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전영애.박광자 옮김 / 청미래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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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새벽
방금까지 이 책을 읽고 있었고, 정확히 328페이지 ‘자각‘ 부분까지는 꼼꼼히 읽을 수 있었다. 서평을 내일까지 써야하므로 뒷부분은 넘기듯 읽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내용이 워낙 쉽게 넘겨지지 않아서 ‘공판‘ 과 ‘마지막 길‘ 부분은 또 빨려들어가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기분 : ........ 무겁다, 안타깝다, 슬프다, 속상하다, 허무하다....... 그 외의 더 많은 여러 감정들이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안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국민학생이었던 어린시절에 마리 앙투아네트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될 거 아니야˝ 이런 말을 했다고 알려진 사치스럽고 허영심이 가득한 악녀였다. 철없는 악녀, 그렇게 멀리 다른 시대,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어린 아이마저 그런 이미지를 가질 정도로 나쁜 투사의 대상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된 후에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오해가 풀어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만큼 그녀가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그래서 그 당시에도 이 책이 읽고 싶었고 궁금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대신 영화를 봤었다. 하지만 이번에 책을 읽어보면서 영화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랑스러운 성격이나 열정, 후에 영혼적 성숙 같은 부분들이 잘 담기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전기소설이고 저자이신 슈테판 츠바이크 작가님이 상당히 주인공 편파적으로 글을 쓰시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들어서 그런 것들도 유념하며 읽게 되었는데, (나는 사실 더 편파적임으로 더 편파적으로 읽으려고 했다) 마리의 마지막이 너무 가혹했고, 사후에 너무 오랫동안 오해받아왔다고 느껴져서, 그 억울함 같은 걸 누군가는 풀어주고 싶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평소보다 시원하게 글을 쓰기가 어려운데, 표지에 그려진 마리 앙투아네트의 눈을 계속 마주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계속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녀의 영혼은 나에게 무얼 말하고 싶을까? 해서, 핑크빛의 발그레한 볼에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마리의 눈을 계속 보게 된다. 그래, 마리, 마리라고 부르고 싶어!

MBTI의 앞자리는 E이고 중간엔 F가 반드시 들어갈 거라고 추측이 되는 마리는 외향적이고 생각을 깊게 하기 싫어하는 말괄량이 소녀였다. 다정하고 따스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로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외로워서 누군가를 늘 찾고 있었던 것 같았다. 너무나 훌륭한 여제였던 어머니의 그늘이 갑갑했고, 남편은 자신을 외롭게 할 뿐만이 아니라 너무도 무능해서 자신을 욕먹게 했으며,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아름다운 외모와 정 많고 사랑스러운 성격은 질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을 것 같다. 마리의 솔직함은 왕궁 내 정치질과 맞지 않았고, 자유로운 기질은 왕비라는 직책과 어울리지 않았다. 마리도 왕비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책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나도 읽으면서 왕실이 아니라 평범한(?) 귀족에게로 시집을 갔으면 이런 고생 안하고 타고난 ‘경쾌한‘ 성격대로 즐겁게 살고 편안하게 죽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침묵)

