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님, 이건 지도가 아닙니까?"
음 지도 맞아 너도 기억력을 되살려 보거라. 이곳이 관미성이거든 우리가 바다에 표류했다가 한동안 갑비고차에 머문 적이 있지 않느냐? 바로 그 지역의 바닷속을 그리려는 거야." - P169

"관미성이 백제의 요새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바다 밑의 뱃길 때문입니다. 갑비고차는 섬이므로 외적이 침입할 때는 반드시 배를 이용해야 하는데, 바다 밑의 뱃길을 모르기 때문에 갯벌에 얹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되지요. 그때 관미성을 지키던 백제군이 불화살을 쏘아 배를 불살라 버리면 외적은 백전백패할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지도만 가지고는 바다 밑의 뱃길을다 알 수 없습니다. 썰물 때도 드러나지 않은 갯벌에 난 뱃길의깊이를 모르기 때문이지요.  - P171

"요서지역 모용부를 지키던 모용보가 군사 1만을 이끌고 요동성을 출발했다 하옵니다. 또한 중산에서는 모용수가 모용동으로 하여금 역시 군사 1만을 이끌고 요동성을 향해 진군케 했다는 소식입니다. 우리도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만 하겠습니다. 모용보와 모용농의 원군이 요동성 구원에 나선다면 우리가사전에 막아야만 합니다. 그래야 대왕 폐하가 이끄는 고구려원군이 요동성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 P173

일목은 해룡부 소속의 수하들을 도처에 보내 수시로 정보를 제공받고 있었다. 중원에서 오는 대상들의 소식은 물론 해적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첩보망의 필요성 때문에, 그는벌써 오래전부터 곳곳에 자들을 박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 P173

유청하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담덕과 일목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전쟁은 군대의 머릿수로만 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전략이 필요하지요. 지금 즉시 군사들과 병기를 점검하고 출진 준비를 서두르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다시모여 특단의 대책을 논의해 보십시다." - P174

일목의 목소리가 목울대에 걸리더니 말끝에서 꺼억꺼억, 하는 울음소리로 변했다. 그는 가슴의 옷섶에서 단도를 꺼냈다.
14년 전 평양성 전투에 출전하기 전날 왕자비 하씨가 준 정표그는 그것을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징적인 부적 같은것이라고 생각했다.  - P175

자신이 강변 갈대밭에서 그 단도로 자결을하려고 했을 때, 어린아이를 안고 강물로 뛰어든 여인을 발견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자살하려던 것도 잊고 강물로 뛰어들어여인을 구하려다 어린아이만 구해 냈다. 그 아이가 바로 지금담덕 왕자의 호위무사로 있는 업복, 아니 마동이었다. 단도는분명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 같은 것이었고, 마동은 바로 그징표가 아닐 수 없었다. - P175

"마침 남서풍이 부는군! 겨울에는 주로 바람이 북서쪽에서남동쪽으로 불지만, 여름에는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불지수레를 갈대밭으로 몰아넣고 불을 붙여라."
일목은 두 대의 수레를 끌고 온 졸개들에 명령하였다.
침묵을 지키며 바라보던 담덕은 그때서야 일목이 무슨 실험을 하는 것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수레 속에 유황이 들어 있군요?" - P176

왕자님께서 바로 알아보셨군요. 맞습니다. 여름이라 갈대가잘 탈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한번 실험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유황도 들어 있지만, 소나무에서 채취한 관솔도 장작처럼 여러 개 묶어 건초더미 안에 넣었지요." - P176

바람이 바다 쪽으로 불자 연기는 진초록의 갈대숲을 빠져나와 바다 쪽으로 날아갔다. 유황이 오래도록 타면서 바람이 불어가는 쪽으로 점차 불길이 번졌다. 드디어 관솔 장작에도 불이 붙었다. 그러자 앞쪽에서는 그 훈김으로 인해 갈대가 말라가고, 바로 뒤쪽에서는 마른 갈대에 불이 붙어 지속적으로 타들어갔다.
- P177

그 모습을 보면서 일목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기가 잔뜩 밴 갈대라서 불이 잘 붙지 않을 줄 알았는데,
유황과 관솔의 화력이 좋아 여름 갈대도 태울 수가 있군요. 물기가 밴 갈대라 연기가 많이 나서 시각적 효과로도 그만일 듯싶습니다."
유청하도 이번 요동성 전투에서 일목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한마디 거들었다.
"유황과 관솔이 생각보다 많이 필요할 것 같군!" - P177

"지금 요동태수 한석과는 중산의 모용수에게 정한 원군이도착하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오. 그러므로 방어태세만 갖추고 있는 연나라 군사들을 성 밖으로 끌어내기는 힘들것이오. 연나라 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요동성을 손에 넣지 않으면, 아군이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소. 모용수가 보낸 원군이 요하를 건너 공격을 가해 오고 요동성을 지키던 연나라군사들이 성문을 열고 나와 협공을 한다면, 아군은 졸지에 앞뒤로 공격을 받아 어지러운 싸움이 될 것이오. 제장들은 시급히 요동성을 함락시킬 수 있는 묘책들을 내보시오." - P179

"소장의 수하 중에 날다람쥐란 별명을 가진 병사가 하나 있습니다. 그자는 원래 요동성 출신이라 성내의 지리에 밝은 데다 맨손으로도 깎아지른 암벽을 잘 타므로, 적들에게 들키지않고 능히 성벽을 넘을 수 있습니다. 그자를 앞세워 지리에 밝은 요동성 출신 병사들로 별동대를 조직해 성안으로 들여보내면 쉽게 교란작전을 펼 수 있을 것이옵니다." - P180

"소장 연포의 수하에 몸이 날랜 요동성 출신 병사가 여럿 있습니다 날다람쥐란 별명을 가진 모돌이라는 병사도 그중의 한명입니다"
연포라・・・・・…? 연수 장군은 아주 용감한 아들을 두었구려!"
대왕은 연포를 바라보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연포는 갓 스무 살이었다. 그의 얼굴은 잘 익은 복숭아처럼붉은기가 돌았고, 두 눈은 머루알처럼 검게 빛났다. - P181

모돌이는 좌우의 두 초병 중 어떤 자를 먼저 처치할까 가늠해 보다가 이내 마음을 정했다. 연신 하품을 하고 있는 우측 초병에게로 먼저 다가가 뒤에서 목을 그었다. 순식간에 목울대가끊어진 초병은 소리 없이 스르르 주저앉았다. 그는 다시 잠에곯아떨어진 좌측 초병에게로 가서 역시 같은 방법으로 간단하게 숨통을 끊어놓았다. - P183

대왕과 연수가 동문 앞에 이르렀을 무렵, 연나라 군사들은서문 쪽으로 떼를 지어 몰려가고 있었다. 연수의 계략대로 요동성에 먼저 입성한 고구려 군사들은 서문 쪽을 비워두어 연나라 군사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두었다. 마음 같아서는사방의 문을 모두 막아 적들을 독 안에 든 쥐로 만들고 싶었지만, 그렇게 될 경우 결사항전으로 피아간에 사상자가 많이 발생할 것을 염려하여 일부러 적들이 달아날 길을 열어두는 작전을 폈던 것이다. - P186

"그러나 이것으로 우리가 승리했다고 자만해서는 안 되오.
이 기세를 몰아 요하를 건너 서쪽의 현도군을 공략해야 할 것이련은 고구려 선대의 왕들이 서쪽 경계로 삼았던 현도군을되찾아야만 앞으로 후연의 공격에 대비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것은 국내성에서 원정군을 출진시킬 때부터 마음속에 심어둔 생각이었다.
- P187

첩보에 의하면 후연의 모용수가 중산에서 모용을 요서지역 모용부에서 모용보를 출진시켜 두 갈래의 원군이 곧 요하이를 것이라고 하옵니다. 서두를 것이 아니라 좀 더 적들의 동태를 살핀 연후에 현도를 공격하는 것이 옳을 줄로 아옵니다." - P187

통나무를 발처럼 엮은 다음 그것을 옮겨가며 요택을 건너면, 제아무리 진흙 펄이라 하더라도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요하의 강물 위에 배를 띄우고 그 위에 이 통나무 발을 그대로 옮겨깔아 튼튼한 부교를 만든다면, 기마대가 말을 탄 채로도 어렵지 않게 강을 건너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도강을 했습니다" - P189

 강 둔덕은 군사들을 숨기기에 좋았고 고구려 군사들이 참호를 파고 그 안에 들어가 화살을 쏘아대면 도강하기 쉽지 않았다. 적은 몸을 숨긴 채 공격하는 반면아군은 몸을 드러내놓고 강을 건너야 하기 때문이었다. 적의화살 세례도 무섭지만 강물이 깊고 물살이 센 것도 도강하는군사들에게는 또 하나 불리한 점이었다. - P190

모용놓은 아버지 모용수가 후연을 일으켰을 때 대흥안령 기슭까지 가서 오환 출신의 세력가인 노리와 장양 등을 설득, 흩어져 살던 선비족을 규합해 군사를 모은 장본인이었다. 이때 흉노족의 한 갈래인 도각의 무리를 이끄는 장수 필총을 비롯하여, 부여 출신의 여화가 각기 수하에 거느린 수천의 무리와 함께 모용농의 연나라 군대에 가담했다. 거기에다 역시 부여 출신의 맹장 여암이 전투 때마다 선봉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모용농의 군대는 전투력 강한 군대로 소문이 자자했다. - P191

