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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서 빵을 샀어 - 일상이 로맨틱 영화의 한 장면이 되는 52가지 감성 레시피
안드레아 카스프르작 지음, 이현숙 옮김 / 이든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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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서 빵을 샀어.˝
하면 뭐라고 대답하냐는, MBTI 문제가 기억이 났다. 그 질문을 내가 받은 적은 없지만 나 혼자 생각해본 적은 있다. 나는 ˝어떤 빵 샀어?˝ 하고 물어볼 것 같았다. 아마도 우울한 감정이 무척이나 익숙한 성격유형으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우울감이 곧 지나갈 것임을 알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럴 땐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 별 거 아닌 대화를 하는 쪽이 훨씬 더 위로가 되지 않나? 내 친구는 그런 편인데, 그리고 나도 그걸 좋아해.

갑자기 친구 이야길 하게 되는데, 내 친구는 정말로 이야길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아마 내가 우울해서 뭔가 말하고 싶어하면 그걸 들어주되 너무 그 감정에 빠지진 않도록 환기시켜주는 소재를 꺼내주곤 한다. 그러면 정말로 기분이 나아져, 그리고 우울해지는 이유도 늘 같은 것 같고, 나도 점점 우울감을 표현하진 않게 되었다. 오히려 우울감이 느껴지면 그 감정을 활용해서 뭔가를 써본다거나 그린다거나, 너무 심각한 우울인 것 같으면 영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내가 이번에 읽게 된 이 책도 비슷한 결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자마자 ˝아, 작가님 INFJ 같아.˝ 하고 느꼈는데(아닐 수 도 있음), 내가 수공예만 하던 시절의 MBTI가 바로 INFJ였기에 글만 봐도 과거의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안드레야 카스프르작 작가님은 일상을 행복하게 느끼는 법을 이 책에 소개하고 있다. 제목처럼 ‘우울감‘을 작은 아이디어로 극복하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감각‘을 살려서 일상에서 행복감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하면 더 잘 맞을 것 같다. 여러가지 구체적인 일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그 속에서 감각을 느껴보게 하는 것이 작가님의 숨겨진 의도(?)라고 느껴졌다. 게다가 그 ‘감각‘이 ‘삶‘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그러니까 빵을 먹으면서 맛도 음미하겠지만 향도 맡아보고, 빵을 만든 장인의 수고로움도 느껴본다던지, 침대 머리맡에 꽃을 두면서 그날의 꽃의 꽃말을 알아본다던지, 농장에서 과일을 딸 땐 농장의 공기를 마셔보고, 딴 과일은 사람들과 함께 나눠먹는다던지, 하는 것들. 이것 말고도 일상이 정말로 영화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52가지의 ‘감성‘ 레시피들이 담겨져 있다. 레시피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우리나라와는 동떨어진 레시피도 있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작가님의 레시피를 한국식으로 바꿀 순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암튼 [우울해서 빵을 샀어]를 읽는 동안 나 역시 조금 마비되었던 감각들을 다시금 회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사실 느리고 여유로운 에너지로 돌아간다는 건 저항이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워낙에 바쁘고 빨리빨리 해야하고, 속전속결을 좋아하니까, 정말로 ‘푸셔‘의 에너지가 강한 나라란 생각을 한다. 그래서 느려진다는 건 불안하고 두려운 일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과거의 나는 정말로 부드럽고 느리고 여유로운 사람이었음에도 그 ‘느린 에너지‘를 되돌리는 것이 쉽지가 않더라. 주된 에너지의 반대로 흘러간다는 건 당연히 저항이 크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은 나의 에피소드가 하나가 있는데, 그게 ‘느려지는‘ 것의 신호탄,같은 것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좀처럼 오지않는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좀처럼 먹지 않는 자판기의 커피가 먹고 싶어졌다. 커피를 마시게 되면 오래 기다린 지하철을 놓칠 수 있다. 그때 읽고 있었던 이 책이 생각이 났고, 나는 500원 짜리 동전을 넣고 까페오레의 버튼을 눌렀다. 역시나 지하철은 그대로 보내야 했지만 그때 500원 짜리 까페오레를 마시던 그 순간은 사소한 것인데도 추억처럼 기억에 남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알던 그 여유로움의 감각이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동안 일상을 깊은 수준의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 조금 어려웠는데 그 날 이후로 일부로 느려지는 걸 선택하는 날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너무 조급한 마음이 들거나 불안감이 느껴진다거나, 무언가를 빨리 해치워야 한다고 느껴질 땐 일부로 느리게 움직이거나 미뤄도 괜찮은 건 미룬다. 마음 속으로 ˝괜찮아˝ ˝괜찮아˝ 말해주면서- 그러고보니 과거엔 내면아이와 소통을 한다던지 책의 내용처럼 감각을 깊게 느낀다던지 내가 느낀 행복을 나눈다던지 그런 것들을 참 열심히도 하고 살았다. 지금은 그렇게까진 아니어도 책에 담긴 로맨틱 에너지들을 내 일상 속으로 꺼내오고 싶다.

