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이 ‘찬성‘을 묻기도 전에 모두가 손을 들어올렸다. "예, 우리 도당은 새로 구성된 유격조직의 산하로 편입되지 않고현재의 조직과 편제로써 당의 기본원칙에 투철하면서 조국과 인민의 해방투쟁을 가일층용맹스럽게 전개해나갈 것을 만장일치로가결하는 바입니다." - P59
그런데 재생총알을 만드는 데 대가리인 ‘알‘은 손쉬웠다. 주물공의 솜씨로 본을 떠서 놋쇠를 녹여붓는 것으로 ‘알‘은 아주 그럴듯하게 제 모습을 갖추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몸체‘와 ‘화약‘ 만들기에 있었다. - P60
먼저 ‘몸체‘인데, 한번 사용한 M1 탄피는 그대로 다시 사용할 수가없었다. 왜냐하면 속에 든 화약의 폭발로 탄피가 팽창되어 있었던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다시 사용하려면 탄피가 팽창된 부피만큼을 코르게 긁어내야만했다. - P61
오줌이 오래될수록 오줌통 안쪽에 많이 엉기는 흰 앙금, 그것을 긁어모아야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암모니아였다. 거기다가 양잿물을 섞어 끓이면 흰 앙금이 생겼다. 그것이 질산나트륨이었다. 거기다가 때죽나무숯가루와 유황을 일정비율로 섞은 것이 화약이었다. - P63
그러나 이렇게 제조된 화약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질산나트륨 때문이었다. 질산나트륨은조해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총탄이 조금 오래되면 질산나트륨이 빨아들인 습기로 불발탄이 생기게 되었다. - P63
그러나 습기가 안 차는 완전한 총알을 만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양잿물을 쓰는 대신 칼리비료를 쓰면 질산칼리(KNO3)가 생성되어 완전한 화약을 제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적들도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농촌에 칼리비료의 배급을 전면 중단시켜 버렸던 것이다. - P64
병기과에서 두 번째로 주력하는 것이 수류탄 제작이었다. 수류탄 껍질은 대개 놋쇠를 녹여 만들었고, 그 속에 넣는 파편은 무쇠솥을 잘게 깬 것이었다. 화약과 함께 무쇠 조각들을 넣고, 불붙일뇌관을 달면 수류탄이었다. 깡통도 구하는 대로 수류탄 껍질로 사용되었다. 그 성능이 적의 수류탄과 비교할 수가 없었지만 방어용 위협용으로는 제법 위력을 발휘했다. - P66
병기과에서는 더러 ‘자살탄‘도 만들어 보급했다. 기관포 탄피에다 화약을 넣고 심지를 박은 것이었는데, 불가항력적 상황에 빠져을 때 그것에 불을 붙여 자살을 꾀하는 탄이었다. 그것을 품거나입에 물고 죽어간 빨치산들도 가끔 있었다. - P66
천점바구는 다급하게 팔을 내저었다. "야이 빨갱이새끼덜아!납탄 쏘지 말어. 제네바협정 위반이다!" 적진에서 외치는 소리였다. "나가 대거리헐라요." 외서댁이 벌떡 일어났다. 외서의 목청이유만복 다음가게 크고카랑카랑한 것은 다 아는 일이었다. - P74
주간전투에서 대개 오후 두세 시 사이를 ‘공화국 시간‘이라고 불렀다. 그 말은 ‘앞으로는 우리 세상‘이라는 은유였다. 빨치산에 비해 야간전투력이 약한 군경들은 야간전투를 피하려면 안전지대까지의 거리 때문에 그 무렵에 일단 철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늑장을 부리다가는 철수하는 도중에 날이 어두워져 기습당하기가십상이었다. 그래서 빨치산들은 전투를 하다가도 그 시간이 되면일삼아 ‘공화국 시간‘을 외쳐대며 기세를 올렸고, 군경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퇴각준비를 하고는 했다. - P76