이처럼 선비족뿐만 아니라 인근 부족까지 규합하여 대부대를 거느린 모용놓은 은근히 자신의 포용력과 강한 투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더구나 아버지 모용수가 중산에서 요하까지 그의 군대를 원군으로 파견한 것은 은근히 그 능력을 평가해 보기 위한 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특히 뒤미처 요서지역 모용부에서 요하까지 원군을 이끌고 온 배다른 형인 모용보를 보고나서, 이 기회에 아버지가 두 아들의 실력을 견주어보려고 한다는 것을 확연하게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모용보의 군대보다앞서 선봉을 자원하고 나선 것이었다. - P194

모용좌 역시 형 모용수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모용보는용기보다 지략이 뛰어나고, 모용농는 그 반대로 용기는 있는데지략은 좀 모자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 요하를 건너는 작전에는 지략보다 용기 있는 장수가 선봉에 서야 한다고생각했다.
"보가 농보다 한발 늦었군. 이번엔 농의 군대를 선봉으로 삼아도강작전을 펼치겠다."
모용좌도 이번 전투에서 두 조카의 실력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 내심 기대를 거는 바가 컸다. - P192

"요하 서쪽엔 진흙으로 된 펄이 있사옵니다. 적들은 반드시그 펄을 통과해야만 요하를 건널 수 있는데, 군사들뿐만 아니라 말도 다리가 빠지면 대책이 없습니다. 적들은 부대별로 조를 나누어 통나무 발을 엮어 펄에다 깔고 군사와 말이 그 위를통과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통나무 발은 요하를 건널때 뗏목 내지는 부교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요하의 인근 지리에 정통한 백암성 성주 설지후가 통나무 발의 용도를 설명했다. - P193

"남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적들의 화살을 무엇으로 막을 수있을까요? 아군이 바람을 맞으며 싸우는 입장이라서.…연수가 바람을 맞고 서서 요하 건너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전회의 때 대왕 폐하께서 신출귀몰한 작전을 말씀하셨는데, 그때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긴 했습니다만..….…."
설지후가 요하 동편으로 끝없이 펼쳐진 수수밭의 장관을 둘러보며 운을 떼었다.
"무슨 묘안이라도 있습니까?"
"적벽대전 때 제갈공명의 작전을 응용한 방법인데, 이것이 먹혀들 수 있을지…….." - P195

"버드나무의 곁가지를 잘라 손잡이가 달린 부챗살을 만들고, 그 나뭇가지와 수숫대궁을 칡넝쿨로 같이 엮어 둑에 길게늘어세우면 어떻겠습니까?"
"흐음, 버드나무와 수숫대궁으로 엮은 부채라? 화살받이로쓰시겠다는 말씀이로군요?"
연수가 오른손 엄지와 중지를 튕겨 탁 소리를 냈다. - P196

맞습니다. 적벽대전 때싶으로 엮어 만든 배 두 척을 띄워제갈공명이 조조군사들에게서 쉽게 화살을 얻어낸 전략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적들이 부교를 놓는 곳을 예상해 강둑에 참호를 파고 그 둔덕에 버드나무 부채들을 나란히 세운 다음, 군사들로 하여금 줄을 매어 좌우로 흔들도록 하는 것이지요. 적들은 무슨 꿍꿍이속인가 해서 화살을 마구 날릴 것입니다.  - P196

칡넝쿨로 촘촘하게 수숫대궁을 엮은 부채에는 적들이 쏘아 보낸화살들이 많이 꽂히겠지요. 더구나 적들은 버드나무 부채를보고 무슨 작전인지 몰라 당혹스러워 할 것입니다. 일종의 심리전 내지는 교란작전이 되겠지요.  - P197

또한 적들이 도강에 실패해후퇴할 경우, 아군은 버드나무 부채를 둔덕에서 뽑아 강물에띄우고 적을 추격하는 뗏목으로 사용하면 일거양득의 효과를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적들이 진흙 펄을 지나 퇴각할 때도 요하를 건넌 아군 여러 명이 조를 짜서 버드나무 부채를 썰매처럼 밀며 추격하면 용이할 것입니다." - P197

선봉에 선 모용농이 군사들을 다그쳐 배를 강물에 띄우고,
그 위에 통나무 발을 얹어 부교를 만들었다.
모용놓은 부여 유민들로 구성된 여화와 여암의 군대를 선두에 몰아세워 요하 건너의 고구려 대군을 공격케 했다. 그는 뒤에서 채찍을 휘두르며 무조건 앞으로 전진하라고 소리쳤다. 뒤로주춤주춤 물러서는 군사는 칼을 빼어 가차없이 베어버렸다. - P198

"화살받이 같습니다. 적들은 저 뒤에 숨어서 우리의 화살을피하면서 화살을 쏘아대겠지요."
여암이 말했다.
"미친놈들 아닌가? 전쟁을 무슨 장난으로 아나? 우리 연구라 화살은 뚫지 못하는 게 없다. 겁먹지 말고 마구 화살을 날려라 저 나무부챈지 뭔지 뒤에 숨은 적들의 눈알을 정도로 힘껏 활시위를 당겨라"
모용농은 개의치 않았다. 무슨 수를 쓰든 요하부터 건너고보겠다는 욕심이 앞섰던 것이다. - P199

고구려 군대의 방어가 견고하여 부교를 요하 동쪽 기슭까지설치하지 못하자 맨 앞에서 부교를 설치하던 여암이 소리쳤다.
"헤엄을 쳐서라도 강을 건너라."
여암과 여화는 휘하의 군사들을 물속으로 마구 밀어 넣었다. 그러나 물속에서는 방패도 사용하기 곤란하므로 허우적거리다 화살에 맞아 죽는 자가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점차 시체들이 강물 위에 가득했다. - P200

한편, 연나라 선봉부대 뒤에서는 중군의 모용좌 군대와 우군의 모용보 군대가 양측에서 한꺼번에 요택의 진흙 펄로 들어섰다. 따라서 모용농의 군사들은 뒤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어 죽음을 무릅쓰고 강을 건너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때 모용보는 군대 전면에 고구려 유민 출신 군대를 통솔하는 노장 고화를 내세웠다. - P201

"절대 뒤로 물러서지 마라! 물러서는 자는 적의 화살을 맞고 전진하는 자는 적의 화살도 피해 가는 법이다!"
모용농은 휘하 군사들에게 마구 호통을 쳐댔다.
어느 사이 부여 유민출신 군사들을 이끄는 여화와 여암은강을 건너 고구려 방어군과 육박전을 벌였다. 피아를 구분하기어려울 정도로 전투는 한 덩어리로 뒤엉켜 마구창칼로 찌르고 베었다. - P203

연나라 군사들은 부교를 건너 후퇴하기에 바빴다. 한꺼번에좁은 부교를 건너려니 서로 밀치다 강물로 떨어져 허우적대는군사들이 태반을 넘었다.
"일부는 적이 놓은 부교로 건너 바짝 추격하라! 그리고 나머지는 화살을 수거한 후 버드나무 부채를 물에 띄우고, 그것에의지해 헤엄을 쳐서 강을 건너라."
설지후가 고구려 군사들에게 외쳐댔다. - P205

통나무 발에만 의지할 생각 말고 각자 엎드려서 펄 위를 기어라."
연나라 중군이 거의 다 요택 안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남쪽으로부터 한 떼의 군마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연나라 군대로 가장한 일목의 해룡부대와 담덕의태극군이었다.  - P206

그들은 수백을 헤아리는 마차를 대동하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군량미로 위장한 건초와 유황이 가득 실려 있었다.
일목은 건초와 유황을 실은 마차들을 요택 앞에 두 줄로 배치시켰다. 그러고는 담덕과 함께 높은 언덕에 올라가 전황을 살폈다. - P206

멀리 달아나는 연나라 군사들을 향해 고구려 군사들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화살을 쏘아대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요택을 건너가던 모용좌와 모용보의 연나라 대군도 후퇴하는 선봉대를 보고는 등을 돌려 퇴각하기에 바빴다.
"바로 이때다! 적색 깃발을 올려라!"
해룡부대를 이끄는 일목이 소리쳤다. 적색 깃발은 수레에 싣고온 건초와 유황에 불을 지르라는 신호였다. - P207

유황과 건초에 붙은 불이 젖은갈대를 말리면서 타올라 더욱 연기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거기에다 매캐한 유황 냄새와 함께 연기가 퍼져 나가 요택의 펄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미처 유황불을 피하지 못해불속에 뒹구는 연나라 군사들의 아우성 소리는 아비규환의 지옥을 방불케 하였다. - P207

담덕의 해룡부대와 태극군은 모용보의 군대가 요택을 빠져나와 달아나기 쉬운 곳에 미리 가서 숨어 있었다. 키를 훌쩍 넘게 자란 수수밭은 군사들을 숨기기에 좋았다. 요택을 벗어나면밭과 밭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빼고는 주위가 온통 수수밭으로이어져 있었다. - P209

"이번이 두 번째요. 그대가 고구려 유민이라 살려주는 것이니 다음에는 이렇게 만나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세 번째는 이칼이 더 이상 용서하지 않고 그대의 목숨을 거둘 것이니…고발을 놓아주고 나서 담덕은 멀리 달아나는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이내 돌아섰다. 그런 담덕의 얼굴에 쓸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 P213

"오, 이건 지도로군! 얼마 전에 내가 일목장군께 보여드렸던관미성 지도"
담덕은 주머니 속에서 꺼낸 양가죽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가 작성한 지도보다 더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미성의 요새는 물론, 그 주변의 해저 지형까지 소상하게 나와 있는 지도였다. - P215