[결론] 마음을 열고 매순간의 삶을 사랑하라.



˝모든 로맨스가 그렇듯,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그 여정 중에 경험하는 모든 이야기에 얽힌 것이니까요.˝

˝적절한 순간에 울림을 주는 말은 깊은 깨달음으로 우리를 진정 살아 있는 상태로 이끌어 주고, 이를 통해 단순히 삶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순간을 충만하게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도록 합니다.˝

˝로맨스는 아주 작고 사소한 부분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니까요.˝

- [우울해서 빵을 샀어] 안드레아 카스프르작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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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저녁달 클래식 1
제인 오스틴 지음, 주정자 옮김 / 저녁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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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서평]이란 형태로 글을 써야한다는 게 참 어렵다. 아무래도 서평,이란 말이 너무 있어보여서 그런 것 같다. 그냥 감상문,이라고 하면 자연스러울 것 같다, 내가 감히! 이런 생각을 들게 하니까!! 오늘도 여전히 고양이의 구내염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카페에 들어가면 우리 아이는 그리 심한 편이 아님을 알고 조금 안도하면서, ˝그래도 나만 겪는 일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생하고 있구나.˝ 하는 묘하게 긍정적인 마인드까지로 내 마음이 번져가는 것 같다, 뭐 어쩔 수 없으니까, 여기다 이런 내 마음을 써서 뭐하나.... 제인 오스틴이 살던 시대는 아내가 남편과 동등하게 지내는 것이 어려웠던 시대였던 듯하다, 뭐 우리나라는 거의 80년대까지도 그러지 않았나? 남편 어려워하고,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란 말을 꽤나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지금이라면 매장당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뜬금없지만, 상징적으론 남성성이 하늘이고, 여성성이 땅이 맞긴 하다, 대지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이건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성별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좀 뭐랄까, 진리는 영원한데 시대에 따라 뜻이 왜곡되어버리는,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란 말 역시 뜻이 왜곡되어버렸던 건 아닐까. 암튼 제인 오스틴은 아버지의 믿음과 지지를 받았던, 자존감 높고 독립심이 강한 성격의 사람이었을 것 같다, 그랬기에 자신이 살고있는 세상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어째서?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동등한데, 너도 신사고 우리 아버지도 신사이니 나 역시 너만큼 귀한 핏줄을 가진 존재인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으로 <오만과 편견>이 태어났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이 쓰여질 당시에 제인 오스틴은 책 속의 리지와 비슷한 나이였는데, 출판은 16년 뒤에나 가능했고, 익명으로 책을 내야했다는 사실로 보면, 책 속의 내용이 당시엔 조금 파격이었던 것일까? 이럴 땐 역사를 잘 모르는 내가 원망(?)스러워진다, 잘 알았으면 제인 오스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암튼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오만과 편견>은 잘 알 수 밖에 없다. 영화와 드라마로 이미 많이 나왔으니까, 나는 이 책을 접한 건 20대 초반으로 그때 내가 봤던 건 조금 크기가 작은 책이었다, 그러니까 거의 15~20년만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이다. 그 사이에 나는 여러 경험도 많이 하게 되었고 내면의 성장도 크게 일어나서, 그러니까 예전의 나는 제인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나의 내면에 리지가 더 커졌다고 하면 맞을 것 같다. 저녁달에서 이번에 새로 나온 <오만과 편견>을 다시 펼쳐보면서, ‘재산이 많은 독신 남성에게....‘ 부분을 다시 읽기 시작하는데, 예전의 기억이 소환되었다. 그때도 재밌긴 했는데 이 책이 두껍기도 하고 조금 어렵기도 해서 겨우겨우 읽었던 기억ㅋㅋㅋ하지만 이번엔 그때보다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예쁜 카페도 가고, 집에서 읽을 땐 늘 간식을 먹으며 때론 맥주도 마시면서, 여름밤엔 맥주니까! 새벽은 조금 선선해서 선풍기 하나 틀어놓고 부엌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혹시나 이 책을 몇 년 뒤에 다시 읽게 된다면 ‘재산이 많은 독신 남성에게....‘ 부분을 읽으면서 이날의 모습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또 어떤 모습의,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암튼 과거에 읽은 적이 있다고 해도 자세한 내용은 거의 생각이 나지 않아,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많았다. 예전과 다른 점은 예전엔 주인공인 리지의 마음을 너무 따라갔던 것에 반해 이번엔 이성적인 마인드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리지가 못마땅하게 여긴 다아시의 오만함은 그가 가진 배경때문에 더 강화된 것은 아닐까, 비슷한 결을 가진 리지는 다아시가 가진 지위와 명예가 너무나 부러웠던 것은 아닐까, 하고. 리지는 남의 뜻을 따라야하는 운명을 가졌는데, 다아시는 남을 뜻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다아시가 자신의 오만함을 고백하지 않았다면 나는 리지를 질투 때문에 편견을 가진 사람으로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아시의 고백으로 리지는 사람의 속을 간파하는 똑똑한 사람임이 증명되었다. 게다가 무척이나 솔직하고! 다아시에게 청혼을 받으면서부터 리지의 매력이 점점 드러나는 것 같았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리지가 다아시에게 마음을 열고 좋아하게 되는 건 이해가 되는데, 다아시는 왜 리지가 좋았을까? 거의 금사빠 수준으로 반했는데, 어떤 점이 좋았을까? 하고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의 궁금증은 후반부에 이해가 되었다. 특히 캐서린 영부인과의 대결에서, 나 역시 리지에게 빠져버렸다. 결코 물러서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잡으려고 하는, 또한 맞는 말만 하는, 강철멘탈의 상여자였던 것이다.

