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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이 모여 문장이 된다 - 치열하게 걷고 간절하게 쓰는 사람의 이야기
박종민 지음 / SISO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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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모두 박종민 - 걷는 게 좋아서 걷다 보니 문장이 찾아왔다고 말하는 작가님
이 책의 곳곳에 작가가 찍은 멋진 사진도 볼 수 있는데 디카시라는 장르의 문학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디카시'라는 장르의 문학은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어울리는 재치와 위트가 담긴 짧은 글을 쓰는 것이예요
저도 건강과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서 걷는 시간을 가지는데.. 그러다 보면 좋은 풍경 앞이나 카페에서 쉬는 동안 사진을 남기는 게 많았는데 이렇게 디카시라는 문학 장르에 해당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책에서는 중요한게 길을 걷다가 느낀 작가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만큼 글 묘사가 좋고 글의 의미가 새롭게 붙여지는 것 같아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걸음이 모여 문장이 된다. 걷다 보면 나무 꽃, 강, 풍경을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내 안에서 생각들이 정리가 되는 걸 느낄 것이다. 생각이 정리가 되면 글이 되고 글이 되면 문장이 된다..

걷는 기쁨
다양한 길을 걷다 보니 내가 어떤 길을 좋아하는지 ㅇ라게 되었다. 생각의 파도가 끊이지 않고 넘실대는 길, 걸으면서 자주 주변에 시선이 ㅇ가는 길, 걷고 나서 깨달음이 하나라도 남는 길, 한 번 걷고 나서 다시 걷고 싶은 길, 언제라도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그런 길이다. 오늘은 어떤 길을 걸을까? 라는 질문을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로 바꾸어 보면 약간 비장해 진다. 좋은 길만 골라서 걸을 수 없기 때문이다. 꽃길이든 험한 길이든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걸을 뿐이다. 어찌 되었든 걷는다는 건 살아 있는 자의 특권이고 축복이다.

영주의 품에 안기다.
작가가 말하는 영주 부석사 소수소원 무섬마을이 있는 그 곳은 시댁이라 시집가서 몇 번이나 방문했던 곳들이다. 그렇지만 작가처럼 이렇게 의미를 느끼면서 생각해 본적은 없었는데 글을 읽으면서 내가 아는 같은 공간 지역을 방문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계셨다니..

높다는 건
마음을 낮추는 것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것
세상에 관대해지는 것

삶이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끊임없이 걷는 것이다. 걷는 이유나 목적은 달라도 길에서 떠오른 생각, 읽은 책들, 만난 사람, 몸소 겪은 일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 목적지에 반드시 행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길을 걷는 여정 속에 있다고 믿으니까. 고난이 옆에 있는 것처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안목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걸어야 하는 인생길에서 무엇을 보게 되고, 어떤 인연을 만들어 가고, 무슨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하면 발걸음이 즐거워진다.

내 인생의 시 한 편, 섬 미금도&도초도
섬은 시적인 공간이다. 섬 주위를 날아오르는 갈매기, 산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을, 아슬아슬하게 절벽 위에서 몸을 지탱하고 서 있는 진달래, 이 모든 것이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처럼 세상에서 격리된 유배자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과 불화하여 자발적으로 뭍을 떠난 자유로운 영혼들처럼 느껴진다. 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으면서도 나 역시 자발적인 유배자의 심정으로 다시 섬을 찾는 게 아닌가 싶다. 섬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 않아도 뭍으로 돌아가면 섬에서 보낸 시간을 그리워하니까.

화가전 장욱진 회고전을 다녀와서
외길만 걸었네 외롭지는 않았다네 보이는 것마다 말을 걸어왔으니까, 나도 단지 배경이었다네
무엇에 빠진다는 것은 집중한다는 것이고, 집중하기 위해서는 주변이나 생각이 심플해야 한다.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이나 음악 등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대가의 전시회를 보고 나서 다시 한번 마음을 추스른다. 몯느 문제의 답은 복잡한 걸 단순하게 재구성하는 심플함에 있다. 글을 쓰면서 자주 막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생각은 많은데 그걸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니까. 글을 잘 쓰려는 욕심이 과하면 생각의 실타래가 꼬이게 되고 결국 글도 산으로 올라간다.
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인생, 글, 생각하게 한 구절이었습니다.
"걷는 사람은 언제나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걷는 게 좋아서 많이 걷다 보니 작품이 찾아오고 작품들이 모여 책이 되었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걷는 여정에서 일어난 이벤트일 뿐이다. 인생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가지는 않지만 가끔은 상상하지도 않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모든 걸 예상할 수 있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일상 속에서 걷는 것 자체가 글감이 되고 글이 되고 문장이 된다.
여행이라는 낯선 공간에서도 재미있는 인생의 이벤트가 펼쳐질 수 있음을...
본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