"오! 적군 후방에서 우리 고구려 대군을 도와주는 군대가 있다는 것을 짐작은 했다. 그래서 몹시 궁금했는데, 우리 담덕의군대였구나! 장하도다, 장해! 태극군이라면 어떤 군대인가?"
대왕은 매우 흡족한 얼굴로 담덕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태극군은 요서지역에 살던 고구려 유민들입니다. 오래전 모용황이 우리 고구려에 쳐들어왔을 때 포로가 되어 용성까지끌려왔던 유민의 자제들입니다. 소자가 고구려 유민의 자제들중 청장년들을 모아 태극군을 만들었지만, 이번 요하 전투에서는 일목장군이 이끄는 해룡부대의 공적이 더 크옵니다."
담덕이 뒤에 대기하고 있는 태극군을 손으로 가리켰다.
- P218

"허허허! 일목장군은 누구고, 또 해룡부대는 어떤 군사들가?" - P218

현도군은 요하 서쪽에 있는 성으로, 예전부터 요동성의 지배하에 있었다. 요동성과 현도군은 요하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고구려로서는 현도군까지 손안에 넣어야만 안심할 수 있었다. 즉 요동성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도군을 전초기지로 삼아야만 했고, 더불어 요하 서편에 아득하게 펼쳐진 평야지대로부터 나오는 곡물들을 세수로 확보할수 있었던 것이다. - P219

"현도군은 저 중원의 적들이 우리 고구려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태조대왕 때부터 요서지역에 10성을 쌓아 우리가 지켰으나, 우문·탁발·모용 등 선비족들이 득세하면서 한동안 이 땅을 잃어버렸다. 이제 다시 우리 고구려가 현도성을 되찾아 중원의 적들이 쳐들어오는 관문을 굳건히 막아야 한다. 그래야만우리 고구려가 요동뿐만 아니라 요서까지 경영할 수 있다.  - P221

"그렇다면 좋다. 현도성 공략은 두 갈래로 한다. 연포는 보기병 3천을 이끌고 서문 쪽에서 공격하고, 담덕은 태극군을 이끌고 동문 쪽에서 공격하라. 태극군에는 따로 보기병 2천5백을더 붙여주겠다. 두 선봉장 중 누가 먼저 현도성의 성문을 여는지 보겠다. 좋은 구경거리가 되겠구나."
마침내 대왕은 이와 같은 명을 내렸다. - P223

들판 가운데 우뚝 현도성이 서 있었다. 한나라 때 설치한 한사군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평지성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전투가 벌어졌고, 그때마다 성을 장악한 세력들이 무너진 성벽을여러 차례 보수했다.
고구려의 성들은 대개 산세를 이용해 쌓은 석성이지만, 현도성은 벽돌을 구워 쌓은 전성이었다. 부근에서 돌을 구하기가 힘들었으므로 고구려군이 점령했을 때도 흙벽으로 성을 보수하였고, - P223

"허허실실의 전법을 쓰자는 것이군요?"
연포는 담덕의 전략을 곧바로 알아들었다.
현도성을 공격하기에 앞서 담덕과 연포는 대왕 이련을 알현하고 그들이 세운 기습작전을 설명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한 작전이란 생각이 드는군! 허면 두 장수는 선봉장이 아니라 별동대장이 되겠군. 짐이 고구려 주력군을이끄는 연수와 설지후 두장군을 앞세워 낮 동안 공성전투를벌이겠다. 두 젊은 장수는 휘하의 별동대를 낮 동안 숨겨두어편히 쉬게 한 후 작전대로 야간에 기습공격을 감행토록 하라!" - P225

연수도 그 반대편의 서문을 향해 공격했으나 연나라 군사들의 방어가 견고하여 고구려군의 희생만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고구려군의 공격은 적의 눈을 속이기 위한 전략이었으므로 최대한 아군의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과감하게 공격하는 척하면서 후퇴하고, 다시 공격하다 겁에 질려갈팡질팡 넘어지고자빠지면서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을 적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적을 피로하게 만들어 밤중에 보초를 서다 잠 귀신에 취해저승사자가 잡아가도 모를 지경으로 만들어놓아야만 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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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목은 예를 갖춘 후 얼른 의복을 챙겨 입었다. 옷을 입으면서 그는 담덕에게 단도에 얽힌 사연을 어찌 말해야 할지 난감하여 얼굴까지 붉어졌다. - P140

일목은 이렇게 얼버무려 대답하며 담덕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다시 또 그 위에 겹쳐 떠오르는 연화의 모습을 어렴풋이 본듯했다. - P140

일목은 얼른 단도를 품속에 갈무리하며 말했다.
"그것 참 좋은 생각입니다. 유민군을 앞으로 태극군이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담덕은 빙그레 웃었다. 그 이름이 어쩐지 마음에 꼭 들었던것이다. - P141

강안에서 발생한 안개는 황사와 섞여 뿌옇게 번져 나갔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땅인지 구분하기조차어려울 지경이었다. 강줄기를 따라 좌우에 형성된 진흙과 토사가 섞인 하상은 무성한 갈대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 길게 늘어진 갈댓잎들이 습한 공기로 인해 축축한 물기를 머금은 채바람에 서걱대고 있었다. - P142

대흥안령 남부에서 발원하여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서요하, 동북쪽에서 서남 방향으로 이어지는 물줄기를동요하라고 했다. 이 두 물줄기가 만나 요하의 큰 줄기를 이루는데,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흐름을 지속하다 발해만으로빠져 바다와 하나가 되었다. - P143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요하를 경계로 하여 서쪽을 요서동쪽을 요동이라 불렀다. 강의 좌우로 퇴적층이 발달되면서 기름진 농토를 이루었고, 그 주변에 크고 작은 촌락들이 들어섰다. 사람들이 두루 모이는 평지에는 도성이 생기고, 이를 경계하기 위하여 높다란 석축의 산성들이 곳곳에 조성되었다. - P143

"이곳이 우리 연나라의 황성이다. 대황제 폐하께서 건설하신궁궐이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거라. 폐허가 된 이 궁궐은우리 묘용부의 가슴이다. 이 가슴을 누가 이렇게 파헤쳐 왔느냐? 그 원흉이 누구이겠느냐?"
적갈색 말을 탄 자가 반백의 수염을 휘날리며 바로 옆에 선젊은 장수에게 물었다. 금빛 투구를 쓴 그는 모용수였고, 그가 말하는 대황제란 모용황을 이르는 것이었다. - P144

"예, 폐하! 그 원흉은 부견입니다."
젊은 장수는 모용수의 넷째 아들 모용보로, 그는 호위무사처럼 아버지를 따르고 있었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모용부의 가슴을 파헤친 게 부견의 군대인 것은 사실이나, 먼저 모용부의 가슴을 병들게 한 것은 우리들 자신의 허약성이다. 정신이 병들면 육체가 시드는 법, 짐은다시 우리 모용부의 정신을 세우고 육체를 강건하게 할 것이다." - P155

모용수가 둘러선 병사들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육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모용수는 젊은 장수 못지않을 만큼 튼튼한 체력을 갖고 있었다. 7척 장신의 타고난 거구였으며, 특히팔을 늘어뜨릴 경우 무릎까지 닿아 활쏘기에 능하고 창을 잘다루었다. 비록 수염이 희끗희끗하지만, 얼굴에는 주름살 하나없을 정도로 팽팽하고 윤기가 흘렀다. 푸른빛이 감도는 그의두 눈은 이리의 그것처럼 번뜩거렸다.
- P145

그러나 모용보는 모계 혈통을 이어받아 체격이 그리 크지 않은 편이었고, 눈빛도 강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성격 또한 우유부단하였는데, 아버지 모용수는 아들의 그런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내심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첫째 아들 모용전이 일찍 죽자본처인 단씨에게서 낳은 아들 모용보를 곁에 두고아꼈다. - P145

그도 그럴 것이, 전진은 남쪽의 동진을 경략하는 데 전력투구하여 동쪽 변방인 요하지역에 관심을 가질 겨를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고구려가 요하를 넘볼 수도 없었다. 고국원왕과 소수림왕 2대에 걸쳐 전진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었으므로, 내심 요동을 찾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눈치만 볼 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더구나 남쪽 변경의 백제가 호시탐탐 공격을가해 오는 바람에 요하지역 진출은 꿈도 꿀 수 없었으며, 요동조차도 감히 넘보기 어려운 처지였다. - P147

요서지역은 한때 백제가 경략해 지배를 했었는데, 근초고왕사후 그 세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때마침 후연을 세운 모용수는 아우 모용좌로 하여금 요서지역을 연나라군의 전략기지로삼도록 했다. 모용수가 일군을 이끌고 용성을 경유해 요서지역에 도착하자, 모용좌는 그들을 극진히 성안으로 맞아들였다. - P148

고구려를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되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우리 연나라의 도성인용성을 복원하는 일일세. 이번에 용성에가보니 부견의 군대가 휩쓸고 간 흔적이 그대로 폐허가 된 채남아 있더군. 그러니 우선 용성을 복원하고, 각처에 흩어져 있는 우리 모용선비들을 불러 모아야지. 지금은 전쟁을 일으키는것보다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배가 튼튼해야 폭풍에도 뒤집히지 않는 법이거든. 지금은 언제 어디서 폭풍이 몰아칠지 모르는 광풍의 시대네. 그러니 바람이 잔잔할 때 서둘러배부터 고쳐야지." - P149

"그것 참 좋은 전략이다. 대황제 폐하께서 옛날 고구려를 공략했을 때, 고구려 5만여 백성을 볼모로 잡아 용성으로 끌고온 적이 있었지. 그들의 자손이 벌써 3대에 이르니 고구려 유민들도 많이 늘어났겠구나. 당시 고구려에는 무라는 황제가 있었는데 불세출의 명장이었지. 그가 5만의 군사로 우리 연나라 대군을 추격하려 했으나, 볼모로 붙잡힌 고구려 백성들 때문에포기를 했다고 들었다. 회군할 때 우리 연나라 대군은 볼모로끌고 오는 고구려 백성들을 화살받이로 삼았던 것이지. 그러니고구려군이 동족에게 화살을 쏠 수 있었겠는가?"
- P151