사실 책의 중간까지 읽었을 때 이 책의 감상의 방향을 어느 정도 잡아놓았었다, 하지만 더 읽을수록 그때의 내 감상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녀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남편‘과 왕비라는 ‘일‘을 통해 ‘사랑의 자유‘와 ‘일의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가 떠올라서 그걸 적고 싶었었는데, 유명한 목걸이 사건이 시작되고, 기요틴에 처형당하게 되는 마지막에 와서는 그런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녀의 운명책에 써있는 운명이고 그녀는 자신의 운명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니까, 우리도 우리가 자유의지가 있다고 믿고 싶겠지만 과연 그럴까?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는 책이 굉장히 두껍기도 하고 역사 이야기라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쉽게 읽혀지는 글이었고, 작가님이 의외로 감정적인 표현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얄짤없는 비판도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행동들에 대해서 심리적인 접근을 하는 책이기도 했는데 마리가 너무 안타까웠다, 이런 느낌을 받았다. 마리아 테레지아를 생각한다면 마리 역시 좋은 묘목인데 안타깝게 여겨서 화가 나는 그런 마음이 느껴졌던 것 같다. 마리의 경우 엄마에게 물려받은 좋은 요소들을 왕관을 벗게 되면서 사용하게 되는 것 같았다. 공판 장면에서 현명하게 말하고 정신을 온전하게 붙잡으려는 모습에서 자신의 뿌리가 무엇이었는지 자각하게 되는 것 같았다.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마리 앙투아네트와 왕실의 사람들을 가까이 지켜보았던 사람이 쓴 느낌이 들기도 해서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이 정말로 사실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초중반까지는 무척 재미나게 읽었고 마리나 루이 16세, 뒤바리까지도 소설책 캐릭터처럼 느껴져서 친근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중후반부로 들어가면서는 마리도 어른이 되고 고통을 통해 성숙해졌는데, 이때부터는 책을 읽기가 힘들 정도였다. 너무 안쓰러워서, 그 운명에 놓이기로 선택이 된 사람은 모두 마리처럼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고, 마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놓였더라도 역사는 똑같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정말로 사랑했던 페르센에 대해서 나는 처음 알게 되어서 그 부분이 너무 신선했는데, 너무도 찐사랑이라 이 둘의 이야기가 따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이야기를 통해서라도 둘의 사랑을 다시 한번 이어주고 싶다는, 방해받는 않는 시대배경에서 다시 태어나서, 마음껏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책에서도 ‘모든 걸 빼앗겨도 사랑만은 빼앗을 수 없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페르센이 등장하는 중후반 내용까지 읽어보면 작가님도 이 부분이 많이 안타까우셨던 것이 느껴진다(페르센이 너무 괜찮은 남자여서-). 그래서 초반에 루이 16세에 대한 엄청난 비난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만약에 루이 16세가 아니라 페르센 같은 남자를 만났다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렇게까지 방황을 하지 않았을 것 같고, 안정된 결혼생활을 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나도 주인공이 마리이기 때문에 이렇게 쓰는 것이지, 루이 16세도 사실 너무 안쓰러운 인물이다. 둘 다 정말로 왕과 왕비에 맞지 않았다. 그냥 평범하게 살았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왕과 왕비였기 때문에 비판의 여론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고, 이들이 무능하고 무관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들에게 왕관을 내려놓으라는 요구 역시 당연하다. 그래도 운명이 너무나 가혹했다. 잔인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나쁜 투사를 당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맘에 들지 않는 여자를 성적인 망상으로 망가뜨리기 좋아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정말로 너무 지나쳤기에-)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처형시키는 계획에 루이 16세의 동생이 연루되어 있는 것도, 마리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동생을 구하기 위해 프란츠 황제가 편지 한 장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도 끔찍했다. 오로지 페르센만이 진심으로 마리를 걱정하고 구하고 싶어했다. 마리가 처형당한 뒤로 성격이 변할 정도로- 페르센도 나중엔 비극적인 죽임을 당한다. 공판 부분에서 아들에게 엄마를 모욕하게 만드는 부분은 정말로 역겹고 혐오스러울 정도라 마리가 너무 불쌍하게 느꼈다, 후반부에 이런 사건들 때문에 오히려 젊은 시절 철없이 마냥 즐겁고 어리석게 굴던 모습들이 별 거 아닌 것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의 어리석음이 이렇게까지 잔인한 결말로 이어져야 했는지, 오히려 운명이 너무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암튼! 이것을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사치와 향락으로 자신이 느끼는 바를 억누르며 도망치고 싶어했던 마리가 인생 후반부에 그것들을 모두 마주하고 해소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굴욕감, 수치심, 비참함, 남편에 대한 원망, 비난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고마움, 나라로부터 버림받은 느낌과 죽음의 공포 등. 사실 배경만 다를 뿐 사람의 인생엔 이런 무대들이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내가 마리였다면 그 모든 것들을 견딜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 책이 1932년도에 쓰여진 책이라 책에서 마리나 루이 16세의 성격을 표현하는 내용 중에 생각을 하기 싫어한다던가, 감정을 못 느낀다던가, 하는 부분을 한층 더 깊은 부분에서 이해되어서 새롭게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의식이 더 높아지기도 했고, 성격에 대한 여러가지 부분에서 더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 보였기 때문에, 특히 루이 16세의 경우 자폐증처럼 보이는 부분이 많아서 읽는데 좀 안쓰러웠다. 그리고 (대학생 시절의)괴테라던지(괴테가 폼페이에 이어 여기서 또 등장!), (만화책 때문에 친숙해진)베르탱이 잠깐 언급되는 것도 읽을 때 즐거운 요소였다. 역사적 지식부터 심리적인 부분의 이해, 인간적인 공감까지 책이 두꺼운 만큼 풍부하게 담겨있는 책이란 인상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정을 따르고 싶어했고 너무나도 자신답게 살고 싶어했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다른 생에선 정말로 자신답게 살았으면 좋겠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했으면, 평범한 여자로, 또 사람으로 정말로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적어본다. 다음 생에서도 옷 좋아하고 꾸미는 것이 좋다면 그런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좋다면 그러한 삶을 마음껏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안쓰러운 마리 앙투아네트의 영혼이 편안히 쉬길, 반드시 치유되어 행복한 생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이 글을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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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 - 짱구쌤의 세상에 없던 학교 이야기
이장규 지음 / 르네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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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 우리, 학교에서 만납시다
지은이 : 이장규
↪️ 별명 : 짱구쌤
↪️ 직업 : 용방초 교장선생님
↪️ 하지만 교장선생님이라는 말보다 ‘짱구쌤‘으로 불리우는 걸 더 좋아하신다.

