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제는 두 손으로 눈을 몰아잡아 꾹꾹 눌렀다. 포위망을 뚫느라고 너무 기운을 써버렸는지 눈을 서너 차례 뭉쳐 먹었는데도 갈증은 가시지 않았다. 그는 눈을 으석으석 씹었다. 그러면서 3연대를 또 생각하고 있었다.  - P214

3연대가 토벌대 1개 중대와 정면으로 맞붙은 것부터가 무리였는지도 몰랐다. 서로 병력이 비슷했다 하더라도 다른 조건들을 고려했어야 했다.  - P214

이쪽은 벌써 며칠째 굶고 있는 병력이었다. 3연대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연락을 받고 갔을 때는 토벌대의 지원병력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그 포위공격은 이쪽에서 충분히 교란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토벌대의 지원병력은 또 몰려들었다. 그들의 통신망은 이쪽의 예상을 앞지르는 기동성을 팔휘해 내고 있었다. - P215

대원 하나가 나뭇가지를 붙든 채 꼿꼿하게 서 있었다. 그런데 그의 눈은 감겨 있었다. 나뭇가지를 붙든 것은 왼손이었고, 오른손에는 총끝 부분의 쇠가 잡혀 있었다. 그 희한한 모습은 얼핏 보기에잠깐 졸고 서 있는 것 같았다. - P216

"무신 일이겄소?" 2중대장이 조원제를 쳐다보았다.
"죽은 것 겉소."
조원제의 대답은 짧았다.
"사람이 저러고도 죽어지겄소?"
"날이 원체로 추워께 저리 얼어붙어뿐 것이요."
"자울르다가 말인게라?"
"그렇제라" - P216

대원들은 눈 위에 잠을 자기 전에제각기 눈들을 뭉쳐 눈밥을 먹고 있었다.  - P217

 아니, 만주땅까지 거슬러올라갈 것도 없다. 지금 지리산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도 얼마든지 있다. 그 높은 지리산의 추위에 비하면 여기는 안방이나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지리산은 평균영하 이십 도라고 했다. 여기는 그 절반도 못될 것이다. - P218

 그래, 투쟁이 고난에 찰수록 승리는 값진 것이다. 볼셰비키의 승리는 시베리아의 얼음덩이 속에서 이루어졌기에 그렇게 찬란한 것이 아니냐. - P218

"근디, 그리 걱정 안 혀도 될 것이요. 날이 갈수록 토벌대도 심이빠져가고, 우리넌 토벌대가 쓰는 작전이란 것을 인자 다 알아뿌렀응께 첨맹키로 그리 많이 상하지 않을 것이요."
"금메, 그 말도 맞기넌 맞는다, 그려도 걱정이 태산이요."
"간부덜 맘이야 다 똑같을 것이요. 그럴수록 더 용맹시럽게 나서야제."
"하먼이라. 대원덜이야 간부만 믿은께라." - P219

이번에도 대원들을 반 이상 잃어버렸다. 그들은 토벌대에게 죽어간 것만이 아니었다. 얼어죽고, 굶어죽은 사람들이 지난번보다 더많았다. 날씨가 더욱 추워졌고, 작전 날짜가 더 길어진 탓이었다. - P221

그러나 한 가지 다행이라면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도당위원장이나김범준 소장을 지켜낸 것이었다. 이해룡은 그것으로 대원들을 잃은 가슴아픔을 위한 삼고자 했다. - P221

신음소리는 그들이 내고 있었다. 으으으으・・・・・・ 목 속에서 구르고있는 것 같은 그 앓는 소리는 숨을 내쉴 때마다 낮고 음산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이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소리가 합해지니까 그 소리는 커지면서 음산한 느낌도 더해졌다. 그건 동상의 고통이 심해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신음이었다.  - P221

동상의고통은 혹독했다. 살을 찢어대거나 뜯어내는 것 같은 그 고통은 견뎌내기 어려운 아픔이었다. 손발에 동상이 걸리지 않은 사람은 단하나도 없었고, 다소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 P221