"동무들! 빨치산의 노래, 시이이작!" 천점바구가 손을 치켜들며 신호했다. 반동의 시체를 넘고 넘어앞으로 앞으로섬진강아 흘러가라우리는 승리한다원한 위에 피에 맺힌반동을 무찌르고서꽃잎처럼 피어나는혁명의 깃발이여공화국 시간에만 부르는 <빨치산의 노래>였다. - P77
손승호는 찔레순을 따서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살 오른 찔레순은 약간 떫은 듯하면서도달차근해 꼭꼭 씹으면 먹을 만했던 것이다. 어린 날 남의집 담장너머찔레순을 따다가 야단을 맞은 일이한두 번이 아니었다. 찔레순도, 삐비도, 띠풀뿌리도, 장다리꽃도, 먹을 것 없는 봄철의 아이들 먹이였다. - P79
지금은 한 사람의 투쟁이라도 확대하면서 인민들 옆에서 투쟁할 시기가 아닐까. 지리산은, 그런 투쟁이 한계에다다랐을 때 피신투쟁지로 선택하는 곳이 아닐까 의병들도 동학군들도 그랬던 것으로 아는데………. 투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인 이상황에서 어째서 그 깊은 산 지리산으로 들어간다는 것인가 알 수가 없는 일이다.내 생각이 모자라는 것인가………. - P80
"아, 이볼펜 말입니까? 보십시오, 미군전용볼펜입니다." 박두병이 볼펜을 집어 손승호에게 내밀었다. 손승호가 받아든검정 볼펜에 씌어 있는 흰 글씨의 영어는 U.S. GOVERNMENT였다. "그게 다 보투에서 생긴 겁니다. 미군전용 볼펜으로 미제를 타도하자는 글을 쓰고 있는 거지요." - P84
그건 조직의 기본이 뒤집어진 오류고, 과옵니다. 당조직 위에 군사조직이 올라앉게 된 건 국가조직 위에 군사조직이 올라앉은 것과똑같은데, 그런 경우는 그 어느 나라에도 없습니다. - P85
얼마 전에 해고당한 맥아더의 경우를 보세요. 그 독선적이고 안하무인인 맥아더는 자신의 유엔군사령관이란 직책이 곧 전 세계적인 지배자라는것인 줄 착각했어요. 그 착각이 대통령에게 도전하게 만들고, 더 심하게는 대통령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게 한 겁니다. - P85
군인이 대통령 위에 올라앉으려는 짓이었지요. 그 결과가 어찌 됐습니까 축출당할 수밖에요. 아무리 전시라고 하더라도 군대조직은어디까지나 국가조직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 P85
손승호는 볼펜을 주머니에 꽂으며 연예대의 움막 쪽으로 발길을돌렸다. 삐라 뒷면에다 이 볼펜으로 미제와 그 앞잡이들을 척결하는 내용의 극본을 쓰면 아주 안성맞춤이겠군, 하고 생각하며. - P87
종이를 풀자 나온 것은 뜻밖에도 인삼 두뿌리였다. 편지는 그밑에 들어 있었다. 손승호는 마음 급하게 편지를 펴들었다. 孫 동무病後回復은 잠 어떠시요. 늦게사 病 않았단 消息 듣고 기맥힙니다. - P88
혀도 목심탈을매나하고에 쪼깐 이로요. 우라고 요것을 보내는 것이니 때때로 씹어서 잡수시씨요. 너무 작아서 이 소, 맘으로야 당장에 가보고 잡아도 그리 못하는 것이 우리덜허는 것이제만 孫 동무 겉은 장헌 동무 보허자는 일인께 黨도 理解헐 것이구만요. 어서어서回復허시고生無허시기를 바랩니다. 漢字가 틀린 것이나 없는지 걱정시럽구만이라. 솥뚜껑 拜上 - P89
사사로운 일 시키는 것이야 이인께라員헌테편지 위에 물방울 하나가 뚝 떨어졌다. 손승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입술을 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이 전쟁통에 인삼을 구하느라고 무진 애를 썼을 솥뚜껑의 모습이 선하게 떠올랐다. 손승호는 자꾸만 솟는 눈물을 목이 아프도록 되삼키고 있었다. - P89
