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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부동산 - 2번의 역전세와 2년의 하락장으로 깨달은 투자자의 확신
최은주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9월
평점 :

부동산의, 부동산에 의한, 부동산을 위한 공화국에 살고 있는 이상, 부동산에 관한 제반 경험은 필수적인 사항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부동산 정책은 씁쓸하게 토건사의 담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급자 위주의 정책에 급급하다. 모든 경제현상은 자원의 희소성에 기인하는데, 국토는 좁고 수도권의 인구밀도는 나날이 밀집하는 대한민국의 인프라 환경이 편중된 분야가 바로 부동산이다.
완전경쟁이 촉진될수록, 정보는 대칭성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공급자 절대 우위의 가격결정력은 자장경제에 상쇄될 수 밖에 없다. 국가 명목적인 자산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데엔 '부동산'만한 것이 없다. 부의 원천은 국가에서 발행하는 화폐 에서 비롯된다. 한 번 발행한 화폐는 멸실되거나 폐기되지 않는 한, 파생적으로 누적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철거 또는 대대적인 개발 후 신축 분양으로 이어지는 부동산은 금융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린다. 낙후된 지역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그 땅에서 오랫동안 터전 잡아온 원주민을 부동산에 현혹시킨다.

모두가 힘들다 했던 코로나 때도 시중 5대은행의 순이익은 사상최대 였고, 경제침체가 가속화되는 지금도 전월 주택담보대출을 10조 가까이나 초월할 정도로 팽창하는 이유이다. 공인중개사 10년 동안 통상 누적 거래횟수 3천회에 이르고, 한때 보유한 집 만 70채에 이르렀던 경험치를 담은 "그래도 부동산" 의 초고를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
" 권리도 알아야 지킨다."는 소신에 오래전 국민 고시라 불리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뤘던 적이 있다. 벼락치기 였지만, 그때 공부한 것이 이후에도 유용했다. 당시 내가 살던 지역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지역 중 단연코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지역이었다. 도시 전체가 계획도시로 설계된 덕분에, 도시 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전세 계약을 하던 날 아침엔 어김없이 등기부 등본을 열람했다. 계약서에 날인하는 순간, 근처의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를 들러, 확정일자를 받아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처음으로 내집마련한 20평도 안되는 가족의 아파트를 처분하게 되었을 때, 양도소득세 세액을 직접 계산해 처리하기도 했으며, 대출 원금을 상환하고 난 뒤 말소등기를 직접 하기도 했다. 당시 은행대출계 직원의 말을 잊을 수 없다. " 말소등기 하려고 하는데, 관련 서류 부탁합니다." "말소등기요?" 어쩌면 그들은 대출의, 대출을 위한, 대출에 의한 업무처리에 능한 지도 모른다. 실제로 직접 말소등기 하지 않으면, 원금을 모두 상환 하고 나서도, 은행에서 상환 후 즉시 처리 하지 않는 한 상당기간 근저당 상태로 등기부등본에 존재 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아주 당연하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 부동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도 투명한 공정거래를 보장할 부동산 전담 감독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돈이란게 많으면 많을수록, 증식의 욕구가 커지는 것 인지라, 부동산 관련 많은 책은 본인들의 투자성과를 무용담 식으로 늘여 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이 직접 체감할 수 없는 경험의 가짓수가 극히 한정적이기에, 우리는 현업의 경험담이 담겨있는 지식들을 참고하여 자기 주도적 체화를 해야 한다. 어떤 노력도 없이 굴러 들어오는 자산은 쉽게 잃게 마련이다.
저자의 공인중개사 입문은 자녀들의 교육비 걱정 없이 살아가고 싶다는 절실함에서 시작된다. 관련 경험이 있지 않는 한, 가장 많은 부양 압박을 받는 4050의 이모작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그들의 시작은 절체부심 에서 비롯된다. 어찌보면 이판사판 절박했던 상황 자체가 10년 후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굳히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50년 가까이 경험해 본 바로는, 아무리 재력이 넘쳐도 상대적 비교에 따른 감정 출혈로 상대적 빈곤에 허덕이는 경우를 숱하게 본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그렇다. 수중에 쥔 돈이 아닌, 일부의 호가에 동반한 연쇄적인 집값 급등의 신기루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 자산 = 자본 + 부채로 구성되는데, 본인들의 자산에 포함된 자기자본의 비중이 현저하게 낮다. 그렇다 보니, 은행 빚내서 마련한 경우, 추후 매수자가 또다시 대출레버리지를 동반해 내가 산 집을 사야만 시세차익이 실현된다.