동상은 손가락 발가락이 푸르죽죽하게 얼부풀어오르다가, 더 거무칙칙한 색깔로 변하며 피와 진물이 흘러내리고, 그 피고름이 또 얼어붙어 손가락 발가락들이 하나로 떡덩어리가 되고, 그러면서 검붉은 색깔로 변해썩어들기 시작해서 마치 문둥병을 앓는 것처럼 손가락 발가락이매듭매듭 떨어져나갔다. 동상은 도저히 막아낼 길이 없는 또 하나의 적이었다 - P222

임걸령에서 피아골로 접어들자 빨치산들이 입은 피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네이팜탄의 공격을 당해 시커멓게 타죽은 시체들 - P222

 전화줄로 칭칭 묶어서 시커멓게 태워죽인 시체들 앞에서였다. 시체는 모두 넷이었는데, 거기에는 여자가 하나 끼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말이 안 나오는 충격을 받았고, 그리고 불길 같은분노를 느꼈다. 시커멓게 타죽어간 동지들의 고통이 그들의 가슴을 푸들푸들 떨리게 했다. - P223

서남지구를 대표하는 두 도당의 수뇌부가 없어졌다는것을 널리 알림으로써, 첫째 민심을 안정시킴과 아울러 민간인 내부에 은폐되어 있는 동조세력들의 기대를 꺾고, 둘째 빨치산들에게 역정보를 제공해서 사기를 떨어뜨려 귀순을 유도하고, 셋째 군토벌의 효과를 선전하고자 함이었다. - P224

그러나 첫 번째와 세 번째는효과를 거두었을지 모르지만, 두 번째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빨치산들의 모든 조직이 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선요원들이 거미줄같은 조직망을 가지고 움직였기 때문에 그런 역정보가 거짓이라는것은 금방 드러나고 말았던 것이다. 2차작전에서 죽은 도당위원장은 경남도당의 남경우 한 사람이었다. - P224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군토벌대의 대대적인 공세로 전남북과 경남의 3개 도당과 지리산의 빨치산들이 60퍼센트가 넘게 죽어간 것은 사실이었다.  - P224

그러나 남아 있는 빨치산들은 그전과는 다르게 비무장대원이 없이 완전하게 무장을 갖추게 되었다. 수적인 감소가꼭 전력의 감소일 수 없다는 점이 바로 정규군과는 다른 빨치산의특이점이었다.  - P224

그러므로 2차공세 다음부터 군·경토벌대에서 공개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잔비‘라는 말은 자기네가 죽인 숫자만 중요시했지 바로 그런 ‘정예화된 빨치산‘의 특이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 P224

그러나 조직적 입장으로 바꾸어보면 그때의 말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 귀중한 생명을 건지기 위한 훌륭한 전술적 임기응변이 됩니다. 당은 모든 전사들에게 그런 급박한위기에 처했을 때 바로 선생님과 같은 임기응변으로 목숨을 건져야 한다고 학습시켰지, 양심에 어긋나니까 그런 거짓말을 하지 말고 그냥 죽어가라고 학습시킨 일은 없습니다.  - P226

김범우는 얼굴이 밝아졌다.
"예, 그건 다름이 아니고 선생님이 반공포로에 끼어 수용소를하루빨리 벗어나는 일입니다."
정하섭의 말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린가?" - P227

결론부터 말하자면 말입니다.
휴전에 따른 투쟁의 장기화에 대비해 조직을 인민들 속에 확보하자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그 장기적 투쟁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임무를 가지고 반공포로로 나가시는 겁니다. 이 일은 여기서 통역으로 나서서 돌출되는 것보다 훨씬 중대한 임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P228