˝맞아, 베넷 양. 이해관계 때문이야. 자네 멋대로 모두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서 그의 가족이나 친구들의 주목을 받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말게. 다아시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자네를 질책하고 모욕하고 무시할 거야. 자네 집안도 수치를 당할 거야. 우리 중 누구도 자네 이름을 거론하는 사람이 없을 거야.˝
˝정말 큰 불행이네요.˝ 엘리자베스가 대답했다. ˝ 하지만 다아시 씨의 부인이 된다면 그런 상황에 맞는 엄청난 행복을 누리겠지요. 전체적으로 따지면 불평거리가 없는 셈이죠.˝
˝고집이 세고 제멋대로인 아가씨네! 자네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작년 봄에 내가 그렇게 관심을 주었는데 이게 감사하는 태도야? 나한테 신세 진 게 없다는 거야? 이리 않아. 베넷 양, 내 말 잘 듣게. 난 목적을 이루려는 마음을 먹고 이리로 왔어. 난 설득당하러 온 게 아니야. 난 다른 사람의 변덕에 휘둘리지 않아. 실망을 참고 넘어간 적도 없어.˝
˝그렇다면 부인께서는 상황이 참 안쓰럽게 되었네요. 저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을 테니까요.˝

다아시의 헌신도 리지의 단단한 마음만큼, 아니 어쩌면 더, 대단해 보였다.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시대의 신분차이를 극복해낼 수 있다니. 리디아와 위컴의 일을 해결해준 것이나, 그럼에도 그것을 자신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등에서 지위에 걸맞는 책임감을 느끼고 짊어지려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아시 같은 사람들은 대체로 멀리 있는 사람에겐 좀 나쁜 소리를 들을 순 있어도 가까운 사람들, 자기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들에겐 엄청 헌신적이라 남편감으로 정말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게다가 비판을 잘 받아들이고 사과할 줄 알고, 정말로 신사! (콜린스처럼)아내를 남에게 굽신거리게 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번에 읽으면서 다아시란 사람이 가진 좋은 점을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다아시에겐 리지같은 생기발랄한 사람이 어울리지, 다아시에게 부족했던 건 바로 삶의 즐거움이 아니었을까? 그걸 리지가 채워줄 수 있을 거라 무의식적으론 이미 알고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암튼 리지가 다아시의 청혼을 받아들이면서 했던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에요. 제인 언니보다 훨씬 행복해요. 언니는 미소만 짓지만 전 깔깔대며 웃거든요. 다아시 씨가 두 분께 세상의 모든 사랑을 전해드린대요. 저한테 쓰고 남은 사랑을요. 크리스마스에 모두 펨벌리로 놀러 오세요. 이만 줄일게요.˝

