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 팔아라
김종언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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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창업가가 마주한 거친 바닥의 기록

모티브 출판사에서 출간된 김정운 저자의 <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 팔아라>는 날 것 그대로의 비즈니스 전장에서 살아남은 한 남자의 치열한 생존 기록이다. 저자는 20대 초반이라는 아주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여 바닥에서부터 터득한 자신만의 경영 철학과 방향성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책의 전반에 흐르는 감각은 세련된 경영학 이론이라기보다는, 매일 아침 눈을 떠서 마주해야 하는 매출과 생존의 압박에 가깝다. 짐작건대 저자는 과거 블로그 마케팅 붐이 일던 시기부터 마케팅 홍보 대행사를 운영하며 성장해 온 30대 중후반의 젊은 경영자로 보인다.




이 책이 평소 주변의 수많은 사업가를 보며 느끼던 현실적인 문제의식과 깊은 공대를 이루는 이유는 명확하다. 화려한 성공의 겉 포장지 뒤에 가려진 사업가들의 고독과, 그들이 반드시 치러야만 하는 인간관계의 잔혹한 대가가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사업가를 보면서 느낀 생각들과 일맥상통하기도 했다. 고단한 비즈니스 뒤에 기본적인 소양에 관한 것도 숙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문체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지만, 그 행간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책에 등장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 집'과 같은 성공 스토리 분석을 보며 일각에서는 저자가 해당 플랫폼의 창업자인가 착각하기도 하지만, 본질은 대행사 시각에서 성공 전략을 날카롭게 파헤친 영역이다.





책의 구성은 5부로 되어 있는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액시트,리브랜딩, 플레이어, 완성, 서사의 제목을 갖추고 있다.

사업의 두 가지 궤적과 인간관계의 치명적인 결함

세상의 수많은 사업가들을 관찰해 보면 그 출발선은 대체로 두 가지 궤적으로 확연하게 나누어진다. 첫째는 당장의 생활고에 쫓겨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눈앞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업의 형태를 갖추게 된 절박한 케이스다.



둘째는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좋은 직장 등에서 본인들의 탁월한 능력에 대한 확신을 얻은 후, 직장인으로서의 소득 한계를 깨부수고 더 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엘리트 케이스다. 두 부류는 출발점도 다르고 일하는 스타일도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나 이 두 부류의 사업가들이 공통적으로 도달하는 기묘한 종착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철저하게 비즈니스 논리로 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인간관계의 심리'에는 쥐약처럼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일터에서는 호랑이 같은 이들이 사람 앞에서는 맥없이 무너진다.




거래처와의 냉혹한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단 한 푼의 손해도 보지 않겠다며 악착같이 마진을 계산하고 매서운 강박을 유지하던 이들이, 정작 사적인 영역에서는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목격하게 된다.


100원의 마진과 뇌전증, 그리고 멈춰 선 삶

비즈니스의 전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사업가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연애 사기나 결혼 사기 같은 유치한 감정적 덫에 걸려 전 재산을 탕진하거나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이 역설은 사업가들이 지닌 치명적인 심리적 공백에서 기인한다.




여기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사업가 잔혹사의 대원칙이 도출된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나라는 인간의 본질을 알고 있었던 오랜 인연과 합심해서 동업하거나 조력자로 두는 경우는 큰 성공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된다.

반면,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돈의 냄새'를 맡고 주변에 몰려든 새로운 인연들 때문에 결국 배신을 당하고 회사가 공중분해되는 케이스가 태반이다. 저자 역시 이러한 비즈니스의 냉혹함과 인간관계의 사각지대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주변의 금전적 부탁을 당한 것인지, 친형같이 따르던 사업가 형은 어느 순간부터 거리를 두는 느낌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대한 것이 아니라, 의례적인 거래처 간의 호의 정도로 치부했다. 단절은 정말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오직 앞만 보고 달리며 단돈 100원의 마진을 더 남기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던 촉박한 일상 속에서, 저자의 몸은 결국 반란을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전증으로 쓰러지며 강제로 삶이 멈추었을 때야 저자는 비로소 인생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이 의미하는 역설

저자가 책의 제목으로 내건 <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 팔아라>라는 문장은, 단순히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극단적인 세일즈 기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 순간 배수의 진을 치고 일하되, 동시에 '내가 언제든 이 사업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초연함을 가지라는 역설적 경고다.

사업가들이 비즈니스에서 악착같이 구는 이유는 본인의 정체성을 오직 회사의 매출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내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공포와 강박이 스스로를 사지로 몰아넣고, 그로 인해 발생한 마음의 외로움이 사기꾼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돈을 버는 행위 자체는 훌륭하지만, 정작 그 이면에 인간의 심리를 헤아리는 지혜가 없다면 그 성은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진다. 거래처를 대할 때는 팩트와 계약서로 무장하면서도,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의 진짜 속내를 읽지 못하는 눈먼 봉사가 되는 것이다.

저자가 뇌전증으로 쓰러진 후 깨달은 비밀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100원의 마진보다 소중한 것은 내 삶의 균형이며, 적과 아군을 구별할 줄 아는 냉철한 인간학이다. 이 깨달음이 부재한 성공은 언제 폐업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사업의 기술을 넘어 삶의 주권을 되찾는 처세학

김정운 저자의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마케팅 홍보 대행사를 운영하며 체득한 세일즈의 기술을 말하는 듯하지만, 본질은 비즈니스라는 거대한 가면무도회에서 내 영혼을 지켜내는 처세학에 가깝다. 20대 창업가의 치열함과 30대의 성찰이 조화를 이룬다.

생계 때문에 시작했든, 소득 한계를 깨기 위해 뛰어들었든 모든 사업가는 외롭다. 그 외로움의 틈새를 파고드는 가짜 인연들을 걸러내고, 내 영혼을 갈아 넣는 강박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경영자로 거듭날 수 있다.




돈을 벌어다 주는 기술은 세상에 널려 있지만, 내 마음의 공백을 다스리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은 드물다. 이 책은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내면의 신호와 주변의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브레이크 역할을 해준다.

지금 당장 폐업할 것처럼 치열하게 팔되, 내 삶의 주권만큼은 결코 시장에 팔아넘기지 말 것. 그것이 저자가 온몸이 부서지며 깨달은 비밀이자, 우리 사회의 모든 외로운 사업가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생존의 법칙이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지불 수단 이어야 한다.

즉 돈 때문에 맹목적인 착취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빚지지 않아도 되는 기본적인 삶의 충족에 족하다. 사업가의 타성에 찌드는 순간, 기존의 인간관계를 돈의 관계로 취급했을 때, 전혀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끊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그토록 가게에 들르면 밥 먹자. 하던 친구가 어느 순간 내게 불쑥 대출받아 본인한테 빌려달란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할 때 허탈했다.

난 이제껏 친구나 주변 사람에게 아무리 궁핍해도 몇 만원 손 벌리는 것도 주저했는데, 참 쉽구나. '있을 때 잘해.' 잘 나갈 때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면 정말 힘든 순간 복이 온다. 역으로 그 친구는 겉으로는 친해도, 정작 그 친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 자신도 진지하게 살펴보려 하지 않았다.


본 서평은 모티브 협찬, 문화충전200 기획 제공받아, 솔직하게 읽고 쓴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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