모든 도당의 조직이 입산해서 빨치산화해 버린 것이 큰 문제점입니다. 그건 불가피했던 면이 분명히 있었습니다만, 입산은 곧 조직의 노출로 직결되어버리는 것 아닙니까. 특히 우리 사회처럼 씨족단위의 사회에선 말입니다. 뒤늦은 후회이긴 합니다만, 각 도당들이 인공하에서 비밀조직을 이중으로 갖추는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 P228

"예, 그게 지난 1월 16일에 포로석방건의안이라는 것이 남쪽 국회에서 가결되지 않았습니까? 그것을 계기로 국방군 장교들이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반공포로 세력확장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구요.  - P229

"미국놈들, 참으로 악랄하고 흉악한 놈들입니다. 제네바 협정을지킬 생각은 안 하고 외부와 차단된이섬에다 포로들을 가둬놓고.
마음대로 공갈.협박 · 테러 · 살인을 감행해 가면서 반공포로를 억지로 만들어내느라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 그게 어디 인간들입니까." - P230

자기네 자유민주주의체제가 공산주의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입증하는 것이었네. 그 첫 번째 작업이, 그들이 북쪽에서 후퇴를 하면서 북쪽사람들을 대대적으로 남쪽으로 이동시킨 피난민 작전 아닌가.  - P230

자네도 알겠지만 그때 북쪽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이 무엇이었나? 원자폭탄 투하 아니었어? 원자폭탄 위력이야 이미 일본에서 입증된 것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그 위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판인데, 원자폭탄을 투하할 거라는 소문을 들은 북쪽사람들은어째야 되겠는가? 원자폭탄을 피해 남쪽으로 피난짐을 쌀 수밖에. - P280

반공포로를 만들어내는 일은 그것을 위한 두 번째 작업인 것이네. 그런데 말이야, 미군이 제네바 협정을 지키지 않고 포로들의 개인 의사에 따라 송환지를 구분하겠다는건 분명 국제법 위반이긴한데, 그 주장에 전혀논리적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문제네. 그 근거가 바로의용군들을 강압적으로 끌어갔다는 것 아니겠나." - P231

적대국가간의 전쟁이 아니라 동일민족간의 전쟁이라는 점 말이네. 그 특이성이 이제 전쟁을끝내려는 마당에서 반민족세력을 지원한 외국군대에 의해서 체제우월성을 나타내는 선전물로 이용당하게 생긴 것이네." - P232

수용소가 본격적으로 전쟁터가 된 것은 작년 9월 무렵부터였다.
74·81.82.83 수용소가 반공세력에 장악되어 태극기가 게양되고,
그에 맞서서 76-7778 수용소가 친공세력에 장악되어 인공기가게양되면서 피를 뿌리는 사상전쟁은 각 단위의 수용소마다 소용돌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 P233

미군정 시절에 그랬듯 이곳 수용소에서도 정문에 배치된 통역의 영향력은 막강했던 것이다. 통역이 어느 쪽 생각을 가진 사람인가에 따라 그 수용소의 색깔이 좌우될 정도였다. - P234

"넌 월요일만 되면 학교 댕기기가 싫다. 이놈에 애국조회가 징헌께." - P242

교장의 훈화가 빨치산으로 옮겨지기 시작하자 고개를 숙이거나눈길을 떨구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 아이들 속에 염상진의아들 광조와 딸 덕순이, 하대치의 두 아들 길남이와 종남이, 그리고 김복동 김종연 · 서인의 자식들이 끼여 있었다.
. - P247

그러나 그들 앞에 닥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농가에양식이 바닥날 계절이 되어 보투에 어려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앞으로 보리를 거둘 때까지 네댓 달 동안은 갈수록 식량난에 빠질수밖에 없었다. 그건 불가항력적인 난관이었다. 보투는 산에서 가 - P249

원종구는 입술이 부어터져 구시렁거렸다. 그런데 그는 유별나게혼자서만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그가 빨치산에 끼여 있으면서도 빨치산취급을 받지 못하는 이유였다.  - P251