다아시를 사람이 아닌 꿈이나 일이라는 상징으로 본다면, 정말로 원하는 일을 붙잡고 성취했을 때 얻게 되는 감정은 아마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39페이지부터 535페이지의 긴 소설을 읽으면서 제인 오스틴 작가님에게 내가 얻은 메세지는 아마 이것이었던 것 같다. 노래로 대신하자면, ˝인생은 한 번뿐 후회하지 마요. 진짜로 가지고 싶은 걸 가져요, 용감하게 씩씩하게🎵🎶˝

[마지막으로]
오솔길을 걸으며 편지를 읽는 장면이나 여러 번 곱씹고 싶어지는 젊잖으면서 로맨틱한 표현들도 멋지고, 여기 나오는 캐릭터들 각각 이해가 되는 부분도 많아서, 사실 전혀 미운 구석없이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 중간엔 조금 지루했지만 이 책이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로 재밌게 읽히는 책이 아닐 수 없다. 2주 안에 서평을 작성해야해서 빠르게 읽어야 했는데, 나중에 다시 읽게 되면 그땐 더 여유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그땐 다아시에게 완전 반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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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일러스트 매거진 아노락(Anorak) : 상어 - ISSUE 12
아노락 코리아 편집부 지음, 이희경 옮김 / 아노락코리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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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일러스트/매거진/아노락ANORAK은,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일 년 전쯤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땐 도서관에서 이 잡지를 읽었었다. [만화, 이야기, 놀이, 지식] 등을 즐겁게 자극해 풍부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잡지,라는 인상이 있었다. 당시에 나는 지금보다도 더 창의성에 관심이 많았고 동심도 더 많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이 잡지가 어린이뿐만이 아니라 [창의성에 관심이 많거나 동심을 되찾고 싶어하는] 어른들에게도 좋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아노락ANORAK🪸
아노락ANORAK🐠
아노락ANORAK🪼

아노락의 주제는 매번 달라지는데, 이번엔 지구상에서 가장 오해를 많이 받는 바다동물인 상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가 왜 🦈를 지켜줘야만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나의 경우)몇 년 전만 해도 죠스,였을지도, 🦈하면 공포스러운 이미지가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이후론 🦈캐릭터 등으로 친근해지면서 오히려 재밌게, 죠스바가 떠올랐다. 근데 아쿠아리움에 가서 실제로 🦈를 만나보고나서는 조금 고양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우아하게 수족관 안을 산책하는 모습을 보며, 또 바닥에 가라앉아 조용히 휴식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그때 약간 숨숨집에 들어가 있는 느낌으로 쉬고 있었다). 그래, 고양이! 🦈만큼 지구상에서 오해를 많이 받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고양이, 지금 고양이의 위상이 많이 달라진 것처럼 🦈 역시 그렇게 되리라~, 하는 마음이 아노락에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 친구를 만나보기 전에 먼저 재밌는 놀이들을 먼저 해보았다.