소설가 이아무개의 입 언저리에 비릿한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하겠어…………." 그녀가 흑 울음을 터뜨리며 책상에 엎드렸다. "자알 생각했소. 당장 장소를 옮기도록 하겠소." 그자가 벌떡 일어났다. 김미선의 좁고 여윈 어깨가 잘게 들먹이고 있었다. - P103
심재모는 원대복귀 날짜가 정해지자 병원장의 양해를 얻어 이삼일 동안 병원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찜찜하게 남아 있는 단양을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 P103
"어쨌거나 장교 중에 제일 불쌍한 게 소위지 뭡니까. 적들을 향해 정면으로 돌격을 치다 보니 앞장을 안 설 수 없고, 적들은 효과적으로 공격을 저지하려고 지휘관부터없애려하고, 그러다 보니총알들이, 쏘위! 쏘위! 하고 날아다니며 소위만 찾는 것 아닙니까. - P104
그래 어떤 소대에선 소대장이 하루에세번까지 바뀌었다고 하지않습니까? 소위가 죽고, 선임하사가 맡았는데 또 죽고, 일등중사가소대장이 된 거지요. 그런데 그 일등중사도 다음날 어찌 됐는지는모르지요." - P104
백인들을 낮춰 부르는 말이 ‘흰둥이‘ ‘양코배기‘ ‘코쟁이‘ 정도인 데 비해 흑인들을 낮춰 부르는 말은 ‘깜둥이‘ ‘감상‘ ‘먹통‘ ‘밤중‘ ‘땟국‘ 등으로 더 많았다. 그것은 일반인들의 감정이 백인보다 흑인에 대해서 더 나쁘다는 표시였다. 그로서도 백인과 흑인이 똑같은 짓을 하는데도 그 감정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여러 번 느꼈었다. - P105
우리황인종들이 가지고 있는흑인에 대한 우월감을 이용해서 국가감정을 인종감정으로 바꿔버리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흑인들만 죽일 놈들이 되고, 미국이라는나라는 아무런 피해도 안 입게 되는 겁니다. 우린 지금 그 함정에빠져 있는 거지요. - P106
그리고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전쟁에 더 많이 투입된 목적은 그뿐이 아니겠지요. 겉으로는 신성한 국민의 의무를내세워 흑인과 백인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속으로는백인보호를 시행하는 것 아닙니까. 또한 흑인들의 입장에서는 자기네 나라에서와는 달리 외국땅에서 미국군인으로 당당하게 행세하는 기회가 되는 거지요." - P106
"워디 총질하는 것만 난리간디유 코쟁이덜이 지멋대루 여자욕보이구 뎀비는 것이 여자들루서야 더 무선 난리 중에 난리지유" - P110
"거짓꼴로라도 한 분만이라도 지 맘얼 받어주셨으면 그 표시로 " 평상 혼자서도 살아졌을 것인디・・・・・순덕이의 목멘 말이 들려오고 있었다. 순박하기 그지없던 그녀의 얼굴이 바로 눈앞에서 울고 있었다. 심재모는 그 얼굴을 잡으려는 듯 걸음을 옮겨놓고 있었다. 그의 껑충하게 긴 다리는 약간씩흔들리며 하숙집을 벗어나고 있었다. - P111
토벌대에 나갔다 하면 어느 산골짜기에 처박혀 죽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경찰들은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일수록 어김없이 친일경력의 소유자들이었고, 세상의 물결을 요령 좋게 타고 넘는 기회주의를 이미 몸에 익힌 그들로서는 - P113
자기네의 생존보호를 위해이승만 정권을 떠받치며 반공세력으로 똘똘 뭉쳤던 그들의 집단기회주의는 정작 전쟁이 벌어진 다음부터는 개개인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각자가 개체기회주의를 발동시켜 내부혼란이 야기되고 있었다. - P114
뒷손을 쓰자니 돈이 필요하고, 돈을 마련하자니 부정을 저질러야 하고, 부정을 저지르다 보니 턱없이 민간인들을 괴롭히고, 그런 것을 노려 옆사람이 밀고하게 되고…………. 돈 없고 빽 없는 놈만토벌대에 나가 개죽음한다는 말은 경찰 내부를 벗어나 세상이 다아는 일이기도 했다. 그것은 경찰의 부패를 조장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었다. - P114
