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 팔아라
김종언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대 창업가가 마주한 거친 바닥의 기록

모티브 출판사에서 출간된 김정운 저자의 <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 팔아라>는 날 것 그대로의 비즈니스 전장에서 살아남은 한 남자의 치열한 생존 기록이다. 저자는 20대 초반이라는 아주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여 바닥에서부터 터득한 자신만의 경영 철학과 방향성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책의 전반에 흐르는 감각은 세련된 경영학 이론이라기보다는, 매일 아침 눈을 떠서 마주해야 하는 매출과 생존의 압박에 가깝다. 짐작건대 저자는 과거 블로그 마케팅 붐이 일던 시기부터 마케팅 홍보 대행사를 운영하며 성장해 온 30대 중후반의 젊은 경영자로 보인다.




이 책이 평소 주변의 수많은 사업가를 보며 느끼던 현실적인 문제의식과 깊은 공대를 이루는 이유는 명확하다. 화려한 성공의 겉 포장지 뒤에 가려진 사업가들의 고독과, 그들이 반드시 치러야만 하는 인간관계의 잔혹한 대가가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사업가를 보면서 느낀 생각들과 일맥상통하기도 했다. 고단한 비즈니스 뒤에 기본적인 소양에 관한 것도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문체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지만, 그 행간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책에 등장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 집'과 같은 성공 스토리 분석을 보며 일각에서는 저자가 해당 플랫폼의 창업자인가 착각하기도 하지만, 본질은 대행사 시각에서 성공 전략을 날카롭게 파헤친 영역이다.





책의 구성은 5부로 되어 있는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액시트,리브랜딩, 플레이어, 완성, 서사의 제목을 갖추고 있다.

사업의 두 가지 궤적과 인간관계의 치명적인 결함

세상의 수많은 사업가들을 관찰해 보면 그 출발선은 대체로 두 가지 궤적으로 확연하게 나누어진다. 첫째는 당장의 생활고에 쫓겨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눈앞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업의 형태를 갖추게 된 절박한 케이스다.



둘째는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좋은 직장 등에서 본인들의 탁월한 능력에 대한 확신을 얻은 후, 직장인으로서의 소득 한계를 깨부수고 더 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엘리트 케이스다. 두 부류는 출발점도 다르고 일하는 스타일도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나 이 두 부류의 사업가들이 공통적으로 도달하는 기묘한 종착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철저하게 비즈니스 논리로 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인간관계의 심리'에는 쥐약처럼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일터에서는 호랑이 같은 이들이 사람 앞에서는 맥없이 무너진다.




거래처와의 냉혹한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단 한 푼의 손해도 보지 않겠다며 악착같이 마진을 계산하고 매서운 강박을 유지하던 이들이, 정작 사적인 영역에서는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게 된다.


100원의 마진과 뇌전증, 그리고 멈춰 선 삶

비즈니스의 전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사업가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연애 사기나 결혼 사기 같은 유치한 감정적 덫에 걸려 전 재산을 탕진하거나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이 역설은 사업가들이 지닌 치명적인 심리적 공백에서 기인한다.




여기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사업가 잔혹사의 대원칙이 도출된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나라는 인간의 본질을 알고 있었던 오랜 인연과 합심해서 동업하거나 조력자로 두는 경우는 큰 성공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된다.

반면,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돈의 냄새'를 맡고 주변에 몰려든 새로운 인연들 때문에 결국 배신을 당하고 회사가 공중분해되는 케이스가 태반이다. 저자 역시 이러한 비즈니스의 냉혹함과 인간관계의 사각지대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주변의 금전적 부탁을 당한 것인지, 친형같이 따르던 사업가 형은 어느 순간부터 거리를 두는 느낌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대한 것이 아니라, 의례적인 거래처 간의 호의 정도로 치부했다. 단절은 정말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오직 앞만 보고 달리며 단돈 100원의 마진을 더 남기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던 촉박한 일상 속에서, 저자의 몸은 결국 반란을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전증으로 쓰러지며 강제로 삶이 멈추었을 때야 저자는 비로소 인생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이 의미하는 역설

저자가 책의 제목으로 내건 <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 팔아라>라는 문장은, 단순히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극단적인 세일즈 기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 순간 배수의 진을 치고 일하되, 동시에 '내가 언제든 이 사업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초연함을 가지라는 역설적 경고다.