아노락에서 가르쳐준 놀이들 중 나는 이것을 따라해 보았어!
[모양 모으기] 먼저 세모🔼 : 고양이의 귀, 코, 사람의 코, 화살표의 머리, 별의 팔과 다리, 상어의 이빨, 삼각자, 산의 모양, 피자 한 조각, 수박 한 조각, 종이배의 머리, 반으로 자른 샌드위치, 지붕, 고무주걱, 크리스마스 트리, 삼각 가랜드, 물고기의 꼬리...... 등등
그리고 네모⏹️ : 문, 창문, 건물, 상자, 식탁, 버스, 기차, 네모난 어항, 책장, 컴퓨터, 핸드폰, 티비, 라디오, 가방, 반바지, 쿠션, 침대, 베개..... 등등 네모는 너무나 많았다. 동그라미⏺️ : 눈동자, 달, 얼굴, 선풍기, 콩알, 안경, 홈매트, 사과, 귤, 복숭아 등의 과일, 지구, 동그란 시계, 태극무늬, 화분, 유리병, 뚜껑, 두루마리 휴지, 동그란 거울, 훌라후드, 펼쳐진 우산, 동그랑땡, 햄버거, 콧구멍, 단추, 구슬, 공.... 동그라미도 넘치게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들의 이미지도 떠올리게 되었다.
🔼 뾰족하다, 화난 느낌이 난다, 세모는 의외로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창의적인 생각을 더 자극한다☆, 한글에는 세모가 없다
⏹️ 무뚝뚝, 든든한 느낌, 도시적인 느낌, 네모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들에서 많이 보인다, 기계 같은-
⏺️ 귀여움, 부드러움, 안정감이 없어 불안한 느낌도 든다, 동그라미는 자연적이거나 문학적 표현으로 어울리는 것들이 많아 보였다, 한글에는 동그라미가 가장 많이 쓰인다.
몸풀기 놀이에서 너무 달려버렸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이 옴. 생각이 많을 때 (어린이와 다르게 어른들 중 일부는 생각이 굉장히 많으므로) 이런 걸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많으면 부정적이 되기 쉬운데 아이디어나 발견하기 등으로 생각회로를 돌려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거북이의 날을 따라해보았지만 게을러져버렸다.
◇행복의 메세지 적기,는 어떤 말을 들었을 때 행복해질까?, 하는 생각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아님 뭘, 떠올릴 때 나는 행복하지? 같은 것도, 요즘은 달콤한 케이크 같은 걸 떠올릴 때 행복하다.
◇빈티지북,에 대해 읽을 땐 나는 ‘무얼‘ 수집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이나 모자가 떠올랐는데, 모자의 경우 그림으로 그려 스크랩해도 재밌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짧은 만화와 동화 등이 여러 편 있어, 읽어 보았다. 저마다 그림 스타일이 달라 연달아 읽게되는 이야기들을 펼쳐보았을 때 지루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또한 이야기가 짧기 때문에 아이들도 따라서 이야기를 지어보거나 만화를 그려보는 ‘놀이‘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야기들 중 [은퇴한 슈퍼히어로들의 집]이 가장 재밌었다. 암튼 아직, 이야기의 주인공 🦈가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부모들이나 이모, 삼촌 등이 장마철 같은, 밖에 나가기 어려운 날에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기 좋은 주제와 요소들이 잡지 안에 정말로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상어 이야기] ⁠ 상어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보통 아주 오래전의 동물을 떠올리면 공룡을 떠올리지 않나? 상어가 공룡🦕보다 그리고 나무🌴보다 더 오래전부터 지구🌍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지구 고인물은 바로 상어🦈였던 것이다. 또한 상어의 크키는 다양했는데, 사람의(아마도 어른이겠지?) 팔뚝만한 작은 상어부터 버스🚌만한 상어도 있다고, 도로에서 버스가 지나갈 때 커다란 상어를 상상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청새리상어의 경우 잠수부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사진📸도 잘 찍힌다고 하니, 상어들 중에서도 친화력이 좋은 상어들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상어의 알주머니를 ‘인어의 지갑‘이라고 부른다는 것이 몹시 낭만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노락 속 어린이들의 상어 그림‘들을 보며 든 생각] 나이가 어릴 수록 상어의 모습이 추상적이다, 커갈수록 상어가 현실의 모습과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어린아이 마음‘을 그토록 강조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또 들었다.

[같이 놀자]
⁠펜을 사용해 잡지에 직접, 바다동물 친구들을 그려보거나 선을 긋거나 상어 이빨을 세어보거나 미로를 찾아 친구를 만나게 해주거나 하는 놀이를 해볼 수 있다. 깊고 깊은 바다속 해양동물들을 그려볼 때에는 이름을 지어주게 된다거나 캐릭터의 성격을 부여한다거나, 하는 놀이도 자연스레 이어지게 되었다, 어린아이 마음이 많이 올라옴. 상어 낱말 찾기나 선잇기, 미로찾기 등은 어린이뿐만이 아닌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처럼 느껴졌다, 가벼우면서 집중력이 좋아지는 놀이,라고 느껴졌다. 맨 마지막에 있는 상어 그리기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넉살 좋은‘ 상어]라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주어져 상상력을 더 자극하게 만들어 그릴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았다, 비록 내 그림은 좀 엉망이지만, 뭔가 ‘상어+넉살 좋은‘이란 이미지가 낯설어서 그런지 뭔가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스크림은 내가 요즘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그렸다🍦🍨