모용수는 그러면서 통쾌하게 웃었다. 그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요동성을 선점하겠다는 아우 모용좌도 마음에 들었고, 고구려 유민 출신 청장년들을 방패막이로 보내자는 아들 모용보의 전략도 기발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P151

고구려 백암성은 요동성 북쪽의 요하 지류인 태자하 절벽에세운 요새였다. 군사적 요충지일 뿐 아니라 요동성과 인접해 있었으므로, 요하 부근의 연나라 군사 움직임을 가장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
- P152

대왕 이련은 백암성의 전령이 가져온 소식을 접하자 오장이뒤틀리는 듯 쓰라린 고통을 느꼈다. 그의 입에서는 저절로 깊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그가 태어나기 전, 부왕인 고국원왕 시절 연나라 모용황이 수도를 용성을 옮긴 후 고구려로 쳐들어왔던 치욕의 역사를 떠올렸던 것이다. - P152

동부욕살 하대곤이 양아들 해평을 내세워 반란을 일으켰을당시, 고계는 반군을 제압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상이 되었다.
고계는 국상의 자리에 오르면서 고구려의 내정뿐만 아니라 군사권까지 모두 장악할 수 있었다. 계루부의 수장으로 그는 오래도록 세도정치를 해온 연나부 세력을 몰아내고 대왕 이련의왕권을 강화하는 데 공헌한 일등공신이었다. - P153

동부군의 반란 당시 하대곤은 자결을 해평은 왜국으로 망명을 했다. 그리고 국내성에서 연나부의 수장 역할을 하던 국상 연소불에게는 삼족을 멸하는 무거운 형벌이 내려졌으며, 그를 따르던 연나부 세력들은 대부분 체포되어 목이 달아났다.
이처럼 연나부를 처단한 고계는 계루부를 재정비하여 왕권을강화했고, 그해 11월 오래도록 병상에 있던 대왕구부가 서거하고 왕태제 이련이 즉위 - P153

"한 달이면 정비를 끝낼 수 있사옵니다. 여름이 되기 전에 요동까지 출격이 가능합니다."
고계 역시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다.
"남쪽 변경은 어떠하오?"
- P154

"세작들의 보고에 의하면 백제는 내정이 분열되어 대신들 사이에 파벌싸움이 벌어질 조짐이라고 하옵니다. 작년 봄에 죽은 백제왕 수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큰아들이 우유부단하여 왕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으며, 그 틈을 타서 반역을 꿈꾸는세력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옵니다. 그러하니 남쪽 변경은 크게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옵니다." - P154

고계가 말하는 국본은 다음 왕위를 이를 태제나 태자를 일컬었다. 만약의 일이긴 하지만 대왕이 원정을 떠나 유고를 당할경우, 곧바로 국본이 왕위를 이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짐이 어찌 그걸 모르겠소? 허나 대왕이 원정군을 직접 이끌고 전장에 나가는 것은 우리 고구려의 전통이오. 더구나 모용선비는 부왕의 원수이니 이번 기회에 짐이 그 포한을 갚으려고 하오.  - P155

국내성 군사 1만을 이끌고 요동으로 가면서 서남쪽의 환도성·오골성·건안성 · 안시성, 그리고 서북쪽의 백암성·개모성·신성 등 각 성에서 차출된 군사들 3만을 모아 도합 4만의원정군을 편성토록 했던 것이다. - P156

 담덕을 낳은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태기가 없었다. 더구나 해평의 반란 이후 담덕의 행방이 묘연해 가슴앓이를 해오고 있었다. 그것은 가슴의 병이 될 정도여서 자신도 모르게 시시때때로 한숨으로 터져 나왔다. - P156

며칠 전 비가 내려 요하는 검붉은 흙탕물이었다. 서문을 빠져나온 전령병은 요하에서 일단 말과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었다. 그러나 빗물에 잠겼다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진흙 펄로들어서자 말은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펄에 말발굽이 빠져 제대로 걷지도 못할 형편이었다. 어떤 곳은 무릎까지 빠지는 펄도있었다. - P161

그로부터 보름 후, 모용좌의 파발을 받아본 모용수는 용상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며 마음속으로 뇌까렸다.
‘고구려가 이렇게 빨리 군사를 움직일 줄이야. 먼저 요동성을 견고하게 지킨 후 용성을 재건토록 해도 늦지 않았을 터인데…………. 이건 전적으로 나의 불찰이다.‘ - P163

그도 그럴 것이 문제는 동쪽의 고구려만이 아니었다. 아직도 건재한 전진의 부견은 장안에 군사를 결집시켜 후연과 후진을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후진을 세운 요장 역시 전진을 압박하고 중원 진출을 꿈꾸면서,
동시에 호시탐탐 후연의 중산을 엿보고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모용수나 요장처럼 부견 수하 장수로 있던 선비족의 일파인걸복국인이 또한 장안 서쪽에 기반을 둔 채 반역을 꿈꾸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또 다른 선비족 일파인 탁발규 역시 후연 서북쪽에 기반을 두고 그 세력을 점차 키워 가고 있는 중이었다. - P164

"폐하! 소자를 요동으로 보내주십시오. 여암을 선봉장으로 하여 보기병 1만을 주시면 고구려왕 이련의 목을 가져오겠나이다."
이렇게 나선 것은 모용수의 아들 모용농이었다. 모용농은 모용보의 이복동생으로 장창을 잘 쓰는 용장이었다. - P165

모용농의 천장을 울리는 큰 목소리에선 젊음의 혈기가 뚝뚝묻어났다. 그가 추천한 여암은 346년 전연의 모용황이 둘째 아들 모용준 등을 시켜 부여를 공략했을 때 포로로 잡은 5만여부여 유민의 후손이었다. 당시 부여왕 현도 포로 신세가 되어연나라 도성으로 압송되었는데, 모용황은 자신의 딸을 그에게주고 진동장군으로 삼았던 적이 있었다. 여암 역시 부여 왕족의 후손이었다. - P165

모용수는 이미 연로한 만큼 후계자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부터 마음속으로는 정비 단씨 소생인 넷째 아들 모용보를 태자로 세우고 싶었지만, 패기나 용맹에 있어서는 후비 소생인 여섯째 아들 모용농이 앞섰다. - P166

군주의 자격이 꼭 패기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인덕이 더 우선했다. 그런 면에서는 성격이 우유부단하나 마음이 후덕하고 지혜로운 모용보가 모용농을 능가한다고 판단되었다.
- P167

그러나 전쟁은 패기와 지혜, 그 두 가지를 겸비해야만 적을이길 수 있었다. 모용수는 이번 고구려와의 전투야말로 성격이다른 두 아들의 능력을 시험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됐어. 아주 좋은 기회야." - P167

아들 고발이 모집해 온 고구려 유민 출신의 장정들도 비록짧은 기간 훈련을 받고 배속된 군사들이지만 그 수가 5백을 넘었다. 연나라 선비족 출신들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한 편이지만,
고구려 군대를 공략하러 가는 마당에 고구려 유민 출신들이혹시 불순한 마음을 품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되었던 것이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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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엿새 후에, 그들 가운데 세 사람이 그 영광을 보았다.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 형제를 데리고 높은산에 올라가셨다. 그들 눈앞에서 그분의 모습이 완전히 변했다. 그분의 얼굴에서 햇빛이 쏟아져 나왔고, 그분의 옷은 빛으로 충만했다. 문득 그들은 모세와 엘리야도 거기에 함께 있어 그분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알았다. - P95

5그가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데, 빛처럼 환한 구름이 그들을 덮더니구름 속 깊은 데서 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으로 구별한내 아들, 내 기쁨의 근원이다. 그의 말을 들어라. ‘
6. 그 소리를 들은 제자들은 너무나 두려워서, 얼굴을 땅에 대고 납작 엎드렸다. 예수께서 가까이 오셔서 그들에게 손을 대셨다. "두려워 마라." 그들이 눈을 떠서 사방을 둘러보니, 오직 예수밖에 보이지않았다.
- P96

"중간에 제자들이 물었다. "종교 학자들은 왜 엘리야가 먼저 와야한다고 말합니까?"
11-13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엘리야가 와서 모든 것을 준비한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지만, 엘리야가 이미 왔으나 사람들이 그를 보고도알아보지 못했다. 사람들이 그를 업신여겼고, 사람들이 인자도 똑같이 업신여길 것이다." 그제야 제자들은 예수께서 내내 세례자 요한을 두고 하신 말씀임을 깨달았다. - P96

20 "너희가 아직 하나님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아서 그렇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여기 단순한 진리가 있다. 곧 너희에게 깨알만한 믿음만 있어도 너희가 이 산더러 ‘움직여라!‘ 하면 산이 움직일 것이다.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 P96

22-23 그들이 갈릴리에 다시 모였을 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인자는 하나님과 관계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한테 넘겨질 것이다. 그들이 인자를 죽일 것이고, 인자는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제자들은 몹시 두려워했다. - P96

8-9 네 손이나 발이 하나님께 방해가 되거든, 찍어 내버려라. 손이나발이 없더라도 살아 있는 것이 두 손과 두 발을 보란 듯이 가지고서영원히 불타는 용광로 속에 있는 것보다 낫다. 또 네 눈이 너를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게 하거든, 뽑아 내버려라. 한 눈으로 살아 있는 것이, 지옥불 속에서 2.0 시력을 발휘하는 것보다 낫다.
- P98

"너희는 이 어린아이처럼 믿는 사람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서 항상 내 아버지와 대면하고 있음을 너희도 알지 않느냐?" - P98

