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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 인류학적 오답 연구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고대와 중세의 형벌 제도를 다룬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은 단순히 잔혹한 처벌의 사례를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인간은 왜 형벌을 만들었고, 국가 권력은 왜 공포를 필요로 했는가를 되묻게 만드는 책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느껴지는 것은 충격보다도 인간 본성에 대한 불편한 자각이었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다. 문명을 발전시키고 제도를 정비하며 인권이라는 개념을 발전시켜 왔지만, 인간 사회의 갈등은 시대를 바꿔가며 반복된다. 과거에는 생존을 위한 폭력이 난무했다면, 오늘날에는 자본과 권력, 정보의 불균형 속에서 또 다른 형태의 박탈감과 갈등이 발생한다. 자유를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때로는 자신의 자유를 위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도 벌어진다. 책 속의 형벌사는 결국 인간 사회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고대와 중세의 형벌이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공포의 시위’였다는 사실이다. 공개 처형과 신체 훼손은 죄인을 벌하는 동시에 대중에게 권력의 절대성을 각인시키는 수단이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방식이지만, 당시에는 국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통치 행위로 기능했던 것이다. 끊임없는 정복전쟁과 살육 속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은 쉽게 소모되었고, 사람들은 공포를 통해 질서를 학습했다. 책은 이러한 역사를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정리해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사법 시스템도 떠올리게 되었다. 현대 사회는 과거보다 훨씬 인권 친화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왔지만, 흉악범죄에 대한 판결이 국민 정서와 크게 괴리될 때면 사람들은 정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범죄의 피해와 고통은 분명한데, 법의 판단은 때때로 지나치게 관념적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물론 법은 감정만으로 움직일 수 없고, 냉정한 절차와 기준 위에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법이 사회 구성원들의 상식과 지나치게 멀어질 때, 사법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잔혹한 형벌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이 던지는 핵심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폭력을 정의의 이름으로 정당화해 왔는가에 대한 경고에 가깝다. 동시에 공동체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형벌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 역시 피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잔혹함의 강도가 아니라,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고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책임의 원칙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은 과거의 기괴한 형벌을 흥미 위주로 소비하게 만드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폭력성과 권력의 본질,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인문학적 기록에 가깝다. 책을 덮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시대가 변해도 인간 사회는 여전히 정의와 질서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 서평은 모티브 협찬, 문화충전200 기획 제공받아, 솔직하게 읽고 작성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