윗몸을 뒤로 젖혀 앉은 염상구는 고개를 홰왜 저었다. 그는 검정색 양복 차림이었고, 계절에 맞지 않게 조끼까지 받쳐입고 있었는데 그 단추고리에서 주머니로는 시계 금줄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금줄은 검정조끼 위에서 유난히 샛노랗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장가를 든 다음부터 염상구가 즐겨 입는 옷차림이었다. - P115
"염 단장, 아니 염사장님, 이건 유·무식으로 지나칠 문제가 아니잖소. 법에 따라 처리할 문제니까 순조롭게 협조를 좀 하시오." 염상구는 장가를 가고부터 자신을 ‘염 단장‘이나 ‘염대장‘으로부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호칭을 ‘염 사장님‘으로통일시켰던 것이다. - P115
이 사람, 저 사람 떠올려보았지만 그를 다스릴 만한사람은 잡히지 않았다. 재력까지 갖춘 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지라는 사람들은 그의 결혼을 계기로 태도를 표변해서‘염사장님‘ 호칭을 말끝마다 써가며 그를 자기네들과 동급으로 대접하기에 바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금융조합장 유주상이었다. - P117
"아하, 염 사장님이 잊고 계시는구먼 거 재작년에 농지개혁 피허자고 내논을 염 사장님 앞으로 명의를 바꿔놓은 것 있잖습니까. 그걸 팔아야 하니까 염 사장님 도장이 필요하지요." "거 무신 자다가 봉창 뚜둘기는 소리요? 나넌통몰르는 일인디." 염상구는 태연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 P121
염상구는 논의 소유권자로서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었고, 유주상은 논을 빼돌리는 꾀를 부린다고 부렸는데 그만 염상구한테서 소유권 포기각서를 받아두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 P122
화순군당의 ‘항미소년돌격대‘는 30여 명으로, 모두가 열네다섯살에서 열여섯 살의 소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광부의 아들들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한 덩어리로 뭉쳐지게 된 사연은 해방 다음 해인 1946년으로 거슬러올라가야 했다. - P130
그건 다름 아닌 화순탄광광부들이 일으킨 생존권투쟁에서부터비롯되었다. 해방 1주년 기념식을 겸해 3천여 명의 광부들이 1차로 일어났고, 10월30일 2차로 일어나면서 미군정의 거듭된 무력진압으로 광부들이 피를 뿌리며 죽어가게 되었다. - P130
그 토론회는 정치일꾼들의 소관사항으로 중대단위로는 문화부 중대장이, 연대에서는 정치지도원이 관장했다. - P140
소년병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연대 대원들은 양쪽 골짜기를 훑으며 노획물모으기를 끝냈다. 그건 주로 탄피줍기였다. 물론 총을횡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적의 시체에서 옷을 벗겨 입거나, 구두를 벗겨 신는 경우도 흔했다. 총과 탄피는 반드시 조직에 내놓아야 했지만 옷이나 구두 같은 것은 손 빠른 사람의 차지였다. - P140
그러나 사람은 여러 층이었다. 시체에서 예사로 옷이나 구두를 벗겨 입고 신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옷과 신발이 다 낡고 헐었는데도 그런 것을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어떤 사람은 일부러 총구멍 뚫리고 피범벅된 옷을 걸치고 다니기도 했다. - P140
