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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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경우는 다르지만 나도 아파 본 사람으로 소설을 읽어나갔다. 책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이 들었다. 저자는 아내 카린의 상태 하나 하나 안 놓치고 자세하게 메모를 하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를 잃고 어린 딸을 키워야 하는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만나보기로 하자.

 

    

 

저자: 톰 말름퀴스트Tom Malmquist

스웨덴의 시인, 전직 아이스하키 선수, 대중음악가. 시집으로 갑작스러운 죽음아버지의 젖이 있다. 자전적 이야기를 소설화한 첫 소설 데뷔작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은 아내 카린을 급성 백혈병으로, 뒤이어 아버지를 암으로 잃고 아이를 돌보며 보낸 고통의 시간을 기록한 작품으로 전 세계 20개국에 판권 계약이 이루어졌으며, 스웨덴에서 4개의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북유럽의 맨부커상으로 불리는 노르딕 카운슬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유럽 소설의 새로운 목소리로 평가받았으며, 2017[파이낸셜타임스], 2018[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올랐다.

 

소중한 사람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임신 33주 호흡곤란이 왔다. 고열과 기침을 하여 독감인가 하고 병원에 도착 했던 아내 카린은 급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긴박한 순간에 제왕절개로 조산한 카린의 상태는 점점 악화된다. 톰은 카린이 있는 특수 병실과 딸이 있는 인큐베이터를 오가며 둘을 정성껏 돌보지만 결국 카린은 세상을 떠나고 만다.

 

간호사는 뉘그렌이 기계들을 향해 조금 딱딱한 태도로 다가가며 불러주는 말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는 것 같다. 환자는 0552분부터 심장무수축 상태이며, 칼륨이 증가하고 있고, 젖산 수치는 28 유지, 에크모 회전수는 분당 55백에서 변화 없음. 기계를 통과하는 혈액량은 5.1리터. 생명의 지속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제 호흡기와 에크모의 전원을 차단한다. 기계들의 소리가 모두 멎자 방이 조용해진다. 뉘그렌이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말을 덧붙인다. 환자의 사망시각은 0631. (P108)

 

리비아 출산일은 5월이어서 그전에 결혼식을 올리려고 하였다. 그러기 전에 혼인신고라도 해놓지 너무 무모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웨덴의 사회복지 정책이 어떤지 모르겠다. 아기 엄마인 카린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혼인신고서가 10년의 동거 기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친자 확인보다 보호자 자격을 얻는 편이 더 빠르다는 것이다.

 

카린은 비단 천으로 안경을 닦아서 쓰고 자신의 손톱을 멍하니 들여다보기 시직한다. 옛날에 뇌출혈을 일으킨 적이 있어. 스물한 살 때. 지금도 완전히 건강하다는 판정은 받지 못했어. 카린이 말한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카린은 나의 대답이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말을 잇는다. 병원에서 천사를 봤어. 카린은 협탁에서 화장지를 가져와 혀로 적신 뒤 바지의 얼룩을 문지르기 시작한다. (P201)

 

리비아가 햇빛과 함께 깨어나 일어나 앉는다. 내 이름은 이제 아빠다. 아이가 또 나를 부르고 있으니 내게는 생각에 잠길 시간도 뭔가를 느낄 시간도 없다. 너처럼 리비아도 삶의 작은 것들을 눈에 담는다. 이를테면 쏟아진 기름의 다양한 색깔, 빗자루 손잡이 끝에 붙어 있는 벌레, 내 팔꿈치의 긁힌 상처,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의 크리스털 공들 사이에 걸쳐 잇는 거미줄 같은 것들. 심지어 녹슨 병뚜껑조차 리비아에게는 마법이 된다. 아이는 네 사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그 사진들을 침대의 내 옆자리에 두고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건네기 때문이다. 아이가 사진을 만질 때면 이렇게 말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이제 터득했다. 리비아, 아빠가 슬픈 건 네가 뭘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야. (P373)

 

유럽의 새로운 목소리가 탄생했다

전 세계 독자들을 울린 한 남자의 자전소설

 

아내가 죽고 1년 정도 흐른 어느 날, 톰은 한시도 손에서 떼어놓지 못했던 딸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자신도 다시 일을 하며 일상을 찾아가기로 한다. 아빠가 오히려 더 불안해하던 잠시의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어린 딸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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