[번외]
⁠잡지를 읽는 동안 일기를 쓸 때 아이디어 같은 것이 번쩍이거나 하였는데, 그 중의 알찬 발견으로 ‘색‘이란 글자에 일곱가지 색을 모두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상어 말고 나는 고래를 그렸는데, 몸에 꽃무늬가 있는 고래로, 꽃고래이기 때문에 이름은 ‘꼬꼬래‘라고 지었다. 꼬꼬래의 물줄기는 무지개색으로 마지막에 화려한 분수쇼를 보는 것처럼 별모양이 만들어진다거나 할 수 있다. 암튼 아노락의 ‘행복+창의‘의 에너지에 나의 일기장도 한층 컬러풀하고 동심이 가득해졌다, +스티커도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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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빈센트 (하드커버 에디션)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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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고민이 참 많은데, 그래서 요즘 공원 그러니까 자연을 자주 찾고 있다, 사진 속 풍경과 다르게 지금 나는 자연 속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자연 속에서 글을 쓰면 정신적으로 어떻게 다를까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자연, 몇 년 전까진 자주 찾던 장소이자 한동안은 멀어져 있던, 그러니까 내 입장에서.....(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내 입장에선 좀 멀어져 있었다.

오늘의 준비물 :
얼음물이 든 텀블러, 선글라스, 챙이 넓은 모자 등등

최근에 나는 햇빛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데,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것은 자연 속에서 받는 햇빛 또는 영혼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건 멀어져 있었으니까 느낄 수 있는 것일테다. 자주 함께하면 그 빛이 당연해서 나에게 어떻게 좋은지, 좋았는지 알기가 어려웠을테니- 그건 햇빛이 아니라 그 어떤 것도 마찬가지겠지. 만약에 자유라면 어떨까? 우리가 현재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면 아마도 자유가 뭔지도 모를테고 자유를 꿈꾸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유를 잃으면 우리는 자유를 갈망하고 자유를 찾으려고 애쓰게 될테지.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삶에서 무언가를 잃어보게 되는 경험을 하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느껴보게 되고 찾으려 애쓰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나는 잃었다고 느끼는 것이 또 있는데, 사실 한 두개가 아니다. 건강 말고도 감수성도 줄었다고 최근에 걱정을 했다. 감수성이 뭐라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감수성을 잃으면 어째서인지 행복도가 떨어지고 고양이도 나도 힘을 잃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나에겐 감수성이란 물(달)의 요소가 너무나 중요한데, (그래! 삶에 중요한 게 이다지도 많은 거야!!) 또 그래서 그것이 줄었다고 느끼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중에 하나는 일기를 쓰는 것이고, 감성이 깃든 노랫말을 듣는 것이고, 시집을 읽는 것일 거다. 시집도 그냥 읽기만 하면 안된다. 노트에 반듯하게 천천히 따라 적어보아야 한다. 그럼 신기하게도 문장마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시에 적혀져 있는 ‘사람‘의 마음도 느껴본다. 그렇게 읽으면 시 하나를 읽는데 시간이 엄청 걸리지만 시에 적힌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시와 조금 친해진 후에 자연을 접해보면 자연 속에서 시가 발견된다. 물론 나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훌륭하진 않지만 내 마음엔 분명 무언가 작게 변화가 오는 것이다. 어제는 하늘 높이 자라있는 나뭇가지에서 나뭇잎이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아마 나뭇잎이 날고 싶다고 해서 바람이 후- 하고 불어줬을 거야.˝ 이것을 좀 더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한다면 시가 되겠지?하고 생각하며- 그리고 또 신기한 현상은 일상의 사소함에 집중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다. 우리 동네 공원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잘 알지 못했었는데, 어느 날 바닥에 자두가 떨어져 있었다. ˝아! 공원에 자두 나무가 있었네!˝ 하고 덜 익은 자두 두 개를 포함해 세 개를 주워 집으로 가져갔다. 그 일이 있은 후에 조금 지나 또 그 자두 나무 아래를 지나가고 있는데 ‘투-둑~‘ 하고 소리가 나더니 정확하게 내 쪽으로 잘 익은 자두 하나가 굴러떨어졌다. 마치 자두 나무가 나한테 ˝ 자두 하나 먹어.˝ 하는 것마냥. 이번에는 그 자두를 집에 가져가지 않고 수돗가에서 깨끗하게 씻은 후에 맛있게 냠냠 먹었다. 맛이 새콤달콤했다. 이 상황이 시가 된다면 어떻게 표현이 될까? 나는 또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 순간이 시까지 이어지는 것에는 기다림이 필요하고, 그 기다림 속에선 장애물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장애물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예술을 꽃피우는 사람들을 경이롭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번에 내가 읽은 시집은 시화집으로 시와 그림이 함께 하는 시집이다. 이 책은 몇 년 전에 정독도서관 청소년실에서 보고 빌려와 3주를 함께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서평단으로 다시 함께하게 되었다. 이번엔 하드커버 에디션으로 표지가 매끄럽고 두툼해졌는데, 한층 세련된 감각이 추가된 느낌이 들었다. 아몬드 나무가 그려진 표지 안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모음들과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이 같이 한다. 나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을 꽤 많이 보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펼쳐보니 새롭게 느껴지는 그림들이 많았다. 미술관에서 보는 그림도 아니고 프린트 된 그림을 보는 것인데도 색의 조화가 아름다워 감탄이 나왔다. 어떤 날은 시가 더 보이고 어떤 날은 그림이 더 보이거나 하였는데, 그럴 땐 그대로 시만 읽거나 그림만 보거나 하였다. 그림과 글, 둘 다 좋아하지 않기가 힘들다.