조원제는 가슴이 찡 울리는것을 느꼈다. 상대방이라고 운동화가 탐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서슴없이 양보를 하고 있었다. 그건 문화부 중대장에 대한 대접일 것이었다. - P225

책이 덮이고, 조원제의 눈에 들어온 제목은 『괴도루팡」이었다.
조원제는 일시에 비위가 확 상하고 말았다. 밤늦게까지 책을 읽고있는 것에 대한 호감이 정반대의 감정으로 뒤집혀졌다. 요런 반동새끼, 밥 배터지게 처묵고 배때지 아랫목에 깔고 탐정소설 쪼가리나 읽고 자빠졌어! 조원제는 사내의 배에다 총구를 들이대며 내쏘았다. - P256

 장문태도 거침없이 손가락으로 김치를 집어 입에 몰아넣었다. 두 사람은 으석으석 김치를 씹기 시작했다. 조원제는 김치맛에 취해 눈이 저절로 사르르 감겼다. - P260

설이 지나 신맛이 감도는 김치는 유난스레 입맛을 돋우었다. 소금이 유일한 반찬인 산생활에서 그들에게 김치만큼 그리운 반찬도없었다. 갈치속젓으로 담은 잘 익은 김치를 맘껏 먹어보는 것이 모든 빨치산들의 꿈이기도 했다. - P260

"워쨌그나 보투에서 사람얼 죽이먼 인심이 사나와지는디..………."
이태식의 침통한 말이었다. 인심을 잃게 되는 것도 그렇고, 군경의 역선전 재료로 이용되는 것도 그렇고, 좋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의심스러운 짓을 한 자를 없앤 대원을 책할 수도 없는일이었다. 조원제는 이태식의 마음을 다소나마 가볍게 해줄 무슨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 P263

불은 그냥 모닥불을 피웠다. 입산 초기에 자주 피웠던 ‘구들불‘은상황이 불안해지면서 차츰 피울 수 없게 되었다. 구들불은 준비가번거로웠고, 하룻밤이라도 안전하게 잘 수 있을 때 피우는 것이었다.  - P263

구들불은 땅을 한 자 정도의 폭과 깊이로 길게 파내고, 그 구덩이에다 불을 피웠다. 나무들이 다 타서 불덩이만 남으면 그 구덩이를 중앙으로 잡아 천막을 쳤다.그리고 구덩이에는 얄팍한 돌들을걸쳤다. 그러면 불기운으로 천막 안이 훈훈해지면서, 돌들은 열기를 품어 그대로 구들장이 되었다. 대원들은 양쪽으로 갈라져 누워발들은 모두 구들장을 따라 나란히 모았다. 그렇게 눕게 되면 발만따뜻한 것이 아니라 땅에도 열기가 스며 장딴지까지는 따스함을느낄 수 있었다.  - P263

구들불을 피우고 자면 잠도 달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몸도 가뿐가뿐했다. 그 구들불을 피우는 방법은 일찍이 전남의 구빨치들이 고안해서 써먹게 됨으로써 전북과 경상도로 퍼져나간 것이었다.
- P264

조원제는 모닥불이 활활 타는 것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그는 잠이 좀 많은 편이었고, 짧은 시간에 깊은 잠을 자는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그는 대원들이 담배를 피우는 동안에 코까지 골며 깊은 잠에 빠지기가 예사였다.
담배를 다 피운 대원들이 흔들어 깨우면 그는 눈을 감은 채 "한 대썩더피우제" 하고는 했다. 그래서 그의 또 하나의 별명은 ‘한 대썩 더 피우제‘였다.  - P264

그런데 그는 그렇게 깊이 자다가도 일단 눈을 떴다 하면 언제 잤느냐 싶게 큼직한 눈이 또릿또릿해져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 신속하게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제일 신기해하고, 이해할 수 없어 하는 사람이 강경애였다. 그녀는, 뱃속에서부터 빨치산으로 타고난 별난 체질이라고 결론짓고 말았다. 사실 조원제 자신으로서도 속 시원한 해명을 할 수 없는 처지라서 그녀의 결론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 P264