사업가들이 비즈니스에서 악착같이 구는 이유는 본인의 정체성을 오직 회사의 매출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내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공포와 강박이 스스로를 사지로 몰아넣고, 그로 인해 발생한 마음의 외로움이 사기꾼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돈을 버는 행위 자체는 훌륭하지만, 정작 그 이면에 인간의 심리를 헤아리는 지혜가 없다면 그 성은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진다. 거래처를 대할 때는 팩트와 계약서로 무장하면서도,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의 진짜 속내를 읽지 못하는 눈먼 봉사가 되는 것이다.

저자가 뇌전증으로 쓰러진 후 깨달은 비밀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100원의 마진보다 소중한 것은 내 삶의 균형이며, 적과 아군을 구별할 줄 아는 냉철한 인간학이다. 이 깨달음이 부재한 성공은 언제 폐업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사업의 기술을 넘어 삶의 주권을 되찾는 처세학

김정운 저자의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마케팅 홍보 대행사를 운영하며 체득한 세일즈의 기술을 말하는 듯하지만, 본질은 비즈니스라는 거대한 가면무도회에서 내 영혼을 지켜내는 처세학에 가깝다. 20대 창업가의 치열함과 30대의 성찰이 조화를 이룬다.

생계 때문에 시작했든, 소득 한계를 깨기 위해 뛰어들었든 모든 사업가는 외롭다. 그 외로움의 틈새를 파고드는 가짜 인연들을 걸러내고, 내 영혼을 갈아 넣는 강박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경영자로 거듭날 수 있다.




돈을 벌어다 주는 기술은 세상에 널려 있지만, 내 마음의 공백을 다스리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은 드물다. 이 책은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내면의 신호와 주변의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브레이크 역할을 해준다.

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 치열하게 팔되, 내 삶의 주권만큼은 결코 시장에 팔아넘기지 말 것. 그것이 저자가 온몸이 부서지며 깨달은 비밀이자, 우리 사회의 모든 외로운 사업가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생존의 법칙이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지불 수단 이어야 한다.

즉 돈 때문에 맹목적인 착취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빚지지 않아도 되는 기본적인 삶의 충족에 족하다. 사업가의 타성에 찌드는 순간, 기존의 인간관계를 돈의 관계로 취급했을 때, 전혀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끊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그토록 가게에 들르면 밥 먹자. 하던 친구가 어느 순간 내게 불쑥 대출받아 본인한테 빌려달란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할 때 허탈했다.

난 이제껏 친구나 주변 사람에게 아무리 궁핍해도 몇 만원 손 벌리는 것도 주저했는데, 참 쉽구나. '있을 때 잘해.' 잘 나갈 때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면 정말 힘든 순간 복이 온다. 역으로 그 친구는 겉으로는 친해도, 정작 그 친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 자신도 진지하게 살펴보려 하지 않았다.


본 서평은 모티브 협찬, 문화충전200 기획 제공받아, 솔직하게 읽고 쓴 내용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 최신 개정 리프레시
아기곰 지음 / 아라크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테크 서적을 읽을 때 저자의 이력과 출간 배경을 추적하는 일은 텍스트의 행간을 읽는 첫걸음이다. 아라크네 출판사에서 출간된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은 생활경제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노숙한 문체의 담론을 다루고 있어 언뜻 관록 있는 전문가의 저서로 읽힌다.

저자는 이 책의 모태가 된 초판을 미국의 저서 양식을 빌린 라고 소개한다. 20여 년간 IT 회사의 총괄 사장으로 재직했던 경력과 자녀가 미국 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해 현지에서 일하고 있다는 단서를 조합해 보면 그의 삶의 궤적이 짐작된다.




그는 벤처 창업 열풍 속에서 한 세대의 성과를 바탕으로 일찍이 '파이어(FIRE)'를 달성하고, 미국에 체류하며 자산 증식의 경험을 쌓았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의 영리한 자산 운용 경험과 본인의 경제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칼럼니스트와 강연가로 입지를 다진 셈이다.