경계가 필요한 지점에 보초들을 세운 다음 오늘 벌어진 전투의 평가토론회가 열렸다. 그것은 날마다 실시하는 학습과 마찬가지로 어떤 전투를 치르거나 꼭 하게 되어 있는 규정이었다. 전과 피해 · 전투내용 문제점 같은 것들이 종합적으로 거론됨과 아울러 반성을 하게 되었다. - P140
특히 이태식은 신문은 물론이고 학습이나 강연에서 어려운 말을 쓰는 것을 아주 마땅찮아했던것이다. 모두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이 얼마든지 있는데왜 어려운 말을 쓰느냐는 것이 그의 변함없는 지적사항이었다. - P141
배점돌이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계급적으로 하층에 속하는 머슴 출신이었다. 그의 아버지 또한 평생을 머슴 노릇으로 보낸 사람이었다. 그는 여섯 살 때부터 어머니 없이 자라났다. 집주인이 어머니를 범했고, 그 사실이 드러나자 목을 맨 것이다. 어머니는반은 아버지한테 맞아죽고, 반은 목매 죽은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어머니는 죽었어도 집주인은 끄떡없었고, 아버지는 머슴 노릇을 읊겨앉아야 했다. - P147
전쟁이 일어나고 하산해 보니 아버지가 죽고 없었다. 자기때문에 아버지가 경찰에 끌려가 매타작을 당하고 그 장독으로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가슴에서는 불길이 더 뜨겁게 타올랐다. 인공 아래서 그의 가혹행위는 벌써 말썽이 되었다. 다시 입산을 했는데 구빨치로서 평대원에 머물러 있는 건 그 혼자뿐이었다. 당의징계를 받은 과오 탓이었다. 그는 용맹스러웠다. 그러나 빈번한 가혹행위로 그 용맹은 빛이 되지 못했다. - P148
염 선배의 그 초인적인 인내 앞에 비로소 떳떳하게 설 수 있을 것같았고, 사과다운 사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엄 선배는 확실히그릇이 큰 사람이었다. 그때의 자신의 방황은 전향은 아니었을지라도염 선배에게 배신인 것은 틀림없었다. 그런데도 엄 선배는 자신의 방황을 꿰뚫어보았던 것이다. 당원이 된 그날,염선배가 당원이된 나를 보면 얼마나 기뻐할까 하는 생각으로 가슴 벅차며 곧 염선배에게로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날 비로소 남쪽으로 끝없이 뻗어나간 산줄기를 멀리멀리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 P152
"금메말이오, 워떤 얼빙이가 쌩사람 잡은 것이라." 사내는 한숨을 푹 쉬고는, "수류탄이 옆에 떨어진 줄도 모르고 총질하고 있는 동무럴 구헐라다가 베락 맞어뿌렀제라. 그 동무 구해내고 중대장 동무가 당혀뿌렸시니, 고것이 잘된 일인지 잘못된 일인지, - P159
손승호는 솥뚜껑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잡으며 울음을 토하듯했다. 여전히 두껍고 거칠고 투박하고 큰 솥뚜껑의 손에도 온기가흐렸다. "소, 손동무, 오셨구만이라." 솥뚜껑은 희미하게 웃음을 떠올리고는 "나가 눈감기 전에 보고 잡아서 ・・・・・・ 요리 손 동무럴 보고 죽응께………… 원이 없소. 손 동무 은혜 저시상에 가서도.………… 안 잊어뿔 것이요. 요, 요, 만년필, 인자 나가 손 동무 주고 잡으요. 그가간신히 들어올렸다가 도로 떨어뜨려버린 손에는 만년필이 꼭 쥐어져 있었다. 솥뚜껑 동무..…..…."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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