🌿짱구쌤의 하루 : 에듀 버스로 통학하는 70명의 아이들을 교문에서 맞이하면서 한명 한명 하이파이브 하기, 배경음악으로 클래식을 튼다.
교장실에서 아이들에게 차 대접하면서 이야기 들어주기
🙆‍♀️짱구쌤의 수업 : 놀이, 실내화 빨기, 서시천 산책하기, 그림책 읽어주기 등
🌻짱구쌤의 오랜 꿈 : 집처럼 편안한 학교 건축하기, 365일 행복한 놀이 배움터 만들기




오늘은 3월 17일, 엄청나게 바람이 거센 날이다. 그야말로 혁신의 바람이 아닐 수 없다. 이 책도 혁신 학교, 혁신 학급에 대한 이야기로, 그 과정 속에 써진 글과 그림들이 담겨 있다. 책이 코로나 시기에 써진 글과 그려진 그림이어서 코로나 시기의 나의 생활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실 나는 코로나 시기에 행복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할 수 있었기에- 그리고 코바늘 수업을 코로나 때문에 그만둘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난 정말로 지쳐있었기에. 사람들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그때 추구했던 가치관들에 의문을 갖게 되기도 했으니까. 암튼! 그런 것들을 뒤로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본격적으로 집중을 할 수 있었다. 그때 그림일기도 그리고, 그림도 그리고, 도서관을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책도 2~3주에 3~4권을 읽었고, 글도 써보고, 내 나름의 예술활동을 했던 것 같다. 나에게 코로나 시기는 ‘나‘와 ‘꿈‘과 ‘일상‘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시기였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짱구쌤이 혁신학교를 꿈꾸며 변화를 위해 노력했던 시기와 내가 내 삶의 혁신을 꿈꾸며 변화를 위해 노력했던 시기가 같았던 것이다.


게다가! 용방초의 모습은 ˝내가 만약에 아이가 있다면 이런 학교에 보내고 싶을 것 같아˝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런 학교였다. 무려 이러한 상상을 ‘언젠가 결혼하겠지‘하던 20대 중반 무렵부터 가끔씩 해보았던 것 같다, 그때는 어렸으니까 결혼이 그냥 되는 건 줄 알았다, 그래서 아이에 대한 상상도 해본 거지, 나도 학교 시스템이 불편하고 답답했으니 나를 닮은 아이도 분명 그럴 거야, 하고- 나는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아이는 자연에 둘러싸인 곳에서 자라고, 땅과 친해지는 시간을 자주 갖고, 학교에는 권위의식이 없는 따뜻한 선생님들이 계시고, 자연 놀이를 많이 하는 그런 곳, 막연하게 그런 곳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30대 중후반의 삶은 용방초와 무척 닮아있었다. 그래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또!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다 읽은 오늘도 나는 공원에 가서 흙을 밟았고, 나무에 등을 기대어 한참을 쉬었고, 성북천에 가서는 흐르는 잔물결도 바라보고, 거기서 살고 있는 청둥오리와 왜가리 등도 보았다, 거기 살고 있는 고양이도 보고, 아! 그리고 동네 냥이한테 밥도 주고 간식도 주었다. 그래서 내가 그때 행복했구나!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나는 책에 줄을 긋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정신이 느껴지는 글들이 많았기에 형광펜으로 줄을 긋게 되었다, 이번엔 초록색 형광펜을 사용했다, 그야말로 ‘초록색‘이라는 색깔이 어울리는 용방초와 짱구쌤이었으니까!

읽으면서 행복해지는 내용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였던 ‘빗길 산책‘ 수업을 적어본다. (‘~‘이 부분은 중간 생략)
⬇️

<이번 주 1학년 수업은 아예 운동장에서 비를 맞는 수업을 작정하고 시작한다 ~
˝자, 양말을 벗고 우산 쓰고 맨발로 운동장으로 모이세요!˝
~ 부드러운 진흙이 발가락 사이를 빠져나올 때, 모래가 물과 함께 발바닥을 간지럽힐 때, 신발에서 해방된 발들이 처음으로 주인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순간이다. 때마침 빗줄기가 거세지고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는 발걸음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 바람이 거센 날, 바람이 간지러운 날, 눈보라가 지리산을 가리는 날, 안개비가 막막한 날, 햇살이 정수리에 붙는 날, 온통 새소리뿐인 날이 날마다 널려있다.>


‘바람이‘부터 시작되는 부분은 마치 동시 같았다. 이런 수업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회에서 좋다고 말하는 것이 내 행복이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아래 ‘완전 소사네, 쏘사 리‘ 부분을 읽을 때도 너무 공감이 가고 행복했다.