18-20 무엇보다 진지하게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땅에서 ‘예‘는 하늘에서도 ‘예‘이고, 땅에서 ‘아니요‘는 하늘에서도 ‘아니요‘이다. 너희가 서로에게 하는 말은 영원하다. 내가 진심으로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사람이 땅에서 어떤 일로 함께 모여서 기도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행동을 취하실 것이다. 또한 너희 중에 두세 사람이 나 때문에 모이면, 나도 반드시 거기에 함께 있는 줄 알아라." - P99

26-27 그 가련한 사람은 왕의 발 앞에 엎드려 애원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다 갚겠습니다.‘ 애걸하는 그 모습이 딱했던 왕은, 빚을탕감하고 그를 풀어 주었다.
28 그 종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자기한테 십만 원을 빚진 동료 종과마주쳤다. 그는 동료의 멱살을 잡고는 당장 갚으라!‘고 닦달했다. - P99

너희각 사람이 자비를 구하는 사람을 조건 없이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 각 사람에게 똑같이 하실 것이다." - P100

11-12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누구나 다 결혼생활을 할 만큼 성숙한것은 아니다. 결혼해서 살려면 어느 정도 자질과 은혜가 필요하다.
결혼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면서부터 결혼에 일절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다. 청혼을 받지 않거나 청혼에 응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하나님 나라를 위해 결혼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너희가 성숙하여 결혼의 큰 뜻에 이를 수있겠거든, 그렇게 하여라." - P101

16 또 하루는 어떤 사람이 예수를 막아서며 물었다. "선생님, 제가 무슨 선행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
17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어째서 나에게 선한 것이 무엇인지 묻느냐? 선하신 분은 하나님 한분이시다. 하나님의 생명에 들어가고싶거든, 그분의 말씀대로 행하여라." - P101

너희뿐 아니라 누구든지 나 때문에 집이나 가족이나 땅이나 그 무엇이든 희생하는 사람은, 그 모든 것을 백 배로 돌려받을 것이다. 영원한 생명을 덤으로받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은 위대한 반전이다. 먼저였으나 나중 되고, 나중이었으나 먼저 될 사람이 많을 것이다." - P102

5-6 관리인은 정오에도, 그리고 세 시에도 똑같이 그렇게 했다. 다섯시에 다시 나가 보니, 아직도 서성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가 말했다. ‘당신들은 왜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서성거리고 있소?"
7그들이 말했다. ‘아무도 우리를 써 주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관리인은 그들에게 자기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고 했다.
8드디어 하루 일이 끝나자, 포도원 주인이 작업반장에게 지시했다.
‘일꾼들을 불러서 품삯을 주어라. 나중에 고용한 사람부터 시작해서먼저 온 사람까지 그렇게 하여라.‘ - P103

9-12 다섯 시에 고용된 사람들이 와서 각각 오만 원씩 받았다. 먼저고용된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는, 자기들은 훨씬 더 받을 줄로 알았다. 그러나 그들도 똑같이 오만 원씩 받았다. 오만 원을 쥐고서 그들은 화가 나서 관리인에게 투덜거렸다. ‘마지막에 온 일꾼들은 고작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았는데도, 하루 종일 땡볕에서 고생한 우리와똑같이 대우했습니다.‘
13-15 관리인은 모두를 대신해서 말한 그 일꾼에게 대답했다. ‘친구여,
나는 부당하게 하지 않았소. 우리는 품삯을 오만 원에 합의하지 않았소? 그러니 받아 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사람들에게도 당신들과 똑같이 주기로 정했소. 내 돈으로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단 말이오? 내가 후하다고 해서 당신들이 인색해지려는 것이오?"
- P103

16 여기에 다시 한번 위대한 반전이 있다. 먼저였으나 나중 되고, 나중이었으나 먼저 될 사람이 많을 것이다." - P103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향해 한참을 가시다가, 열두 제자를 길가로 따로 불러 말씀하셨다. "내 말을 잘 들어라. 우리는 지금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그곳에 가면, 인자는 종교 지도자와 학자들에게 넘겨질 것이다. 그들은 인자에게 사형을 선고할 것이다. 그리고 인자를 로마 사람들에게 넘겨주어, 조롱하고 고문하고 십자가에 못 박을 것이다. 그러나 사흘째 되는 날에, 인자는 다시 살아날것이다." - P104

누구든지 크고자 하면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너희 가운데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먼저 종이 되어야 한다. 인자가 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포로로 사로잡힌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주려고 왔다." - P104

29-31 그들이 여리고를 떠나려는데, 큰 무리가 따라왔다. 그때 길가에앉아 있던 눈먼 두 사람과 마주쳤다. 두 사람은 예수께서 지나가다는 말을 듣고는 갑자기 소리쳤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다윗의 자손이여,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무리가 그들을 조용히 시키려고 했으나, 그들은 더 크게 소리쳤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다윗의 자손이여,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 P105

32 예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들을 부르셨다. "내게 무엇을 원하느냐?"
33 그들이 말했다. "주님, 눈을 뜨기 원합니다. 보기 원합니다!"
34 예수께서 몹시 측은한 마음에, 그들의 눈을 만져 주셨다. 그들은그 즉시 시력을 되찾았고, 행렬에 함께했다. - P105

"맞은편 마을로 가거라. 거기에 나귀가 매여 있고 새끼도 함께 있을것이다. 줄을 풀어서 내게로 끌고 오너라. 왜 그러느냐고 누가 묻거든, ‘주님께서 필요로 하십니다!‘ 하여라. 그러면 보내 줄 것이다."
4-5 이것은 일찍이 예언자가 다음과 같이 그려 낸 이야기의 전말이다.
시온의 딸에게 말하여라.
"보아라, 너의 왕이 오시는데의연하게 준비된 모습으로나귀를 타셨으니, 어린나귀,곧 짐 나르는 짐승의 새끼다. - P105

 무리가 앞서가고 뒤따르면서 일제히 소리쳤다.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 "복되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하늘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10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자, 도시 전체가 동요했다. 사람들이 들떠서 물었다. "무슨 일이오? 이 사람이 누굽니까?"
1" 행렬의 무리가 대답했다. "갈릴리 나사렛에서 나신 예언자 예수이십니다." - P106

15-16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께서 하시는 엄청난 일들을 보고, 또 성전에서 내달리며 "다윗의 자손 호산나!" 하고 외치는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는 발끈하여 예수께 따졌다. "이 아이들이 뭐라고 말하는지듣고 있소?"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물론 듣고 있다. 너희는 ‘내가 아이들과 아기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찬양의 집을 꾸미겠다‘고 하신 말씀을 읽어 보지 못하였느냐?" - P106

21-22 예수께서 차분히 말씀하셨다. "그렇다. 너희가 이 천국의 삶을품고 하나님을 의심하지 않으면, 너희도 내가 무화과나무에 한 것처럼 작은 일들을 행하고, 또한 큰 장애물까지 극복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너희가 이 산더러 ‘가서 호수에 뛰어들어라‘ 하고 말하면, 산이뛰어들 것이다. 너희가 믿음으로 기도하고 하나님을 붙들기만 하면,
작은 일에서 큰 일까지 모든 일이 다 그렇게 될 것이다." - P107

또 다른 종을 돌로 쳤으나, 그는 겨우 도망쳤다. 주인은 다시 종들을더 많이 보냈다. 그들도 똑같은 대우를 받았다. 주인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자기 아들을 보내기로 했다. ‘저들이 내 아들만큼은 존중하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38-39 그러나 아들이 오는 것을 본 소작농들은, 욕심이 가득하여 두손을 비볐다. ‘이 자는 상속자다! 그를 죽이고 우리가 재산을 다 차지하자.‘ 그들은 그 아들을 잡아서 밖으로 내쫓고는, 죽여 버렸다.
40자, 포도원 주인이 먼 길에서 돌아오면, 이 소작농들에게 어떻게할 것 같으냐?"
411 "그 못된 일당을 죽일 것입니다. 죽어 마땅한 자들입니다." 그들이대답했다. "그리고 포도원은 제때에 수익을 바칠 만한 소작농들한테맡길 것입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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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테네 사역이 끝나고, 바울은 고린도로 갔다. 거기서그는 본도 태생 유대인 아굴라와 그 아내 브리스길라를만났다. 그들은 글라우디오 황제가 유대인들에게 내린 대대적인 로마 추방령 때문에 이탈리아로부터 막 도착해 있었다. 바울은 그들의집에 묵으면서, 그들과 천막 만드는 일을 함께했다. 그는 안식일마다 회당에 가서 유대인과 그리스 사람 모두에게 예수에 대한 확신을심어 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 P426

여러분 마음대로 하십시오. 여러분이 뿌린 씨앗은 여러분이 거두게될 것입니다. 이제부터 나는 다른 민족들을 위해 내 시간을 쓰겠습니다."
7-8 바울은 그곳을 떠나, 유대인의 회당 바로 옆에 사는 디도 유스도의 집으로 갔다. 그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다. 유대인들을향한 바울의 수고가 전혀 헛되지는 않았다. 회당장 그리스보가 주님을 믿은 것이다. 그와 함께 그의 온 가족도 믿었다. - P427

바울의 말을 듣는 중에, 아주 많은 고린도 사람들이 믿고 세례를받았다. 어느 날 밤, 주님께서 바울의 꿈에 나타나 말씀하셨다. "계속 밀고 나가거라. 누구에게든지 겁을 먹거나 침묵해서는 안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너와 함께하니 아무도 너를 해칠 수 없다. 이도시에 내 편에 서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너는 모른다." 그 한마디 말로, 바울은 끝까지 견딜 수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일 년 반을 더 머물면서, 고린도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신실하게 가르쳤다. - P427