은행의 입장에서야 원금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낮으면 낮을수록 부동산 자체가 천문학적인 수익의 황금알 을 낳는 구조에 있다. 애초 IMF 이후 수십조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금융 대기업을 회생시킨 게 그러라고 있는게 아니었음에, 철저한 이윤추구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금융의 현주소이다.
코로나 때, 전세계적인 생산소비는 위축될 수 밖에 없었고, 국가의 대대적인 지원은 불가피했다. 대한민국은 유독 예외였다. 이후 과잉 유동성을 해소할 정책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시점에 거꾸로 판단을 내렸다. 막대한 부동산 PF 부실 사태를 막기 위한 금리 억제가 원인이었다. 자연스럽게 시중은행은 기준금리와의 갭 이익을 사상 최대로 얻었다. 주담보 대출 증가가 늘어난 체 가계부채는 급증한다. 최근의 주식시장 폭락도 엔화를 마구 찍어내며,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 식으로 자금시장에서 활용하다, 금리를 올리면서 대거 자금이 빠져나간데 기인한다.
경험상 부동산은 돈 먹고 돈 먹기의 금융 게임과 일맥상통한다. 때에 따라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 정보는 철저하게 비대칭성으로 먹튀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성세대 일수록, 실제로 내 집 마련한 순간부터 수십년 간 정착한 경우가 많으니, 부동산에 관련한 정책 세금에 어둡다.
이 점에선 '과유불급'의 저자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는데 충분하다. 한편으로 숱하게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었으니, 부동산 생태계에 대해서 해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입지에 도달할 수 있었겠지. 사람마다의 경험치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며 처세도 다른데 어찌 하나로 압축할 수 있을까?

다만 경제 문제는 '심리'에서 시작되고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즉 당장에 정주할 곳이 필요한 실수요자를 상대로 '이때 아니면 절대 못삽니다. 지금 사두면 이득 입니다. '로 전형적인 시세차익 실현의 투자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상품을 소개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정착한 건물을 철거하는 데엔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는데, 그 자리에 신축 분양 대단지로 정주여건을 형성하는데엔 상당기간이 소요된다. 절대적으로 부동산 공급량과 집값이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 이유 이다. 부동산 자산 가치가 상승한 것이 아니라, 당장에 거주할 공간의 선택지가 사라지기 때문 이다.
자산의 규모에 따른 부동산 투자의 양태가 다양해지는 건 부동산 저변 확산에 있어 바람직하다. 문제는 문어발식 깡통 투기의 확대에 있다. 이는 가뜩이나 소득기반이 취약한 세대와 계층의 사다리를 강탈하는 폐해를 낳는다. 부동산 투자 자체가 금융기관에서 조달한 것을, 또다시 금융기관에서 조달해 온 매수자를 통해 청산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공적 관리 감독이 확고해야 한다. 등기부등본에 상환 해야 할 대출자금은 많은데, 수시로 대출 레버리지로 집 숫자를 늘리는 상황 이라면, 이것을 2차적인 전세 대출 한도에 반영하거나 세입자가 집주인의 근저당 총액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즉 정부의 부실한 관리에서 비롯되는 전세사기 피해 등에 대해서, 국가 책임보증을 강화해야 한다. 애초에 채무 상환능력이 전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엄청난 대출 레버리지로 임대사업을 벌일 수 있게 한 자체가 근본적인 잘못이다. 지난 코로나 때 세금 유예를 공략해, 많은 임대사업자들은 연쇄적인 호가 상승, 시세차익 실현을 했던 바를 곳곳에서 직격했다. 새로 건축한 지 1-2년도 안된 건물이 또다시 철거되고 신축되는 상황도 봤으며,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공사장에 주택가의 도로는 웅덩이가 되어갔다. 최근 2년간은 공사장 자체를 발견하지 않고, 폐업 임대 스티커만 즐비하다.
"그래도 부동산"의 저자가 현업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고객을 대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녀가 지향하는 경제적 목표점을 알 수도 없다. 하지만 책의 초고의 내용을 직접 입력한 것 이라면, 내용을 펼쳐볼 때마다 겸손함 서글함이 느껴지는 대목을 읽을 수 있었다. 전혀 투자에 문외한인 일반인이 읽기에도 부동산 집값에 영향을 미친 정책들을 시간 순서대로 일목요연하게 말해줘, 그때 그랬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돈을 불리기 위한 투자가 아닌,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누리고 싶은 미래 지향적인 목표를 달성하는데, 좋은 촉매제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부동산은 각자의 재산 권리에 관련되어 있는 만큼, 본인 권리를 잘 챙기려면 정보에 대한 식별력은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설마 나를 속이겠어?'하는 안일함은 치명적인 재산 손실을 넘어서, 사회 문제를 야기시킨다. 특히 지금 사야 합니다. 지금 팔아야 합니다. 호도하는 흐름은 경계해야 한다. 대한민국 부동산 자체가 입소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거래 여부와 상관없이 인근의 어떤 집 호가가 껑충 뛰는 순간, 연쇄적으로 그 일대가 동반 상승한다. 애초 본인들의 취득비용은 상관없이 암묵적 집값 동맹이 형성된다.
경제 흐름은 대개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거시적인 것은 제도와 정책에 관련된 것이라서, 개개인의 저항은 어떤 소용도 없다, 세금 한 푼을 절세 하는데 전략화된 부자들은 아무런 관련없는 다수의 계층 세대를 호도하며, 세금을 비롯한 그들의 이익 극대화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분양 이전에 예비 입주자 커뮤니티를 결성한 체, 그들은 예비 입주자들의 동향을 이익 실현 수단에 활용한다. 개개인의 입주자로서 당연히 확인해야 할 사전 하자보수점검 자체를 거의 건설사 입장 두둔하기로 일관하다, 입주가 시작되고 어느 순간 야반 도주 하는 경우도 겪었다.