하지만 그의 이력 어디를 보아도 전통적인 부동산 업계나 거시경제 정책 현장과의 접점은 없다. 책의 상당수 내용이 '부동산 불패론'에 입각한 정보 취득의 능동성만을 강조하는 이유도, 철저히 개인의 성공 방정식과 미국식 자산 팽창 시기의 경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M2 지표 개편의 미스터리와 유동성의 착시

저자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추어 초판의 절반 가량을 수정했다고 하지만, 최근 금융 시장의 지각변동은 개정판의 논리를 무색하게 만든다. 특히 광의의 통화량(M2)을 둘러싼 최근의 지표 산출 방식은 거시경제학적으로 상당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2025년 6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에는 역사적인 머니무브가 일어났다. ETF(상장지수펀드)의 자금 비중이 은행의 요구불예금을 능가하고, 주식 시장의 하루 거래 규모가 이전의 2.5배를 초과하는 기록적인 폭발세가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국이 내놓은 조치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통화 당국은 단기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ETF 등 주식파생상품의 유동성을 M2 통화량 지표에서 전격 제외하는 방식으로 2026년 새로운 M2 지표 체계를 발표했다.

더욱이 2025년 말의 M2 통화량이 온전한 확정치가 아닌 추정치 위주로 계상되어 발표된 점 역시 시장의 투명성 측면에서 의구심을 더한다. 실질적인 자본 시장의 돈 흐름은 주식과 ETF로 흘러넘치는데, 지표상에서 이를 제외함으로써 통화량이 착시 효과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의 미비점을 보완하기보다 가려버린 조치는 자산 시장의 실제 유동성을 심각하게 왜곡할 소지가 크다.





부동산 언론의 악의적 편향 과 주거 약자의 정주여건 불안정

저자는 이러한 통화 지표나 부동산 기사를 다루는 언론 매체의 데이터를 상당히 객관적인 팩트인 것처럼 인용한다. 하지만 현실의 부동산 언론은 막대한 부동산 자산을 소유한 지주이거나, 건설사 및 분양 광고에 의존하는 거대한 이해관계자 집단이다.

이들은 확증편향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띄우며 정권 창출이나 선거 국면마다 이를 악용해 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언론의 행태가 단순히 시장 왜곡에 그치지 않고, 건전한 경제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한다는 점에 있다.




"지금 사지 않으면 평생 불행해진다"는 식의 공포 마케팅은 자산 기반이 취약한 임차인이나 사회초년생 등 우리 사회의 주거 약자들을 사지로 내몬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레버리지로 사재기 심리에 동참하게 만들어, 서민들의 정주여건을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불공정 행태다.

이 기형적인 다단계식 구조 속에서 약자들은 빚의 굴레에 갇히고, 주거 안정이라는 인간의 기본권은 박탈당한다. 저자가 말하는 재테크의 법칙들은 이처럼 언론과 금융권이 합작해 만든 불공정한 룰 위에서 움직이는 '머니 게임'의 기술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내돈내산'의 자산 인식과 금융 유동성의 수치적 진실

필자가 이 책을 보며 근본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그 많은 자산을 빚으로 쌓아서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부재다. 진정한 자산의 가치는 대출 레버리지를 얼마나 당겼느냐가 아니라, 온전한 주권이 나에게 있느냐에 달려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대출에 의존한 투기가 아니라, 스스로의 자금력에 기반한 '내돈내산'의 자산 인식이 정립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외 충격에도 주거 시장이 흔들리지 않고 국가의 부동산 생태계가 안정적인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반면 대출 레버리지에 기인한 호가 조작과 사재기 심리는 거품이 거품을 낳는 악순환만 거듭할 뿐이다. 이미 자본의 대세는 부동(不動)의 자산에서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는 금융 자산의 바다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 하루 평균 주식 시장에서 회전하는 거래대금의 규모를 환산해 보면 그 격차가 명확히 드러난다. 주식 시장의 하루 거래 대금은 지방 중소도시의 아파트 166,400채를 단 하루 만에 전부 사들일 수 있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돈의 회전 속도와 유동성의 크기 면에서 과거의 아날로그식 부동산 우상향 공식은 이미 유효수명을 다했음을 보여준다.