그러나 그들에게는 날씨의 덕을 보게 된 것과는 반대로 새로운어려움이 생겼다. 추위보다 더 가혹한 복병이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 뜻밖의 복병은 ‘보아라 부대‘와 ‘사찰빨치산‘이었다. 그 두가지 복병은 모두 투항한 빨치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 P265

‘보아라 부대‘는 남원군 전투사령부에 소속되어 지리산토벌대의 길잡이 노릇을 했고, ‘사찰빨치산들은 각 경찰서의 사찰계에 소속되어 각 지역토벌대의 앞장을 섰다.  - P265

그들은 목숨과 지난날의 산생활과를 맞바꾼 자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빨치산들의 퇴로를 미리 차단시키게 하거나 매복을 치게 했고, 비상선을 기습하게 하거나 접선장소를 포위하게 했고, 환자트나 비트를 손가락질해서 공격하게 만들었다. 이 뜻밖의 사태로 빨치산들이 입는 피해는 엄청났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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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왜군대허고는 하늘허고 땅 차이단 말이오. 그때도 져부렀는디 인자야 더 말헐 것 머 있겄소. 허고, 성님언 인자 총각이 아니고 애기덜 아부지란 말이오, 아부지!"
- P19

방영근은 얼굴에 맺혀오는 빗방울들을 큰 손바닥으로 와락 훔쳐내며 ‘아부지‘에다가 힘을 넣었다. 괜히 자식들 나 같은 신세 만들지 마시오, 하는 말이 곧 터지려고 했지만 꾹 눌러 참았던 것이다.  - P19

그 말이 너무 야박스러운 것 같았고, 더욱이 뒤따라오는 어머니가 들으면 망자인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이 되어 어머니 가슴에 새못을 치는 일이었던 것이다. - P19

그는 방영근의 괴로운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그때 나서지만 않았더라면 갚을 길 없는 빚을 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으면 왜놈돈의 올가미에 걸려 부모형제와 생이별해야 하는 길도 떠나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 P19

결국 아버지를 왜놈들한테 잃고, 자신마저 왜놈들 손아귀에 틀어잡히게 된 그의 심정이 어떠할것인지는 더 말할 것조차 없었던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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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답답한 속을 더는 참지 못하여 삼출이를 부르고 말았다.
그러나 차마 아들에게 말을 걸 수는 없었다.
생이별의 멀고 먼 길을 떠나야 하는 아들의 말 못할 심사를 헤아렸던 것이다. - P13

 왜놈돈20원이나 받아묵은 목심인디인자 백정놈헌티 고삐 잡힌 소 신세요. 공연시리 헛생각 묵지 말랑게라."
방영근은 퉁명스럽게 내쏘았다. 그러나 마음은 그 반대였다. - P14

그들 세 사람은 걸어도 걸어도 끝도 한정도 없이 펼쳐져 있는 들판을 걷기에 지쳐 있었다. 그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넓디 넓은 들녘은 어느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헛걸음질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 벌판은 ‘징게 맹갱 외에들‘이라고 불리는 김제 • 만경평야로 곧 호남평야의일부였다.  - P14

호남평야 안에서도 김제 • 만경벌은 특히나 막히는 것 없이 탁 트여서 한반도 땅에서는 유일하게 지평선을 이루어내고 있는 곳이었다. - P14

눈길이 아스라해지고 숨길이 아득해지도록 넓은 그 벌판이 보에 너무 지루하고 허허로울까 보아 조물주는 조화를 부린 것일까들녘 이곳저곳에 띄엄띄엄 야산들을 앉혀놓고 있었다. - P14