지금은 집이다. 그리고 밤이다. 갑자기 시화집에 있는 시 한 편을 여기다 적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제목은 [반디불]
가자가자가자 숲으로가자
달조각을주으러 숲으로가자
-그믐밤 반디불은
-부서진 달조각,
가자가자가자 숲으로가자
달조각을주으러 숲으로가자

원래 ‘가자 가자 가자‘ 인데 ‘가자가자가자‘ 로 쓰니까 내 급한 마음이 느껴지지만 뭔가 재밌다. 그리고 부서진 달조각을 찾으러 어딘가로 탐험하고 싶어진다.

사진 속 카페는 디저트가 정말 맛있는 맛집이다. 그리고 동시에 햇빛 맛집이다. 어릴 적 이름이 해환이었던 윤동주 시인과 빛을 그린 화가였던 빈센트 반 고흐와 어울린다는 나름의 무의식적 판단으로 이곳에 오게 된 것 같다. 그래서그런지 마지막 사진에 보이는 조명 안에 있는 것도 조금 ‘해‘처럼 보인다. 난 정말 끼워맞추는 걸 잘🌞





[이 글은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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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놀이공원 - 캬오오스! 초대합니다 파스텔 그림책 6
야마시타 코헤이 지음, 김정화 옮김 / 파스텔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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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무인문구점이 생겼다. 최근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달은 지나지 않은 것 같다. 어제 저녁엔 무인문구점에 들어가서 여러 문구와 어린이용 장난감들을 구경했는데, ‘어린이용‘이라는 특유의 몽글몽글하고 말랑말랑한 에너지가 마음을 엄청나게 이완시켜주는 것,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엄청난 이완 작용을 느꼈다. 무인무군점엔 나 말고도 사람들이 꾸준히 들어왔는데, 어린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어른도 있었지만 스무살이 넘은 것 같은 젊은 친구들도 어린이 문구가 주는 특유의 에너지에 홀린 듯이 구경을 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어린이 문구나 장난감 말고도 그림책도 아주 좋아하는데, 그림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예전에 블로그에 쓴 적이 있는 것 같지만, 다시 말해본다면, 그림책 그러니까 어린이를 위한 책엔 ‘존재만으로 사랑받는‘ 느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의 주인공 ‘미르‘는 놀이터의 친구들 무리와 함께 어울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아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어릴 땐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무척 중요한 일일테니까. 아마도 미르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아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줍은 성격 탓에 쉽게 말을 걸기 어려워하는 것이라고 나는 추측을 해보았다. 갑자기 탐정 놀이 시작! 미르는 놀이터 친구들에게 말 걸기를 실패한 후에 집으로 돌아와 좋아하는 공룡을 공부하고 공책에 정리를 한다. 그렇게 꾸준히 공룡 공부를 한 것이 어느 덧 공책 6권째가 되었다. 이것을 보면 미르는 외로움을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는 것으로 극복하는 건강하고 성숙한 아이인 것 같았다. 젊은 나이에 전문성을 갖추게 되는 어른들의 어린시절이 이와 닮지 않았을까?, 하고 또 한 번 추측을 해본다.

