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너여도 괜찮아
안 이카르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날개 꺽인 너여도 괜찮아

 

이 소설은 화자 안이 지적 장애인 5살 터울인 오빠 필리프에게 이야기 하는 형식으로 써 내려간 자전적 소설이다. 안은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같은 처지의 장애인 여동생 이야기를 보며 밀려든 후회와 자책, 현재의 자부심,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하며 오빠를 곁에서 돕는다.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안 이카르Anne Icart

1968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현재 기업 법률 전문가로 일하며 창작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첫번째 작품인 날개 꺾인 너여도 괜찮아2010모나코 피에르 대공 재단 문학상을 수상했고,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두번째 소설 내가 그녀들에 대해 네게 말해줄 수 있는 것으로 2013메오카뮈제 소설상을 수상했다. 2015년 세번째 소설 내 기억이 맞다면을 발표해 비평가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다른 아이들보다도, 나보다도, 훨씬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러니 내가 오빠인 너한테 잘해줘야 한다고, 늘 너를 보살펴야 한다고. 그때 내 귀에 들어와 박힌 말은 네가 영영 낫지 않으리라는 거였어. 그러니까 너는 영웅, 나의 영웅이 아니라는 거였지. 내가 어둠이나 문어같이 생긴 외계인을 무서워할 때 나를 안심시켜줄 든든하고 다정한 오빠가 아니라는 얘기였어.

    

네 날개가 꺾인 그때부터. 아울러 나의꿈도 꺾였지. ! 하고 폭발하며 허망하게 스러지는 지옥 같은 지구의 환영이 눈앞에 어른거렸어. 세상 모든 것이 불길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대혼란. 아무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어. 난 절망감을 혼자서만 간직했어. 마음속 깊이 꼭꼭 숨겨놓았지. 난 아주아주 상냥하게 굴려고 애썼어. 오빠 너를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어. 외려 그 반대였지.

  

사실 오빠 너의 꺾인 날개를 혼자서 짊어지는게 여간 버겁지 않았거든. 거추장스럽고 성가시고, 때로는 지긋지긋했어. 젠장, 하필 왜 나냐고? 난 널 평생 달고 다니지 않을 거야. 나도 좀 있으면 열다섯 살이고 앞으로 할 일도 무진장 많거든. 연애도 하고 싶고, 파트리크 푸아브르 다르보르처럼 여덟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도 되고 싶단 말이야. 정말 간절하다고, 아니면 TV 드라마 <착한 경찰>의 주인공인 아니 지라르도처럼 여자 수사반장이 되든가.

    

너는 천신만고 끝에 태어났다고 엄마가 말씀하셨어. 정상적으로 분만할 수가 없었대. 산통이 48시간 동안 계속되었지만 자궁문이 열리지를 않았던 거야. 1960년대 초반만 해도 아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검사를 한다거나 모니터링을 하지 않았거든. 부아시외 의사 선생은 자연분만을 고집하며 버텼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았어. 넌 출구를 찾지 못하고 엄마 뱃속에서 이리 채고 저리 채었지. 결국 제왕절개를 했지만 너무 늦었어. 넌 이미 손상을 입었던 거야 당장은 눈에 띄지 않았어. 아직은 넌 울어댔고 아프가 테스트도 이상 없이 마쳤어 아빠와 엄마는 아들을 얻은 것에 마냥 행복해하셨지.

 

엄마는 부엌에서 눈물을 흘리셨어. 부엌에서 우는 시간이 점점 잦아지고 점점 길어졌지. 난 엄마를 위로할 수 없었어. 엄마 눈엔 내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당시엔 아직 엄마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어느 정도로 실의에 빠졌는지 알지 못했어. 아빠도 마찬가지였고.

 

너의 이웃들은 널 '성가시다'고 여겼어. 대체 네가 왜 마주칠때마다 인사를 한답시고 한 손을 내밀며 자기들에게 다가오는지 이해하지 못했지. 네가 마주치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다는걸 알 리 없었으니까. 네 천성이 사교적이라는 걸, 사교적이다 못해 귀찮게 달라붙는 타입이라는 걸, 특히 여자애들한테는 더 그런다는 걸 말이야. 아무튼 넌 얼핏 보기에도 장애인이었으니, 겁을 집어먹은 거였지.

 

네가 인사말을 제대로 못하고 어버버거렸을 테니 분명 거친 사람으로 여겼을 거라고. 그들이 부동산중개인에게 불만을 표했고 부동산 중개인이 집주인에게 연락을 취했어. 네가 이사가기를 바라는 거였지. 아빠가 분노하셨어. 그토록 노발대발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 고소도 불사할 태세였지. 아빠의 단호한 태도에 그들도 단념했어.

 

다운증후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시청했어. 혼자 집에 누워서. 늦은 시간이었지. 이런 종류의 다큐멘터리가 항금 시간대에 방영되는 일은 극히 드문데 말이야. 정말 멋진 사람들이었지. 그들 중 하나에게 여동생이 있었어. 기다란 갈색 머리의 매우 예쁘고 고운 아이였어. 그 아이가 자기 오빠에 대해 이야기를 해. 아주 오랫동안, 그리고 울어. 아주 많이. 나도 그 아이의 말이 한마디 한마디 끝날 때마다 함께 울어. 침대에서 홀로. 그애가 말하는 모든 것, 나도 그대로 할 수 있는 말이거든.

내가 구원을 받은 게 바로 그날 밤이었던 것 같아.

 

고마워, 나의 필로, 네게 쓴 내 글을 모두 이해해줘서.

그렇다는걸 내게 너무도 멋지게 표현해줘서

고마워, 프랑수아즈, 이 이야기가 필리프를 다시 영웅이 될 수 있게 해줘서.

"필로, 내가 글을 썼는데, 어쩌면 그게 진짜책이 될지도 몰라."

"."

"서점에서 파는 진짜 책 말이야...잘됐지, 안 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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