일찍이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선각의 위업을 홀로 세우고서도 어리석기 짝이 없는 왕에게 죽임을 당한 김정호 선생은 대동여지도를 엮어내기 위해 반도땅전체를 일곱 차례 이상 샅샅이 답사하면서 호남평야에 발을 디딜 때마다 그가이없이 넓은 벌에 무릎 꿇고 이마 대어 고마움의 절을 올렸다는 것이다.  - P15

그분은 험산준령이반도땅의 7할을 넘게 차지하고 앉은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고, 그 척박한 땅에 다행히 호남평야가 펼쳐져 있어 거기서 나는곡식으로 이 땅의 목숨 5할이 먹고산다는 것도 알았으므로 그렇게 절을 올릴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 P15

감골댁은 얼른 허리를 추슬러 세우며 응답했다. 점심을 굶은 채50리 길을 걸어오느라고 지칠 대로 지쳐 절로 허리가 접혔던 것이다. - P16

잡것, 누가 왜놈덜 안마당 아니라고 헐성불러 안통에 들어서기도전에 저 방정맞은 것이 얼찐대고 지랄이랑가."
지삼출이 역정을 내며 앞을 가로질러 가는 인력거를 향해 침을뱉었다.  - P16

그러나 인력거는 일본인들이 자칭 세계적인 발명품이라고뽐내는 물건답게 침 튀는 것 정도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삐까닥거리며 가볍게 굴러가고 있었다.  - P16

‘게다‘라는 나무신이 그렇듯 인력거라는 것도 일본사람들이 꼭 꽁무니에 달고 다니는 물건 중의 하나였다. - P16

"성님, 입조심허씨요. 왜놈덜이 왜놈이란 말언 더 잘 알아듣는다닝게로"
방영근이 쓴웃음을 지었다. - P16

"참 탈난 시상이여, 삼사년 새에 군산은 왜산이 되야불고, 징게맹갱 들판도 하로가 다르게 왜놈덜 판이 돼가는디, 요러다가 조선천지가 왜놈덜 차지 되는 것 아닐랑가 몰라?" - P16

"시상 판세 돌아가는 꼬라지가 아매 그리될지도 몰르요. 올봄에 아라사허고 전쟁에서 이기기 시작허자 왜놈덜이 기세 펄펄혀서군대만 몰려든 거이 아니라 민간인들도 정신없이 몰려든답디다. 그나저나 나야뜨는 몸인게 알 바 아니오." - P17

"속 뻔헌 그짓말 마씨요. 그런 생각 맘에 담지 않았음사 어찌 그런 말이 그리 쉴케 쑥 나와진다요. 그 일로 그리 쌩고생험스로 숨어사는 처지에 맘속에다가 안직도 광솔(솔)불피우고 있습니여?"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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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fully about shadows and holes and how to takenaps in them," said Mia, panting. - P11

Their teacher was called MissVix, and she taught them what they needed to know whiletheir mother tended to the hunting and the den. - P11

She taught them how to point their muzzlesnorthward when hunting, waiting for the claw of the SkyFox to draw a hazy ring of purple around their prey.
- P12

She taught them the birdsong for "eagle" and "snake,"
so they knew whether to duck or jump when a predatorwas near.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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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하나님의 계시입니다. 신구약을가릴 필요도 없습니다. 각자의 관심에 따라 골라 읽으면 됩니다. 딱히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괜히 끌린다는 이유로 선택할 수 있겠지요.  - P127

그러나 청소년이나 평신도라면 너무 두꺼운 책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레위기나 이사야서는 아무래도 좀 버겁습니다. 되도록 신약에서 찾기를권합니다. 복음서 중 한 권이나 서신서의 에베소서나 요한일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P127

다음으로 성경 역본을 정해야 합니다. 다양한 번역본 중개역개정판과 새번역을 추천합니다. 둘 다 공인된 번역본으로 신뢰할 만합니다.  - P127

중요한 것은 교회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것을 기본 역본으로 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성경은 교회를 위한 책이자교회 안에서 읽어야 할 책이기 때문입니다.  - P128

