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들의 작전계획이 바뀐 것이고, 해방구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목적이었다. 이에 따라 당에서는 해방구 사수를 위한 대응투쟁을 지령했고, 총사의 병력까지 투입되었다. 염상진은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 제일 어려운 무등산 쪽을 방어하고 있었다. 백아산지구는 백아산을 가운데 두고 이삼백 미터의산들로 에워싸인 천연적 요새였다. - P201
백아산 정상에 올라 무등산을앞으로 바라보면 오른쪽 뒤로 통명산이 자리잡았고, 왼쪽 뒤로모후산이 멀찍했으며, 조계산은 무등산과 맞바라보는 위치였다. - P201
그러니까 백아산지구는 가운데 담배통 터는 자리가 솟은 놋재떨이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 P201
그 파도는 미제국주의자들이 일으키는 반역사적 파도였고, 거기에 가세한 친일반민족세력들이 일으키는 반민족적 파도였다. 전세가 삼팔선 부근에서 공방전으로 바뀌면서 그 파도는 심해지기 시작했고, 이제 전쟁이 정치문제로 바뀌려고 하면서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 P202
염상진은 두 다리에 힘을 주며 앞을 바라보았다. 무등산은중턱까지 구름에 가려 있었다. 그는 구름 속의 무등산을 꿰뚫어보려는 듯이 앞을 응시했다. 저산의 굳건함으로 투쟁 앞에 서자. 저산의 유구함으로 역사 앞에 서자. 저산의 묵묵함으로 민족 앞에서자 그리고, 저산의 무게로 이 땅을 딛자. 그리하여 이 땅이 인민의 것이게 하자. 염상진은 무등산 정상에 수십 길의 높이로 직립해있는 벼랑바위들을 보고 있었다. 그는 어금니를 맞물며 부르르 떨었다. - P203
에로운 말 접어두고 쉰 말로 혀서, 니나 나나 차등 없이 서로가 서로럴 사람 대접험스로 사는 시상얼 맹글자는 것이여, 시방우리가 서로럴 동무 삼음서 사는 요런 시상 말이여, 고상 끝에 낙이라고, 고런 시상이 필경 올 것잉께 꼭 믿음서 고상털 참아내드라고잉." 이태식은 이렇게 말하며, 여자대원이 따로 지은 자기의 쌀이많은 밥을 들고와 보리투성이인 부하들의 밥솥에다 뒤섞고는 했었다. - P205
조원제는 그저께 죽어간 박상춘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옆구리를 관통당하고도 웃으면서 죽어갔다. - P205
"혀도.……… 이리 죽어도 아순 것 없구만이 입혀서………… 평상첨으로 사람맹키로 대접받고 살고・・・・・・ 총 들고허고 잡은 일………… 혔응께라……… 하나또 아순 것 없구만…………." 박상춘의 숨이 끊어졌다. 그런데 비를 맞고 있는 그의 얼굴은 잔잔하게 웃고 있었다. - P206
그의 옆구리에서 솟은 새빨간 피는 빗물에 섞여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조원제는 그의 말이 되울리는 것을 들으며 빗물과 섞여 빗속을 흘러가고 있는 긴 피흐름을 눈물 속으로지켜보고 있었다. - P206
그건 비막이 안대였다. 그걸 눈에 덮지 않고서는 쏟아지는빗줄기들이 눈두덩을 계속 때려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아무리고단해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빗방울들이 눈 위에 쉴 새 없이 떨어지는 그 느낌은 섬뜩거리는 것도 같고, 뜨끔거리는 것도 같은, 의외로 신경 곤두서는 심한 자극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빨치산들은형편에 따라 손수건으로, 붕대로, 안대로도 쓰는 그런 천쪼가리들을 다 가지고 다녔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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