그리고 내가 만약에 선생님이라면 어떤 수업을 하고 싶을까?,도 상상해보게 되었는데, 내 머리에서 떠오르는 건 대체로 문화예술과 감정 다루기, 명상 같은 것이었다. 이것은 운동장 수업을 좋아하는 용방초 아이들과는 정말로 반대되는 성질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가끔 생각해본 건데, 어릴 때 연극같은 걸 직접 체험해보거나, 그러니까 배우가 되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만들어 보거나, 이야기를 만드는 등의 아티스트가 되어보는 체험을 수업의 형태로 정기적으로 받게 된다면 아이들이 더 건강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경우엔 DNA에 예술가 기질이 있으면 더 그럴 것 같다. 예술가 성향의 아이들이 그 기질을 억누르지 않고 발산하면서 성장하면 좋겠다, 하는 바람에서 나온 상상이다, 이미 그런 학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엔 그림책 이야기가 자주 등장을 하는데, 그래서 나도 그림책으로 이야기해본다면, 짱구쌤은 가브리엘르 뱅상의 그림책 ‘비오는 날의 소풍‘에 등장하는 ‘에르네스트 아저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오는 날에도 기꺼이 소풍을 가주는 어른, 아이들의 마음을 무시하지 않는 어른, 존중해주는 그런 어른말이다.

게다가 학교를 집과 같이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시는 부분도 놀라웠다. 그런 학교라면 다시 초등학생으로(나는 국민학생이었지만) 돌아가 입학하고 싶을 정도이다. 학교에 거실과 간이주방과 소파가 있고, 백살 된 팽나무가 보이는 도서관에다, 처마를 길게 낸 툇마루에선 비 감상을 할 수 있다니!! 2024년에 지어질 새 학교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이미 만들어진 데크 쉼터, 팽나무 옆 다락 정자(만화책 서가가 있음!), 트리하우스, 해먹, 라탄의자, 그네의자, 연못 등도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내가 어릴 때 다니던 학교의 분위기와는 너무 달라서 부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짱구쌤은 아마도 학교를 제 2의 가정으로 만들고 싶으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강력하게 아이들의 정신이 심어지는 곳이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영향을 받는 곳이기도 한 곳이 학교이니까, 이곳에서 따뜻한 어른들과 함께 행복하게, 두려움 없이 배우며 성장할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부디 세상에 휩쓸리지 말고 행복했으면, 자신을 존재 자체로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그리고 받은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그만큼 자신을, 그리고 영혼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고 요즘들어 더 느껴져서 이런 글을 써본다. 나도 노력해야지, 책을 읽고 더 행복해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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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앤드 산문집 시리즈
강혜빈 지음 / &(앤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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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빈
시인
사진가 파란피paranpee
뉴노멀이 될 양손잡이


1.
나는 나를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 먼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나를 정의내릴 수 있는 말들이 많았고 무척 쉬웠는데, 어느덧 나는 뚜렷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는 흐리고 경계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좋게 생각한다면 나는 무엇이든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고, 무언가를 이미 품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작가님은 10년 전에 시에 반해 시인이 되셨다고 했다. 10년 전에 열심히 도서관을 다니셨던 부분에서 나도 열심히 도서관을 다니던 시절(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깝고, 여전히 진행중인-)이 생각났다.





어느 날 갑자기 다정하게




2.
‘마음은 울퉁불퉁한 사탕. 아무런 색도 맛도 없다. 그렇지만 녹여먹거나, 씹어먹을 수 있다. 그 중에서는 절대 녹지 않는 마음이 있다.‘

나에게 절대 녹지 않는 마음은 무엇일까? 나는 이 책에 쓰여진 다정한 관찰력과 감성이 좋았다. 글을 읽는데 자꾸만 말이 하고 싶어졌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도 그랬어, 하는 공감력이 높아지는 내용들이 많았다. ‘마음은 울퉁불퉁한 사탕‘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알사탕이 떠올랐다, 혹시 입 안에서 알사탕을 오물오물하다가 마음은 알사탕 같구나!하고 떠올리셨던 건 아닐까, 하고, 가까운 누군가로부터 퍼지는 물 먹은 나뭇잎 향은 또 어떤 향일까, 하고 상상을 하게 되었다. 다가오는 봄에 공원에 가면 이 글을 기억해두었다가, ˝그 향은 이랬을 거야.˝ 하고 짐작해보고 싶어졌다.