암튼! 이런 미르에게 어느 날 초대장이 날아온다. 공룡 공부를 꾸준히. 열심히. 한 미르를 지켜본 메갈로사우르스 원장이 공룡 놀이공원으로 초대를 한 것이다. 초대받기 전의 장면도 인상적인 것이 공룡 시대에 살았던 새인 콘푸키우소르니스가 미르를 따라다니며(?) 지켜보다가 창가에 초대장을 놓아주는 부분이었는데, 이 새는 마지막 페이지에서도 미르를 지켜봐주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뭐랄까, ‘혼자‘라고 느낄지도 모를 미르를 누군가 지켜봐주고 있는 느낌, 그것도 공룡이라는 거대하고 든든한 존재, 게다가 미르가 좋아하는 존재가 지켜봐준다는 건 엄청 안전한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 어떤 면에서 이 그림책은 부성애의 느낌이 큰 이야기인 것 같기도 했다.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처럼.

프테라노를 타고 공룡 놀이공원으로 떠나는 장면에선 [피터팬]도 함께 떠올랐는데, 피터팬에선 웬디가 네버랜드에서의 경험으로 성장을 하는 것처럼 미르는 공룡 놀이공원에서 좋아하는 공룡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성장을 하게 된다.

미르는 공룡 놀이공원의 암모나이트 언덕에 앉아서 공룡 그림을 그리고 정리를 하다가 공룡 친구들에게 노트를 보여주게 되고, 그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관심과 인정을 받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나중에 현실로 돌아와 놀이터 친구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자신감이 되어준다. 공룡 놀이공원을 꿈 속 경험, 무의식 경험이라고 본다면, 무의식에서 먼저 인정을 받음으로써 현실에서도 자신감을 얻게되는, 그런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은 위에서 내가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로 적었던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느낌과는 조금 다른, 좋아하는 걸 인정받는, 그러니까 능력을 인정받아서 행복한, 그래서 사랑받는 느낌을 경험하는 이야기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이 경험도 정말로 중요하니까!

공룡 놀이공원엔 정말로 생소한 이름의 공룡들이 엄청나게 많이 등장을 한다. 비슷해보이는 공룡들도 저마다 이름이 달랐다. 자그맣게 적혀있는 공룡들의 이름을 읽어보고 관찰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는데, 지식을 얻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아이들은 이 책을 정말로 좋아할 것 같았다. 나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에 가서 공룡 도감을 빌려오고 싶어졌다. 또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모험심을 느끼게 하는 그림들을 보고있자니 나도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왕이면 진짜 놀이공원 보다는 꿈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신비한 세계로 가고 싶다. 이건 비밀인데, 나는 사실 해리포터 마법학교에 다녀온 적이 있다. 꽤 오래전이지만, 거의 10년 전의 일이다, 믿거나 말거나. 그리고 크리스탈 성에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리고 또 산만큼 높은 롤러코스터를 탄 적이 있다, 아주 스릴이 넘치고 재밌었다. 또, 하늘을 나는 기차를 탄 적이 있다, 그리고 구름 속을 달린 적이 있다, 그리고 페가수스를 탄 적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좀처럼 그런 일들이 일어나질 않는다. 아마도 동심이 너무 바닥이 난 모양이다.

그림책과 함께 공룡 키링을 선물받았다. 나에게 온 공룡 이름은 스피노사우르스였다. 물가에 살고 물고기를 먹는 공룡. 조그만 종이에 스피노사우르스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데, ‘물고기를 먹었어요.‘라고 써있다. 이 부분이 너무 자기경험 같아서 부러워졌다. 나도 공룡을 보고 ˝그 공룡 등에 깃털이 달려있더라구요!˝ 하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암튼, 공룡 키링은 내 지갑에 달아두었다, 지갑이 초록색이라 공룡 키링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





[이 글은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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