 왔다고 느끼는지 그 빛나는 봉우리에서 쉬었지. 아직 물속에 있는 부빙들은 섬에 불과하지만 해변에 남겨진 것들은 거대한 몸집을 다 드러내어 조각품처럼 근사했어.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행운의조각품. 갈라진 틈들이 푸르게 빛났어. 그것들은 영혼들이었을 거야.

 

 

 

 

옮긴이의 말 - 민승남

 

메리 올리버는 소설가 김연수의 단편소설[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 시[기러기]가 실려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지만 작품집이 정식으로 번역, 소개되긴 이 책이 처음이다. 우리는 힐링이 온 국민의 화두가 될 만큼 아픈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작품집에 실린 올리버의 시와 산문이 우리 독자들의 마음을 치유의 손길로 어루만져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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