3.
작가님의 커밍아웃에는 조금 놀라서 책에 더 빨려들어가 버렸다. 역시 책엔 이런 한 방이 들어가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나는 밤양갱을 좋아하지 않지만 밤양갱이란 노래는 좋아한다. 그리고 누가 밤양갱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건 잘못되었다거나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지 않나? 밤양갱을 좋아하는 사람은 싫습니다, 이런 말 굉장히 웃기지 않냐고-
하지만 누군가 갑자기 커밍아웃을 한다면 놀라울 수는 있지, 모두 ‘있어도 없는 척‘하는 일이니까, 나 역시 ‘있어도 없는 척‘하는 걸 가지고 있다. 블로그에선 종종 해왔던 말이지만, ‘아동 성폭력 생존자‘라는 커밍아웃도 누군가의 눈엔 조금 놀라운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그리고 갑자기 내가 조금 달라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초반에 작가님이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하셨던 말에 ˝아직 젊으니까 충분히 될 수 있지, 엄마하면 되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 조금 무거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10년만 지나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50년만 지나도 아마 로봇도 인간과 같은 권리를 가질 것 같고 말이지, 지금 우리는 현재의 걱정을 하고 있지만 미래엔 ˝왜 이런 걸 커밍아웃하고 조심스러워 해야 했나?˝하고 생각하게 될 것만 같아서 말이지, 누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인데, 누군가 그걸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여기는 것이 나는 더 자연스럽지 못하게 보인다.


4.
느지막히 일어나서 책상 앞에서 밥을 먹고 밀크티를 마시면서 조금 책을 읽다가 산책을 가려고 했는데, 조금 책을 읽는다는 것이 조금 더 연장이 되었고, 또 조금 더 연장이 되어버려서, 벌써 3시가 되었다. 나는 오늘 햇빛을 받을 수 있을까?, 책을 조금 더 읽고 나가고 싶다.(지금은 3월 10일 일요일, 나도 현장감을 담아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나도 이것저것 말이 하고 싶어져서 그때 그때 노트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두었다.)


5.
‘꽃이 없기 때문에 [안갖춘꽃]이라는 무화과는 처음부터 꽃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안으로 피는 것이랍니다.‘

무화과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어릴 때 할머니 댁에 흔하게 열려있던 무화과가 생각났다. 할머니 집에 가면 자주 쟁반에 무화과가 가득 담겨 있었는데, 당시에는 무화과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모양도 이상하고, 달기만 한 과일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비싸고, 귀하고, 다양한 음식에 토핑으로 쓰이고 있으니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는 위상을 느낀다. 나는 빵에 들은 무화과를 정말 좋아한다, 살짝 구운 듯 익혀져 있고, 씹으면 바삭하니 알갱이 같은 것이 씹히는 무화과가 정말로 맛있다. 옛날에도 내가 무화과를 귀하게 볼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하지만 어린애가 무화과를 귀한 눈으로 본다면 그건 어린애가 아닐 것이다, 어린애 몸 속에 할머니가 들은 것이겠지!


6.
‘딱딱한 복숭아는 어떤 근육으로 이루어진 걸까?‘

나는 이런 생각들을 정말로 좋아한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는 뇌가 굳어질 때마다, 마비가 올 때마다, 시집을 읽거나 재밌는 아이디어가 담긴 책을 읽는다, 그들의 에너지를 나에게도 흐르게 하는 것이다. 나는 모든 것에, 물건에도 생명 에너지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도 한 번도 과육을 근육으로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럴 수가! 만약에 복숭아를 보면서 과육을 근육, 껍질을 피부로 본다면 내가 복숭아를 먹을 수 있을까, 문득 그러한 냉정한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조금 장난을 치는 것이다, 복숭아는 내 입으로 들어가면서도 조금 즐거울지도 모르지, 복숭아의 마음을 내가 알 수 없으니, 단지 복숭아의 순수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것뿐, 나도 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물복이 좋아요? 딱복이 좋아요?˝ 저는 임플란트를 하기 전까진 딱복을 좋아했습니다, 천도 복숭아를 말하는 거예요, 아주 오랫동안 좋아하는 과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면 좋아하는 것도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지금은 먹기 부드러운 물복이 좋습니다, 그리고 나도 손에서 단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보여도 괜찮은 사람과 물 많은 복숭아를 먹고 싶습니다,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7.
책방의 이야기는 무척 신선했다, 책의 등뼈가 글 곳곳에 들어가 있다, 처음엔 왜 여기에만 파란 글씨로 적혀있을까?, 궁금했는데, 그리고 마지막엔 내가 좋아하는 시집의 제목이 써있는 것이 아닌가?!!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딱 1년 전 이맘때가 또 떠올랐다, 그때 이 시집을 읽으면서 노란 장미 블랭킷을 뜨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할미같았는데 지금의 나는 사춘기 소녀같아졌다. 그리고 코로나가 오기 전 보았던 유튜브에서 가수 이진아가 헌책방에서 책의 등뼈들로 노래를 만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그 영상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글을 써보고 싶다,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이 생각났다. 혹시 그때 그 영상, 작가님도 보고계셨던 걸까?, 궁금해지면서(아닐 수도 있지만) 만약에 그렇다면 같은 걸 시청한 사람으로써 사소하게 반가운 마음이 든다.