24-26 아볼로라는 사람이 에베소에 왔다. 그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태생의 유대인이었는데, 유창한 말로 성경 말씀을 힘 있게 전하는 탁월한 웅변가였다. 그는 주님의 도(道)를 잘 교육받았고,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사람이었다. 그가 예수에 대해 가르치는 내용은 아주 정확했으나, 그 가르침은 요한의 세례까지밖에 이르지 못했다. 아볼로가회당에서 말씀을 힘 있게 전하는 것을 들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는그를 따로 데려다가 그가 알지 못하는 나머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P428

27-28 아볼로가 아가야로 가기로 결정하자. 에베소의 동료들이 그를축복해 주었다. 그리고 그곳의 제자들에게, 두 팔 벌려 그를 영접하도록 추천장을 써 주었다. 과연 그를 기쁘게 맞아들인 보람이 있었다. 하나님의 크신 자비로 믿는 사람이 된 이들에게 아볼로는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그는 유대인들과의 공개 토론에 능하여, 예수가참으로 하나님의 메시아라는 증거를 성경을 근거로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 P428

"아, 그렇군요." 바울이 말했다. 요한은 자기 뒤에 오실 분을 받아들이도록 사람들을 준비시키기 위해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 세례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뒤에 오실 분은 바로 예수이셨습니다. 여러분이 요한의 세례를 받았다면, 이제진짜 세례인 예수를 맞을 준비가 된 것입니다."
- P429

그들은 참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들은 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바울이 그들의 머리에 손을 얹자, 성령께서 그들 안으로 들어오셨다. 그때부터 그들은 방언으로 하나님을 찬송하고,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날 거기 있던사람들은 모두 열두 명 정도였다. - P429

두란노학교를 열고 날마다 거기서 강론했다. 그는 이 년 동안 그 일을 하면서, 아시아에 있는 모든 사람, 유대인뿐 아니라 그리스 사람들까지주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주었다. - P430

11-12 하나님께서 바울을 통해 강력하고도 비상한 일들을 행하셨다.
그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바울의 살에 닿았던 옷가지, 곧 손수건과 목도리 같은 것을 가져다가 병자들에게 대기 시작했다. 그것을대기만 해도 병자들이 깨끗이 나았다.
- P430

13-16 귀신을 축출하며 떠돌아다니는 몇몇 유대인들이 마침 시내에와 있었다. 그들은 그 모든 일이 바울의 술수려니 생각하고 그 일을자기들도 한번 해보았다. 그들은 악한 귀신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주 예수의 이름을 대면서 말했다. "내가 바울이 전하는 예수로 너희에게 명한다!" 유대인 대제사장인 스케와의 일곱 아들도 어떤 사람에게 그렇게 하려고 하자, 악한 귀신들이 이렇게 되받았다. "내가예수도 알고 바울도 들어 보았지만, 너희는 누구냐?" 그때 귀신 들린 자가 포악해지더니, 그들에게 뛰어올라 그들을 마구 때리고 옷을찢었다. 그들은 옷이 벗겨진 채 피를 흘리면서, 있는 힘을 다해 달아났다. - P430

17-20 곧 이 일이 에베소 전역에 있는 유대인과 그리스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이 일의 배후와 중심에 하나님이 계시다는 인식이 퍼져 나갔다. 바울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은, 점차 주 예수를 높이는 마음으로 바뀌어 갔다. 그렇게 믿게 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은밀히 행하던 마술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온갖 종류의 마술사와 점쟁이들이 마술책과 주술책을 가지고 나타나서, 그것들을 전부 불태워 버렸다. 어떤 사람이 그 값을 계산해 보니, 은화 오만이나되었다. 이제 에베소에서 주님의 말씀이 최고이자 대세인 것이 분명해졌다. - P430

그 말에 사람들이 격분했다. 그들은 거리로 뛰쳐나가면서 "에베소 사람들의 위대한 아데미여! 에베소 사람들의 위대한 아데미여!"
하고 소리쳤다. 그들은 온 도시에 소동을 일으키며 경기장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가는 길에, 바울의 동료 가운데 가이오와 아리스다고두 사람도 잡아갔다. 바울도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제자들이 말렸다. 바울과 친분이 있던 그 도시의 유력한 종교 지도자들도같은 생각이었다. "절대로 저 폭도 곁에 가까이 가서는 안됩니다!" - P431

38-41 그러니 데메드리오와 장인 조합은, 민원이 있거든 법정에 가서원하는 대로 고발하면 됩니다. 그 밖의 고충이 있거든, 정기 시민회의에 상정해서 해결하도록 하십시오. 오늘 벌어진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우리 도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고있습니다. 로마가 폭도를 곱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그는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 P432

2-4 그 후에 바울은 그리스로 가서 석 달을 머물렀다. 그가 배를 타고시리아로 떠나려는데, 유대인들이 그를 해치려는 음모를 꾸몄다. 그래서 그는 다시 마케도니아를 지나는 육로로 길을 바꾸어 그들을 따돌렸다. 그 여정을 함께한 동료들은, 베뢰아 출신 부로의 아들 소바더, 데살로니가 사람 아리스다고와 세군도, 더베 출신 가이오, 디모데, 그리고 서아시아 출신의 두 사람 두기고와 드로비모였다. - P433

 그들이 도착하자, 바울이 말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는아시아에 도착한 첫날부터 전적으로 여러분과 함께 지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목숨을 걸고 주님을 섬겼고, 나를 죽이려는 유대인들의 끝없는 계략을 참아 냈습니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인색하게 굴거나 잇속을 챙기지 않았고, 여러분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줄 진리와격려의 말을 여러분에게 아낌없이 주었습니다. 나는 여러분을 사람들 앞에서나 여러분의 집에서 가르치면서, 유대인에게나 그리스 사람에게나 똑같이 하나님 앞에서 삶을 근본적으로 고치고 우리 주 예수를 철저히 신뢰하도록 당부했습니다. - P434

나는 전혀 모릅니다.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내 앞에 고난과 투옥이 있을 것을 성령께서 거듭해서 분명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일을 마치는 것입니다. 주 예수께서내게 맡기신 사명, 곧 믿을 수 없을 만큼 후히 베푸시는 하나님의 자비를,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 P434

29-31 내가 떠나자마자, 흉악한 이리들이 나타나서 이 양들을 맹렬히공격하리라는 것을 압니다. 여러분의 무리 중에서 나온 자들이 제자들을 유혹하여 예수 대신에 자기들을 따르게 하려고 왜곡된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늘 깨어 경계하십시오. 지난 삼 년 동안내가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견디면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내 마음을 쏟았던 것을 잊지 마십시오. - P435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고 하신 우리 주님의말씀을 늘 기억한다면, 여러분은 이 부분에서 잘못되지 않을 것입니다. - P435

"그의 결심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고서, 우리는 단념했다. 우리는 "이제 하나님 손에 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알아서 해주십시오" 하고 말했다.
15-16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짐을 꾸려 예루살렘을 향해 길을 떠났다. 가이사랴에서 온 제자들 몇 사람이 우리와 함께 가서, 우리를 나손의 집에 데려다 주었다. 그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그는키프로스 태생으로, 초기 제자들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 P437

25 당신에게 이렇게 요청한다고 해서, 믿는 사람이 된 이방인들에 대해 전에 우리가 합의한 내용을 되돌리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편지에 쓴 내용을 계속해서 굳게 붙들고 있습니다. ‘우상과 관계된활동에 관여하지 말고,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에게 거슬리는 음식을내놓지 말며, 성생활과 결혼의 도덕을 지킬 것‘을 말입니다." -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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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안 된다. 백제 놈들은 나의 원수다. 사기 놈에게 속아이렇게 되었지만, 실제로 내 왼팔을 자른 놈은 백제의 장수였다. 그리고 저놈들이 명마를 가져갈 경우 내 조국인 고구려에엄청난 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둘 다 양보할 수 없다."
조환은 확실하게 선을 그은 듯 말을 끝내자마자 한일자로 굳게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조건을 내걸어 봤자 들어줄 턱이 없다는 태도였다.
"그렇다면 백제 장정들을 살려 보내는 대신 사기 행수의 호위무사를 맡았던 우리 두 사람을 포로로 삼으십시오.  - P79

"포로가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아는가? 내가 너희들을노예로 팔아먹든 종으로 삼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이다.
너희들의 목숨이 내 손아귀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진정 그리할 수 있겠는가?"
조환은 넌지시 담덕과 마동의 의중을 떠보았다. - P80

"왕자님, 대체 어찌하려고 그러십니까?"
털털거리는 수레 위에서 마동이 불안한 눈길로 담덕을 바라보았다. 백제에서 동진으로 무역선을 타고 올 때부터 두 사람만 있을 경우 마동은 반드시 담덕을 왕자로 대우했다.
"어차피 백제 장정들과는 떨어져야 할 운명이었다. 그들이 우리의 정체를 알기 전에 장안 대상의 포로가 된 건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조환이 이끄는 대상들을 따라가면 마음대로 장안구경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 - P81

한편, 조환은 상단 장정이 가져온 담덕의 단도를 요모조모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손잡이에 금장의 용무늬와 삼태극이 새겨져 있었다. 예사 물건이 아니었다. 탁자 위에는 태공망의 병법서 필사본도 놓여 있었다. - P84

"백제 소년 무사라? 이 장도를 가진 자는 신분이 높은가문의 자제일 것이오. 이 칼자루에 새겨진 삼태극 문양은 서북방의 흉노족들이 즐겨 쓰는데, 어찌하여 백제에서 이런 단도가나왔는지 모르겠소."
손장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조환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두 소년 무사가 백제인 같지 않았어요. 고구려 말씨를 쓰더란 말입니다."
조환의 눈이 손장무의 눈과 허공에서 마주쳤다.
"고구려 말씨를 쓴다?" - P85