예컨대, 나는 새번역을 읽고 싶은데 교회에서 개역개정판을 사용한다면, 개역개정판을 기본 역본으로 삼고 새번역은 참고용으로 보시면 됩니다. 아니면 새번역을 중심으로 읽더라도 개역개정판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 P128

그러나 조심할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주된 역본으로 삼은 성경이 입과 귀, 눈에 익기 전까지 다른 역본은 잠시 밀쳐 두어야 합니다. 기본 역본 없이 이것저것 읽으면 헷갈리기 십상입니다. 그렇다고 하나만 읽으면 성경의 다의성과 풍부함을 놓치게 됩니다.  - P129

둘째, 공인된 번역본이 아니라면 설교와 묵상의 기본 텍스트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개역개정판, 새번역, 공동번역, 그리고 가톨릭 성경은 공인된 번역본입니다. 그 외의 것들은 ‘사역(譯)이라고 합니다. 이런것들은 묵상과 설교에 참고만 하십시오.  - P129

마지막으로 좋은 해설서를 곁에 두어야 합니다. 성경만읽고 오묘한 뜻까지 깨치기란 쉽지 않습니다. 신앙 선배들의 지혜를 빌려야합니다. 로마서를 예로 든다면, 홍인규의로마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와 톰 라이트의 『모든 사람을 위한 로마서 I, II』가 입문으로 최상입니다.  - P129

두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본문을 어느 정도 읽은 다음에 해설서를 보라는 것, 그리고 성격이나 견해가 다른 서너 권을 읽으라는 것입니다.  - P129

특정 저자의 말이 정답인 양 무조건 수용해서는 안됩니다. 스스로 읽고 묵상한 결과를 가진 채 주석을 펼쳐야 합니다. 내 밖의 교사의도움을 받되 내 안의 성령의 능력을 의지해야겠습니다. - P130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1998년에는 한국 개신교인의 51.9퍼센트가, 2004년에는 53퍼센트가 예배 시간외에 성경을 읽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 P131

프랜시스 쉐퍼는 성경을 읽지 않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 P131

책은 물론이고, 모름지기 성경은 한 번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읽고 또 읽어 완전히 뀔 때까지 읽어야 합니다. - P131

성경을 많이 읽어 마침내 내가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나를 읽는 단계로 나아가야합니다. 끝내 성경과 내가 구분 없이 하나 되는 경지를 갈망하고 매진하다 보면, 그날이 올 것입니다. - P132

우리가 성경을 사랑하면 성경적 관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성경을읽으면 성경대로 살 것입니다. 우리가 성경에 미치면 미친세상을 이길 것입니다.  - P133

그럼에도 그리스도인이었던 분이 그에게 어떻게 미혹되어 넘어간 건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그리스도라 칭하는 이들이 나타날 것이며, 재림의 때는 아무도알지 못한다고 성경에 너무나 명백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 P135

성경은 질문을 던지며 읽어야 합니다. 요모조모 따져 가며 읽어야 합니다. 성경을 좔좔 읽고, 달달 외우고, 자주 베껴 쓰고, 수도 없이 반복해 읽고 또 읽는 데만 그치면 안 됩니다.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고, 성경과 대화와 토론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말씀이 삶이 됩니다.  - P136

말씀에 경청하는 자가 되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적극적인 대화자가 되어야합니다. - P136

성경은인격입니다. 인격과 인격은 대화를 나눕니다. 일방적으로듣기만 하거나 말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아야 합니다 - P137

성경에 대한 열심은 있었으나, 그 열심에 바른 지식은 없었던 것이지요. 그는 의심이나 비판, 토론 과정을 생략한 채 기존의성경 해석과 전통, 관행을 그대로 수용했던 것입니다.  - P137

생각없이 성경을 읽으면 얻어도 위험합니다. 성경은 질문하면서읽어야 합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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