숫자의 환상을 넘어 건전한 주거 생태계를 향해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은 간결하고 노숙한 문체로 재테크의 테크닉을 전수하는 듯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프레임은 지극히 위험하다. 2026년 현재 통화 지표의 왜곡과 자본 시장의 격변을 담아내지 못하는 낡은 맹신에 가깝다.



부동산 언론의 교란 행위에 휩쓸려 자산 기반이 취약한 이들이 정주여건을 위협받는 현실을 목도할 때, 우리는 저자의 불패론을 비판적으로 읽어내야 한다. 빚으로 쌓아 올린 가공의 자산은 결코 한 인간의 삶을 구원할 수 없다.

주식 시장의 거대한 유동성이 증명하듯, 자산의 패러다임은 변하고 있으며 통화량의 공식마저 의문을 자아내는 시대다. 이제 우리는 무조건적인 자산 증식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돈으로 내 삶을 지키는 단단한 자산 인식을 세우는 것만이 불안정한 주거 현실을 이겨내는 유일한 법칙이다.내 재산적 권리를 남이 챙겨주는 것이 아닌데, 우리는 빚내서 집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아라크네 협찬, 문화충전200 기획 제공받아, 솔직하게 읽고 쓴 개인적 소회 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명을 바꾸는 감정의 비밀
판도라 킴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느라 닳아버린 우리에게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결국 '얼마나 내 감정에 충실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는가'에 그 본질이 있을 것이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동시에 타인의 마음에 주파수를 맞추는 일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녹록지 않다. 특히 조직의 위계 속에서 개인의 온전한 감정 표현은 철저히 제약되고, 일 중심의 영역만이 삶의 태반을 차지하게 된다. 감정은 사치로 치부되거나 감추어야 할 약점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여기서 지독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려 깊은 사람일수록, 정작 본인의 감정에 충실할 기회는 사라진다는 점이다. 타인의 감정을 받아내느라 정작 내 마음이 시드는 줄도 모르는 현대인들이 너무나 많다.





판도라 킴의 <운명을 바꾸는 감정의 비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타인의 시선과 조직의 틀이라는 감정의 미로에 갇힌 이들에게, 저자는 멈춰 서서 내 내면을 들여다볼 결단을 촉구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다스려 운명을 바꾸는 열쇠를 쥐어준다.

감정의 미로에서 탈출해 원동력으로 삼기까지

이 책은 총 6개의 장을 통해 감정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삶의 나침반으로 삼는 방법을 단계별로 조명한다. 저자가 안내하는 길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왜 감정이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짓는 강력한 에너지가 되는지 그 비밀을 깨닫게 된다.


1단계: 감정을 직시하고 비밀을 깨닫기 (Chapter 1~2)

우리는 흔히 슬픔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오면 이를 숨기거나 두려워한다. 하지만 1장과 2장에서 저자는 감정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하며, 우리가 미처 몰랐던 감정의 작동 원리를 파헤친다. 감정은 억누를수록 내면에서 곪아 터지기 때문이다.


2단계: 올바른 대처와 교정 (Chapter 3~4)

감정을 다루는 올바른 방법을 배우는 것이 다음 단계다. 왜곡된 감정 습관을 교정할 때 비로소 꼬여있던 운명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한다. 내 감정의 주인이 되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에서 길러진다.


3단계: 미로 탈출과 인생의 원동력화 (Chapter 5~6)

마지막 단계는 감정을 인생의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법이다. 타인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자처하던 미로에서 탈출하는 순간, 감정은 나를 주저앉히는 짐이 아니라 인생을 앞으로 굴려 나가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으로 전환된다.





운명을 바꾸는 감정의 실체, T.P.O와 상호존중

책의 전체 맥락을 관통하는 운명 변화의 핵심은 결국 '상호존중과 배려'에 있다. 상대방의 감정을 진심으로 헤아려 경청하고, 동시에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현명하게 표현하는 것 말이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격을 높이는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매너다.


