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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것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2
서유미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2월
평점 :

<우리가 잃어버린 것>서유미 작가
제목이 끌려서 읽게 된 책인데..
나의 상황과 많이 닮아 있는 주인공 경주의 이야기에 공감을 가지며 읽게 되었다.
경단녀인 주인공 경주의 생활인 하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카페 제이니'에서 구직활동을 해보지만 쉽지 않다.
'카페 제이니'에 출근도장을 찍으면서... 경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경주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대부분 육아엄마들의 일상과 많이 닮아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내놓고 돌아오면서
어린이집 아이 엄마들과 간단한 눈인사 후 집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마음을 들어내는 게 너무 힘든 요즈음,
경주가 말하는 인생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본다.
p)31 경주가 말하는 인생이란 말이 적혀져 있는 글이 있다.
인생을 산다는 게 그 접힌 페이지를 펴고 접힌 말들 사이를 지나가는 일이라는 걸,
아무리 가깝고 사랑하는 사이여도 모든 것을 같이 나눌 수도 알수도 없다는 걸,
하루하루 각자에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가다 가끔 같이 괜찮은 시간을 보내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

결혼전 경주의 단짝 친구들과의 자연스런 단절과
아이엄마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학동기 J와의 단절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관심사에 자신또한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쪽을 선택하면서...

P)127 삶의 중요한 시기를 지날 때마다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이제 누군가와 가까워질 가능성은 별로 없고 친구라 해도 좋을 만한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것도 어려웠다.
J가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운해하는 것보다
자신 역시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이해하고 지나가는 쪽을 선택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아무래도 이런게 아닐까??

카페 제이니라는 공간은 경주에게 자신만의 공간이자
카페주인인 미스 제이니를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꿈구는 공간이었다
P)144 주위를 둘러보면 그동안 왜 새로운 친구도 못 만들었나,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 같아 속상했다.
다른 아이 엄마들과 몇마디 나누고 가끔 밥도 먹었지만 마음이 쉽게 열리지 않았고 관계도 지속되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려워지는 이유는
한 사람의 어른 안에 너무 많은 조건이 담겨 있기 때문인 듯했다.
카페 주인과 손님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얘길 나눌 기회가 생긴다면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겼다.
새로운 사람을 사귈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에서 그런 상상은 소중했다.
그런데 부득이 카페 제이니가 2주동안 문을 닫았을때
배신감을 느끼고 더이상 그 카페를 찾아나서지 않는다.
다른 곳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구직활동을 멈춘 뒤로
경주는 매일 다니는 길에서 조금씩 색이 변해가는 나무와 하늘을 보며 소박한 새로움을 발견해나갔다
그것이 넓은 세계, 미지의 도시보다 더 아름다운 건 아니지만
경주는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가 그리 넓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페 제이니에서의 공간은 경주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기에
친구 J와의 인생의 한때를 지나왔듯, 카페제이니와도 짧은 구간을 함께 건너왔다.
언제나 두어 발 늦었다는 생각으로 자격지심과 열등감에 휩싸여 있던 겨주는 제이니의 메모를 읽고
"여기서 보낸 한 시절이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했다"고 말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서는 한 좌표를 이동하는 데서 긍정적인 결말을 이야기 한다.
처음에는 결말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책을 덮고 곰곰히 작가의 마음을 생각해보니
시차를 따라갈 수 없는 현실 앞에 그저 좌절하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점을 새롭게 정립하고 미스 제이니와의 관계를 통해 좌표를 이동했다는 데에 의미를 둔다는 결말인 듯 싶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을 세상과 고립시킬때가 있었지만
지극히 지금의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 또한 내 삶의 좌표에서 이동하고 있음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이 책을 읽고 힐링이 되고 위로가 된 책!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어떤 방향으로든 이동하고 있다."
업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