‘여자는 길을 몰랐고, 그의 연인은 우연을 가장한 계획 속에서 그를 인도하고 있었다.‘


8.
‘영혼, 그리고 마음은 울퉁불퉁한 사탕. 아무런 색도 맛도 없다. 그렇지만 녹여 먹거나, 씩어 먹을 수 있다. 그 중에서는 절대 녹지 않는 마음도 있다. 그런 마음을 많이 가질수록 좋다.‘

초반의 이야기가 다른 형태로 한 번 더 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시 같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잠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도 잠을 잘 들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잠이 잘 오려면 감정이 억눌려 있지 않아야 한다고 이성 100%로 말하게 되지만, 내가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예쁜 말들을 더 알았다면 다른 것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잠이 안오는 대신에 쓸 수 있는 것들, 그릴 수 있는 것들, 만들 수 있는 것들, 행동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 편이 더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이 되고 활력이 되고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현실의 모든 걸 온몸으로 받아내고 승화하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이고 부럽다, 그건 정말로 어려운 것이기에.

리뷰를 써야해서 조금 빠르게 책을 읽게 되었지만 이 책을 가까이에 두고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마음에 수분이 부족할 때마다 꺼내 읽고 싶다. (직업적인 분야에서)미래엔 AI나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 중 대체불가능에 가까운 사람들이 바로 다정한 사람들일 거라고 한다, 다정한 사람들은 미래에 보상을 받을 것이다, 다정한 사람들이 계속 남아있기를 바라며, 다정한 사람들이 계속 다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죽지 말고 잘 살아요.
더 귀여워진 당신을 기대하며.

지루한 미래에서 꼭 만나요.

총총.‘







[ 이 글은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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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쿠키 - 화려한 토핑과 쫀득한 식감으로 완성하는 나만의 쿠키
유미라 지음 / 책밥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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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책은 그래도 자주 접하는 편이지만 베이킹 책은 정말로 오랜만이 아닌가?싶을 정도로 어느새 멀어져 버렸다. 멀어진 이유로는 연인처럼 자리를 잡아버린 새 취미(나중에 일이 된, 지금은 아닌,)로 인해서 였는데, 그 전까진 나의 취미는 베이킹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잘했을 거라 맘대로 생각해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진 않고, 특히 요즘처럼 전문성이 높아진 시대에는 더더욱 내가 했던 베이킹은 아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만들 때의 힐링되는 마음이나 완성된 디저트를 따뜻한 커피(이때는 밀크티 보다 커피, 라떼를 좋아했다.)와 함께 먹는 행복감, 귀여운 포장지와 스티커로 정성껏 꾸며서 선물하는 즐거움 같은 것들은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만들기는 언제나 나눌 때 배가 되는 것이니까!



🎂
케이크 쿠키는 ‘케이크‘와 ‘쿠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케이크 쿠키‘에 대한 것이다. 책의 내용물을 보기 전까진 르뱅쿠키를 만들어 볼 수 있는 홈베이킹 책일 거라고 짐작했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따로 ‘케이크 쿠키‘라는 용어를 쓰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케이크 쿠키는 케이크의 화려한 토핑과 쿠키의 쫀득함이 결합된 보다 진보된 느낌의 쿠키였던 것 같다.



🍪
표지가 너무 젊고 예뻐서, 또 쿠키의 이름이 너무 발랄하고 재밌어서, 이 책을 가벼운 홈베이킹 요리책으로 본다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찾아오는 묵직함에 또 장인정신에, 베이킹의 역사에 감동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조금 그랬으니까, 나 같이 오랜만에 하는 사람도 ‘혹시 따라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아니야, 이건 베이킹을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수준인 거야.‘ 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기 때문! 내 생각으로 이 책은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이라는 말이 앞에 붙는 기본적인 베이킹 책이라기 보다는 중급인 사람이 고급으로 넘어가고 싶을 때 해보면 좋은 책인 것 같았다. 책 제목 그대로 ‘케이크 쿠키‘를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 또는 양과자점 플레지르의 쿠키 노하우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책을 가볍게 읽어보기에는 부분부분 흥미롭고도 귀한 지식들이 담겨 있어서 ‘일시 멈춤‘ 상태에서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게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쿠키를 만들 때 실패했던 사례들이 떠오르면서, 원하는 쿠키가 나올 수 없는 이유를 알게 되기도 했고, 밀가루는 왜 체에 쳐야하는지,
달걀은 왜 상온에 두어야 하는지,
오븐에 반죽이 많이 들어가면 안되는 이유나,
대체하면 안되는 재료에 대한 이유도,
핸드믹서의 구체적인 역할까지 정말로 섬세하게 알 수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했던 것들을 이해해서 의식화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재료와 도구에 대해 한층 더 깊게 이해하게 시간이었던 것 같다.