인간관계의 이치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진지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대하는가에 대한 느낌이 강할수록 우리는 그 사람과 계속 함께하고 싶어진다. 진심은 그 어떤 화려한 말솜씨보다 강력하게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자석과 같다.






반면, 마주할 때마다 감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는 사람도 있다. 정제되지 않은 날 선 감정을 쏟아내는 사람을 마주하면, 아무리 옳은 말이라 한들 마음이 불편해지고 결국은 멀리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다.

많은 이들이 말의 논리에 집중하지만, 정작 관계를 결정짓는 것은 그 밑바탕에 흐르는 감정의 온도다. 칼날 같은 감정은 상대를 다치게 할 뿐만 아니라, 결국 자신을 고립시켜 스스로의 운명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게 만든다.



진정한 매너가 만드는 관계의 기적

조직 생활이나 일상에서 내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만이 미덕은 아니다. 반대로 내 감정이 소중하다고 해서 타인에게 날카로운 칼을 휘둘러서도 안 된다. 진정한 감정의 조율은 내 감정을 존중하는 만큼 타인의 감정 공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경청은 단순히 상대의 말을 참아주는 행위가 아니다. 상대방의 감정적 맥락을 헤아리며 그가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품격 있는 배려다. 이러한 경청이 쌓일 때, 비로소 내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더라도 상대가 오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신뢰 체계가 구축된다.





T.P.O에 맞는 감정의 표현은 내 가치를 높이는 최고의 처세술이다. 적절한 순간에 건네는 따뜻한 진심은 꼬인 상황을 풀고 기적 같은 기회를 만들어낸다. 반면, 상황에 맞지 않는 감정 과잉은 쌓아 올린 신뢰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독이 된다.

결국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내 마음속 날카로운 칼날을 거두고, 그 자리에 따뜻한 진심과 배려를 채워 넣는 과정이다. 내가 뿜어내는 감정의 결이 부드러워질 때, 내 주변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결도 바뀌며 삶의 흐름 자체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이제는 내 감정의 진짜 주인이 될 시간

<운명을 바꾸는 감정의 비밀>은 감정을 외면한 채 타인에게만 맞추느라 지친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다정한 경종이다. 타인의 감정만을 헤아리는 일방적인 배려는 결코 오래갈 수 없으며, 결국 나 자신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한다.


조직의 위계 속에서, 혹은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정작 나의 감정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고 있다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감정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나를 대하는 세상의 태도가 바뀌며 결국 운명이 바뀐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상황에 맞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매너를 갖추는 것.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감정 비밀의 정수이자, 우리가 삶의 주권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제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내 감정의 진짜 주인이 되어 따뜻한 내일을 그려나갈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평선 너머 - 수상하고도 발칙한 다이어리
손영미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평선 너머』라는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 시간의 끝과 하늘이 맞닿아 있는 어떤 아득한 경계선이 떠올랐다. 낯선 단어인데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부터 ‘시평선’의 의미를 곱씹게 되었다. 다 읽고 난 뒤에는 그것이 단순한 조어가 아니라, 사춘기 아이들이 지나가는 불안과 성장의 경계선을 의미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소설은 중학교 2학년 설주의 시선을 따라간다. 설주는 평범하지만 누구보다 복잡한 내면을 가진 아이다. 친구와의 관계, 부모의 기대, 자신의 꿈 사이에서 흔들리며 하루하루를 지나간다. 그런데 손영미 작가는 이 시기의 감정을 과장하거나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담백하고 절제된 문체로 아이들의 불안과 외로움을 천천히 따라간다.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아프게 다가온다.




