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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아저씨가 들려주는 우리 풀꽃 이야기
김영철 지음, 이승원.박동호 그림 / 우리교육 / 2011년 2월
평점 :
내게 풀꽃 아저씨가 들려주는 우리 풀꽃 이야기가 오던 그날..
친정엄마도 짜잔..하며..동생과 함께 깜짝 방문을 하셨더라..
늘 시댁에서 달가워하지 않을거라며... 결혼 10년이 넘도록 7번 남짓 집에 다녀가신 울 엄마의
방문은 내게는 매우 특별하다..
그런 엄마와 함께... 따뜻한 봄 햇살을 만끽하고 싶어서
막 유치원을 다녀온 둘째 소희와 함께 뒷산을 오른다.
한쪽 팔에는 우리 풀꽃 이야기를 끼고서 산에 오르자... 엄마가 뭔데.. 하시며
책을 건네 받으신다...
한참 책장을 넘기시던 엄마 눈에 포착된 녀석.. 바로 수수꽃다리..
엄마가 어.. 여기 라일락 있네... 하시고 말씀하신다..
대뜸.. "그거 라일락 아니거든... 수수꽃다리거든" 하고 말을 하고
책을 제대로 읽지 않고... 세밀화로 그려진 수수꽃다리 그림만 보고서 두 모녀의 실갱이가 시작된다.
라일락맞거든... 라일락 아니고.. 수수꽃다리거든... 하면서
한참.. 말싸움(?)이 벌어지다가.. 가던 길을 멈추고.. 함께 책을 읽어내려가는데..
결국 우린 함께 박장대소 하며.. 웃어댄다..
라일락꽃의 우리말이 수수꽃다리 였던 것이다..
수수꽃다리의 잎이 그렇게 쓰다면서.. 엄마가 너도 한번 씹어봐라 하시는데...
아이처럼 친구처럼 오랜만에 천진난만하게 산을 오르며... 함께 웃어 본것 같다...
우리 모녀가 라일락에 대해선 서로 잘 안다고 자부했던 것은..
어린 시절.. 우리집이 가장 부유하게 살았을 그 무렵..
우리집 앞마당은 소위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원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곳에 나무 세그루가 있었는데..그중 한 그루가 라일락 나무 였다.
이 나무가 어찌나 둥치가 굵고... 그 자태가 컸던지...
내 어린시절 봄날 중 가장 아름다운 한 부분을 가져올수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집 마루에 앉아서....연보라빛 라일락꽃이 흐드러지게 피다 못해
온통 보라빛으로 마당을 물들이고....바람에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면서
풍겨내는 그 라일락 특유의 상큼함과 달달한 내음새를 맡으며...
아 행복하다... 하고 생각했던 그 날을 살포시 가져오고 싶다.
그래서 내게 라일락꽃은 부의 상징이였다...
그당시 울집 형편이 가장 좋았으니..어린맘에 그렇게 생각했을수 밖에..
내가 잘 살면 .. 그땐 꼬옥 내 앞마당이 있는 집을 사서
그 어린시절마냥... 내 봄날 한때를 앞마당 전체가 연보라빛 꽃잎들로 뒤덮이게...
그 향에 취해서.. 행복함에 몸서리치게....
그렇게 살아야지... 하는 꿈을 꾸며 산적도 있었다.
그러니.. 책을 읽어보지 않을채 세밀화로만 얼핏 그 녀석을 라일락이라고 말하는 엄마가
틀렸다고 생각한거다.. 책 목차는 봤던 터라... 수수꽃다리라고 우격다짐한 내가 너무 웃긴다.
어설픈 지식만큼 한심한 것도 없다더니만... ㅎㅎ
엄마와 함께 산을 오르며.. 혹시나 책속 풀꽃들을 만날수 있을까 하는 맘에 여기저기
풀들고 쳐다보고.. 쉬어가는 길에 책도 찬찬히 한단락씩 읽어본다..
이 책은 좀 특이하다...