🧁
책의 레시피를 보면서 기억에 남는 건,
정확한 레시피, 수분, 그리고 온도였다.
이 부분이 다 잘 맞아야 맛도리 케쿠가 나올 수 있다. ‘방울‘계량! 그리고 ‘소수점‘ 계량을 나는 처음 들어서, 그렇게까지 정확해야 하는구나!! 하고 놀랍기도 했고- 역시나 요리, 베이킹은 과학이었던 것이다. 온도까지 완벽히 맞춰주고 완성이 될 때까지 관심을 기울여줘야만 맛도리 케쿠로 태어나는 것이다.



🥮
오랜 시간 단련해오신 파티셰님이어서 사진에서 보이는 과정이 무척 심플해보이고 완성된 케쿠는 무려 즐겁고 재미지게 보이기까지 하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역시나 이런 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란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만드는 사람이 되기 보다는 먹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이 과정을 잘 알고있기에 즐겁고 감사하게 먹을 수 있는 사람.



🥨
하지만 평소 베이킹을 해왔던 사람이라면 도전해보고 싶을만한 그런 케쿠가 될 것이고, 케쿠의 레시피와 노하우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케이크 쿠키
커다랗고 두툼한 쿠키 안에 다양한 크림치즈 반죽이 가득 들어가 있고, 쿠키 위엔 초코 크림이나 크림치즈가 올려져 있다. 그것만으로도 맛있을 것 같은데, 거기에 곰젤리, 크럼블, 다크 블로썸 초콜렛컬, 스프링클, 마시멜로, 로투스, 오레오, (체리는)꼭지 체리와 같은 것들이 다양하게 토핑된 쿠키이다. 이 책으로 쿠키를 만들고 토핑은 좋아하는 것으로 하면 ‘나만의 쿠키‘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생일 같은 날 매번 케이크 먹는 것이 지겹다면 케이크 쿠키를 만들어 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진짜! 진짜!! 맛있을 것 같은 쿠키가 아닐 수 없다.



🍞
오래 단련된 기술과 재밌는 상상력이 결합된 케쿠, 사진 속 케쿠를 보는 것만으로 눈과 마음이 즐거웠다. 이런 만드는 장르나 과학, 탐구 쪽의 에너지는 확실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것이 있어서 곁에 두었다가 기운내고 싶을 때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의미로 이쪽 장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떤 걸 너무 좋아하는 장르, 그게 세상에서 정의하는 생명체가 아니어도 나에겐 생명이 되는, 그런 장르.




[ 이 글은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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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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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문학이나 그림책 등을 평소 좋아해왔지만 소설의 경우 대부분 오래 전에 나왔던 이야기들, 고전을 주로 접해왔었다. 이번엔 요즘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 이야기를 읽어보았다. [우주의 속삭임]은 모두 다섯 편의 단편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그리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우주‘라고 하면 연상되는 외계인, 행성, 휴머노이드 로봇, 달, 초능력, 우주선을 소재로 삼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
첫 번째 이야기에선 사람이 잘 찾지 않는 여행자의 집 ‘별먼지‘라는 곳에서 펼쳐진다. 별먼지에는 라디오를 오랜 친구처럼 아끼는 할머니와 태어날 때부터 청력이 약한 손녀, 그리고 외계인을 찾아 별먼지를 우연히 찾은 수상한 사람이 등장한다. 청력이 약한 손녀는 할머니가 없으면 안될 정도로 할머니가 너무 소중한 존재이다, 그런 아이에게 할머니는 너무 늙어버렸고, 별먼지라는 곳은 낡아버렸다. 그런 막막한 상황에서 ‘제로‘라는 수상한 사람(?)이 찾아오는데, 소녀는 다른 사람의 말은 알아듣기가 어려워도 이 수상한 사람의 말은 신기하게도 모두 알아들을 수가 있다. 이 이야기가 재밌는 부분은 이 수상한 사람의 정체가 무엇인지 암시하는 내용들이 곳곳에 써있지만 처음 읽었을 땐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게 된다는 것, 이후에 정체를 알고나서 다시 읽어보았을 땐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
이 이야기는 할머니가 50년 전에 빌었던 한 가지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내용인 것처럼 보이지만, 크게 본다면 할머니의 두 가지 소원이 이루어지는 내용이기도 하면서, 소원을 빌지도 않은 손녀의 소원마저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마도 손녀는 직접적으로 ‘그것‘을 원한다고 말하진 않고 있지만 사실 속으론 혼자 남겨진다는 것이 무척이나 두려웠을 것 같다. 손녀 역시 누군가가 필요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할머니의 소원으로 손녀도 그 소원을 이루게 된다.