좋은 책은 연관된 많은 개인적 경험을 도출시킨다. 그 점에서 "그래도 부동산" 책은 훌륭하다. 책의 목차를 보면, 이 책엔 부동산 투자에 임하는 각오를 다지기에 유용하게 구성되어 있다. 빌라 3채라고 했을 땐 여느 책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했는데, 실질적으로 수중에 쥔 수익을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부동산 집값의 불안정은 번번히 금융 투기에 기인한 세력의 흐름에 뒷북 치는 경향성에 기인한다. 총체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 중 과연 얼마나 실제로 본인 집 부동산 계약서 직접 작성해봤을 것 이며, 발품 팔며 자신이 머무를 공간을 탐색 했을까? 등기부등본을 제대로 살펴볼 수는 있을까? 하는 점 이다. 우리는 부동산 수익을 아주 당연하게 여긴다. 대표적인 불로소득인 복권당첨도 세금을 부과한다. 세금을 제외하고 지급한다. 만약 세금 자체가 부담이라면, 과세 이연이나 주택 모기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1인 가구가 확대되고, 분리되는 가족 구성원이 많은 흐름에서 기성세대의 1가구 2주택은 부족한 생활소득 자체를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런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이중부과 정책의 발상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 인가?
공인중개사 영역의 경우에도 거래횟수, 실현 수익은 천차만별 일 것 이다. 같은 공인중개사를 취득해도 누군가는 실전 연수를 받을 여건이 못돼, 장롱면허로 사양 될 것이다. 공인중개사에 관련된 제반 지식은 삶을 살아가는 데 유용한 지식이 많다. 일정 부분은 공적 일자리 창출로 공공중개사 등등으로 계약서의 기본 사실관계를 확인해준다 든지, 부동산 지식의 활성화 등등 활용할 측면이 많을 것이다. 물론 막대한 부를 추구하는 입장에서야 손해 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의 원천 자체가 사회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공적 역할 강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 자체의 그릇을 넓힐 필요가 커보인다. 추후에는 고마워요. 부동산 으로 선한 공인중개사로 인해, 발판을 마련한 케바케 스토리가 담긴 책을 기대해 본다.
사실 이 책은 원고를 받고, 그 날 바로 소감을 작성했다. 이후 8일 후 예상되었던 미 연방 정부의 빅컷이 단행되었다. 경제는 크게 거시와 미시로 나뉘는데, 대한민국은 유독 객관적인 경제상황이 아닌, 상대적 비교 우위의 미시적인 판단에 예민한 경향이 있다. 뭣이 중헌디? 0.5프로씩이나 금리를 낮출 만큼 미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단 것이고, 부동산 자산 비중이 큰 대한민국에 있어서는 유동성 함정의 요인이다.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경기가 파탄에 이르게 되고, 줄줄이 연쇄 도산이 이어질 우려가 크다. 경제 침체기에 접어들수록, 몸집은 줄이는 유동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말로 부동산이 삶을 유익하게 하는 권리가 되려면, '남'이 전하는 정보가 아닌 '나' 스스로가 탐색하는 역지사지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