내가 처음 생각한 풀꽃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나는 저자가 풀꽃들의 다양한 생김새와 종류 뭐 그런 획일적인 지식들을
늘어놓고... 백과 느낌의 그런 책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고 생각했다.
내가 그런 책이 필요했던 것일까?
분명 제목도 풀꽃 이야기인데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책속에는 그림을 그린 이승원님과 박동호님이 산여기저기를 다니시면서 관찰하고
본 것들을 그대로 세밀화로 옮겨 그린 것도 인상적이지만..
저자가 살면서 풀꽃과 함께 얽힌 에피소드를 가미시켜서 이야기 해주는 것이
아주 맘에 든다...
그냥.. 꽃냄새가 지독한 풀꽃... 뭐시기..뭐시기..
뿌리에서 냄새를 풍기는 풀꽃... 뭐시기..뭐시기...
해 놓을수도 있을것을.... 하나 하나... 쥐오줌풀과 함게 얽힌 이야기를 ...
누린내풀과 얽힌 이야기를... 애기앉은부채의 썩은 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소소하니 풀어내는 것이..
마치 할머니 무릎에 앉아서.. 옛이야기 전해 듣는 느낌이 든다.
엄마와 함께 산을 오르며.. 이른 봄에 핀 이름 모를 풀꽃의 사진을 담아본다..
녀석에게도 분명 이름이 있을터인데..
그 이름을 알아주지 못해.. 어찌나 미안함이 들던지...
엄마는 어느새 저 즈음....앞서 가고..
나는 봄햇살 만끽하며... 책장을 열었다.. 덮었다를 반복하며.. 그 뒤를 따른다.
책속에는 세밀화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잘 그려진
꾀 많은 물의 요정들..수련.연꽃,각시수련들..
그리고.. 나는 다시 봐도 헷깔리는 참나리,말나리,중나리등의 그림들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어서 놀라움을 금할수 없다..
돌아 오는 길에 엄마와 내가 아까 실갱이를 했던 수수꽃다리(라일락)를 발견한다.
조금 있으면 잎이 더 활짝 벌어지고 꽃을 틔우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연보라빛.. 또는 하얀꽃을 피우며... 향긋한 봄내음을 고스란히 전해줄 이 녀석
언제쯤 꽃이 만개할까... 내게 또 그 어린시절 향수에 젖게 해줄까 싶은것이
사뭇 들뜨게 만든다...
1학년 소윤이에게는 이 책이 소화하기에 좀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워낙 뒷산을 오를때... 이름 모를 꽃들의 이름알기를 희망했던 터라서..
소윤이는 이 책의 표지를 보자 말자 너무나 반겼다.
하지만 생각보다 글이 더 많자 살짝 실망.. 그것도 잠시..
책이 전해주는 우스운 이야기들에 급 화색이다..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케어온 냉이를 가지고 와서 책과 비교해가면서
심어서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냉이는 농사철을 피해서 나기때문에 농부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고 기뻐하는 녀석은
우리가 냉이를 죄다 먹어버리면 안된다고 저렇게 케어온 냉이를 화분에 심는다.
같이 케어온 민들레도 심어서 키울거라고.. 뿌리 다치지 않게 잘 쥐고서
사랑의 기운을 심어주는 소윤이
엄마는 그냥 지나쳐버렸던 여러풀꽃들... 내 아이에게는 이처럼 소중하게 생각되는 걸 보니
이미 자연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내가 살짝 부끄러워지는 것 같다.
풀꽃아저씨의 말처럼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풀은 없는 것 같다.
한단락. 한단락.. 여러가지 풀꽃들 이야기를 책속에서 만나보면서
나도 몇가지의 추억을 들춰내볼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아니였나 싶다.
그래도 산을 오를때 혹시나 내가 몰랐던 녀석들...지나쳤던 녀석들이
책속 풀꽃들과 같은 녀석들을 찾을수 있나 싶어서 꼬옥 옆구리에 끼고 산을 오를것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나고 신기한 그녀석들의 비밀을 하나 하나 알아가는 것 같아서
아이도 엄마도.. 가족이 함께 이야기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는 참 괜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