"고구려 말씨는 백제 말씨보다 억양이 좀 드센 편이지요. 그런데 어찌하여 두 소년이 백제인 행세를 하고 있느냐, 그것이수상하다는 겁니다. 사실은 그 두 사람의 무술이 출중해서 곁에 수하로 두고 싶은 욕심에 억지를 부려 포로로 삼기는 했는데 - P85

조환은 그동안 두 소년 무사를 예의 주시하면서 느낀 점을그대로 손장무에게 말했다.
"가만있자………… 고구려 말씨를 쓴다? 나이 어린 자가 영특하고 어른스러워 보인다?"
손장무는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른 듯 긴장된 얼굴로 조환을 쳐다보았다.
"그 나이 어린 자의 품속에서 이 단도와 함께 태공망의 병법서인 『육도』의 필사본이 나왔습니다. 우리 장안에서도 소장하고 있는 자가 많지 않고 개인적으로도 구하기가 매우 힘든 책인데, 그자가 이런 필사본을 가지고 있다니 그야말로 심상찮은일이 아니겠습니까?" - P86

"글씨체를 보니 제대로 익힌 솜씨요. 두 소년은 예사 인물이아닌 것이 틀림없소. 만약 그들이 고구려에서 온 소년 무사이고 이 단도를 가지고 있다면, 저 초원로를 통하여 서역과 교역을 할 때 들여온 물건이 분명하오. 고구려는 오래전부터 초원로를 통해 서역과 교류를 해오고 있었으니까요. 이런 귀한 물건을 가지고 있을 사람이 과연 고구려인 중 누구이겠소?"
"초원로를 통한 교역…………?"
조환은 문득 하가촌 대상단 하대용의 얼굴을 떠올렸다. 고구려에서 서역과 직접 교역을 하는 상단은 하 대인의 대상단밖에 없었던 것이다. 초원로를 통하여 서역의 말들을 들여와 종마장을 경영하면서 고구려 철갑기병에 군마까지 공급하고 있다는 걸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 P87

"이 단도가 바로 담덕 왕자의 신분을 말해 주고 있질 않습니까? 이 단도는 서역과의 교역품이 분명하고, 하대용 상단에서나온 것이 틀림없소. 그렇다면 이는 필시 지금 고구려 대왕 이련과 왕후가 아들 담덕에게 내린 하사품일 것이오."
- P88

"이 태공망의 병법서 필사본을 보고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짐작했소이다. 손행수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짐작한 것과 다르지 않소. 앞으로 우리 대상단은 고구려와 지속적으로 교역을 해야 하는데, 두 사람을 우리가 포로로 잡아놓고 있다는 것이 행운인지 악운인지 알 수 없소이다."
조환은 또다시 긴 한숨을 내쉬었다. - P88

"잘 보셨습니다. 나는 전에 동부욕살 하대곤 장군의 호위무사 겸 집사였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변명할 여지 없이 담덕 왕자에게 오해를 사기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까부터 행운이기보다 악운이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조환의 얼굴빛이 흐려졌다.
"허허허! 사막을 호령하던 대상단행수의 사자후는 어디로가고 갑자기 그렇게 의기소침해지셨습니까?" - P89

"그렇지 않습니까? 서역으로 가는 사막지대에서 비적 떼들조차 꼼짝 못하게 하는 조 행수가 아닙니까? 염려 마세요. 저들이 만약 담덕 일행이 맞다 해도 행운과 악운은 손바닥 뒤집기 차이에 불과합니다.조행수가 방금 악운이라 말했지만, 그것을 행운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대상단의 기지와 지혜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바로 상술이지요.  - P89

대상단은 적성국에 가서도목숨까지 걸고 물건을 사고파니, 어쩌면 장사는 전쟁보다 더한전쟁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 대상단의 상술은 어려운 역경을 극복하고 악재를 호재로 만드는 데 있습니다."
손장무가 조환을 향해 눈을 찡긋해 보였다.
"허면, 일단 두 소년을 데려다 시험을 해볼 필요가 있겠군요." - P89

"두 사람에게 묻겠다. 너희들은 스스로 백제 행수 사기의 호위무사라 했다. 그런데 내가 사기의 목을 베기 위해 쫓아갈 때호위무사들인 너희들은 왜 가만히 보고만 있었느냐?"
조환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것은 상단과 아무런 관계없는, 오직 두 사람 개인의 원한에 얽힌 싸움 아니었습니까? 더구나 건강 상단과 장안 상단은대치 중에 있었구요. 수적으로도 건강 상단이 열세인데, 행수개인보다는 상단을 지킬 의무가 더 크지요." - P90

"흐음, 허면 백제 장정들을 대신해 두 사람이 포로를 자청한이유는 무엇인가?"
조환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전쟁 상황도 아닌데 서로 간에 피를 흘릴 수는 없질 않습니까? 백제 장정들 전원을 포로로 삼겠다는 것은 일전을 벌이자는 뜻에 다름 아닙니다. 그건 양측 상단 모두에게 피해가 가는일이지요. 피를 흘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양상단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 P91

"지혜는 배워서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식의 습득을통해 오래도록 숙련시킨 통합적인 사고 속에서 지혜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든 대결 구도 속에서는 서로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것이 정도 아닌가요?" - P91

"전진의 황제께선 우리 고구려에서 나는 호피를 좋아합니다.
고구려와 교역하면서 태백산에서 나는 호피를 황제께 자주 헌상했지요."
"황제가 호피를 좋아한다구요?"
"예, 태백산 호랑이는 이마에 임금왕자 무늬가 있지요. 그무늬가 왕을 상징한다 하여 제후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황제는 바로 제후들을 다스리기 위하여 하사품으로 호피를 내려환심을 사곤 하지요." - P96

"중원을 다스리는 황제는 연호를 사용한다고 들었소. 황제만연호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제후들을 다스리기위한 권위의 상징 같은 것입니까?"
황궁 곳곳을 두루 돌면서 담덕은 조환에게 궁금한 것을 자주 물었다.
"맞습니다. 제후들은 절대로 연호를 사용할 수 없지요. 연호는 천하 패권을 쥔황제만이 사용하는 정치적 상징 수단입니다. 제후가 다스리는 각 나라들은 모두 황제의 연호를 사용해야만 하지요. 그것이 바로 중원 제국의 천하관입니다. 하늘 아래 황제가 있고, 지상의 땅은 모두 천하를 제패한 군주의소유가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각 지역을 다스리는 제후들은황제에게 조공을 바치고 신하로서 복종해야 합니다.  - P97

조환은 그러면서 전진의 부견은 황제로 즉위하자마자 연호를 영흥興이라 했으며, 한 해전에 부견을 배반하고 후연을 세운 모용수는 연원이라 했고, 후진을 세운 요장은 백작이라 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허면 모용수와 요장이 연호를 사용하는 것은 스스로 황제를 칭한다는 것 아닙니까? - P97

휘하 장수였던 모용수와 요장두 사람이 반역을 해 스스로 황제라 칭하고 있으니, 그 타는 속이 어떠하겠습니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즘 들어요장이 곧부견을 잡아 죽이겠다며 장안으로 쳐들어올 기세라는 소문이파다하게 나돌고 있습니다."
조환의 말이 맞았다. 이른 봄부터 서북풍의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요장이 이젠 장안까지 밀고 들어와 부견의 세력을 완전히 소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 P98

"조 행수께서 본인 스스로 판단하기에 죄를 지었다면 그렇다고 칩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생명의 은인인하대곤 장군에대한 의리가 숨어 있습니다. 이는 충분히 상을 받을 만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면 딱히 조 행수가 죄를 지었다고 할 수도 없지요."
담덕은 그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는 조환을 바로 앉게 했다. - P102

이번 유랑생활을 하면서 백제의 관미성에 가보았습니다.
관미성은 난공불락의 요새이고, 그 요새는 한수로 통하는 관문이기 때문에 백제에선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요. 물론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다른 측면에서 관미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패하 하류의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예성이 있는데, 이곳이 부소갑에서산출되는 인삼을 교역하는 국제무역항 역할을 하고 있더란 말입니다. 고구려가 백제로부터 관미성만 탈취하게 된다면 예성항을 고구려의 국제무역항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인삼 교역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나는 조 행수와 앞으로 이와 같은 교역에 관한 일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 P104

담덕의 말을 들은 조환은 어떤 감동으로 몸까지 떨려 오는걸 느꼈다. 아직 담덕은 열한 살의 소년이었다. 그런데 그의 말이나 생각은 이미 중년의 나이를 넘어선 조환 자신보다 훨씬앞질러가고 있었다.
"왕자님! 허락만 해주신다면 충심을 다 바쳐 왕자님을 돕겠사옵니다. 고구려를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일에 제 모든 것을바치겠사옵니다."
조환은 감읍한 나머지 다시 무릎을 꿇었다. - P105

고구려 국경까지 가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 짐작됩니다. 만약 연나라 군대를 만나 매우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되면 모용수의 넷째 아들 모용보가 이끄는 군대의 휘하 장수로 있는 고화의 이름을 대십시오. 고화는 고구려 유민 출신으로 모용보 군대의 노장인데 연나라 군사들 사이에서도 매우추앙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연전에 시생도 고구려로 상단을 이끌고 가다가 연나라 군대에 잡혔는데, 고화 장군 덕분에 안전하게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고화 장군은 시생의 아버지 친구이기도 합니다. 고화 장군의 아들 고발도 모용보 군대에서 아버지를 보좌하고 있습니다.  - P106