🤖
두 번째 이야기는 로봇들만 남겨져버린 행성 ‘타보타‘에서 펼쳐진다. ‘티티‘라는 로봇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언어와 감정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버리진 타보타의 온실에서 생명체인 ‘이끼‘가 발견되고, 이끼에게 ‘보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티티는 식물학자 홍박사에게서 들었던 ‘생명‘과 ‘친구‘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끼고 돌보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경험하게 된다. 이 이야기 역시 ‘이별‘이라는 코드가 담겨있지만 동시에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마지막에 늘 혼잣말을 해야했던 티티가 주변의 로봇들에게 해주었던 말들을 돌려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부분이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보보를 아기처럼 아끼는 티티를 통해 (지금은, 아직은)흔하디 흔한 이끼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이끼를 바라본다면 그 작은 생명체에서 우리가 시작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뭐랄까, 이끼 조상님!


🌕
세 번째 이야기에선 달이 등장한다. 달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태어나고 돌아가게 되는 곳인데, 이야기 초반에도 이에 대한 암시가 있는 것이 재밌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태어난 곳을 아는? 끌리게 되는 주인공 ‘진‘의 달로 돌아가는 이야기, 이번 이야기는 줄거리를 말하면 재미가 없어지므로 PASS- 다섯 편의 단편 중 가장 몰입이 되는 이야기였고, 놀라운 반전이 담겨있어서 굉장히 신선하기도 했고, 어린이들은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어른의 마음으로 읽었을 때는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상황 변화로 주인공이 느낄 감정이 느껴져서 이야기가 끝이나도 내가 느껴지는 건 끝이 안나는 느낌이랄까? 생각도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무겁고!!! 잔인한, 이별 이야기지만 또 사랑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았다. 한편으론 노부부의 사정이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복잡한 감상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
네 번째 이야기에선 자신을 괴롭히는 지호 무리와 그들을 피해 도망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지호 무리가 주인공을 괴롭히는 이유는 지호가 괴롭히던 길고양이를 구했기 때문에, 이 일로 주인공은 대신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주인공은 지호 무리를 피하다 우연히 ‘들어오(지 마)시오‘ 라고 적혀있는 파란 대문을 발견하게 되는데, 거기서 ‘무아무아족‘이라는 외계인을 만나게 되면서 막막했던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외계인의 힘을 빌려 복수를 ‘하게 되는‘ 통쾌한 이야기인데, 재밌는 상상력이 많이 쓰여서 작가님도 쓰실 때 즐거우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쾌한 에너지가 이야기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내가 ‘하게 되는‘이라고 표현한 것은 말그대로 의도치 않게 복수를 하게 되기 때문에, 해결되는 부분이 굉장히 재밌기도 했고, 다섯 가지 이야기 중 가장 확실한 해피엔딩이 담겨있기도 하다.


🦾
마지막 이야기는 지구에서 더이상 살 수 없게 된 가족이 새로 정착할 수 있는 행성을 찾아 부유하는 이야기로 여기에도 막막한 상황과 희망의 코드가 존재한다. 다른 이야기들과 다른 점은 우리가 사람이기에,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는 촉감의 소중함이나 가족간에 이루어지는 교감,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져 있고, 다른 이야기에서보다 좀 더 확실하게 부모의 사랑이 직접적으로 표현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나 3.0을 읽다보면 만약에 미래에 나도 내 몸을 기계와 합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미 치아엔 내 몸이 아닌 것이 존재하긴 하지만, 아직도 어색하다. 그리고 지나는 어떻게 그 우주선이란 공간을 오랜시간 견딜 수 있었을까?


✨️
책을 읽으면서 지금 주어진 지구라는 공간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땅을 밟고 내 피부의 촉감을 느끼고 공기를 마시고 자연을 느끼고 소중한 이의 온기를 느끼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다섯 가지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미래의 새싹인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 보호하고 싶다, 아끼고 사랑해주고 싶다, 하는 마음들이 잘 느껴진다. 과거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했던 것이 지혜나 지식이었다면 요즘의 어른들이 요즘의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건 아마도 사랑과 보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우주 복권이 있어서 나도 소원을 적어보았다. 과연 어떤 응답이 올지, 궁금하다. 사실 나는 이미 외계인을 만나보아서 외계인을 만나고 싶다는 소원은 빌지 않았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 이 글은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한 감상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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