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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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이나 그림책 등을 평소 좋아해왔지만 소설의 경우 대부분 오래 전에 나왔던 이야기들, 고전을 주로 접해왔었다. 이번엔 요즘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 이야기를 읽어보았다. [우주의 속삭임]은 모두 다섯 편의 단편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그리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우주‘라고 하면 연상되는 외계인, 행성, 휴머노이드 로봇, 달, 초능력, 우주선을 소재로 삼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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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에선 사람이 잘 찾지 않는 여행자의 집 ‘별먼지‘라는 곳에서 펼쳐진다. 별먼지에는 라디오를 오랜 친구처럼 아끼는 할머니와 태어날 때부터 청력이 약한 손녀, 그리고 외계인을 찾아 별먼지를 우연히 찾은 수상한 사람이 등장한다. 청력이 약한 손녀는 할머니가 없으면 안될 정도로 할머니가 너무 소중한 존재이다, 그런 아이에게 할머니는 너무 늙어버렸고, 별먼지라는 곳은 낡아버렸다. 그런 막막한 상황에서 ‘제로‘라는 수상한 사람(?)이 찾아오는데, 소녀는 다른 사람의 말은 알아듣기가 어려워도 이 수상한 사람의 말은 신기하게도 모두 알아들을 수가 있다. 이 이야기가 재밌는 부분은 이 수상한 사람의 정체가 무엇인지 암시하는 내용들이 곳곳에 써있지만 처음 읽었을 땐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게 된다는 것, 이후에 정체를 알고나서 다시 읽어보았을 땐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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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할머니가 50년 전에 빌었던 한 가지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내용인 것처럼 보이지만, 크게 본다면 할머니의 두 가지 소원이 이루어지는 내용이기도 하면서, 소원을 빌지도 않은 손녀의 소원마저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마도 손녀는 직접적으로 ‘그것‘을 원한다고 말하진 않고 있지만 사실 속으론 혼자 남겨진다는 것이 무척이나 두려웠을 것 같다. 손녀 역시 누군가가 필요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할머니의 소원으로 손녀도 그 소원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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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는 로봇들만 남겨져버린 행성 ‘타보타‘에서 펼쳐진다. ‘티티‘라는 로봇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언어와 감정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사람이 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버리진 타보타의 온실에서 생명체인 ‘이끼‘가 발견되고, 이끼에게 ‘보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티티는 식물학자 홍박사에게서 들었던 ‘생명‘과 ‘친구‘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끼고 돌보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경험하게 된다. 이 이야기 역시 ‘이별‘이라는 코드가 담겨있지만 동시에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마지막에 늘 혼잣말을 해야했던 티티가 주변의 로봇들에게 해주었던 말들을 돌려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부분이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보보를 아기처럼 아끼는 티티를 통해 (지금은, 아직은)흔하디 흔한 이끼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이끼를 바라본다면 그 작은 생명체에서 우리가 시작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뭐랄까, 이끼 조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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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에선 달이 등장한다. 달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태어나고 돌아가게 되는 곳인데, 이야기 초반에도 이에 대한 암시가 있는 것이 재밌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태어난 곳을 아는? 끌리게 되는 주인공 ‘진‘의 달로 돌아가는 이야기, 이번 이야기는 줄거리를 말하면 재미가 없어지므로 PASS- 다섯 편의 단편 중 가장 몰입이 되는 이야기였고, 놀라운 반전이 담겨있어서 굉장히 신선하기도 했고, 어린이들은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어른의 마음으로 읽었을 때는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상황 변화로 주인공이 느낄 감정이 느껴져서 이야기가 끝이나도 내가 느껴지는 건 끝이 안나는 느낌이랄까? 생각도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무겁고!!! 잔인한, 이별 이야기지만 또 사랑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았다. 한편으론 노부부의 사정이 이해가 되기도 하였다. 복잡한 감상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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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이야기에선 자신을 괴롭히는 지호 무리와 그들을 피해 도망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지호 무리가 주인공을 괴롭히는 이유는 지호가 괴롭히던 길고양이를 구했기 때문에, 이 일로 주인공은 대신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주인공은 지호 무리를 피하다 우연히 ‘들어오(지 마)시오‘ 라고 적혀있는 파란 대문을 발견하게 되는데, 거기서 ‘무아무아족‘이라는 외계인을 만나게 되면서 막막했던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외계인의 힘을 빌려 복수를 ‘하게 되는‘ 통쾌한 이야기인데, 재밌는 상상력이 많이 쓰여서 작가님도 쓰실 때 즐거우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쾌한 에너지가 이야기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내가 ‘하게 되는‘이라고 표현한 것은 말그대로 의도치 않게 복수를 하게 되기 때문에, 해결되는 부분이 굉장히 재밌기도 했고, 다섯 가지 이야기 중 가장 확실한 해피엔딩이 담겨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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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는 지구에서 더이상 살 수 없게 된 가족이 새로 정착할 수 있는 행성을 찾아 부유하는 이야기로 여기에도 막막한 상황과 희망의 코드가 존재한다. 다른 이야기들과 다른 점은 우리가 사람이기에,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는 촉감의 소중함이나 가족간에 이루어지는 교감,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져 있고, 다른 이야기에서보다 좀 더 확실하게 부모의 사랑이 직접적으로 표현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나 3.0을 읽다보면 만약에 미래에 나도 내 몸을 기계와 합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미 치아엔 내 몸이 아닌 것이 존재하긴 하지만, 아직도 어색하다. 그리고 지나는 어떻게 그 우주선이란 공간을 오랜시간 견딜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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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지금 주어진 지구라는 공간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땅을 밟고 내 피부의 촉감을 느끼고 공기를 마시고 자연을 느끼고 소중한 이의 온기를 느끼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다섯 가지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미래의 새싹인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 보호하고 싶다, 아끼고 사랑해주고 싶다, 하는 마음들이 잘 느껴진다. 과거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했던 것이 지혜나 지식이었다면 요즘의 어른들이 요즘의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건 아마도 사랑과 보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우주 복권이 있어서 나도 소원을 적어보았다. 과연 어떤 응답이 올지, 궁금하다. 사실 나는 이미 외계인을 만나보아서 외계인을 만나고 싶다는 소원은 빌지 않았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 이 글은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한 감상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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