책을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중2가 된 조카가 떠올랐다. 모두의 축복 속에서 귀하게 태어난 아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그러나 동시에 훨씬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다. 어린 시절부터 비교와 평가에 익숙해지고,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이름 아래 쉼 없이 달려간다. “4시간 자면 명문대 간다”는 식의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소비되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은 어느 순간 자신의 속도보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지금의 교육은 정말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부모 세대가 이루지 못했던 시간의 연장선 위에서, 아이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의 인생은 결국 아이들 스스로 미래를 향해 살아가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지나간 자신의 후회와 불안을 아이들에게 투영하며, 그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부모의 간절함이 때로는 아이들의 숨 쉴 공간을 좁혀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시평선 너머』는 바로 그 지점을 조용히 건드린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고, 훨씬 깊게 고민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것을 단순한 ‘중2병’ 정도로 치부해버리곤 한다. 소설은 그 말 뒤에 가려진 불안과 외로움, 인정받고 싶은 마음, 자기만의 꿈을 지키고 싶은 절박함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설주가 끝내 자신의 꿈을 스스로 붙잡으려 한다는 점이었다. 부모는 사랑하기 때문에 간섭한다고 말하지만, 사랑과 통제는 때로 아주 가까운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아이들은 부모의 복사본이 아니다. 각자의 속도와 감정, 각자의 재능과 세계를 가진 독립된 존재다. 소설은 그것을 거창한 교훈 대신 아이들의 일상적인 대화와 감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내려다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어른들이 잃어버린 감수성과 상상력, 상처를 기억하는 힘이 아이들에게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중학생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한때 불안하고 서툴렀던 자기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시평선 너머』는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니다. 경쟁과 속도의 시대 속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동시에 어른들에게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하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의 불안과 미련을 아이들의 삶 위에 덧씌우고 있는가. 책을 덮고 난 뒤 오래도록 그 질문이 마음에 남았다.



과연 나는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노력하는 어른인가? 아이들을 모르는 무관심한 존재일까? 


이 책 서평은 바른북스 협찬, 문화충전 200 기획 제공받아, 솔직하게 읽고 작성한 내용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 인류학적 오답 연구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대와 중세의 형벌 제도를 다룬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은 단순히 잔혹한 처벌의 사례를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인간은 왜 형벌을 만들었고, 국가 권력은 왜 공포를 필요로 했는가를 되묻게 만드는 책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느껴지는 것은 충격보다도 인간 본성에 대한 불편한 자각이었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다. 문명을 발전시키고 제도를 정비하며 인권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켜 왔지만, 인간 사회의 갈등은 시대를 바꿔가며 반복된다. 과거에는 생존을 위한 폭력이 난무했다면, 오늘날에는 자본과 권력, 정보의 불균형 속에서 또 다른 형태의 박탈감과 갈등이 발생한다. 자유를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때로는 자신의 자유를 위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도 벌어진다. 책 속의 형벌사는 결국 인간 사회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고대와 중세의 형벌이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공포의 시위’였다는 사실이다. 공개 처형과 신체 훼손은 죄인을 벌하는 동시에 대중에게 권력의 절대성을 각인시키는 수단이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방식이지만, 당시에는 국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통치 행위로 기능했던 것이다. 끊임없는 정복전쟁과 살육 속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은 쉽게 소모되었고, 사람들은 공포를 통해 질서를 학습했다. 책은 이러한 역사를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정리해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사법 시스템도 떠올리게 되었다. 현대 사회는 과거보다 훨씬 인권 친화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왔지만, 흉악범죄에 대한 판결이 국민 정서와 크게 괴리될 때면 사람들은 정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범죄의 피해와 고통은 분명한데, 법의 판단은 때때로 지나치게 관념적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물론 법은 감정만으로 움직일 수 없고, 냉정한 절차와 기준 위에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법이 사회 구성원들의 상식과 지나치게 멀어질 때, 사법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잔혹한 형벌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이 던지는 핵심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폭력을 정의의 이름으로 정당화해 왔는가에 대한 경고에 가깝다. 동시에 공동체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형벌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 역시 피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잔혹함의 강도가 아니라,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고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책임의 원칙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은 과거의 기괴한 형벌을 흥미 위주로 소비하게 만드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폭력성과 권력의 본질,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인문학적 기록에 가깝다. 책을 덮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시대가 변해도 인간 사회는 여전히 정의와 질서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 서평은 모티브 협찬, 문화충전200 기획 제공받아, 솔직하게 읽고 작성한 내용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