담덕은 사방 지평선으로 연결된 너른 들판을 둘러보며 내심남다른 감개에 젖지 않을 수 없었다. 고구려의 경우 산악 지형이 많아서 그런 평야지대를 구경하기 쉽지 않았다.
담덕과 마동은 가다가 날이 저물면 자고, 자고 일어나면 다시 말을 달렸다. 벌써 한 달 가까이 되었는데도 중원의 들판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 P108

"만약 연나라 군사들을 모두 죽이면 이 마을 사람들은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엄포를 주어 살려 보낸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다시는 이 마을에 오지 못하게 했지만, 다른 연나라 군사들이 또 들이닥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청년들이 연나라 군사들에게 강제로 징집되지 않게 하려면 당분간 깊은 산속으로 피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듣기에 태산 줄기에는 연나라 군사들의 징집을 피해 숨어든 고구려 유민들이 많다 들었습니다." - P115

"우회하지 말고 곧바로 태산으로 가자. 지금 아니면 언제 태산을 넘어보겠느냐?"
정작 담덕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깊이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바로 태산에 은거하고 있다는 고구려 유민 청년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전날 연나라 군사들에게 붙잡혀갈 뻔한 청년들이따라나섰다. - P116

"우와, 이건 황금이잖아?"
"횡재했네."
이렇게 떠드는 졸개들 가운데는 저희들끼리만 의사소통을하기 위해 서로 눈짓을 해가며 고구려 말을 쓰는 자들이 있었다. 담덕은 그 말을 예사로 듣지 않았다.
"이놈들이 수상하구나. 어찌하여 이런 좋은 말에 황금을 지니고 있는가?" - P119

고구려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우리가 아주 제대로 찾아온 것 같군요. 우린 고구려 유민의 자손이오. 이번에 연나라 군대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태산을 찾아온 것이오. 우리를 살리려다 부모가 모두 그들에게 살해당하였소. 그래서 고구려 유민들이 태산에 숨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숨겨둔 재산을다 털어 금덩이로 만들어 가지고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오."
담덕의 말을 듣고 붉은 두건은 금세 태도를 바꾸었다. 그러고는 정색을 하고 물었다. - P119

두령은 담덕의 당돌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둑에게도 법도가 있다 들었습니다. 옛말에 이르기를 감춰진 재물을 알아내는 것을 성이라 하고, 잘 판단하는 것을 지라고 한다 했습니다. 또한 가장 먼저 앞장서 들어가는 것을용, 맨 나중에 나오는 것을 의, 훔친 물건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인이라 하였습니다. 아무리 산채라 하지만 이렇게 찾아온 손님을 홀대하는 것을 보니 판단하는 능력, 즉 지가 매우 부족한 듯 보입니다."
담덕의 말에 두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 P122

네가 어찌 그것을 아느냐? 어디에서 읽었느냐?"
『장자』에 나오는 말 아닙니까?"
담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령은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던지 급히 졸개들을 향하여 소리쳤다.
"여봐라! 어서 이 귀한 손님들의 포박을 풀어드려라." - P122

일찍부터 책을 많이 읽은 것 같군. 나도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서당에서 학동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쳤네 선비족들 등쌀에못 이겨 이곳으로 피신을 오긴 했지만…………"
두령은 잠시 말을 끊었다.
"훈장님이셨군요. 이거 공자님 앞에서 문자를 쓴 꼴이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아닐세. 『남화경』에 나오는 도둑의 도가 나이 어린 그대의입에서 나올 줄은 정말 몰랐네."
두령이 말하는 남화경』은 『장자』를 달리 부르는 책이었다
"어려서부터 경전을 좋아했습니다. 병법서도 좋아하여 두루섭렵하였지요." - P123

"근자에 이르러서는 어렵게 태공망의 『육도』를 구해 읽었습니다."
"강태공의 병법서를? 그것은 좀처럼 구하기 힘든 책이라서아직 나도 구경조차 못했는데…두령은 놀라운 표정으로 담덕을 다시금 쳐다보았다.
담덕은 품속에 간직하고 있던 태공망의 『육도』필사본을 꺼내 두령에게 보여주었다. - P124

"산동에서 나는 술로, 이를 즉묵로주라고도 부른다네. 이은 수수로 담그는 고량주와 달리 차조를 재료로 쓰지 저ㅎ의 소흥에서는 황주라고 부르기도 한다네." - P125

당시 여러분들의 부모형제들이 저들의 포로가 되어 선비족의 도성으로 끌려갔던 것입니다. 그분들은 노예로 팔리고, 성벽 쌓는 노역에 시달리는 등 온갖 수모를 당했습니다.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조상들의 피를 이어받은 여러분들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연나라에게 당한 치욕과 분노가 살아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지금전진의 부견에게 망했던 연나라가 재기를 했습니다. 모용황의아들 모용수가 선비족을 규합해 후연을 세우고 스스로 황제라칭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고구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숙적후연은 매우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 P127

더군다나 모용수는 고구려를 공격하기 위해 여러분과 같은 고구려 유민의 자제들을 징집해, 예전에 여러분의 부모들이 포로가 되었을 때처럼 방패막이의 희생물로 바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고구려의 피를이어받은 여러분들이 태산회마령을 넘는 선량한 백성들의 주머니나 터는 좀도둑 노릇으로 세월을 보내서야 되겠습니까?  - P127

그날 밤 담덕은 두령과 밤이 깊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령의 이름은 이정국이었다.
"젊어서부터 학문을 즐겼으나 병법서를 더욱 가까이했습니다. 왕자님께서 거두어주신다면 이 몸이 부서져 가루가 될 때까지 멸사봉공으로 모시겠사옵니다."
"이곳에서 이정국 선생을 만나다니, 나는 참으로 인복이 많은 사람이오. 더구나 산채의 장정들까지 거느리고 있으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선생께서 장정들을 설득하여 나와 함께 산동으로 갈 수 있도록 앞장서 주실 수 있겠는지요?" - P128

"고맙습니다. 내가 가지고 온 금덩어리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장정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도록 하십시오. 젊은이들이 당분간 집을 떠나 있으려면 저 금덩이들이 가족들 생계에 적잖은도움을 줄 것입니다."
담덕은 장안에서 조환과 손장무가 준 금덩어리의 쓰임새를비로소 찾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 P129

산채 식구들이 다 떠나고 나서, 담덕과 마동은 회마령을 넘어산동으로 향했다. 그들을 따라왔던 고구려 유민 마을 청년들도 산채 식구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이웃 마을 청장년들을 모집해 산동으로 오라고 다시 돌려보냈다.
- P130

중원 서쪽 청해성에서 발원한 황하는 화북의 너른 들판을가로지르고 높은 산을 비껴 돌아 동쪽의 발해만에 닿으면서바다와 합류했다. 중원에서는 장강 다음으로 긴 강이었다. - P130

그들이 찾는 일목장군이 바로 해적들을 소탕하는 해룡부를 진두지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선과 군선이 즐비하게 늘어선 해변이 잘 바라다보이는 언덕에 해룡부 지휘소가 있었다. 용이 그려진 수많은 깃발들이바닷바람을 맞아 세차게 펄럭이며 자못 그 위용을 자랑하고있었다. - P131

일목은 한눈에 보아도 담덕이 왕후를 닮았다는 것을 알 수있었다. 젊은 시절 홀로 가슴 태우며 연모했던 하연화, 그 우아한 모습은 그의 가슴에 화인처럼 뚜렷한 자국으로 아로새겨져있었던 것이다. 그는 당시 자신의 이름인 추수를 오래도록 잊고 지금까지 일목이란 이름으로 살아왔다. - P132

일목, 아니 추수는 평양성 전투 때 고국원왕을 옆에서 제대로 호위하지 못해 끝내 백제군의 독화살을 맞고 전사케 한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 동안 누구에게도말 못하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손자인담덕을 보자 갑자기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어떤 울분의 덩어리 같은 것이 솟구쳐 올라왔다. - P133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일목의 눈물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었다. 하나는 호위무사로서 고국원왕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불충에 대한 자책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때 마음속 연인이었던 연화의 아들을 대하면서 어떤 회한 같은 감정이 묘하게뒤섞여 마음의 가닥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P133

유청하 자신도 당시 큰 부상을 입고 쓰러졌는데, 해평의 무리들이 떠나고 나서 왕태제이련과 동궁빈 하씨가 무술도장으로 들이닥쳤을 때 발견되었다고 했다. 무술도장에서 살아남은장정들은 그를 포함해 겨우 세 명이었다. 그의 나머지 졸개들은 을두미처럼 해평의 무리들에게 희생되고 말았던 것이다.
- P135

"소장이 죽지 못하고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은 대왕 폐하와 왕후 전하께서 엄명을 내리셨기 때문이옵니다. 담덕 왕자의 생사를 확인하지 않고는 죽을 수도 없는 몸이라고 준엄하게 꾸짖으시며 소장을 이곳으로 보낸 것이옵니다" - P135

일목은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는데, 그러다 보니 이상한신음소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두충은 수곡성 전투에서 왼팔을 자신은 평양성 전투에서 왼쪽 눈을 잃었다. 그리고 자신이 추수라는 이름을 버리고 일목이 된 것처럼 두충도 본래 이름을 고쳐 조환으로 행세하고 있다니, 두 사람 다 묘하게도 엇비슷한 운명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 P136

국내성에는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알리지 마십시오 여기서 고구려 유민의 자제들을 기다려, 그들을 일당백의군사로 키운 다음 국내성으로 함께 갈 생각입니다. 어찌 그냥혼잣몸으로 가서 대왕 폐하와 왕후 전하를 뵈올 수 있겠습니까? 그런 불초한 자식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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